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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용문산 백운봉과 시산제(詩山會 제101회 산행)

용문산 백운봉과 시산제(詩山會 제101회 산행)

산 : 백운봉(940 미터)

코스 : 세수골-십자로-정상-원점회귀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 : 2009년 1월 4일(일) 9시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앞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따뜻한 물과 컵라면, 사진기(하산 후 뒤풀이 예정)

연락 : 김종화(010-2406-0332)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울려거든

살아서 울어라

살아 있음은 감격이거니

살아서 실컷 울어라

살아서 함께 우는 것도 사랑이거니

살아서 우는 것은

그래도 축복이어라

싸우려거든 살아서 싸워라

살아서 힘 있을 때 힘껏 싸워라

함께 살면서

싸우는 것도 사랑이거니

살아서 생긴 상흔도

그나마 아름다운 흔적이어라(…)

 

-김소엽 '풀잎의 노래ㆍ1'부분

 

 

가슴을 활짝 열고 삶을 온 몸으로 안아들이려는 의지가 빛난다. 살아있음은 그 자체로 감격이고 기쁨이므로 조건 없이 긍정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드러나 있다. 외롭고 슬프면 울고, 장애물이 있으면 맞서 싸우면 된다고 했다. 함께 살면서 싸우는 것도 사랑이며, 그렇게 생긴 상흔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 살아 있을 때 마음껏 웃고 울고 싸우고 사랑하자. 삶에 대한 무한 긍정의 힘.-시평(이정환. 언론인)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절이다. 한 해를 접으면서 어찌 회한이 없겠는가. 회한일랑 오뉴월 하늬바람처럼 높이 날려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 시인처럼, 시평처럼 삶을 긍정적으로 살 때 장애물도 불행도 비껴간다. 여생이 많이 남아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살자. 인생 육십부터라는 옛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준비한 사람은 준비한대로 아직 준비하지 못 한 사람은 새로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살아오면서 무너지는 사람을 많이 봐왔으며, 다시 일어나는 사람도 많이 봤다. 아무도 모른다. 다가올 생은 신도 모른다. 신도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지 않는가. 신도 인간을 무시하지 못 하기에 인간의 영역을 조금 남겨놓았다. 사랑이 그러하듯이 재산도 행복도 불행도 오고 간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시에 나타난 표현만큼이나 우리들의 삶은 치열했다고 볼 수 있다. 참으로 무던히 부딪치고 싸우며 살아난 삶이다. 나도 치열하게 살면서 몇 가지 느낀 것이 있어 적어본다.

 

첫째, 빛과 그림자. 모든 빛에는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가 있으면 반대편에는 빛이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하여 선현들이 그처럼 중용지도를 강조했을까. 프라임 백 회장의 경우를 되새겨 본다. 보석이 받아 들여졌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재판장이 그의 진심을 알아줬다니 잘 극복하기 바란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새옹지마도 있다. 그대의 현재가 바닥이라면 올라갈 일밖에 없다. 양날의 검, 동전의 양면 등 모든 것에는 이중성이 있다.

 

둘째,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도 운다. 한 알의 열매를 얻기 위해 비바람, 천둥번개, 태풍, 땡볕, 가뭄, 안개, 무서리, 눈, 달빛과 별빛도 만난다. 온갖 새와 벌레도 피해야 한다. 수확철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쉽게 잃기 때문이다. 하여 사랑도 쉽고 편하면 이미 사랑이 아니고 유희에 가깝다.

 

셋째,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 신원우 산우의 말처럼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신은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을 좋아한다.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에게 진정 불행한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고 했다. 쉽고 행복한 삶은 결코 없다.

