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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2회 산행입니다)

북한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2회 산행입니다)

산 : 북한산

코스 : 북한산성매표소-구국기원정사-위문-백운대-위문-깔닥고개-도선사주차장

일시 : 2005년 4월 3일 (일) 9시

모이는 장소 : 전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

준비물 :중식, 정상주, 아이젠

연락 :한양기(017-729-3457)

 

매화꽃이 흐드러지면 봄이 눕는다는데 남쪽의 꽃소식은 반백의

우리들까지 설레이게 합니다.산수유,벚나무,유채들도 곧 꽃소식을 전해오겠지요.

노인봉은 도움쇠가 추천한 산이고 먹거리를 겸한 산행이었습니다.

일요일 새벽 서울의 날씨는 봄이었고 도움쇠가 지하에서 헤매다가 약간 늦어

7시 10분 새벽의 찬 공기를 가르며 오대산으로 힘차게 발진.

산우들이 싸온 떡과 딸기로 간단하게 차안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는데

아침을 먹고온 산우들은 딸기가 후식이었겠죠. 맑은 하늘은 그날의 산행이

즐거울 거라는 예고였고 한양기산우의 입담에 즐거운 웃음.

횡성을 지나면서 간혹 응달의 눈을 볼 수 있었으나 진부로 빠지면서

때 늦은 설경이 펼쳐지고 들머리인 진고개에 도착하니 벌써 관광버스가

한 대, 안내도를 보면서 이경식 산우가 오대산의 정상인 비로봉을 오른 적이 없어

오르고싶다 했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꼭 같이 오릅시다. 겨울에 비로봉을 오를 때는

비닐로 만든 비료푸대를 가지고 오르면 내려올 때 신나는 오궁썰매가 됩니다.

곧바로 산행은 시작되었고 5분 후 고냉지 채소밭에 이르니

바람이 거세 걷기가 힘들 정도였는데 그곳은 여름에도 항상 바람이 불고

추워서 고냉지 채소가 잘 된답니다. 봉우리와 봉우리사이의 움푹 들어간

부분은 말(馬)의 안장과 비슷하여 안부(鞍部)라 하는데 항상 골바람이 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춥습니다. 그 지역은 노인봉과 동대산의 안부에

해당돼서 사철 바람이 붑니다.

 

나 원장이 앞장 서서 걸었고 산다람쥐였는데 대학시절 무등산 새인봉을

단 둘이서 올랐던 생각이 났습니다.

눈쌓인 길을 따라 오르는 눈길 산행은 눈까지 내려주면 금상첨화이겠으나 3월의

밝은 햇살도 좋았고 부드러운 비알길이 계속되다가 드디어 정상석이 해서체로

멋드러지게 쓰인 노인봉정상에 안착하여 멋있는 사진 한 컷.

박형채 산우의 마나님이 맛나게 싸주신 찰밥과 김, 막걸리, 한 교장의

떡으로 간단히 요기만 면했는데 나 원장은 평생 이렇게 맛있는

찰밥은 처음이라고 했으니 앞으로 나 원장도 싸올런지 기대해봅시다.

김에 찰밥은 찰떡궁합이죠. 순탄하게 하산하여 기사문리항으로 출발.

동해바다를 끼고 달리다보면 송창식의 '고래사냥'이 절로 나오기도 하죠.

유신치하의 암울했던 대학시절, 술 한 잔 들어가면 언젠가는 '우리들의

시대'가 온다고 밤기차를 타고 고래잡으러 동해바다로 떠나자고 했던

울분이 생각납니다.

 

문어, 도다리 세꼬시, 숭어사촌 밀치, 놀래미를 안주로 소주와 맥주 한 잔씩.

떡마름철인데도 통통한 그 고기는 못먹고 비싼 세꼬시만 먹었는데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큽디다. 밀복이나 흑돔은 구경도 못하고 밀치는 숭어만도 못하고

떡마름의 부드러운 매운탕맛도 못보고 도움쇠의 체면은 땅밑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차라리 우동으로 요기하고 서울의 홍어집으로 왔으면 하는 후회가 있습니다만

또 기회가 오겠지요. 언젠가는 이루워질 정상에서의 삼합과 홍탁도 기대해 봅시다.

