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왕송호수에 산책갑니다.(詩山會 제391회 산행)
일시 : 2020. 8. 8.(토) 11 : 00
집합 : 의왕역 1번 출구
준비 : 성인음료 및 안주
1.시가 있는 산행
물별*을 따라서 / 전성호-
오대산 계곡
물은 물별로 태어난다
햇빛을 받고 물속에서 부는 바람
나는 세상 바람개비로 나와
물살에 소금쟁이처럼 휘돌다
바람으로 사라지는 날개
언제부터
뿔뿔이 흩어져 이곳에 와 있는가
저 물별을 데리고 가는 바람 바라보면
나도 물별로 태어나고 싶다
잃어버린 시간 기억하지 않는
물별같이 제 그림자를 동반하고
나는 아이들 같은 물별을 따라간다
*물별 : 흐르는 계곡물이 웅덩이니 모서리에 부딪혀 휘돌아나갈 때
수면에 생기는 볼우물 같은 별 모양의 물무늬.
햇빛이 비칠 때 물별은 하상(河床)에 자신의 원형 그림자를 데리고 흘러간다.
2.산행기
시산회 390회 봉산.앵봉산 산행기"<2020.7.26(일)>/ 염재홍
▣ 월일/집결장소 : 2020. 07.26(일) 10시 30분 / 증산역 3번 출구
▣ 참석자 : 17명 ( 기세환. 김종화. 김진오.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이윤상. 이재웅. 임용복. 전작. 정한. 정해황. 조문형. 최근호. 한양기. 한천옥. 홍황표)
▣ 산행코스 : 증산역 3번 출구-증산동 골목-반홍산 우물터-팥배나무군락지- 은평둘레길 -봉산 편백나무 조림지-헬기장- 봉산정.봉산공원.봉수대 - 사거리 정자 - 수국사 옆 - 구산역 - 은하식당
▣ 동반시 : 바람 부는 들녘에 와서 보면 / 한기팔
▣ 뒤풀이 : 소머리 수육, 병어회 등. 맥주•소주, 막걸리 / "은하식당"(불광동 먹자골목)
요즘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지만 오늘은 화창하다. 비가 온 뒤끝이라 더욱 맑고 가시거리도 멀다. 그렇지만 햇볕은 따갑다.
오늘 등산 코스는 봉산 • 앵봉산이다
봉산은 높이 약 209m의 구릉성 산이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구산동과 경기도 고양시 경계에 있는 산이다. 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봉산(烽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앵봉산(鶯峰山)은 서울특별시 은평구 갈현동과 경기도 고양시 사이에 있는 해발 235.1m의 산으로 봉산 북쪽에 있고 북측으로 내려가면 바로 구파발역과 연결된다. 산 밑에 서오릉이 있다
두 산 사이에는 은평구 갈현동에서 고양구 서오릉으로 넘어가는 넓은 길이 양 쪽을 갈라놓았으나 최근에 은평구에서 녹지연결로를 건설하여 동물이나 사람이 바로 양쪽 산을 오갈 수 있게 하였다.
16명이 착실하게 정시 이전에 도착하여 10시30분 증산역 3번 출구에서 출발, 증산동 골목길을 살펴가며 올라갔다. 등산로 입구를 찾지 못하여 헤매고 있는 중 한 친구가 뒤늦게 연락이 와 같이 합류하여(아마 참석 알림에 소통의 착오가 있었던 듯) 17명이 완전체가 되어 동네 아낙이 알려 준 좁은 골목길을 더듬어 별로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는 진입로라고 보기 어려운 입구를 찾아 올라가니 옛날 우물터가 나온다. 오래되어 퇴색한 안내판에 반홍산 우물터라고 적혀 있다. 말이 우물터이지 물의 흔적이 없어 안내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벌써 먹거리가 나온다. 날씨가 더우니 빨리 등짐을 덜어야 한다나?
홍 총장의 지휘 아래 준비 운동을 하였다. 예전에 하지 않던 준비 운동을 하는 걸 보니 홍 총장이 무릎이 안 좋아 산행을 쉬고 있던 그 때 아마도 필요성을 느꼈나 보다.