 

 

시산회 제 100회 관악산 산행기 (2008. 12.21. 맑음 / 조문형)

 

▣ 산행코스 : 낙성대역(1번출구) - 마당바위 - 헬기장 - 거북바위 - 남근석바위 - 사당역

 

▣ 참석 : 17인 ( 기세환,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박형채,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임용복, 전 작, 정해황,

조문형, 최영수, 한양기 )

* 뒤풀이 참석 : 4명 ( 나창수, 남기인, 이승렬, 한천옥 ), * 박찬재, 안순모, 장선식 동창회 전임회장 동참 *

 

▣ 오늘의 시 :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 (“입속의 검은 잎”에 수록)

 

▣ 뒷풀이 : 전주한정식 (“장원” - 교대역 11번출구, 하이마트 뒷편)

 

 

먼저 시산회 제 100회를 기념하는 관악산 산행기를 쓸 수 있도록 나에게 기회를 주신데 대하여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창시절 이후 처음으로 써 보는 글이라서 두렵기도 하고 떨리는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이왕지사 쓰기로 하였으니 부족한 글이지만, 써 보긴 하겠으나 큰 기대는 갖질 마시기 바란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약간 춥긴 하지만 산행하기 좋은 날씨이다. 상쾌한 기분으로 이른 아침 7시경에 집을 출발하여 낙성대역에 도착하니 8시30분이다. '내가 가장 일찍 왔으리라?' 추측하며 1번 출구를 나서는데, 우리 20회 동창회의 메신저이신 김용우 총장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자초지정을 들으니 잠시나마 내가 어리석은 생각이란 걸 알게 되었다.

 

김 총장은 산행 때마다 항상 약속된 집결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하여 주변을 정찰하고, 주변의 시설환경이나 먹을거리도 살펴보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있으면 간단히 아침식사도 하며, 오늘 산행에 대한 본인 나름대로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역시 우리 동창회의 총장님은 다른 친구들이 본 받아야 할 점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해본다. 잠시 후 키가 훤칠하게 크고, 잘 생긴 최영수 산우가 나타났다. 아직까지 서울생활에 익숙치 못해 지하철의 소요시간을 예상할 수 없어 택시를 타고 왔단다. 시산회에 가입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최 산우의 약속시간을 지키려는 마음이 가상하기만 하다.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언제 보아도 반가운 산우들이 한두 명씩 연이어 도착한다.

 

집결시간인 9시 정각까지 오늘 참석하기로 한 예정인원 19명중 17명이 도착하였다. 김 총장은 부지런히 연락을 취하더니 당초 참석키로 되어있는 나 원장과 한천옥은 갑자기 개안 사정으로 산행에는 참석치 못하고 납회(뒷풀이) 시간 때에만 참석 한다고 한다.

 

오전 9시10분, 17명의 산우들은 낙성대역 1번 출구를 출발, 잠시 슈퍼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보충하고 한적한 동네길을 지나 들머리로 들어섰다. 오늘이 금년도 납회 산행이라서 그런지? 아님, 산우들 모두가 100회 달성을 축하하고 싶은 마음에서 인지?는 몰라도 아마 내 기억으로는 참석인원이 가장 많지 않나? 생각된다. 김 총장에게는 공지를 하였지만, 많은 산우들이 참석하여 뜻 깊은 산행은 될 것 같은데, 내가 준비한 과메기 안주가 모자라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김 총장은 금년 들어 지금까지 산행기를 산우들이 돌아가면서 써 왔는데, 아직 쓰지않은 산우는 나와 용복이 뿐이라며 이번엔 나에게 산행기를 쓰라고 한다. 못 쓴다고 할 수도 없고, 뜻 깊은 100회의 납회 산행인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진즉 써 버릴걸, 그러나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또 한 가지의 걱정이 늘어 발걸음이 벌써부터 무거워 진다. 바람이 불지 않은 그렇게 춥지 않은 날씨인데도 자꾸만 한기가 온다. 하지만, 정겨운 산우들과 여담을 나누면서 약 1시간을 걷다보니 추위는 서서히 사그라지고 몸에 열이 날 즈음에 산우들 중 누군가가 잠시 쉬어 가잔다.

