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형제봉(詩山會 제98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국민대 옆 북악안내소-형제봉-대성문-문수봉-승가봉-사모바위-삼천사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3시간
일시 : 2008년 11월 30일(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중식, 안주, 과일, 매트, 사진기(하산 후 돼지갈비로 뒤풀이 예정)
연락 : 김종화(010-2406-0332)
블로그 : 사진 blog.daub.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그 많던 꿈이 다 상처가 되었을 게다
여름 겨울 없이 가지를 흔들던 세찬 바람도
밤이면 찾아와 온몸을 간질이던 자디잔 별들도
세월이 가면서 다 상처로 남았을 게다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이
꽃보다도 또 열매보다도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인데
내 몸의 상처들은
왜 이리도 흉하고 추하기만 할까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게 하던
감미로운 눈발이며
밤새 함께 새소리에 젖어 강가를 돌던
애달픈 달빛도 있었고
찬란한 꿈 또한 있었건만
내게도
-신경림(고목을 보며)전문
꿈은 늘 상처로 남는다. 꿈을 이루면 허망하고 못이루면 안타깝기 때문이다.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을 가진 고목처럼, 사람도 세월이 흐르면서 상처가 깊어진다. 생의 황혼녘 설렘도 분노도 희미해진 가운데 찬란했던 꿈이 바스라지는 것을 본다. 덜컹덜컹 흘려보낸 세월의 기억과 그 만큼의 상처만 아련히 펼쳐진다.
그렇다해도 내 몸의 상처가 추하게 보이는 것은 생에 대한 기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증거 아닌가. 누구에게나 삶은 거칠고 힘겹다. 그 힘겨움의 흔적인 상처를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모든 생명은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니까.
-시평(이정환. 언론인)
빛은 합치면 흰색이 된다. 물감은 검은 색이 된다. 천석은 못 했어도 백석은 했으니 백 가지 걱정이 있다. 삶에 미련도 없으나 그 옛날의 영욕은 잊혀지지 않는다. 업 그레이드 아닌 다운 그레이드가 쉽지 않다. 그러니 사람이 겸손해지지 않아 욕을 번다. 산행 중 정해황 산우에게 자주 하는 십팔번 푸념이다.
세월이 하도 어수선하여 모두 힘든 세상이다. 힘듬을 나눈다고 쉽게 가벼워지지 않는 게 나이듬의 슬픔이다. 아직도 우리들의 어깨가 무거운 것은 부양할 가족이 있음의 무게만큼이다. 털고 싶다고 털어지는 게 아님을 알게 되면서 더욱 삶이 힘들다. 그래서 나이들어 친구 여섯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신문에 난 적이 있다고 말하더라. 여섯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일간 친구와 만나고 일요일은 인생의 동반자인 마나님과 함께 지내라는 의미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세상이 각박하니 새삼스럽게 직업을 탓해본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맨 먼저 거론되는 직종이 건설업이다. 연구소 5년, 남대문극장 5층에서 장사 1년을 빼고 건설업을 26년간 경영했다. 내가 지은 아파트는 얼마나 많으며 내가 포장한 도로의 길이는 얼마쯤 될까. 요즈음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98년 외환위기 때와 같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 확실하다. 건설업은 단위가 크니 잘못되면 만회의 여지가 없다. 수십억은 푼돈에 불과하므로 그 정도로는 해결이 되지 않으니 삐끗하면 대책이 없다.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은 조업단축이나 시장다변화, 감원, 감산, 원가절감 등의 방법으로 피해갈 수 있겠지만 건설업은 그 정도의 구조조정으로 어림 없다. 98년 주택사업공제조합의 전체회원사가 1,200개사였는데 850개사가 문을 닫았거나 사주가 바뀌었다. 지금은 체질이 많이 개선되어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많은 수의 건설사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도움쇠의 경우 내분이 일어난데다 경기가 이러니 나오는 게 한숨이다. 앞이 보이지 않아 안개 속 한 모퉁이에 서 있는 느낌이다. 다만 체질을 개선하여 그때와 같지 않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자. 위기는 기회의 다른 얼굴이라지 않는가. 시인의 말처럼 누구나 삶은 거칠고 힘겹지 않는가.