오늘의 산행길은 봉산•앵봉산이라고 하였으나 사실은 두 산이 연결된 능선길을 가는 것이고 이 능선은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의 경계이며 나지막한 동네 뒷산으로 주변 주민들이 애용하는 산책길이었다.
옛적에는 산림관리를 위한 조그만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었는데 지금은 계단이 많이 생기고 나무가 우거져 전형적인 산책길이다. 옛날에는 이 산에도 약수터가 많아 물이 많이 흘러 조그만 아이들이 목욕도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흔적을 찾아 볼 수도 없고 약수터도 물이 말랐다. 밑으로 봉산터널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강수량 부족으로 물이 마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여기 신사동에서 거주할 때 가족끼리 자주 올라왔었던 기억이 새롭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조금 올라가니 정자가 있다. 조금 쉬는 동안 또 먹거리가 나온다, 코스도 짧으니 쉬엄쉬엄 가자는 의도인가 보다.
오른쪽으로 팥배나무 군락지가 나오고 은평구를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곳을 지나 기존의 나무들을 제거하고 편백나무를 식재한 편백나무 동산을 지나 일명 헬기장이라 불리는 정자에 앉으니 또 간식 타임이다. 오늘은 먹어가며 쉬어가며 산책하는 기분이나 코스는 계단과 오르막길로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나 여기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대벌레가 너무 많다. 동네사람들이 일일이 쓸면서 잡고 있다. 다른 곤충이나 나무들에게 해가 있을까봐 약품 살포를 못하니 박멸할 방법이 없단다. 북한산과 도봉산에 있던 매미나방 애벌레를 볼 때처럼 섬뜩하다. 지구의 온난화로 이런 경우가 많다하니 결국은 인간의 책임 아닌가? 빨리 적당한 방제 방법이 연구 개발되어야할 것이다.
둘레길이고 산책길이라 하였는데 계단이 너무 많고 오르락내리락 굴곡이 있어 힘들다 보니 불만들이 속출한다. 하지만 길지 않으니 금방 봉산 꼭대기에 도달하였다.
봉산 정상은 군 부대였으나 군이 철수하고 지자체에서 개발하여 공원을 만들고 정자를 짓고 봉수대를 복원하여 지금의 주민 휴식처가 되었다.
여기서 오늘의 인증사진 촬영을 하고 대벌레 썩는 냄새에 쫓겨 바로 내려가 운동기구들이 설치된 정자에서 가져온 막걸리와 음식을 없애고 오늘의 동반시를 낭독하였다. 형채가 추천하고 오늘의 기자인 내가 읊는다.
바람 부는 들녘에 와서 보면 / 한기팔
내 이제
지팡이 하나로 곧게 서서
먼 들판을 걸어가리라.
우리가 태어나고 죽고
슬퍼한 일이
바람 부는 들녘에 와서 보면
참으로 사소한 일...
산다는 것이 이리도 안타까운 것이냐.
땅끝에 길게
그림자처럼 서 있다가
이 세상 어두운 곳으로
떠나는 사람
나부끼는
나부끼는 그대 옷자락
한기팔 시인은 1937년 제주도 서귀포 출신으로 1937년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나 1975년 [심상] 1월호에 「원경」 「꽃」 「노을」 등이 박목월 시인 추천으로 신인상에 당선하여 등단하였으며 제주도문화상, 서귀포시민상, 제주문학상, 문학아카데미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을 수상했고 시집으로 『서귀포』 『불을 지피며』 『마라도』 『풀잎 소리 서러운 날』 『바람의 초상肖像』 『말과 침묵 사이』 『별의 방목』 『순비기꽃』 등이 있고, 시선집 『그 바다 숨비소리』가 있다고 한다. 제법 많은 시를 썼으니 제주도에는 시제가 될 만한 소재가 많은 것 같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녹지연결로를 넘어서 앵봉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여기서 하산하자고 한다. 아쉬운 마음이나 날씨도 덥고 코스도 만만하지 않았으니 그럴 것이다.
