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광교산(詩山會 제106회 산행)
산 : 광교산(582 미터. 용인, 수원)
코스 : 경기대 정문(집결지,들머리)-형제봉-종루봉-토끼재-시루봉-노루목-
억새밭(하산 시작, 억새는 하나도 없음)-절터약수터-상광교 버스종점
소요시간 : 오름 2시간30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 : 2009년 3월 28일(토) 10시
모이는 곳 : 경기대 수원캠퍼스 정문 앞(교통편은 3월 17일자 이 총장 메일 참조)
준비물 : 간식, 안주, 과일, 사진기(점심은 하산 후 뒤풀이 겸, 광교산 폭포가든)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우리 살아 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전문 )
한국 현대시 100주년에 100편의 명시와 명화로 기념 시화집을 엮으며 마음 쓰렸다. 파도 치고 바람 부는 험난한 역사에서도 끝끝내 지켜내야 할 인간과 사회의 이상을 아프게 담고 있는 우리네 시와 그림들. 상처받지 않은 혼이 어찌 사랑을, 희망을 담아내랴. 그래 이 시를 시화집 표제작으로 삼았다. 겨울도 화들짝 깨어나 꽃 계절로 건너뛰는 경칩. 이제 그대, 당신이 꽃필 차례다.
<이경철·문학평론가>
살아 보니, 살다 보니 성난 파도 뒤에 반드시, 아니 절대로 잔잔한 바다가 오고 폭풍우 뒤에 황사까지도 걷힌 맑은 해와 달이 오더라. 그 달이 둥그런 보름달이더라. 살아 보니, 살다 보니 위기 뒤에 꼭 기회가 오더라. 아니다, 위기가 기회다. 삶과 죽음이 손바닥의 안과 밖이듯이 위기와 기회가 한몸이더라.
도봉산에 오르니 산수유,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피었더라. 도봉계곡, 무수골, 용어천계곡의 물흐름이 느린 웅덩이에는 도룡용알과 개구리알이 지천으로 깔렸다. 하여 계곡에는 빠르게 흐르는 물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느리게 흐르다 간혹은 고이는 물도 필요하더라. 그런 물에서 새 생명을 잉태하고 태어나니까. 어두워서 추웠던 긴 겨울이 가고 밝은 색의 꽃이 피고 새가 높이 우는 봄이다. 완연히 봄이다. 잠시 오고 가는 추위도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다.
내 평생 존경하고 사랑하는 임용복 수석에게 이 시와 간절한 마음을 바친다. 임 수석 파이팅!!! 꼭 참석하여 뒤풀이 때 읊으면 좋으리라.
시산회 제 105회 “덕숭산” 산행기 (2009. 03.08, 맑음 / 기세환)
▣ 산행코스 : 수덕사주차장 - 매표소 - 수덕사 - 정상 - 원점회귀(약 3시간 소요)
▣ 참석자 : 16명 (기세환, 김용우, 나창수, 남기인, 박형채,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임용복, 전작, 정해황, 조문형, 최근호, 최영수, 한양기)
* 뒷풀이 참석 : 김종화, 최광일 *
▣ 오늘의 동반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 뒤풀이 : 자연산 회, 주꾸미와 소곡주 및 소ㆍ맥주 (무창포 길은수산)
집안 일로해서 산행을 한 번 빠졌으니 산우들이 더욱 반갑기 그지없다.
교대역 9번 출구에서 08시에 만나기로 산행을 약속한 친구들이 거의 도착하였는데, 한 교장만이 연락이 없다. 김종화 회장(최광일 산우와 함께)은 현지에서 뒷풀이 때 합류키로 한 관계로 오늘은 이재웅 총장이 대권을 쥐고 있었다. 몇 사람이 한 교장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연락이 안 된단다. 이 총장의 선심으로 15분을 더 기다리기로 하였는데, 배려의 성의에도 불구하고 한 교장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섭섭한 마음을 안고 08시15분에 출발이다. 모처럼 많은 산우(16명)들의 참여로 차 안이 꽉 찬 느낌이다. 경부고속도로를 향해 출발 하자마자, 이 총장은 갑자기 이번 산행기를 나더러 쓰라고 한다. 사실인즉 104회의 산행 중 고작 두 번의 산행기를 썼으니 그동안 요리조리 잘 피해온 것 같다. 글을 쓴다는 부담감은 글 솜씨 좋은 몇몇 산우를 제외하곤 다들 사양하려 하는 터이라 나도 예외일 순 없다. 대학시절 사랑을 구하려 연애편지 쓸 때엔 몇 줄의 감동줄 수 있는 문귀를 얻기 위해 여러 책을 뒤적이며 하얀 밤을 새곤 했었지만, 필력이 약한 핸디캡으로 이번 글이 우리 산우들에게 누가 될까봐 두렵기만 하다.
