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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수락산에 오릅시다(詩山會 제99회 산행)

수락산에 오릅시다(詩山會 제99회 산행)

산 : 수락산(641 미터)

코스 : 마들역-탱크바위-정상(하산은 추후 결정)

소요시간 : 오름 2시간30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 : 2008년 12월 14일(일) 9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7호선 마들역 1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매트, 사진기(하산 후 뒤풀이 예정)

연락 : 김종화(010-2406-0332)

블로그 : 사진 blog.daub.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한 마리 새가 울자

공기 속에 숨어있던 새소리들 일제히 깨어나더니

하늘이 청자처럼 촘촘하게 금이 가더니

귓속이 유리조각으로 자글자글하더니 잠이 깨었다.

날아오르려는 날갯짓을 간신히 가지에 붙들고 앉아

새들이 서로 낭랑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파닥거리며 날아오르려는 나뭇잎들을

땅에 단단히 붙박아놓은 나무들도

가지 속이 가려운지

조금씩 들썩거리고 있었다.

공기는 햇살가닥을 길고 팽팽하게 늘이고 있어

새들이 조금만 튕겨도

새소리들은 크게 울리며 멀리 퍼져나갔다.

아침 공기는 부력이 충만할 대로 충만해지고

새소리에 들려

내 몸도 저절로 떠오를 것 같았다.

-김기택 '산사의 아침'전문


하루의 출발은 이래야 한다. 삶의 에너지가 걷잡을 수 없이 솟아나고 있다. 사람과 새와 나무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서 쉴 새 없이 들썩인다. 그 충만한 동력으로 막 햇살을 받기 시작한 공기까지도 튕기면 소리가 날 듯 팽팽하다. 산사의 아침이 이렇게 눈부시다면 언젠가 산사로 가야 하리라. 그런데, 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욕망과 분노와 피로로 뒤덮이게 한 자가 도대체 누구인가.

-시평(이정환. 언론인)

 

평소에 마나님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내 육십이 넘으면 보리수나무 그늘로 간다'고. 산사(山寺)로 간다는 의사표현이나 절에 보시를 한 적이 별로 없으니 아는 스님이 없어 오라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시평자의 말대로 욕망과 분노와 피로로 뒤덮인 세상에서 살기가 싫다는 말이다. 그미는 나혼자 깨끗한 척한다고 길길이 뛴다. 맞는 말이다. 내 삶이 맑고 투명하지 못했는데 세파에 시달리기 싫어 나혼자 도피하고 싶은 것이다. 자주 우울한 것을 보면 우울증 초기 증상같기도 하고 15년 전에 가본 소록도가 지척인 고흥 녹동이나 인심좋은 해남의 바닷가에서 농사지으며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를 번갈아 즐기며 살고 싶다는 것이 나만의 욕심일까.

 

희망을 느끼기가 싶지 않은 세상이다. 하찮은 한송이 꽃이 피기 위해 바람과 별과 햇볕, 달과 별, 구름, 바람, 비, 이슬, 안개, 새 울음소리가 필요하듯이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전과 시련이라는 거름이 꼭 필요하다.

 

내 본래 앞뒤 재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성격이나 요즈음은 뭐든 자신이 없어진다. 지나친 의기소침증상이다. 자신이 없어지고 잘못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심해졌다.

 

 

 

새로운 산행기에 대한 辯

 

산행기를 쓰라는 총장의 엄명을 받았다.

뭐 순서로 봐도 내가 쓸 때쯤 된 것 같긴하다.

그러나 북한산이나 관악산 같은 데는 지금까지 많이 다녀서 특별하게 쓸 말이 별로 없는 곳이다. 소재가 부족하다.

 

등산 중에 산행기에 대한 새로운 제안들이 나왔다.

설악산이나 한라산같이 좀 특별한 산은 김정남,김종화 산우등 일명 작가급 들이나 희망자들이 주로 쓰고 기타 산은 간단하게 기록문 형식으로 써 보자는 의견 이었다.

글쓰는 부담도 줄이고........

앞으로도 수 백회 계속되면 산행기의 분량도 수천페이지가 될 텐데. 이 또한 뒤처리도 고려해야 되고.....

 

이걸 어떻게 쓰나??

짧은 지면에 시도 넣고.........사진도 넣고...........산행기록도 넣고.......

훗날의 출판에 대비하여 시각적 효과도 고려해야 되고.......

한말로 종합셋트 같은 형식이 필요했다.

하여간 두루 두루 좋은 형식을 개발하여 보세.

당분간은 다양한 형태로 산행기를 개발해서 모두들 시범적으로 써보자.

자기 멋데로 쓰되 분량은 2장 이내로 모두들 써 보세.

아무튼 나는 아래와 같이 썼네.....

 

2008.12. 03 이 경식

 

 

 

시산회제98회 “북한산” 산행기(2008.11.30)

 

산행코스:북한산/길음역(10:00)-정릉매표소(10:30)-보국문-대성문-대남문-구기동매표소(14:00)-불광동

▣참석 7 명(사진순/김용우,김종화,이재웅,기세환,이원무,위윤환,이경식)

▣오늘의 시 : 제부도(낭독/이경식,뒷면 참조)

▣뒷풀이 : 우럭뼈다데기회무침 + 소주 + 맥주

 

좋은날이다

겨울햇살이 따쓰하고 바람이 없으면 사실 더운 여름보다 다소 쌀쌀한 겨울날씨가 등산에는 제격이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회원 모두 1분도 착오 없이 전원 길음역에 집결, 가자! 북한산으로!! 보국문으로!!!

오르는 중간의 막걸리 타임... 언젠부터 우리가 라면과 김치로 술안주를 했더란 말이냐...?