 

의자와 평상이 설치되어 있는 쉼터에서 임삼환 산우가 준비한 홍어와 복분자술, 그리고 내가 준비한 과메기 안주를 내어 놓았다. 술을 좋아하는 위 산우와 정남인 과메기 안주엔 막걸리가 좋다고 하고, 누군가는 소주가 제격이라며 과메기가 적당히 아주 잘 만들어 졌다고 하며 다들 맛있게도 잘 먹는다. 부족할 걸로 생각되었는데, 그런대로 부족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산우들이 과메기를 그렇게 잘 먹을 줄은 몰랐는데, 지난번 계룡산 산행에서도 너무 맛있게 자시기에 준비하여 왔는데, 모든 산우들이 좋아하니 올 겨울 산행 때는 종종 준비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과메기는 꽁치(옛날에는 정어리)를 원료로 하기에 꽁치류와 같은 등푸른 생선은 오메가3-불포화지방산이 많이 축적되어 있어서 술하고 같이 먹으면 술이 취하지 않고 우리들 세대인 50대 중반의 남자들이 먹으면 스테미너가 넘쳐 정력도 좋아진다고 하여 나는 특별히 이 식품을 좋아하고 많이 먹고 있는 편이다. 과메기 홍보대사는 아니지만, 경험자로서 과메기를 적극 추천하오니 많이들 애용해 주시기 바란다. 겨울철이 아니면 먹을 수가 없고 또 겨울철에 특히 맛이 있으니 이 자리를 빌려 겨울산행이 끝날 때 까지는 참석 시 매번 준비하도록 노력하겠네.

 

배낭을 챙기고 출발하려 하는데, 정해황 산우가 오늘도 반포 모시떡을 꺼내어 골고루 하나씩 나누어 준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산우들에겐 항상 반가운 선물이다. 모두들 맛있게 자시는데, 왕 회장님, 기 회장님과 김 총장에겐 특별히 2개씩을 드렸는데도 정남이와 김 총장은 2개 모두 마나님께 드리려고 하는 건지? 배낭 속에다 슬그머니 집어넣는다. 아마도 몇몇 산우들은 혼자 먹기 아까워서 먹지 않고 호주머니에 넣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좋은 현상이다. 함께 곁에 있으면서 재롱과 아양을 떨어 주어야 할 휴일날, 친구들과 산행하는 미안한 마음에 친구가 제공하는 따뜻한 정의 선물을 아껴두었다가 산행 후 드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모시떡과 사랑’의 전도사 정 산우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부탁컨데, 자주 참석하여 앞으로도 계속 사랑을 전해 주시게나.

 

10시10분,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출발이다. 오늘 산행코스는 납회시간을 미리 예약을 해 놓았기에 1시30분까지는 교대역(“장원”)에 가야만 한단다. 약 4~5시간의 산행 길은 그동안 우리 시산회에서 평균 소요시간이다. 이제까지 올라 온 길은 평탄한 산책로 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암반으로 형성된 암릉 길이다. 주위의 나무들은 무성했던 나뭇잎을 떨쳐버리고 꿋꿋히 버티고 한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식물이지만, 생물은 모두가 똑 같은가 보다.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시기에 우리들의 삶에 산 교훈을 주는 것 같아 산행하는 도중 잠시 부족한 내 마음을 추스려 본다.

 

10시40분, 마당바위에 도착하여 100회 달성 시산회 증명사진을 찍고, 잠시 주변을 내려다 보니 썩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산우들에게 내가 엊그제 어떤 모임에서 들었던 “조개들의 속삭임”이라는 유머를 들려 주었더니 모두들 호기심이 가득하다. 그 유머는 다름 아닌 대하, 홍합, 피조개, 반지락이 모여 자기자랑을 하였는데, “大蝦가 자기는 크고 잘 생겼다고 말하자, 紅蛤 曰, 너네들 털났니? 하니까, 피조개가 그럼 너네들은 피 나오니? 하고 물으니, 옆에 있던 반지락이 그러면 너희들 물 나오니?”하였단다.ㅎㅎㅎ 평소 유우머와 에피소드에 강한 기 회장님은 외우기 어려우니까 요약해서 사자성어로 ’大毛血水‘ 하면 되겠다고 한다. 역시 우리 기 회장님의 어휘 순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탁월하고 수준급 이상이다. 그러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산우들에게는 재탕, 삼탕 설명을 하여만 하였다.