날씨도 쾌청하고 도로사정이 좋아 우리의 애마는 잘 달린다. 사실 도로사정이라기보다는 요즈음 어려운 경제환경으로 살림살이가 녹녹치 않아 운전차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라 여겨진다. 아침식사는 간단히 형채가 준비해 온 앙금빵으로 대신하였는데, 형채는 산우들을 위해 꼭 뭔가를 준비해 오지 않으면 몹시 불안한가(?) 보다. 참으로 좋은 버릇이다. 이미 다른 산우들도 진즉 전염되어 배낭 안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준비물들은 ‘매직쇼’에서 보는 듯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서안산-서평택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서해안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려와 09시20분경에 서해대교 위를 통과했다. 늘 그러했듯이 버스 안에서는 성능 좋은 스피커(?)와 지직거리는 묵은 스피커가 혼합되어 유쾌한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 시간에 집에 있으면 도전노래 1,000곡을 보거나 진품명품을 감정하다가 졸다가 했을 터인데... 고교시절을 한 울타리에서 지냈었다는 추억 하나만으로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누리다니 참으로 우리들은 행복을 준 인연이다.
홍성IC.를 빠져나와 수덕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25분이다.
몇 걸음을 걸어 수덕사로 가는 초입에 아담하고 고즈넉한 초가집 한 채가 우리의 발걸음을 가까이 옮기게 하였는데, 이곳이 고암 이응노 화백의 고택이었으며, 수덕여관이라 한다. 그분이 남겨놓은 좋은 글과 작품들을 짧은 식견으로 잘 헤아리지 못하고 수덕사로 향했다. 가는 길이 어느 시골 장터인양 나물, 버섯류, 건강곡식류와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덕숭산’은 ‘수덕산’이라고도 한다. 차령산맥이 서해로 달려가다가 마지막쯤에 기운을 모아 힘껏 솟구친 산이 ‘덕숭산(德崇山)’이라 한다. 해발 495m로 작고 아담하지만 두리뭉실한 인근 산과는 달리 힘찬 산세를 지니고 있다. 울창한 숲 뒤로 사람 두개골이나 노적가리, 사나운 짐승의 입 벌린 형상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고, 정상에 오르면 안면도와 서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한 눈에 들어오고 이렇듯 경관이 빼어나 예로부터 호서의 금강산으로 불리운다고 소개되어 있다.
수덕사는 이 산의 남쪽 아래에 자리잡고 있으며, 1308년(고려 충렬왕 34년)에 창건된 사찰로, 경내의 대웅전(국보 49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손꼽힌다.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기와지붕과 불룩한 배흘림기둥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절 뒤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니 정혜사와 견성암 등의 암자가 있었는데, 옛날 경허와 만공 등 고승들이 수도하던 곳으로 유명하단다. 덕을 숭상한다는 산의 의미가 느껴진다.
산의 북쪽 능선은 덕산온천 뒤편의 가야산(678m)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두 산은 주변에 많은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경치를 담고 있어 1973년 3월 6일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덕산온천과 윤봉길 의사 사당인 충의사, 천주교인들의 성지 해미읍성, 추사 김정희 고택 등이 가까이 자리하고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수덕사의 관음바위(동전 부쳤던 곳)에 대한 설화는 참으로 흥미로웠는데, 글로 다 옮기기보다는 각자 인터넷으로 조회해 보시기 바란다.