월출산 산행 때 털보산악회를 따라 가보니 관광사업이 괜찮을 것 같다. 금강산과 개성관광이 금지되면 운행하지 않는 관광버스가 줄 것이고 전세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누군가 시작해봄직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초기에 투자할 자금이 필요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으니 좋지 않겠는가. 아아, 주기적으로 오는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 나도 전업하고 싶다.
이 시는 이재웅 산우의 몫으로 남겨두니 알아서 하기 바란다.
시산회 제 97회 “청계산” 산행기(2008.11.16, 맑음 / 최근호)
(참석자) : 13명 (기세환,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박형채,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전 작, 정해황, 최근호)
지난번 북한산 산행때에는 꼭 참석하여 체력도 단련하고, 지친 심신도 풀어볼까 했는데, 금요일 갑자기 교육원에서 월요일(11/3일)에 강의 일정이 잡혔다는 연락이 와서 황당하고 속이 상해 담당자에게 본의 아닌 짜증을 부렸는데 담당자 왈, 강의시간이 5시간이니 월요일이 아니고는 시간 편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담당자의 애로사항은 알겠지만, 일요일 행사가 있을 때는 월요일 5시간은 참 부담스럽다. 특히 일요일 등산을 하고 다음날 강의를 하려면 힘들고 체력에 한계가 오는 것 같아 월요일 강의 일정이 있을 때는 등산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자주 불참하곤 하여 산우들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다.
강의 대상은 학생들도 아니고 건설기술자나 주택관리사를 대상으로 하는데, 사회 경험도 많고 우리와 비슷한 연배가 많아 말 재주가 없는 나로선 뻘소리나 와이담은 할 수도 없고 오로지 전문분야나 경험담(사례) 만을 얘기하다 보니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아 화술이 좋은 기 회장님이나 전임 김 회장님이 부러울 때가 많다. 요즘은 강의 도중에는 긴장을 해서인지 피로감은 조금 덜하지만 끝나고 나면 완전 파김치가 되어 체력에 한계가 오곤 한다. 역시 체력에 문제가 있지않나 생각해 수시로 건강 체크도 해 보고 인라인스케이트 주행으로 하체 단련을 하지만 체력단련에는 등산만큼 좋은 운동은 없는 것 같다.
이번 청계산 산행은 다음날 강의도 없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산행을 할 수 있어서 마음이 가볍다. 부푼 마음으로 일찍이 취침을 하고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는데, TV에서 일본의 명승산 가을 경치가 소개되어 거기에 정신이 팔리다보니 집에서 출발시간이 늦어 할 수 없이 4호선 삼각지 전철역까지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전철을 타고 사당역에 도착하니 위 윤환 산우가 탑승하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환담을 하다보니 과천 대공원역에 도착하였다. 많은 산우들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항상 만나면 반갑고 정겨운 여러 산우들을 보니 마음이 부자가 되는 것만 같다.
09시 05분, 전 작 산우만이 약속 시간보다 약간 늦게 도착, 오늘 참석한 13인의 시산회 산우들은 대공원 1번주차장을 지나 외각 울타리를 끼고 돌면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전날 가랑비가 종일 내린 후 개인 탓인지 하늘은 호수처럼 맑고 신선하여 상큼한 공기, 따스한 햇살 등 등산하기에 좋은 날씨인 것 같다. 청계산은 붉고, 노란 단풍들이 어우러져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등산로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낙엽 밟는 소리와 함께 감촉도 비단이불을 밟는 것처럼 너무나 좋다. 문장력이 뛰어난 김 전회장님이 한 수 읊은 시 한 구절, “시몬 너는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느냐”에 모든 산우들이 한바탕 웃으면서 산행은 계속 되었다. 까까머리 시절 가을만 되면 센치멘탈한 마음으로 한번은 읊조렸을 구르몽의 ‘낙엽’을 말미에 적어 놓겠으니 11월이 가기 전에 ‘고엽’을 틀어놓고 낭송해 보고 까까머리 시절을 회상해 보시길 바라네...
