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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月岳山으로 모십니다 (2005년 始山際를 겸한 제7회 산행)

月岳山으로 모십니다 (2005년 始山際를 겸한 제7회 산행)

산 : 월악산(1,094m)

코스 : 송계리-능선삼거리-정상(靈峰)-신륵사(1안)

송계리-능선삼거리-정상(靈峰)-마애불-덕주사-

덕주골(2안)

일시 : 2005년 1월 9일 7시 정각

모이는 장소 : 전철2호선 잠실역 3번출구 롯데호텔앞 곰돌이 모양탑 앞

준비물 : 중식,정상주(1인 1병),교통비 일만오천원 정도

연락 : 한양기(017-729-3457)

 

12월 25일 산행은 임용복 산우의 기획으로 진행되었는데

돼지목살에 막걸리를 곁들인 입산주가 일품이었습니다.

싸먹은 묵은 김치의 맛은 지금도 모두에게 만족스런 여운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산행 전에는 음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산꾼들의 불문율인데

그렇게 좋은 맛이면 불문율이 깨져도 그 누가 마다 하겠습니까!

 

비봉까지의 계곡길은 신록의 계절에 오르면 설악산 12선녀탕

막탕에 이르기 전에 보았던 모습을 연상케할 만큼 비경이었고

1시간 30분만에 오른 비봉에서 마주친 진흥왕순수비는 진품이 아니었기에

감격이나 환희가 크지 않았지만 하늘을 날아 오를 것같은 비봉의 위용은

북한산이 명산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10분 후에 도달한 사모바위는 사모관대의 모습 그대로였고

배경으로 어김없이 기념사진 한 컷.

정상주는 약간 비켜 내려간 능선에서 북한산 전경을 보면서

도움쇠의 마오타이酒를 개봉했는데 산우들의 많은 참석으로

반 잔씩 밖에 나눌 수 없음을 아쉽게 생각하지만

주량보다는 우리의 참석 인원이 우선이겠지요.

월악산 산행 때는 30년 된 더덕으로 98년에 담근 더덕주를 충분히 공급하겠습니다.

산우들도 비장의 술이 있으면 이런 기회에 공개하여 훈훈한 복된 일이 되게 하소서.

 

개인적으로는 도봉산을 더 좋아하지만 그 능선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전경은 그 나름의 멋과 위용이 있었습니다.

백운대,인수봉,만경대 세 봉우리를 보면서 옛 선인들이

三角山이라 했던 연유도 알 듯 했습니다.

이 코스를 적극 추천했던 임용복 산우의 안목에 박수를 보내며

그날의 산행詩 도종환의 <겨울나기>를 나즈막히 읽어 내려가던 모습은

시인보다 더 시인같은 멋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 날의 코스가 6회 산행 중 백미라는 아부성(?) 멘트도 나왔으니

임용복 산우는 앞으로 책임감을 더욱 느껴야함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임 수석이라는 감투를 아무에게나 붙여 주진 않습니다.

기억하소서!

 

마오타이酒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하여 納會를 겸한 뒤풀이술.

'마셔보자' 시간의 말미에 Love is *****에 대한 경연이 시작되어

sweet달콤하다, happy행복해진다, candy사탕과 같이 달다,

crazy미친 짓이다, doing움직이는 것이다, blind장님이 된다,

grace우아해진다, death무덤이다, honey꿀과 같다 등의

알파베트 단어가 나왔으나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고

마침내 한글 5음절도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눈물의 씨앗, 영육의 결합, 王道가 없다등으로 경합,

이 때 말이 없는 사나이 이원무 산우의 "정답이 없다"는 대갈일성에 좌중은 침묵,

동시에 터져 나오는 감탄과 박수. 寸鐵殺人! 만장일치로 그날의 당선작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뜨거운 향기'라고 말하던데 향기가 뜨거울 수도 있나 봅니다.

이원무 산우에게는 2005년에 멋진 사랑이 찾아 올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부상은 더덕주 한 병입니다.

回春하소서. 정력증강에 특효가 있답니다.

 

우리의 7회 산행 월악산(1,094m)은 우리의 새해 첫 산행입니다.

올해는 산처럼 넓은 가슴으로 서로를 껴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오르기로 합시다.

충주호와 접해 있는 월악산을 신라 때는 월형산(月兄山)이라고 하였다는데

백두대간에서 충주호 쪽으로 갈라진 능선에 솟은 수려한 명산입니다.

충청북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죽령과 조령 사이에 있으며

웅혼 장대한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어 남성적인 산이라 표현,

일명 국사봉이라고도 합니다.

암릉과 노송의 어우러짐이 그리도 절경이라니 기대가 크게 가져도 좋을 듯 합니다.

북쪽에는 아름다운 충주호가 있으며 동서편에는 송계계곡과 광천이 감싸고 흘러

정상인 靈峰에서 내려다보면 상쾌함이 물처럼 흘러들 것입니다.

그리고 겨울산의 정상에 햇살이 내려준다면 멀리 소백산의 비로봉,금수산,대미산,

신선봉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산의 정상이 靈峰이라 불리워지는 곳은 백두산과 월악산 뿐.

1984년 12월 31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산은 국사봉, 중봉, 하봉 등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월광폭포, 팔랑소, 망폭대, 자연대, 수경대, 학소대가 유명합니다.

 

들머리는 송계리로 잡되 하산길은 정상에서 산우들과 협의하여 결정하겠습니다.

신륵사 쪽은 가까우나 경관이 동양화 같다는 덕주사 쪽에 미치지 못하고

덕주사 쪽은 960고지부터 길이 험하여 시간이 많이 소요되나 경치가 장관,

마애불(보물 제406호)도 덕주사도 들를만 합니다.

월악산은 많은 문화재와 사찰을 보는 것 외에도 등산인들에게는

산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정상 모습이 각각 다른 형태를 이뤄 더욱 인기라니

모두 맑은 시력으로 나서봅시다.

 

서울 근교에서 흔히 始山際를 올리는 산은 강화 마니산, 남양주 祝靈山등이나

한 번쯤 국립공원도 가보자는 마음에서 정했으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다만 12인승 봉고차를 준비했으니 11인이 못 되면 그 차를 타고

수가 넘으면 승용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산을 오를 때 詩를 외우며 가노라면 가슴에 담겨지는 아름다움으로

힘든 것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이 번 산행에 동반할 詩는 이기철 님의<돌에 관하여>입니다.

함께 음미해 보기로 합시다.

산우들께서도 음미할 만한 詩가 있으면 추천하여 주십시오.

 

돌에 관하여

구르는 것이 일생인 삶도 있다

구르다가 마침내 가루가 되는 삶도 있다

가루가 되지 않고는 온몸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

뜨겁게 살 수 있는 길이야 알몸밖에 더 있느냐

알몸으로 굴러가서 기어코 핏빛 사랑 한 번 할 수 있는 것이야

맨살밖에 더 있느냐

맨살로 굴러가도 아프지 않은 게

돌멩이밖에 더 있느냐

이 세상 모든 것,기다리다 지친다 했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지치지 않는 게 돌밖에 더 있느냐

빛나는 생이란 높은 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치열한 삶은 가장 낮은 데 있다고

깨어져서야 비로소 삶을 완성하는

돌은 말한다

구르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삶이,

작아질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삶이 뿌리 가까이 있다고

깨어지면서 더욱 뭉쳐지는 돌은 말한다

-- 이 기 철 --

 

*차량관계로 참석여부는 메일로 답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눈이 내리면 아이젠 준비.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