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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수락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8회 산행)

수락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8회 산행)

산 : 수락산(640.6m)

코스 : 수락산역-덕성여대생활관-마당바위-깔딱고개-정상

남부능선-덕릉고개-상계역(1안)

수락산역-통제소-철전주-탱크바위-정상-원점회귀(2안)

일시 : 2005년 1월 29일(토) 9시30분

모이는 장소 :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3번출구

준비물 : 중식, 정상주1병

연락 : 한양기(017-729-3457)

월악산 산행기

하늘마저도 파랗게 얼듯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날,

웅크린 육신을 펴고 금년의 첫 산행길에 나섰습니다.

1월9일(음11월 29일),손없는 날이 음력9일,10일이라 하기에

그날을 택해 산신령이 있을 법한 산 월악산에서 시산제를 올리고 왔습니다.

격식을 차려 치루기는 하였으나 혹한이었고 정상부근은

산행객의 인산인해로 제를 올릴 장소로는 협소했으나 북향으로 제단을

차려 간소하고 숙연하게 제를 올렸습니다.

際主는 기세환 산우가, 제문은 한양기 산우의 또렷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진행했습니다. 떡과 돼지머리고기를 주변 산행객과 나눠먹기도 했으니

절차와 형식은 어느 정도 갖추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시 명산의 풍모를 갖춘 월악산 정상의 위용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주능에 올라 정상인 영봉을 쳐다보면서 산우 한 분이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했는데 도움쇠도 월악에 오면 항상 공감합니다.

볼에 스치는 바람결은 찼지만 우리는 산을 오르내리며 겨울산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저 추위 속에 꽁꽁 얼어붙은 대지도, 산야도, 들녘도, 산새도,

우리도,그리고 낙엽 속에 몸을 뒤척일 애벌레도 월악의 추위 속에서

더 싱싱하게 살아나는 삶의 맥동을 감지하는 시간였습니다.

꼼지락거리는 생명력은 '더 타고 속이 타야' 맛을 우러내는 누룽지처럼

혹독한 시련의 순간속에서 속 깊은 삶의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를

겨울산에서 배우고 왔습니다.

2시간 20분만에 오른 정상에서 기세환 산우가 가져온 위스키로 정상주를

한 잔씩 했는데 체감온도 영하20도의 추위에서

맛 본 그 맛은 영원히 잊지 못할 감칠맛으로 기억될 겁니다.

월악산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컷!

시산제를 마치고 내려와 양지바른 남향에서 점심식사 시간을

가졌는데 납회 때 사랑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려준 이원무산우가 부상으로

받은 더덕주, 음복하고 남은 위윤환산우의 막걸리,

도움쇠가 가져온 동태전, 박형채 산우와 어부인 박여사님이

정성으로 준비한 떡과 돼지머리고기등으로 맛있고 화기애애했습니다.

산행시 이기철의 <돌에 관하여>를 박 여사님이 낭송하기로 했는데 몹시 춥고

배고픈지라 생략했습니다만 다음에 꼭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멋진 낭송 기대해보렵니다.

떡을 먹고 체해 올라오지 못한 한천옥 산우에게 미안한 맘였는데 수안보에서

온천욕을 했다니 다행스런 즐거운 일이었고

포천, 연천 지사장으로 승진 발령되어 불참한 양상기 산우에게는

다시 한 번 더 큰 축하를 드립니다.

노모의 낙상으로 불참한 이경식 산우의 어머님 안부가 걱정됩니다.

시산제보다는 당연히 효도가 우선이지요.

참석하고자 했으나 집안사정으로 불참한 임용복 산우는 못내

아쉬워했고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이창우 산우, 최용식 산우, 김종국 산우,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박시건 산우는 다음을 기약합시다.

점심을 마치고 하산길을 상의했는데 암릉과 암봉이 절경인 마애불-덕주사코스

는 추운데다 멀어서 포기하고 내려가자는 다수의 의견에 가까운

신륵사코스로 내려왔습니다. 연중 화창한 날을 택해서 그 코스로

꼭 올라가 봅시다.

8회 산행은 위윤환 산우의 추천으로 수락산입니다.

640m 높이로 나즈막한 산이지만 산세가 아름답고 기암 기봉으로

험준한 암릉이 펼쳐집니다.

수락산이란 명칭에 대한 유래를 이야기 해봅니다.