오늘 가려고 한 앵봉산이 서오릉 뒷산이니 서오릉에 대한 애기가 많이 나와 알아놓으면 약간은 쓸 모가 있을 것 같아 서오릉을 간략히 정리한다.
「고양 서오릉(西五陵)」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사적 제198호로 지정된 곳으로, 조선왕릉 중 동구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조선왕실 가족분묘를 이루고 있다.
세조 3년(1457), 왕세자였던 장(덕종)이 일찍 돌아가시자 풍수지리설에 따라 여러 길지를 물색하여 세자묘로 경릉(敬陵)이 들어서면서부터 8대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의 창릉(昌陵), 19대 숙종의 비 인경왕후의 익릉(翼陵), 19대 숙종과 제1계비 인현왕후·제2계비 인원왕후의 명릉(明陵), 21대 영조의 비 정성왕후의 홍릉(弘陵)이 들어와 서오릉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또한 서오릉에는 왕릉뿐만 아니라 원과 묘도 다수 있는데, 명종의 첫째아들 순회세자의 순창원(順昌園), 영조의 후궁이자 장조의황제(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 이씨의 수경원(綏慶園), 숙종의 후궁인 장희빈(옥산부대빈)의 대빈묘(大嬪墓) 등 총 5능 2원·1묘가 있다. 이상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 홈피 서오릉 소개 인사말에 있는 내용이다.
산 밑에 있는 수국사를 지나 구산역에서 지하철로 이동하여 불광동 은하식당에서 소머리 수육 병어회를 안주 삼아 맥주•소주 막걸리를 적당히 마시고 마침 조문형 총동창회 총장이 미성아파트 상가 지하에 동창회 사무실로 쓰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여 공사 중이니 가서 보자고 하여 모두 그 곳에 들러 상황을 보고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핸드폰의 만보기를 보니 약 18,000보를 걸었다. 더운 날 모두 수고로웠지만 우리 나이에 그 걸음이 보약보다 못할까!
2020.7.27. 염 재 홍
3.오르는 산
산이 아니라 호수이다. 오늘이 내 귀 빠진 날이다. 세종시에 사는 큰딸 부부가 제주도로 휴가를 떠났다가 생일에 맞춰 하루 먼저 서울로 온다니 연기하자는 말을 꺼냈다가 제풀에 꺾여 산행이야기는 입속에서 맴돌다가 그냥 주워 담았다. 음력은 6월 18일인데 음력은 기억하기 어려우니 만세력으로 찾아보니 양력으로 8월 8일이라 쌍팔로 외우기도 쉽다며 10년 전부터 자기들끼리 정해버린다. 이순의 나이 무렵이라 귀가 순해져야 한다며 주장하니 힘없는 노인네가 되어버렸다. 아직은 나이와 금력의 위력으로 누를 수 있으나 지는 달이라고 생각하고 순응해버렸다. 두 사위 들어오고 손녀가 생기니 행사가 많아졌는데 내 의견은 뒷전에 모시고 자기들끼리 정해버리면 나는 순응하는 게 편하다. 내 성정을 닮아 그러니 받는 업보다.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두 편의 추천시가 올라왔는데 모르고 공시했는데, 기세환 산우가 얼른 지적해줬으니 당혹스러우나 두 편의 시를 읽는 즐거움을 누리시라. 제안하건대 하나는 호수 옆에서 술잔 앞에 두고, 하나는 뒤풀이 때 술잔을 들고, 두 산우의 수고를 위해 건배하시라.
8월의 시 / 오세영 (홍황표 추천)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그늘 만들기 / 홍수희(박형채 추천)
8월의 땡볕
아래에 서면
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
애써 이글대는
태양을 보면
홀로 선 내 그림자
너무 작았네
벗이여,
이리 오세요
홀로 선 채
이 세상 슬픔이
지워지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가듯...
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때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아래 쉬어 갑시다
2020. 8. 8.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