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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오대산 노인봉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1회산행입니다)

오대산 노인봉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1회산행입니다)

산: 오대산 노인봉(1,338m)

일시: 2005년 3월 20일 7시 정각

코스: 진고개-정상-진고개(2시간 30분 소요)

모이는 장소: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출구 롯데호텔앞 곰돌이 모양탑 앞

준비물: 교통비 이만원 정도, 개인 술 한 병, 아이젠

연락: 한양기(017-729-3457)

 

열두 달로 보면 셋째지만 자연이나 사회로 보면 시작의 3월, 벌써 중순인데

산우님들 저마다의 출발선에 서서 열심히 앞을 향한 전진을 하고 계신지요.

출발선을 지나 옆에 같이 뛰는 사람은 분명 있지만 그들은 경쟁 상대자가 아닙니다,

아름다운 승부란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기는 것입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승부로 여념없을 산우들을 그리며 두 주일 전의 산행을 돌이켜봅니다.

 

3월 6일의 관악산 산행은 재경 光州高 총동문회 주최 시산제를 겸한 산행이었습니다.

맑고 파아란 하늘 아래, 제법 따스해진 기온에 우리 모여

완만하고 좌우의 경관이 좋은 낙성대코스를 올랐습니다.

주최 측의 집합장소는 과천청사역이었지만 그 코스는 계단이 많은 코스라

기피대상코스 1호가 되어 산우들의 뜻을 따라 낙성대코스를 들머리로 잡았습니다.

한양기 산우와 조문형 산우는 과천청사역에 일찍이 도착하여 주최 측에서 준비한

기념품과 음식을 받아오는 수고를 해 주셨습니다.

낙성대역에 9시 30분 정각에 약속한 회원이 모두 도착. 시간 지킴은 나날이 정확해지니

시산회의 면모가 더욱 제대로 갖추어져감의 으쓱함에

산행의 즐거움을 예상하며 첫 걸음을 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산행에 새로운 회원이 참가하여 더욱 흥겨운 산행이 되었습니다.

나창수 안과원장은 저와는 36년간을 변함없는 우정으로 각별하게 지내온 사이로

골프는 나 원장의 권유로 입문했고 한때는 골프 라이벌이었지만 저는 물싱글이고

그는 진정한 고수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권유하여 시산회에 입회했고 10년된 낡은 등산화 때문에 고생했으니

계절도 호시절이니 좋은 마음 담아 등산화라도 선물할까 합니다.

 

11시경 어김없는 막걸리 새참시간에 최용식 산우의 더덕막걸리와 위윤환 산우의

서울막걸리와 주꾸미를 안주로 두 잔씩 입맛을 다시고

한양기 산우의 구수한 입담과 함께 시산제 장소인 관악사지에 12시 정각에 도착하여

시산제에 참석하였는데 우리 20회의 수는 12명이나 되어 참석한 기수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습니다.

모두 가슴이 뿌듯했을 겁니다.

산악회로서 자리매김을 다져가고 있다는 생각에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무사 산행을 비는 제배를 올리고 가장 즐거운 식사시간이 시작되어 자리를 잡았으나

윗쪽에 여자등산객 세 분이 자리하고 있음에 그쪽으로 눈길을 수차례 돌리고,

말을 거는 산우들이 여러 분, 남자들이란........

때와 장소를 가려야 아름다운 것도 많습니다. 하 하 하.....

점심 때 보면 결식등산객이 꼭 한 사람은 있는데 도시락 싸오는 것을 잊었다는데

전날 밤의 행적을 의심해야할 일입니다만 十匙一飯이라고 굶는 일이야 없죠.

우리들의 우정은 한 해 두 해 쌓아져 가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한 해 두 해

마나님들이 소홀해진다는데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잘 하십시오.

마나님 몰래 비자금을 두둑하게 숨겨 놓았다면 걱정할 일이 없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시산제 덕분에 돼지고기와 떡이 있어 푸짐했고 묵은 김치와 돼지고기는

있었지만 홍어가 없어 삼합이나 홍탁의 구성요건은 못 되어 아쉬움은 있었으나

언젠가는 이루어질 정상에서의 삼합과 홍탁을 기대해 봅시다.

막걸리, 더덕주, 특히 한천옥 교장의 고향 진도의 홍주가 등장했고

독한 홍주를 마시면서 홍주에 대한 추억담을 하나 둘 꺼내 놓았는데

마시다보니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했더라는 추억담이 공통점이었습니다.

홍주는 40도가 넘는데도 마실 때 부드럽게 넘어가다보니

'마시다보면 어느새 취해 있더라'는 특장점이 있습니다.

한 교장! 맛났습니다.앞으로도 가끔 부탁합니다.