09시 50분, 벤취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김 용우 산우가 준비해 온 농주를 한 잔씩 마시니 한결 원기도 회복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단풍은 막바지이나 가을 정취는 물씬 풍기고 낙엽을 밟으며 산행하니 피로감도 훨씬 덜하고 등산코스가 완만하여 체력에 무리가 없고 걷는데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10시 20분, 작은 매봉(369.3m)에 도착하여 전망대가 설치된 곳에서 관악산 쪽을 바라보니 청명한 날씨인 관계로 과천 시내와 관악산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나의 눈에 띈 것은 관악산 정상까지 화물용 리프트가 설치되어 짐을 운반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왜냐하면 과거 공병장교로 근무시 관악산 정상 군부대 시설공사에 공사장교로 파견되어 공사를 지휘하게 되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정상까지 공사용 자재를 운반하는 일이었다. 공사용 자재는 헬기로 운반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병사들의 인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공사용 자재 운반은 일정량을 오전 1회와 오후 1회로 나누어 병사들에게 개인 도급을 주어 정상까지 운반하게 하고 정상에서 확인을 받아 오면 일과가 끝나는데 체력이 약한 병사들은 운반과정에서 너무도 힘들고 괴로워 해 마음이 아팠다. 지금처럼 화물용 리프트만 설치되어 있었다면 그 고생은 시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0시 50분, 넓은 공터에 도착해 일단 가지고 온 음식물은 여기에서 비우고, 옛골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막걸리를 한 잔씩 들이켰다. 안주로는 김 총장님이 준비한 홍어회와 갓김치, 위 대장이 준비한 골벵이였는데, 맛이 별미였다. 산우들을 위해 맛있는 안주나 간식을 준비해 온 모든 친구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시 낭송도 여기에서 하자는 의견이 있어 오늘 산행기를 담당한 본인이 낭송하게 되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오색단풍이 수북이 쌓인 공터를 무대로 하여 낭송하자니 마음도 확 트인 느낌이다. 우리 시산회의 무대는 세종문화회관 무대보다도 더 운치가 있고 아름답지 않은가? 우리처럼 이렇게 멋진 곳에서 시 낭송하는 시인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내가 지인들에게 우리는 산에 가서 시를 낭송한다고 하니 무척 부러워하며, 멋있는 사나이들이라고 칭찬이 자자 하더군(특히 여자분들이 말일세...ㅎㅎㅎ).
“바람 부는 날” - 김 종 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욱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봄날을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노래로 쓰고 싶다’라는 김종해(67)시인은 부산 출생으로 1963년 자유문학에 시 ‘저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고 한다.
12시 10분, 이수봉에 도착하였는데, 올라오는 도중 흰 도포를 입은 중년남자가 중후한 모습으로 대금을 불면서 대금가요 테이프와 CD를 판매하고 있었다. 시선이 끌려 가까이 가서 대금가락도 듣고 연주자도 만날 수 있었는데, 무형문화재 대금장 이수자로서 수준급이었으며, 우리와 비슷한 연배로 고향이 진도라 하여 더욱 반가웠고 일부 산우가 CD를 구입하기도 하였다다. 여담으로 요즘 오카리나 배우기에 도전하고 있는데, 대금을 부는 흰 도포의 중년남자 만큼은 맛깔스럽게 연주하지는 못하더래도 우리 산우들을 위해서 시 낭송할 때 오카리나연주로 잔잔한 배경음악을 깔아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보시기 바라네.
13시 30분, 이수봉에서 하산 길은 내리막길로 완만하여 부담 없이 걸을 수가 있었고, 산우들과 걸으면서 담소하기 좋은 코스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산우들만 모이면 50대는 어디로 가고 10대의 혈기 왕성함만 남아 있는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말일세...
