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수술 전후 / 도봉별곡
오른쪽 어깨를 움직이지 못할 만큼 아파 병원 순례 끝 마주친 의사 왈 MRI검사 결과 회전근개 파열입니다 모니터를 보며 근육의 색깔이 하얗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오십견 석회화건염 등은 물리치료 가능하나 선생님의 상태는 회전근 90%가 끊어졌고 10%만 붙어있어 수술요법 아니면 현재의 고통을 덜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확신에 찬 단호한 어조에 장사치 냄새 물씬 재수 옴 붙었네 좁은 어깨 하나 수술에 그것도 내시경으로 세 구멍 통해 수술하는데 비용은 내버려 두고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고 글쎄 젊었을 적 야구와 테니스를 즐긴 어깨가 무슨 죄야 나이 들어 어깨 혹사한 적 없는데 남의 어깨 MRI 사진 들이대고 내 것인 양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국립대병원 아니면 대체로 수술을 권한다니 의심 많아진 세상 믿어야 하나 미세수술이라 시간이 오래 걸려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니 수술비를 많이 받으려는 작전은 아닐까 의심은 꼬리를 물고 꼬리는 길 없는 의심처럼 끝없이 간다 더 생각해보겠다며 돌아서는 내게 어르신 연세가 있으셔서 할인해드릴 테니 잘 생각해보시란다 극존칭 말투다 병원도 할인이 되네 역시 나이 먹는 것은 나쁘지 않아 버릴 것만 남아 좋고 머리까지 하얘지니 전철은 거의 앉아서 가고 점심 한 끼쯤 물로 배 채우고 건너뛰어도 참을 수 있어 좋다 내시경으로 수술하니 거의 아프지 않고 흔적 남지 않고 회복이 빠르다는 말로 오금 박는다 그 의사 결기 있어 좋다 하기는 이 정도 큰 병원을 유지하려면 수술을 많이 해야겠지 마침 큰딸 회사는 본인과 부모 입원수술비 95%를 지원해준다니 전신마취라는 게 묘하게 사람 겁먹게 만드니 머리 풀린 연기처럼 겁은 하늘을 날아다닌다 에이 깨어나지 않으면 죽고 말아야지 고소공포증 있어 비행기를 타는 것만큼 겁이 덜컹 통증과 후유증이 겁나는 게 아니라 세상 물정 모르는 아내는 어떻게 살아갈까 제 짝을 찾아주지 못한 두 딸은 어떻게 하나 온통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마침내 수술대 위에서 순식간에 마취를 당하고 천만다행 깨어난 순간 참기 어려운 통증을 느끼고는 건설업 30년 세월 보냈으나 비교적 언어를 순화하여 사용하는 습관이 붙은 나도 모르게 사기꾼 나쁜 놈 개새끼 거짓말쟁이 등 건설업 시절의 육두문자가 거침없이 터져 나온다 꿈인가 생시인가 어깨를 쇠몽둥이로 맞으면 이렇게 아플까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네 진통제도 소용없이 밤새 앓다가 아내의 흔적 없는 걱정처럼 깨어난 아침 내가 겁쟁이 의심쟁이 맞소 고마운 의사 선생!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