든든한 포만의 점심이 끝나고 서울대 쪽으로 하산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역시 어림없는 소리! 먹었으니 내려가자!

가장 짧은 코스인 과천으로 코스를 잡기로 하고 연주암 뒤 계곡이 아닌

능선코스로 내려갔는데 좋은 코스였습니다.

 

하산 중에 즐겁고도(?) 가벼운 사건이 발생,

사랑의 전도사 조문형 산우의 '비아그라'사건이었는데 20알을 주면서

중국산이라며 분배를 부탁했고 유난히 욕심을 낸 산우와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는데

그 산우도 저처럼 심장병과 혈압이 높아 약을 먹고 있다면 무용지물로 알고 있는데

그 산우가 욕심을 낸 연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연유가 합당하면 제 것을 드리죠.

처음 복용의 양은 작은 mg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욕심은 금물입니다.

나 원장이 저를 보고 심장약과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비아그라를 먹으면

큰일 난다고 펄쩍 뛰던데 까짓 것 복상사처럼 행복한 죽음이 어디 있겠소.

먹고 죽은 귀신은 혈색도 좋다던데...즐거운 일도 별로 없는데

즐거운 놀이에 목숨을 걸어 볼까요?

또 한번 웃어 봅니다. 하하하...

조문형 산우는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면 그 여인 자체가 비아그라라고 강변하는데

적극 동감합니다.

마음이 몸을 움직임을 우리는 알지요.

 

무사히 하산하여 과천 그레이스호텔 옆의 맛있는 두부집에서 나 원장의 푸짐한

신고식 덕분에 많이도 즐거웠습니다.

고교시절 도움쇠의 옆집에 살았는데 제 큰 누님이 붙여준 별명이 '국제미남'이었습니다.

그 누님이 사위 삼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깨끗한 외모 만큼이나 마음도 깨끗한 친구입니다.

기세환 산우의 행복론도 반추해 봅니다.

'첫째, 건강. 둘째, 좋은 처. 셋째, 적당한 재물. 넷째, 마음을 열 수 있는 친구.

다섯째,고상하고 즐거운 취미.' 를 꼽았는데 같은 마음입니다.

최용식 교수의 저서도 3월 18일에 두 권이나 발간된다니 관심을 가져봅시다.

 

이번 산행은 오대산 국립공원내에 있는 오대산의 지봉(枝峰) 노인봉입니다.

노인봉(老人峰)이라 자연석에 새겨진 해서체가 그리도 힘차다니 획인해 봐야지요.

산의 정상에 기묘하게 생긴 흰 화강암의 바위봉이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처럼 보인다 하여 노인봉이라 붙여졌다 합니다.

지금은 눈이 쌓여 있겠지만 우리의 산행일 20일에는 어느 정도 눈이 녹아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세상엔 작은 것들이 많은데 그 작은 것들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봄엔 더욱 그렇습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 앙증맞게 솟아나는 꽃봉오리와 물방울들

그리고 작은 돌멩이와 씨앗...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봄을 또한 이 큰 세상을 이루지 않던가요.

군데군데 남아있는 산 속의 눈길에서 그런 것들을 만난다면 자연과 생명의 신비에

다시 한번 더 감탄하는 감동을 맛볼 수 있겠지요.

마음이 앞서서 즐거운 눈길 산행을 오릅니다.

 

3월 21일부터 5월 13일까지는 입산 금지기간이라 산행을 할 수 없으며

봄철 산행은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는 산불방지 목적으로 산행을 규제하는 곳이

많으므로 미리 연락해 보고 가야합니다.

특히 강원도와 충북은 입산이 금지되는 산이 많습니다.

소재지 시.군 산림과나 공원관리소에 문의해야 함을 유념해야 합니다.

들머리(입산길)는 진고개로 잡았는데 해발고도가 980m라 정상 까지 오르는

높이는 358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산행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날머리(하산길)를 청학동 소금강으로 잡기도 하는데 가을단풍을 즐기고자 한다면

그쪽으로 잡아도 되지만 아무리 절경이라 하더라도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진고개를 넘어 주문진 쪽으로 더 내려가면 소금강 입구가 나오는데

주차장에서 만물상 까지만 가도 충분합니다.

주차장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청학천을 올라 가다보면 臺, 沼, 潭, 瀑, 谷, 相이 많이 나오는데 가을에는 절경입니다.

이경식 산우는 우리의 산 중 아름답지 않은 가을산이 어디 있냐고 했는데

동감입니다.

아름답지 않은 산은 한국의 산이 아니며 가을 산은 더욱 그러하지요.