11시40분, 주차장에서 약 1시간 15분의 짧은 시간에 덕숭산 정상에 도착하였는데,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광은 대단하다. 좌측으로는 안면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우측엔 덕산 시가지가 송림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산수화와 같다. 김 전회장님이 행여 500미터도 안 되는 낮은 산이라 성에 차질 않아 참석을 안 했는지(?), 아니면 이처럼 좋은 절경을 담을 새 카메라(지난 산행 때 분실)를 준비하지 못 함인지(?) 함께 동행하지 못 함이 아쉽기만 하다.
짧은 산행이라 뒤풀이 때 중식을 겸하기로 되어있어 정상에서 간단히 과일정도만 먹고가려나 했는데, 웬걸? 이게 뭣이냐~ 시바스리갈(기인), 낙지(문형), 계절의 진미 주꾸미(경식), 콩가루와 모시떡(해왕), 노가리(양기), 과일(귤, 사과, 딸기, 빨간고구마), 막걸리 등등... 넘 경쟁이 심하다. 그래도 막지는 말아야지... 한 잔 곁들인 후에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떳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를 산행 동반시로 낭독하자 주변의 많은 등산객들이 귀를 세우고 훔쳐 듣는다.
오후 1시 22분에 오르던 길로 다시 하산하여 우리의 애마에 몸을 싣고 덕산온천으로 향했다. 이는 포도청대감님인 나 원장의 강력한 주장도 있었지만, 이미 사전에 공지한 바와 같이 온천지역에 와 산에선 정기와 좋은 공기로 마음을 깨끗이 하고, 하산 후에는 온천물에 그동안 묵은 때를 말끔히 씻기로 하였다. 앞으로 온천과 먹거리에 관심 있는 산우는 산행 전에 포도청대감님의 참석여부를 필히 확인해 봄이 좋을 듯싶다. 우리가 갔던‘덕산호텔’온천은 1945년 5월 10일에 개장한 유서 깊은 온천장이라고 한다.
온천탕에서 약 1시간동안 몸을 가쁜하게 풀고 2시 20분경, 오늘 산행에는 참석치 못 했지만 뒤풀이 장소에서 만나기로 되어있는 두(김 회장과 최광일) 산우가 기다리고 있는 보령시 무창포해수욕장으로 이동하였다.
3시 20분, 무창포해수욕장 중앙에 자리한 “길은수산”에 도착하였다.
해변을 걸으며 모래사장과 파도를 배경으로 한 컷 누르고 나서 우리의 마지막 순서인 목 때밀이 장소인 ‘처음처럼’으로 향했다. 이곳은 김 회장과 금년 초에 입회한 신입회원 최광일 산우가 성대한 뒤풀이를 위해 미리 예약해 놓은 장소이다.
주 메뉴는 싱싱한 자연산 도다리회와 계절의 진미인 주꾸미였는데, 해삼, 멍게, 키조개, 개불, 우럭구이 등등의 기본안주에 김 회장이 준비한 소곡주와 소ㆍ맥을 곁들였다. “자 이처럼 단돈 2만원으로 태워주고, 박아(찍어)주고, 씻겨주고, 먹여주는 모임이 있으면 어디 한 번 대봐!“라고 누군가(?)가 외쳤다. 농이지만, 정말 소문내지 말자!, 여기에 이런 모임이 있다고...(군기반장 나 원장의 성화에 못이겨 기왕지사 모처럼 서해안 바닷가에 와서 올해 주꾸미가 흉년이라 1 Kg에 거금 5만냥이나 하는 알이 가득 배어있는‘주꾸미탕도 먹었기에 여한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렇게 속 깊고 배려심 많은 친구들과 동반하여 산행하는 즐거움과 행복한 삶을 누린다는 데에 참으로 큰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시산회원 만만세다! 앞으로 우리 시산회원 모두가 뜻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 “시산회! 디비디~ 바비디 부 !” -
2009년 03월 16일 기 세환 씀.
이상은 기 전회장님의 산행후기를 제가 일부 내용과 체제만 편집하여 그대로 옮겼다. 기 전회장의 후기에서도 있었지만, 산행장소만 추천하고 일신상의 이유로 함께하지 못한 김 전회장님의 불참이 못내 아쉽다.