 

11시30분경, 연주대 아래 헬기장에 이르다. 일부 산우들은 연주대를 다녀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약속된 납회 시간에 쫏기다 보니 오늘은 시간에 맞춰서 산행을 하여야 하였기에 아쉽지만은 이곳에서 날머리를 사당역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하산 길은 암반으로 길이 좁고 가파른 길이라서 올라오는 등산객과 마주치면 한참을 기다려야만 내려갈 수가 있었다. 때마침 ‘다솜산악회’란 명찰을 차고 올라오는 산객들과 마주쳤다. 좁은 길이라 내려가고 있는 우리일행이 한 동안을 양보하고서 후미가 끝날 즈음 내려 가려는데, 우리가 여기서 짜르자고 하자, 누군지는 모르지만, 상대방 젊은 한 산객이 ‘잡담하지 말고 빨리 내려오라’고 짜증을 부리면서 큰 소리를 지른다. 이를 그냥 못 본체 할 리 없는 우리의 왕 회장님!. 젊잖게 한마디 하시는데... 당신 같은 사람은 산에 올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쏘아 붙인다. 옆에서 듣고 있는 내가 속이 다 후련하다. 역시나 우리 왕 회장님은 불의에는 참지를 못하는 칼 같은 성품이 믿음직스럽고 존경스럽데 그려...

 

12시30분경, 거북이 모양을 한 ‘거북바위’ 앞에 도착하여 사진발이 좋은 형채를 비롯한 몇몇 산우들은 증명사진을 찍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하산을 서둘렀다. 한참을 내려오니 등산로 옆에 거시기를 닮은 ‘남근석바위’에 도달했다. 남성의 근본 모양의 자연석상 앞에서 신 이사는 짖궂게도 뭉툭한 거시기의 윗부분을 만지는 포즈로 한 컷 사진을 찍는다. 굵기가 너무나 컷기에 그동안 지나가는 여성 산객들에게 수많은 시달림을 받은 것인지? 윗 부분이 맨들맨들 달아져 있는 것 같다. 우리 시산회 산우들중 가장 체격이 우람한 신 이사의 보물하고 비스무레 한 건지? 상상에 맡기고... 계속 날머리를 향해 산을 내려오다.

 

오후 1시30분경, 사당역에 도착하여 납회장소인 교대역(11번출구) 근처인 “장원”한정식식당으로 이동하였다. 교대역에서 내려 지하도에서 납회장소로 이동 중, 뒷풀이 장소로 오기로 했던 한 교장을 만나, 약속시간인 오후 1시40분에 “장원”에 도착하였다. 식당에는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이미 몇 분 전에 왔다는 나창수, 남기인, 이승렬 산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시산회 회원은 아니지만, 우리시산회 100회 산행 달성을 축하해 주기 위해 동창회 원년 회장인 안순모 친구. 박찬재. 장 선식 전임 회장님들도 초대하여 참석 하였다는 말을 기 회장님이 하신다. 작년 납회 때도 참석을 해 주었지만 정말 고마운 일이다.

 

납회는 김 총장의 주관으로 먼저 2년 동안 우리 시산회의 기틀을 다져놓으신 기 회장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금년 한 해 동안 시산회 발전에 열심히 도움을 준 산우들에게 시상식이 있었는데, 그동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에 산행 시 마다 많은 도움을 준 신원우 산우, 그리고 매 산행 때마다 산우들에게 사랑의 모시떡을 제공해 준 정해황 산우와 홍어무침과 과일, 떡, 과자류 등 푸짐한 먹거리를 항상 제공해 준 전작 산우가 포상자로 상을 받았다. 상품(5만원 상당의 상품권)은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건강을 기원해 주시고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싸 주신 사모님들에게 드리라고 한다. 얼마 되지 않은 것이지만, 포상자 선정에 있어서 회장단에서 많이 고심을 하였단다. 많은 산우들이 산행때마다 다들 먹거리를 제공하여 왔기에, 전년도에 이미 포상을 받은 산우들은 제외하였다고 하니 집행부에서 잘 처리한 것 같다. 얼마 되지 않은 소액의 상품이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상을 받는 입장에서는 대단히 즐거운 일이다. 또한, 먹산회의 전통은 계속 이어가자. 맛있는 것은 혼자만 드시지 마시고 산우들에도 좀..., 그러면 복 받을 테니까 말일세.