 

산행이 끝나고 가는 기사문리항은 주문진에서 속초 쪽으로 가는 도중에 만날 수 있는

자그마한 어항 중의 하나인데 삼팔휴게소와 인접해 있고 사철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는데 동해안의 수온과 풍량, 파도에 따라 어종이 다양합니다.

지구 온난화 엘리뇨에 따른 수온상승으로 복어, 흑돔, 오징어, 명태등이 북상해

점점 귀해진다는 횟집주인의 푸념도 있으나 그날의 운세에 맡겨 봅시다.

어김없이 맛있는 어종이 준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동해안 어부들은 하나, 복어의 정집(오니). 둘, 전복의 내장. 셋,성게의 알. 순서로

정력제의 순서를 매기던데 기대해 봅시다.

어느 시인은 '기대는 가져지기도 하지만 버려지기도 한다' 했으나 기대하는 동안의

설렘과 설렘의 즐거움이야 버릴 수 없는 거지요.

 

유엔은 2002년을 '세계 산의 해'로 정했는데 그해 10월 산림청은 산을 지키고

가꾸는 국민정신을 드높이며 건전한 산행문화를 진흥하기 위해

10월 18일을'산의 날'로 정했고 나아가 산림자원의 보호와 국민의 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전국 '100대 명산'을 발표했습니다. 학계, 산악계, 언론계 등

1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추천받은

150개 산과 산악회 및 산악 전문지가 추천하는 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선호도가 높은 산을 대상으로 산의 역사, 문화성, 접근성, 선호도, 규모,

생태계 특성 등 5개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해 선정했습니다.

분량이 많아 다른 메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도움쇠는 그 중 78개 산에 접근해 보았고 산우들과 100대 명산을 등정해보는

것이 희망이 되었습니다.

희망이 버려지지 않고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산우들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11회 산행부터는 5회 단위로 산행지를 미리 정하겠습니다.

매월 첫째 일요일과 셋째 일요일이 산행일이며

다섯째 일요일이 있는 달엔 미리 상의하여 1박 2일 산행을 계획하겠습니다.

 

11회 강릉 오대산 노인봉

12회 북한산 (북한산성-위문-백운대-우이동)

13회 도봉산 (망월사-자운봉-도봉매표소)

14회 안양 수리산

15회 소백산 철쭉제 산행과 속리산(시어동-문장대-천황봉-장각동)중 택일

 

소백산 철쭉제 산행은 박형채 산우의 추천이 있었으나 그 기간 동안의 산행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행이 아니라 고행입니다.

철쭉이 동시에 피는 것도 아니고 기슭, 중턱, 정상에서 피는 시기가 달라

3주에 걸쳐 피기 때문에 정상인 비로봉과 연화봉 코스에서 피는 시기를

택하고 주말은 고행길이므로 주중을 택해야 철쭉의 산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10여년 전 제천에서 아파트를 지을 때 일요일에 가봤는데 밀리는 관광버스 때문에

비로사까지도 못 가고 입구에서 막걸리만 축내고 되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주중에 가면 한가하고 맑은 날 연화봉 부근의 철쭉이 활짝 피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속리산 코스는 한양기 산우가 추천한 코스로 최근에 정상인 천황봉이

개방되었습니다. 계절에 관계 없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코스입니다.

가다가 내려오고 싶으면 신선대에서 경업대로 내려오면 좋은 계곡도 있는데

저의 '추계'라는 호도 그 계곡의 가을 정취에 반해 있던 차에 임용복 산우가

해인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도중 지어줬습니다.

14회 산행 때 산우들과 상의하여 결정짓겠습니다.

 

이번에 동행할 시는 박형준 님의 '빛의 소묘'로 하고 싶습니다.

현재의 답답하고 아득한 내 마음과 비슷하여 선정했습니다.

정작 '빛의 소묘'안에는 '빛'이 없습니다. 한 차례 등장할 뿐입니다.

삶은 끊임없는 순간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순간들이 빛이고 빛의 파장은 광속인데 인간은 겨우 1초에 24장의 잔영만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조그마한 허무하고 덧없는 존재이랍니다.

시는 읽고 잊으십시오.

그 시를 완전히 이해하려고 하지도 말고,머리에 담아두지도 마십시오.

시를 지은 시인 자신도 그 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 합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꺼내서 쓸 수도 있는 것이 詩입니다.

 

빛의 소묘 / 박형준

 

누가

발자국 속에서

울고 있는가

물 위에

가볍게 뜬

소금쟁이가

만드는

파문 같은

 

누가

하늘과 거의 뒤 섞인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가

편안하게 등을 굽힌 채

빛이 거룻배처럼 삭아버린

모습을 보고 있는가,

 

누가

고통의 미묘한

발자국 속에서

울다 가는가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과 경합했으나

이 시는 다음에 동행하겠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시산회 등산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