산의 동편자락 금류동으로 쏟아붓는 많은 폭포들을 두고

'물이 떨어지는 산'이란 데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인 듯하고

다른 이야기로는 한 사냥꾼이 아들과 사냥을 나왔다가 산길에서

깜박 잠든 사이 호랑이가 사냥꾼의 아들 '수락'이를 물고가서

그 아들을 찾으려 온 산을 헤매면서 "수락아~! 수락아~!"를 부른데서

비롯되었다고도 합니다.

형상조차 각양각색의 독수리바위, 철모바위, 말바위, 공바위등으로 시선마다

장관인 수락산은 가히 암릉의 전시장입니다.

물이 떨어지는 산도 좋고 수락이를 부른 것도 좋지만 제 생각으로는 암릉미가

빼어남(秀)과 낙낙장송(落落長松)의 어우러짐이 화폭을 펼쳐주는 산이라

수락산(秀落山)이라 이름하는 것도 옳을 듯합니다.

이 산에는 옛날 호랑이가 많아 세조9년(1463년)3월에 세조가 친히 군사들을

인솔하여 범을 잡았다는 산인데 지금은 휴일에는 등산객들이 구름같이 모여드는

서울의 4대명산(북한. 도봉. 관악. 수락)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남북으로 뻗은 주능선에는 암봉이 우뚝하고 砂岩으로 된 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있으나 산행로가 좋아 누구든지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입니다.

도움쇠의 대학시절 수락산과 불암산을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하여 1박으로

종주한 적이 있는데 불암산밑 철거민촌으로 내려와 먹은 시원하고

걸쭉한 막걸리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들머리인 통제소쪽은 먹거리가 많고 정상까지는 2시간 30분정도 소요됩니다.

산행일의 요일에 대하여 한양기 산우와 의견교환을 해보면

과천청사의 공무원친구들은 월 2회중 1회는 토요일로 하면 좋겠다고

한다는데 그들이 한 번쯤은 참여하고 내는 의견이면 고려할 수 있으나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현재로는 그들의 요청을 받아 들이기 곤란하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토요일에는 참여하기 어려운 열성산우 박형채 선생과

한천옥 선생이 우선이기 때문이지만 두 산우의 어부인들이 열성적이기도 합니다.

교사들도 3월부터는 월1회는 넷 째주 토요일 수업이 없다니

그때 생각해 볼 일입니다. 다만 이번 만큼은 전 산우들의 의견을

들어본 바 가능할 것 같아 그들에게도 기회를 드리기로 하고

토요일로 정했으니 교회를 가야하는 이창우 산우도 편안하게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월1일 새벽, 도움쇠의 가족들은 팔당댐 북쪽의 운길산 수종사에서 해맞이를

하였습니다. 동녘에서 을유년의 첫 해가 얼굴을 내미는 순간,

동시에 터져나오는 해맞이객들의 탄성은 인간의 소리가 아닌, 해마다 듣지만

1년에 딱 한 번 듣는 자연의 소리였습니다.

도움쇠는 산우 가족들의 안녕과 행복을, 산행의 무사를, 수종사를

알려준 우리의 인사동 주막집 亥寅의 술어미 秋田의 쾌유를, 내 사랑의 쾌활과 용기를

기원했습니다.

산은 자연이고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항상 한계를 느끼며 삽니다.

산의 정상에 오르지 못해도 오를 수 있는 한계까지도 아름답기에 산이

허락하는 한 우리 열심히 찾읍시다.

산의 정령(精靈)은 세속의 사람들을 불러들여 산의 정기로 눈을 씻어주고

가슴을 쓸어 마음을 비게하여 솔바람 가득한 산천의 기운을 넉넉하게

담아주기에 산을 오르는 자 욕심을 버리게 되고 서로 손잡게 하나 봅니다.

이 겨울에도 자신 안에 감춘 인내와 끈기로 뿌리를 내리고 든든하게 산정을

지키는 나무와 기암석에 감탄하며 수락산을 올라 봅시다.

산에 오를 때 시를 외우며 가노라면 가슴에 담겨지는 아름다움으로

힘 든 것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이번 산행의 동반시는 정상현 님의 '누룽지'입니다.

7회까지는 주제가 무거운 시를 선정했으나 이 번은 싱겁도록 가벼운 시입니다.

시 선정에 특별한 기준은 없고 산우들의 추천을 기다리나 답이 없으니

답답한 일이기도 합니다.부디 추천해주소서.

 

누룽지

배고픈 날 누룽지 한 조각 먹어보아라

밥 짓다 태웠다고 푸념할 일이 아님을

꼭꼭 오래 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알리라

인생도 씹을수록 맛이 나는 누룽지처럼

더 타고 속이 타야 멋도 알고 맛도 알까?

--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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