 

또한, 시산회의 사진사 이원무 산우가 그동안 산행을 한 산들 중에 영원히 기억에 남을 설악산의 공룡능선과 비선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우리 시산회 발전에 초석을 다져놓은 기 세환, 김정남 두 전임 회장님들께 선물 하였다. 정말 정겹고 고마운 일이다. 시산회 회원이 아니면 감히 그 누가 하겠는가? 좋은 착상을 한 이원무 산우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정상에서 읊지 못한 동반시("질투는 나의 힘"/기형도)는 그동안 산행기를 쓰는 산우가 읊기로 되어 있어서 모처럼 내가 읊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2년 동안 회장직을 무사히 마치신 기 회장님이 대신 읊었다.

 

그리고 지난 청계산 산행 때에 나는 참석을 하지 못해서 몰랐었는데, 차기 시산회 회장님과 총무를 새로 선임 하였다고 한다. 새로 선임된 차기 회장은 김종화 총장이 대를 이어받고, 총무는 이재웅 산우가 맡기로 하였단다. 이어서 김 총장의 금년도 회비 결산과 인사말씀, 내년부터의 산행일정 조정(두 번째 일요일, 네 번째 토요일, 다만 1월은 구정연휴로 1,3주 일요일 실시)과 차기 회장단 선임방법(1년을 임기로, 회장은 총무가 승계하고 총무는 차기 회장이 선임) 등을 협의하였다.

 

모든 납회식을 마치고 이젠 먹고 마시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항상 즐겁기만 하다. 좋은 산우들과 즐거운 산행 후에 먹는 즐거움은 그 어데?, 그 무엇에 비교하리요. 오늘 납회 식사비의 절반 이상을 흔쾌히 제공해 주신 기 회장님께 특히 감사드리고 싶다. 임기의 마지막 납회까지의 소임을 다 하고 있는 따뜻한 정이 고맙다는 뜻이다. 장원 한정식은 주 메뉴가 전라도 음식이었다. 삼합 등의 안주에다 김종화 후임회장이 준비한 그 옛날 임금님께 진상하였다는 한산의 명주 소곡주(일명 ‘앉음뱅이술’)와 신원우 산우가 제공한 양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신임 김종화 회장은 내년에는 무엇보다도 안전한 산행과 즐거운 산행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맞는 말이고, 앞으로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금까지 우리 시산회의 산행에서는 사소한 부상과 사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큰 사고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부디 회장단이 주축이 되어 앞으로도 시산회 모든 회원들이 한 마음으로 협조하는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산행을 할 수 없는 그때까지 함께 하기를 기대하며, 또한, 산우들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산행후기를 맺는다.

- Merry Christmas to you and happy new year. - < 2008년 12월 24일 조 문형 씀.>

 

 

좋은 글이다. 이런 자질을 두고 글쓰기를 왜 두려워하는가. 어제 밤에 광건회(光建會 : 광주고 출신의 건설회사 사장들의 모임. 후일 이사급 이상으로 정해 회원 증가)) 송년 모임에 갔는데 임병욱 금호 부사장은 산행기를 자주 읽는데 글쓰기가 두려워 참가를 못 하겠다는 농담성 얘기를 하던데 속으로 '내원참' 했다. 핑계도 많다. 백종헌 프라임 그룹 회장은 그동안 밀린 회비를 보내왔다고 했다.