옛골에 도착하여 청계산 산행시마다 산행후 즐겨찾던 단골 음식점인 ‘옛골산하’에서 점심겸 뒷풀이로 맛있는 훈제오리고기 구이를 먹으면서 정겨운 대화를 나누었고, 차기 시산회 회장도 선출하였는데, 이에대한 정식 공포식은 납회때에 있을 것 같아 본인은 여기서 생략키로 하겠네. 뒷풀이가 끝나고 시간도 이르고, 바로 헤어지는 것이 서운하여 잠시 노래방에 들러서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고, 양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늘 갔던 청계산은 높이 618m로 서쪽에 솟아있는 관악산과 함께 서울의 남쪽을 이루고, 주위에 국사봉(國思峰:540m), 응봉(鷹峰:349m) 등이 있으며, 망경대, 옥녀봉, 청계봉 등 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청룡이 승천했다 하여 ‘청룡산’이라고도 불렸다. 능선은 남북방향으로 뻗어 있으며, 사방이 비교적 완경사이다. 서북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물은 과천저수지로 흘러들며, 기반암은 화강편마암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500m에 달하는 계곡은 맑은 물과 울창한 수림으로 경치가 뛰어나다. 마지막으로 우리 나이에 가장 주의해야 할 건강상식과 구르몽의 시 '낙엽'을 첨언하면서 산행기를 맺는다. 산우들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시길 바라네...
11월 20일 최 근호 씀.
“암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
설탕은 암을 키운다.
설탕 섭취를 줄이십시오.
암은 점액을 먹는데 우유는 인체 특히 위장 내 관에서 점액을 생산하도록 한다.
우유를 줄이고 무가당 두유로 대체하면, 암 세포는 굶어 죽을 것이다.
암 세포는 산성(acid) 환경에서 나타난다. 육식 중심의 식생활은 산성이다.
생선을 먹는 것과 소고기나 돼지고기 보다 약간의 닭고기가 최선이다.
육류는 또한 가축 항생제, 성장 호르몬과 기생충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해로운데, 특히 암 환자에게 해롭다.
피하라! 육류의 단백질은 소화가 어렵고 많은 양의 소화 효소를 필요로 한다.
소화되지 않은 육류는 창자에 남아서 부패되거나 더 많은 독소를 만들게 한다.
80% 신선한 야채와 주스, 잡곡 ,씨, 견과류, 그리고 약간의 과일로 이루어진 식단은 인체가 알칼리성 환경에 놓이도록 도와준다. 약20%는 콩을 포함한 불에 익힌 음식들이다. 녹차는 암과 싸우기 위한 좋은 대용품이다.
독소와 중금속을 피하기 위하여 수돗물이 아닌 정수된 물을 마시는 것이 최선이다. 증류된 물은 산성이다.
암 세포벽은 견고한 단백질로 쌓여 있다.
육류 섭취를 줄이거나 삼가 함으로써 더 많은 효소가 암 세포의 단백질 벽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하여, 인체의 킬러 세포가 암 세포를 파괴하도록 만든다.
암은 마음, 육체, 정신의 질병이다.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정신은 암과 싸우는 사람을 생존자로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분노, 불만, 비난은 인체를 스트레스와 산성의 상태로 만든다. 사랑하고 용서하는 정신을 배워라
암 세포는 유산소(oxygenate) 환경에서는 번성할 수 없다.
매일 운동을 하고 심호흡을 하는 것 위해 적용되는 또 다른 수단이다.