낙지요리 잘하고 낙지같이 정이 끈끈한 여성 어디 없소...?

낙지같이 잘 붙고 잘 엉키면 더 더욱 좋고...우리 위대장에게 소개 시켜 줍시다

이것만이 우리 시산회의 술안주를 해결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너도 나도 나서 봅시다

사실 보국문 길은 오르는 길 내내 돌 계단이 많아 산이 주는 포근함이 좀 떨어지긴 했다

벌써 나이 탓 하기엔 아직은 젊지만 그래도 돌산보다 흙산이 편하니 어찌 하겠는가..?

보국문에서 수정 계획대로 왼쪽 대동문으로 갈까 말까 망설이다 기회장의 의견에 따라 대남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남문을 거쳐 좀 지루하고 평범한 구기동 이북5도청 방향으로 직행 하산했다

뒷풀이는 이 지역의 자칭 토박이급인 이경식산우의 제안에 따라 불광동으로 정했다

장소만 안내 할줄 알았는데...경비도 냈으니.....회무침이 어찌 맛이 없겠는가...?

그리고 아래의 카페나 블로그 좀 들여다 봐 주시게나... 즐겨찾기에 찜 좀 해 주시게나.

야무지게 클릭해서 들어가 보세... 관리자는 꽤나 시간 투자 한다네...ㅎㅎg

사진 www.blog.daum.net/sisan20 산행기 www.blog.daum.net/yc012175

카페 www.cafe.daum.net/K-20

 

 

제 부 도 /이 재 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가슴을 열고 닫는 곳

제부도에는 사랑의 오작교가 있다네

 

 

다음 산행지를 정하는데 처음에는 용봉산으로 정했다가 도봉에서 수락산으로 옮겨갔다. 어느 산이면 어떠랴. 나이 들어 정겨운 산우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건강이 있음을 행복해하자. 이원무 산우의 집이 마들역 부근이니 마들역을 들머리로 잡은 것이다. 정상까지 길지만 완만하고 쉬운 길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길목에서 마음들이 스산할 것이다. 들리는 세상의 소식이 좋은 것이 없다. 그래도 좋은 벗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한 산사람들이다. 모두 모여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달래고 내려와서 맛난 점심을 먹어보자. 그러면서 휴일의 하루를 보내자. 12월의 하늘과 바람과 산이 우리를 부른다. 아들의 결혼식을 치룬 조문형 산우가 과매기를 싸오고 맛난 점심을 쏜단다.

 

 

동반시에 대한 시평을 그대로 옮긴다.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50편 중에 맨 끝을 장식하는 시이다. 두 시인의 사연이 애틋하고 각별한 시이다. 이영도 시조시인의 쪽진 머리의 얼굴이 참으로 기품있다고 느낀 것이 중학교 시절의 기억이다. 다섯이나 되는 누나들의 책상 위에 있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는 유치환과 이영도 서간집으로 기억한다.

 

-시평(김선우. 시인)

내 중고등학교 시절 책받침 시가 유행했다. 특히 여학생들은 예쁜 그림이 있는 종이에 시를 앉혀 코팅한 책받침 시를 너나없이 좋아했다. 워즈워스의 〈초원의 빛〉과 유치환의 〈행복〉이 적힌 책받침이 유독 인기가 많았다. 쉬는 시간 잠깐 잠을 청할 때 책상에 손바닥을 포개고 손등 위에 한쪽 뺨을 댄 채 책받침에 적힌 〈행복〉을 중얼거려보다 잠들기도 했다. 〈행복〉을 읽으면 행복해졌고,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청마 유치환(1908~1967)은 실제로 편지의 고수였다. 유치환의 작고 후에 시조시인 이영도에 의해 세상에 발표된 유치환의 사랑편지 오천여 통 중 일부가 책으로 묶여 나오기도 했다.

어느 글에선가 유치환이 고백하기를, "나의 생애에 있어서 이 애정의 대상이 몇 번 바뀌었습니다. 이 같은 절도 없는 애정의 방황은 나의 커다란 허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고 스스로 반성하기도 하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연모의 대상이 이영도이다. 시조시인 이호우의 동생이기도 한 이영도는 남편과 사별한 채 딸 하나를 기르는 아름다운 30대 초반이었다.

이영도는 당시 유부남이었던 유치환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았다. 사랑의 마음은 굽이치고 그 마음이 받아들여지지는 못하니 유치환의 짝사랑은 시름이 깊고 깊었을 터. 그 시름이 얼마나 깊었으면,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그리움〉 전문)라는 시를 쓰고 또다시 같은 제목으로,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에 꽃같이 숨었느뇨'(〈그리움〉 부분)라고 한탄했을까.

잘 알려진 〈바위〉, 〈생명의 서〉와 같이 '의지와 허무의 시인'으로 우뚝한 한 녘에 짝사랑의 아픔으로 몸부림치는 '사랑의 시인'이 있었으니, 사랑 없이는 허무의 초극도 기상 백배한 의지도 관념에 불과한 것일까. 이 시 〈행복〉 또한 이영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시라고 전하는데, 후일 이영도는 유치환의 사랑의 마음을 받아들여 둘은 서로의 문학세계와 삶에 정신적인 의지처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활발한 시작(詩作)을 하고 있는 부산의 허만하 시인이 청마에게 물었다는 얘기를 기억한다. "선생님,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셨겠습니까?" 청마가 서슴없이 대답했다. "아마 천문학자가 되었을끼라."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으로 별들이 쏟아진다. 별들에는 소인이 찍혀있다. 당신에게 배달되는 오늘의 별을 뜯어보시라.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다.


행복 / 유 치 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2008년 12월 11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