 

점심과 뒤풀이를 겸한 납회의 시간에 시상식이 있었다. 이원무 산우에게 2년간 시산회의 위상을 높이고 물러나는 기 회장은 공룡능선의 전경을 찍은 사진을, 도움쇠는 비선대 위의 금강굴이 있는 봉우리의 사진을 받았다. 고맙다. 신원우, 정해황, 전작 산우는 1년간의 공로를 치하하며 상품권을 받았다. 기 회장님은 제 2기 집행부를 맡아 아픈 몸인데도 시산회를 500회를 넘어 1,000회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고맙고 고맙다. 대학 다닐 때 집안이 어려워 동가식서가숙했다는 그의 말에 감동했다. 그에게도 이런 어려움이 있었나. 그의 사업도 이렇게 훌륭하게 잘 이어갈 것을 믿는다. 3기 집행부인 김종화 회장님과 이재웅 총무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하겠는가. 책임감이 있고 믿음직한 집행부다.

 

 

다음 산행지는 양평 용문산 백운봉이다. 백운봉은 용문산의 지봉으로 양평 시내 북쪽에서 삼각을 이루면서 뽀쪽하게 우뜩 솟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명산이다. 백운봉 양쪽에서 좌우로 갈라진 능선이 양평 중심가를 수호신처럼 감싸고 있는 영감어린 지세임을 감지해서인지 양평군에서 산록에 '용문산영제단'을 설치하고 9월 26일에는 고을의 번영과 안녕을 위해 제를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내 수많은 산중 조망이 제일 좋은 정상에는 백두산의 돌과 흙을 운반해서 통일암이라 새긴 석단을 세웠으니 백두산정기를 바로 이은 명봉이라 할 수 있다. 등산기점으로 제일 좋은 세수골에서 올라선 남쪽 능선에는 억새지대가 많고, 정상 북쪽으로 내려가는 직벽의 바위 틈새길을 지나면 기암괴석의 바위봉이 용문산 정상으로 이어져 장관이다.

 

도움쇠의 산행노트를 보니 '2003. 1. 24. 89회 산행. 맑음.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백안3리-염광생활관-약수사-양평군제단-세수골-십자로-능선-정상-원점회귀. 오름 2시간, 식사 30분, 내려옴 1시간 30분. 양평군 제단이 있고 십자로까지 약간 가파르나 쉬운 산. 능선에 올라서면 조망이 좋고 정상은 뾰쪽한 삼각형 모양. 눈이 많이 쌓였으나 날씨가 맑아 등산하기 좋은 날씨. 멀리 남한강이 보이고 용문산, 장군봉 등 조망이 좋다.' 양평군에서 영제단을 세울 만큼 기가 센 산이니 시산제를 지내기 적합한 산이다. 뾰쪽한 모양을 닮아 한국의 K2봉이라고도 하며, 마테호른이라고도 한다. K2봉은 히말라야에 있고 마테호른은 알프스에 있다. 검단산 산행 때 조우했던 산객들은 K2봉이라 했으나 검색해보니 사각추의 모양은 K2봉을 닮았고 뾰쪽한 모양은 마테호른을 더 닮았다.

 

 

1월 해오름달-새해 아침 떠오르는 해처럼 희망을 안고 힘있게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이다.

 

시산제의 시기를 나 원장과 이경식 산우가 1월 초는 추우니 따뜻한 때에 하자고 거론했다. 음력 정월 이후에 시산제를 지내는 경우도 있으나 그 해의 첫 산행 때 시산제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처음에 했던 대로 첫 산행 때 하는 것으로 정해졌으니 그대로 하자. 제순은 수차례 적었으니 생략하고 제문을 적어본다. 식사는 컵라면과 따뜻한 물을 가지고 와서 간단히 해결하고 뒤풀이는 그때 정하자.

 

 

동반시에 대한 시평을 그대로 옮긴다. 이 시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50편 중에서 선택했다.

 

-시평(김선우. 시인)

먼 남녘에서 만났던 고등학교 1학년 벗에게서 카드 메일이 왔다. 열어보니 정호승 시인(1950-)의 시 〈우리가 어느 별에서〉가 안치환의 목소리로 흘러나온다. 노래에 잠긴다. 시에 잠긴다. 시가 그대로 노래인, 어둔 밤 눈물 같은 이 반짝거림. 내 어린 벗은 요즘 정호승 시인의 첫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다고 한다. 아주 아주 낡은 책에서 좋은 냄새가 난단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세상에 나온 시집을 읽고 있는 열여섯 살 소녀. 시가 세상에 와 어느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길은 참으로 신비다. 그 애에게 답 메일을 보냈다. 거기에 정호승의 시로 만들어진 노래 중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부치지 않은 편지〉를 동봉했다. '(…)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 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백창우가 곡을 만들고 김광석이 부른 노래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뻐근해진다. 소주를 딱 한잔만 하고 싶어진다.