사실인즉 작년부터 서해안 쪽에 있는 예산의 가지산이나, 용봉산, 보령의 성주산에 산행을 할 경우, 가까운 덕산온천에서 온천을 한 후 내가 옛날 2000년부터 약 4년 동안 근무한 무창포에 와 낙조를 바라보며 산우들과 맛있는 회에다 술을 한잔하고 싶었었다. 다행이 산행 전날에 대학친구들 몇 명과 그 곳에서 1박2일로 모임이 있었기에 모임 후 함께 산행을 하고 싶었으나 일정이 여의치 못해 미안하게 되었다.
무창포의 낙조는 ‘보령8경’중의 하나이다. 날씨가 맑은 날, 해수욕장 앞에 있는 섬(석대도) 뒤편으로 지는 낙조를 바라보면서 싱싱한 회 안주에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술 한잔과 바닷가의 추억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서울에서 불과 2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이기에 난, 불현듯 옛 추억이 생각나면 차를 몰고 왔었던 곳이기도 하다.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의 인심도 좋고하여 정년 후에는 이곳에서 남은 여생을 보낼까도 생각한 장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다음 제 106회 산행장소는 수원과 용인에 위치한 '광교산(582 m)'으로 결정했다. 자세한 안내는 이 총장님께서 조만간에 별도로 공지할 계획이니 좋은 친구들과 함께 건강을 위하여 많은 산우들이 동참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항상 아침에 출근하여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속에 묻어 둔 글귀를 첨언하면서 오늘은 이만 맺는다. 애착이 깊으면 많은 것을 소모하게 되고,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네. 겸손할 줄 알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자만이 지나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그대 오래오래 화평하리라" (노자의 ‘도덕경’에서)
강릉에서 김종화 배.
구병산의 뒤풀이를 조촐하게 베풀어준 상주의 친구에게 시산회 회원들의 고마운 마음을 전했더니 함께 참석하여 낙동강과 상주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 박 이사의 전언에 의하면 뒤풀이가 그리도 점잖고 깨끗한 등산모임은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역시 명문 출신답다라는 말까지 곁들인다. 자기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혹시 김천, 보은, 문경 쪽으로 오면 다시 대접하고 싶단다. 기 전회장도 꼭 가자. 꺽지매운탕이 맛은 있더라. 푸짐해서 더 좋았고. 문경, 김천에는 조령산, 주흘산, 황악산, 황장산, 희양산이 있다. 언젠가는 갈 산들이다.
수원 광교산은 도움쇠가 가보지 못해 설명할 수 없으나 이 총장과는 교감이 있었다. 네티즌이 선호하는 명산 중 34번째라니 꼭 가보고 싶으나 현재로서는 어려울 듯싶다. 지난 주말에 이 총장의 전화를 받아보니 수리산을 다녀오는 중인데 4월의 둘째주 근교산행의 사전답사를 위한 산행이란다. 그의 책임감과 열정에 감동 먹었다. 우리 집과 그의 직장사이의 중간쯤에 있는 태릉 할미복집에서 맛있는 까치복찜과 뛰김을 사이에 두고 그의 열정과 매실주 한잔이면 행복하겠다. 군자교 근처에서 싱싱한 함평 암소 육사시미에 그의 책임감과 소주 한잔이면 더 좋을까. 구병산 정상에서 서거하신 올림푸스 카메라 대신 삼성 카메라를 받았다. 마음이 넉넉한 산우들에게 고맙다. 기능이 간편하여 노인용으로 적합하여 좋고 740만 화소가 820만 화소가 되어 더 좋다.
김용우 산우가 추천하고 읊고 싶은 시다. 대환영이다. 친구들에게 보낼 메일을 작성하다보면 프롤로그시와 동반시 선정이 가장 어렵다. 그런 작업을 덜어주니 고맙고 반갑다. 봄날에 맞는 시다. 앞으로 동반시 선정도 돌아가면서 하자. 참석 회원 수에 맞춰 복사와 배포도 부탁한다.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구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도 작은 것도 좋다고,
많은 것보다도 적은 것도 좋다고,
높은 것보다도 낮은 것도 좋다고,
빠른 것보다도 느린 것도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소서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에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떨림과 설렘과 감격을 잊어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몸에도
물이 차 오르게 하소서
꽃이 피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얼음장을 뚫고 바다에 당도한 저 푸른 강물과 같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2009년 3월 24일 새벽에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 정 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