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3회 산행입니다)
산 : 검단산(하남시. 650미터)
코스 : 산곡초등학교-약수터-정자휴게소-정상(1시간 20분)-창우동(1시간 30분)
일시 : 2005년 4월 17일 9시 30분(우천불구)
모이는 장소 : 전철 2호선 강변역 4번 출구
준비물 : 중식. 홍어. 묵은 김치. 돼지고기. 막걸리 1병씩(막걸리는 개인지참요망)
연락 : 한양기(017-729-3457)
올해도 어김없이 식목의 계절이 오고 산불의 계절도 오고
모든 것은 오기도 하지만 가기도 하지요.
나무를 심으며
나는 때때로 '나무'같은 존재가 그립다.
꼼짝없이 한 자리에 뿌리를 박고 서서 세상으로 떠난
친구가 지쳐서 돌아올 때를 기다리는 그런 나무 같은 친구.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고 내가 달려갔을 때
조금씩 흔드려 주는 나무, 뙤약볕 내리는 여름날
제 몸에 있는 그늘이나마 잠시 허락해 주는 나무.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을 책갈피처럼
마음의 한자락에 꽂아 두게 하는
그런 친구가 그리운 것이다.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지요.
오늘도 그런 친구를 그리며, 화창한 봄볕에
나무 한 그루를 심습니다.
2005년 4월 3일.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아침, 일어나보니 7시45분, 9시 약속인데 큰일 났죠.
식사도 샤워도 약식으로 하고 구파발로 출발했으나 10분 지각, 또 한번 회장의
체면을 구기고 그 사이 새로운 규율반장이 탄생하고 앞으로 1분이라도
늦으면 오천원 벌금의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졌는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 그 주역이 나 원장입니다. 잘못하면 이름뿐인 회장 자리를 내놓아라할
친구이니 슬그머니 겁(?)이 납니다. 장기집권의 의사는 없으니 누구라도
약간의 봉사와 희생의 준비가 되어 있으면 넘겨드리겠습니다. 제법 내리는 봄비에도
산행 여부를 묻는 전화가 없는 것을 보니 시산회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졌습니다. 남 주는 것도 아니고 더욱 열심히 다닙시다.
비가 내려 산객들이 없어 버스 타기도 편했고 산성매표소부터 운행하는 셔틀버스도
쉽게 타고서 기원정사 밑에서 하차하니 15분은 절약하고 걷기 싫은 시멘트포장길도
피하고 어쨌든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기분좋은 출발. 왼쪽의 웅장한 원효봉과
염초봉을 끼고서 뽀족한 의상봉을 바라보면서 오르다보니 지루하지는 않으나
간밤의 술 탓인지 슬슬 목이 마려워 오고 앞쪽으로 노적봉이 보이는 곳에서
맛난 딸기에 방울토마토로 입가심도 하고 오른쪽으로 노적봉을
지나칠 무렵 역시 낙지안주에 막걸리타임. 시원하게 한 잔씩 목을 추기고 오르니
목적지인 위문에 도착하였는데 11시 20분. 평소의 일요일에는 올라갈 엄두도 낼 수 없는
왕복 1차선의 백운대 코스가 비어 있는게 아닌가! 그곳에서 오르자는 팀과 내려가서
점심 먹자는 팀이 갈라졌으나 나 원장과 한 총무가 초행인 듯하고 점심을 먹기에는
너무 이르니 올라가는 쪽으로 유도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고서 오르기 시작한 뒤
15분만에 드디어 정상에 올라 단체사진 한 컷. 개인사진도 한 컷씩.
나 원장은 매우 즐거운 표정이었고 서울의 산 중에서 가장 높다는 백운대에
올랐다는 설명에 더욱 감개무량! 아침에 비가 오지 않았다면 교통체증때문에
오르고 내리는 시간이 1시간 이상이 걸리는 코스인데 행운이었습니다.
백운산장 위 양지바른 너른 공터에 자리를 잡고 즐거운 점심시간!
메뉴는 더욱 풍성해지고 기세환 산우가 포도주를 가져왔는데
그날의 백미였습니다. 우아하고 폼나게 포도주를 한 잔씩 하고 백운산장에서
샘물도 한 잔씩하고 언제봐도 미끈하게 잘 생긴 인수봉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씩.