 

정호승 시인에게서 나는 종종 구도자의 느낌을 받는다. 사랑의 화두를 온몸으로 짐 진 채 전 생애를 걸고 떠난 구도행. 슬픔, 그리움, 절망, 외로움, 희망, 사랑, 이런 단어들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그는 데뷔 이래 세 번이나 스스로 시업(詩業)을 쉬었다. 이 공백기들에 그는 참담한 절망을 건너온 듯하다. 절망이 깊어도 끝내 사랑을 버릴 수 없었던, 아니, 오직 사랑에 의지해 캄캄한 터널을 통과해온 구도행의 정점에 이 시가 있다고 할까.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해인사 큰스님의 법어에서 충격을 받고 기어이 시로 빚어진 이것은 죽음도 불사한 사랑의 의지다. 순도 높은 '오직 사랑'이다. 낮고 그늘진 변두리 사람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연민이 가슴 싸한 슬픔으로 번지던 시편들에서 7년의 공백을 거쳐 나온 다섯 번째 시집 《사랑하다 죽어버려라》는 극한의 고통을 통과해 나온 자리에 핀 한 떨기 붉은 열매처럼 오롯하다. 진저리친다. 이 조용한 구도자의 사랑법은 온몸이다. 정호승의 사랑은 스스로 등신불이 되고자 한다.

 

'아직도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나를 사랑하는지 / 아직도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 어려운지 / 미나리 다듬듯 내 마음의 뼈다귀들을 다듬어 / 그대의 차디찬 술잔 곁에 놓아 드리리 / 마지막 남은 한 방울 눈물까지도 / 말라버린 나의 검은 혓바닥까지도 / 그대의 식탁 위에 토막토막 잘라 드리리' (〈모두 드리리〉부분) 사랑이 부박해져가는 시대이지만, 소름 끼치도록 염결한 사랑의 의지가 세상 한 녘에서 이렇게 타오르는 한 오라, 절망아, 사랑은 당신의 상처를 치유하고야 말 것이다!

 

 

그리운 부석사 / 정 호 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마지(摩旨):부처에게 올리는 밥

 

2008년 12월 30일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

 

*메일이 깨져서 보지 못 하는 산우들이 있다하니 앞으로 파일도 첨부하고 블로그 및 K-2마을 시산회란에 올릴 예정이다. 첨부 파일을 열어서 보면 메일의 글씨가 작아 보기 힘들다는 정해황 산우의 희망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을 몰랐다.

 

*시산제 축문

2009年 詩山會 용문산 백운봉 시산제

 

檀紀 4342年 西紀 2009年 己年丑 1月4日 바야흐로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의 희망을 밝히는 찬란한 새해를 맞으며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會員 一同은 己丑년 용문산 백운봉 始山祭를 행함에 앞서 天地神明과 용문산 백운봉神께 업드려 고하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이시여. 금일 우리는 선현의 발자취가 은은히 느껴지는 이곳 정상에서 지난 한해를 감사하고 반성하며 내일의 번영과 도약을 다짐하기 위한 일념으로 전체 회원의 정성을 모아 성스러운 祭를 올리나이다.

우리 시산회일동은 산행을 통하여 대자연의 정취와 미의 극치속에서 자연을 흠모하며 자연과 동화되며 100회의 산행을 통하여 인내와 협동으로 화목과 단결을 배웠으며 소박하고 준엄한 교훈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여 왔습니다.

거듭 비옵건데 기축년 한해도 우리 회원 모두를 굽어 살피시어 화합 속에서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엎드려 고하나니, 천지신명이시여, 이 한 잔 술을 흔쾌히 흠향하여 주옵소서.

 

檀紀 4342年 西紀 2009年1月4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