< "낙 엽" / 레미 드 구르몽 >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육사를 졸업하고 건축관련 기술사로 항상 말 없이 조용히 웃는 최 교수는 자신의 말과 글솜씨가 좋지 않다고 겸손해 하지만 들어보지 않아 모르나 글솜씨를 봐서는 명강의임에 틀림 없다. 도움쇠와는 고교시절부터 오랜 막걸리 친구이다. 백운동일까 월산동일까 고2의 가을 약간 흐린 토요일 오후에 수피아여고에서 가까운 그 친구의 집 근처 무덤가에서 한 말짜리 하얀 프라스틱 막걸리를 한 통 받아 마시며 당시 유행하던 '와이프 아웃'이라는 춤곡을 틀어 놓고 놀았던 기억이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눈 앞에 선하다. 그때 같이 놀았던 친구들이 아마 천재근, 문석기, 천기태, 김종민였을 것이다. 문석기의 춤솜씨가 가장 좋았다. 다시 돌아가도 좋을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다음 산행지를 정하면서 내 목소리가 지나치게 컸음을 반성하고 남쪽 산우들이 좋아할 안양 수리산을 김 총장에게 권했으나 코스를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단다. 이경식 산우가 공군장교 복무시절에 근무한 곳이나 나는 안양동에서 내가 지은 아파트 쪽에서 올랐는데 창박골까지만 길이 있고 능선까지 헤맨 적이 있어 자신이 없고 한양기 산우에게 들머리를 알아 달라 했었는데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전언을 들었었다. 결국 수리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가보지 않은 형제봉-보현봉 코스로 정했으며 산행시간이 만만치 않다. 보현봉은 위험하다고 출입을 금지해서 오르지 못 한다. 57회 산행 때 독바위 쪽으로 올라 문수봉을 지나 정릉 쪽으로 내려온 적이 있으나 반대로 간 적이 없기에 김 총장이 이번에는 반대로 가잔다. 들머리의 고도가 북한산 코스 중 도선사 주차장 빼고는 가장 높은 곳이니 어렵지 않으나 문수봉을 넘어가야 하니 코스가 길고 시간이 걸리므로 식사를 산행 중에 해결해야 한다. 오랜만에 먹산회 답게 바리바리 싸오라. 식사 때 깔개의 수가 적어 자리가 불편하니 두 개가 더 필요하다. 내가 두 개를 가져올 테니 하나는 더 있어야겠다.
후임 집행부를 정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기 회장님은 타천은 많으나 모두 사양하고 자천이 없으니 난감해했다. 96회 산행 때는 기 회장님이 참석하지 않아 선출방법 등만 말이 오고 갔다. 이재웅 산우가 제안하기를 "각자 한 명을 적어내고 제일 많이 나오는 사람으로 회장을 뽑되 맡지 않으려면 시산회를 탈퇴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려졌으나 나 원장이나 이경식 산우들처럼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도저히 맡기 어려운 경우는 난감할 것이어서 기발한 생각이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나와 채택이 되지 않았다. 기 회장님과 도움쇠는 여러번 상의를 했으나 초창기 산우들을 중심으로 접촉을 했으나 할 만한 나 원장, 박형채 산우, 위윤환 산우 등이 고사하여 결국 김종화 총장을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설득하여 겨우 반의 승락을 받았다. 추천과정에서 박형채 산우가 이경식 산우를 추천하고 내가 김 총장을 추천하여 추천사와 정견발표 시 이경식 산우가 고사하고 김종화 총장이 겨우 수락하여 선출했으나 추천의 과정 중 나의 발언에 무리가 있어 서운한 점이 있었으면 해서하기 바란다. 두 산우 모두 개인적으로 힘든 사정이 있음을 아니까 더 고맙고 미안하다. 더 어려운 직책인 총장직을 두말 없이 맡아준 이재웅 산우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 앞으로 50회를 잘 맡아주기 바란다.
총장이 회장직을 자동승계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거의 승인한 상황이니 잘 됐다. 김종화 후임 회장은 부인과 교회를 나가야 하는 입장이라 나 원장과 선생인 박형채 산우와 한천옥 산우의 사정을 고려하여 한 번은 일요일, 한 번은 토요일에 산행을 하자는 생각이며, 도움쇠의 재임 시절에 시도했다 오래 가지 못 했으나 그때와는 사정이 달라졌으니 잘 하기 바란다. 나 원장은 골프보다 산을 좋아하나 의사들 골프모임의 총무를 맡아 월2회 참석이 어려울 것이나 나의 권유로 시산회에 가입했기에 일요일에 산에 가고 싶으면 내가 함께 가주면 된다. 산행기와 사진집을 발행해야 할 책임을 느끼는 후임 회장님이 마무리를 잘해주기 바란다. 이 산행기와 동반시를 쓰는 란도 101회부터는 신임 김종화 회장님과 번갈아 쓰는 방식으로 공유하고 싶다. 시 선정은 자신의 취향대로 하면 된다. 처음에는 막막하겠지만 다행히 내게 자료가 많이 있어 전달하여 공유할 수 있으며,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본인의 취향에 맞는 것을 찾을 수도 있다.