깔닥고개를 옆으로 지나 하루재를 넘어, 도선사주차장을 거쳐서 우이동으로 내려오는데 참새와 방앗간이란
단어가 생각이 날 무렵, 앞으로 모일 벌금으로 미리 막걸리를 한 잔씩하자고
나 원장이 제안하고 모두가 찬성하여 손두부집으로 가서 즐거운 뒤풀이를 하였는데
줌마들에게 안주와 막걸리도 얻어 마셨는데 술 중에 가장 맛있는 술은 공짜술.
2차 뒤풀이를 한 사람들은 이번 산행 때 이실직고할 각오를 하고 오십시요.
이번에 갈 검단산은 위윤환 산우가 추천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두물머리(兩水里)
뒤로 용문산이 솟아있고 위윤환 산우가 예찬하는 예봉산과 임용복 수석이 좋아하는
水鐘寺로 유명한 운길산도 보이고 흐린 날의 팔당댐 밑의 물은 아름다운 비취색으로
비쳐보이는데 춘천의 삼악산에서 내려다보는 의암댐 밑의 물빛도 맑은 날은
탁한 물빛이지만 흐린 날은 비취색으로 비쳐보이는 이유는 빛의 난반사 혹은
굴절때문일 것입니다. 가을에 설악산 백담사 계곡길을 걷다보면 볼 수 있는
깊은 계곡의 물빛도 황홀한 비취색이죠. 동쪽은 툭 터져있어 아름다운 해돋이를
볼 수 있지만 산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는 정초에 설악산 대청봉에서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독하지만 향긋한 위스키를 마시면서 동해의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맞이하는 해돋이가 으뜸일 것입니다.
도움쇠는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산곡초등학교에서 팔당까지 간 적이 있는데
정자휴게소까지의 된비알길의 끝에서 맛보는 약수의 맛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맛은 아닙니다. 하남시 산림과에 문의한 바 봄철에는 소나무가 많이
우거져있어 팔당까지의 하산코스는 출입금지구역이고 호국사, 유길준묘코스만
갈 수 있다는데 어려운 코스가 아니니 동부인도 좋겠지요. 다만 팔당까지는 출입이
안 되어 팔당의 아름다운 비취색은 보기가 힘들 것입니다.
이번 산행에는 홍어, 돼지고기, 묵은 김치, 막걸리를 준비하기로 했으니
정상에서의 삼합과 홍탁을 마음것 즐겨봅시다. 준비하기로 하신 분들은
잊지 마소서. 혹시 막걸리가 부족할 수 있으니 1인 1병씩 준비하십시요.
이번 산행의 동반시는 김춘수 님의 <꽃>입니다.이 시는 '시인들이 좋아하는 애송시'
중에서도 첫 손을 꼽는 시입니다. 한때는 청소년들의 애송시 1번이기도 했고
이 시에 대한 설명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며 연가로 해석되기도 하나
자기존재인식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만 사랑의 개념이나 의미에 정답이 없듯이
시에 대한 해석도 나름대로의 해석일 뿐 정답은 없는 듯합니다.
시는 읽고 잊어도 좋지만 이 시만큼은 애송해보십시요. 언제 읽어도 좋은
명시 중의 명시입니다.
산을 오를 때 시를 외우며 가노라면 가슴에 담겨지는 아름다움으로
힘든 것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우리네 고향인 남도에서 올라오는 벛나무, 매화, 진달래, 산수유, 백목련, 영산홍 등의
꽃소식과 함께 음미하며 즐겨봅시다.
꽃 --김 춘 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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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허무로부터 존재를 이끌어 내줄 수 있는 본질을 규정하는 것.
*무엇 : 본질에 맞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어떠한 존재를 지시.
*눈짓 : '꽃', '사랑' 등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친 시어로 존재의 본질을 뜻한다
시산회 등산 도움쇠 金 定 南 올림
*100대 명산을 메일로 보냈는데 안 보신 산우들이 있는데 꼭 보시고
가고 싶은 산이 있으면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