식사 전에 술 한 잔씩 따르고 이원무 산우가 나즈막이 박형준 님의 '빛의 소묘'를

낭송하였는데 그시는 난해해서인지 설명해달라는 산우가 있었으나

정확한 설명은 시인도 못한다는데 제가 감히 어찌 설명을 하겠습니까! 듣고 느끼고

잊으십시요. 많이 듣고 읽다보면 언젠가 꺼내서 만질 수도 있습니다. 소의

되새김질 같은 것입니다.

 

이번 산행은 위윤환 산우가 추천한 코스입니다. 지하철역에서 산성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하며, 택시를 타고 평일에 가면 구국기원정사 밑

성내 주차장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으나 일요일은 불가능하고 밑에서 부터

걸어가야합니다. 거기까지는 시멘트포장길로 약간 지루한데 지루함을 피하고자

한다면 길가에 주막도 많고 가져온 막걸리로 입산주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락산 산행 때 내리는 눈과 함께 마시던 입산주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때 맛났지요.

임용복 산우의 비봉-사모바위코스 산행 때 먹었던 돼지구이와 입산주는 더 좋았지요.

계곡산행으로서 왼쪽으로 원효봉과 염초봉의 위용을 볼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의상봉과 노적봉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좋은 코스입니다. 웅장한 암봉들이죠.

양쪽의 웅장한 암봉들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지루하지 않은 코스입니다.

위문에 들어서면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이 삼각을 이루고 높이 솟아있는데

그래서 옛날에는 삼각산이라 불렀습니다. 상황을 봐서 백운대를

오르겠지만 된비알에다 편도 1차선이라 일요일은 체증이 심함을 감안해야 합니다.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을 해도 좋고 백운산장에서 잔치국수나 컵라면도

팔지만 우물의 물맛이 좋으니 한 잔씩 합시다. 도선사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쉬운 길이나 우리가 넘는 고개는 하루재이고 깔닥고개는 오른쪽 위쪽이며

아직 휴식년제를 적용하고 있는 산행금지구역입니다.

하루재까지는 북향으로 응달이니 아이젠을 꼭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산행에 동반할 시조입니다. 11회 산행 때 예고했던 시는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시절은 쑥 캐는 철이고 중앙시조 백일장에서 장원한 시조인데 작자는 제주의

중,고선생이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 4.3 역사기행을 따라나섰다가 착상을

얻었다는데 4.3 사건은 제주민 모두에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응어리일 겁니다.

작자는 자유시와 시조의 차이를 "자유시가 알갱이 없는 '쌕쌕이 주스'라면 시조는

알갱이 톡톡 씹히는 '알알이 주스'입니다. 무언가 톡 하고 걸리는 맛, 그게 시조의

맛이겠지요"라 했는데 시조는 운율을 중시하고 시조가 자유시보다는 쓰기가

더 쉽다하는데 우리들이야 둘 다 어렵지요.

 

쑥 -- 秋綠 고춘옥--

1.

근처에서 누근가 북을 치나 보다

사월의 동구 밖까지 둥글게 메아리치는

다랑쉬 불길 일던 곳

파랗게 일렁인다

 

2.

우리들의 노래는 어디까지 닿는 걸까

잿더미를 헤집는 따뜻한 손길 속에

다시 핀 풋 웃음들이

돌 틈마다 소복하다

 

3.

벗아,어서 오라 새벽바람 타고서

쑥물의 들을 지나 먼동 트는 바다로

둥둥둥 수평선 넘어

붉은 해로 떠오르라

 

*다랑쉬 : 제주 4.3사건당시 주민들이 소개되었던 마을

 

 

시산회 등산 도움쇠 金 定 南 올림

 

*이번 산행기는 개인적으로 복잡한 일이 많아 시간적,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늦어졌습니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명산도 보냅니다. 산행 때 추천해주십시요.

최용식 산우의 신간 '대한민국 생존의 속도'가 나왔습니다.

가능하면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꼭 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