동반시는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50편 중에 실려 있는 시다. 프롤로그 시와 동반시를 앞뒤 견주다가 순서를 정했다. 문수봉 근처에서 막걸리 한잔 맛있게 먹고 식사 후 아름다운 사랑시 한 편 읽고 듣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자. 가슴 양쪽이 아릿해오는 즐거움 아니겠는가. 이런 아련한 사랑 한 편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없다면 인간이 아니고 신이다.
동반시에 대한 시평을 그대로 옮긴다. 기획 시리즈물은 시평을 써서 연재하니 내가 별도의 시평을 쓸 필요가 없으니 편하다.
사랑은 수렁이다. 빠지면 황홀은 물론 고통도 함께 온다. 이재무(50) 시인이 발견한 사랑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의 거리와 깊이'. 그것은 수렁이며, 수평과 수직이 따로 없이 서로에게로 휘어질 수 있는 어떤 '사이'다. 시의 제목은 〈제부도〉지만 제부도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 대부도가 있어야만 하는 이 시에서 혼자만으론 완전해질 수 없는 결여를 채우는 것은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 수 있는 빛나는 사이인 것. 이 '사이'에선 인간의 언어가 구사하는 모든 대립항들이 원초적으로 뭉개지며 얽힌다. 이 얽힘, 이것이 사랑이다.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처럼, 마주 선 당신과 나 사이 한 발짝만큼의 거리에서 태평양이 숨쉬기도 하고 우주가 숨쉬기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것은 '사이' 때문. 사람과 사람 사이처럼 사랑에도 '사이'의 비밀이 있어야 오래도록 가슴을 덥히는 사랑의 추억을 가질 수 있다.
이 시는 이재무 시인의 연시집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에 들어있다. 지천명의 나이에 펴낸 이 시집 속엔 솔직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고백과 희구가 가득하다.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는 다른 시에서 이렇게 노래된다. '더 이상 비밀이 없는 삶은 누추하고/ 누추하여라 사랑하는 이여, 그러니/ 내가 밟아온 저 비린 사연을 다 읽지는/ 말아다오 들출수록 역겨운 냄새가 난다'(〈비밀이 사랑을 낳는다〉 부분)
이재무에게 '비밀'의 탄생은 추억을 거쳐 온다. 그는 책상 앞에서 상상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의 시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인은 이렇게 전한다. 서른 중반 한 여학생과 열애에 빠진 적이 있는데 그녀를 끔찍하게 좋아했지만 도덕과 인습 때문에 사랑의 감정을 현실화하진 못했다. 학생과 선생으로 만난 데다 나이 차가 많았기 때문.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결국 그녀를 떠나 보낸다. 그 후 일 년이 지난 봄날 제부도에 가게 되었다. 봄이었지만 썰렁한 마음의 방에 여태도 추운 추억이 누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다의 겹 주름처럼 회한이 밀려오고 뒤늦은 마음이 당도했다. 다시 사랑이 찾아온다면 제부도와 대부도의 그 간격으로 사랑하리라는. 그러니까 이 시는 찾아온 사랑 때문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떠나버린 사랑의 회한 때문에 지어진 것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고백한다. 살아생전 언젠가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제부도가 보이는 음식점에 들러 칼국수 한 그릇 뜨겁게 나눠 먹고 싶다고.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로 들어오는 밀물아 썰물아, 들어다오.
-시평(김선우. 시인)
제부도 / 이 재 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가슴을 열고 닫는 곳
제부도에는 사랑의 오작교가 있다네
2008년 11월 23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