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산(관악산의 서쪽 자락)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16회 산행)
산 : 삼성산(479 미터)
코스 : 관악산 입구 광장-성주암-장군봉-깃대봉-호수공원-제 4야영장-광장(원점회귀)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반
일시 : 2009년 8월 22일 10시
모이는 곳 : 서울대 정문 근처 관악산 입구 광장(전 매표소 앞)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겸 점심)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넘쳐 흘러내리는 시원한 매미 울음소리와
더위에 지친 옥수수 잎사귀의 와삭거림
그 사이
고추잠자리 날개에 주황색 묻어나는 늦더위와
코발트블루 해맑은 높이에서 사라지는 눈부심
그 사이
황금색 물결 넘실거리는 들녘 끝자락과
논두렁 억새 서너 포기의 가녀린 몸짓
그 사이
거미줄처럼 가늘게 내리는 따가운 햇살과
짐승처럼 드러누운 얼룩진 가로수 그늘
그 사이
-가을바람’-허만하(1932~ )
마른 옥수수 잎 와삭거리는 소리. 새벽녘 귀뚜라미 울음소리. 해맑은 높이를 나는 고추잠자리. 황금색 띠어가며 넘실거리는 들녘. 짐승처럼 드러누워 숨 헐떡이는 가로수 그늘. 햇살과 그늘 그 사이를 부는 바람. 늦더위 따가운 햇살 아래 온몸으로 느끼는 가을의 낌새. 가는 여름과 오는 가을 그 사이의 눈부심.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기를 마무리하려고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찬바람에 실려오는 가을냄새에 몸이 움츠려든다. 낮에는 폭염과 소나기에 여름을 느끼나 새벽에는 가을을 느낀다. 가을걷이를 서둘러야겠다. 하여 머지않아 다가오는 춥고 긴 겨울을 맞이하자.
도봉산 도봉계곡과 거북바위, 거북바위 밑의 거북샘(2009. 8. 9)
참석 : 기세환,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나창수,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전 작, 최근호, 한양기, 한천옥 (12명)
8월은 타오름달-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이다.
도움쇠는 한 달만의 산행이다. 7호선 도봉산역 대합실에 10시 정각에 12인의 산사람들이 모였다. 근호가 반가웠지만 위윤환 대장의 얼굴이 보이자 않아 서운하다. 집이 가까운 나 혼자 마을버스를 타고 모두 전철을 타고 왔다. 시간이 어김 없는 모임이다. 한 달 전에도 모였지만 그때는 폭우가 쏟아져 입산금지가 되었고 견산(見山)과 심산(心山)만 하고 노래방에서 가볍게 뒤풀이를 하고 헤어진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은 맑고 화창한 날씨라 작심하고 온 듯하다. 가깝지만 마음이 급해 10분이면 가는 거리지만 40분 빨리 나오는데 동네에 오는 손님을 홀대(?)할 수 없다는 마음이 들어 이 총장에게 전화를 해서 문어를 사갈 예정인데 가져오는 산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반색을 하며 반긴다. 그러면 5분 쯤 늦겠다고 하고 창동 농협 하나로마트에 가서 제주산 삶은 문어를 사고 나오는데 칠레산 홍어가 눈에 뛴다. 그래! 반색의 고마움에다 먹자고 하는 등산인데 홍어도 한 봉지. 홍어는 삼환표 홍어와 전작표 홍어무침이 좋았고 하나로표 홍어는 별로 환영을 받지 못 했으나 먹지 않으면 다음에 회무침으로 가져가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버스가 때맞춰 와줘서 5분 전에 도착. 가고 싶은 코스가 있는지 물으려는데 김종화 회장님이 지도를 나눠주면서 산행기와 시 낭송을 부탁하는데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은 잘 듣지 않아도 회장님의 말은 잘 듣는 모범생 아닌가. 일단은 거북바위까지 가서 거북바위 밑의 샘물을 마시고 자리를 펼 예정으로 힘차게 출발. 나 원장과 나의 교감이 맞지 않아 나 원장이 홍어 한 접시를 샀다. 항상 먹을거리를 많이 싸오는 고마운 산우다. 올라가는데 인산인해다. 산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다니...... 도봉산은 일요일의 탐방객이 3만 명이라는데 한국의 어느 산을 가도 이런 숫자는 나올 수가 없다. 설악산의 단풍이 절정인 10월 첫 주 입산객의 수도 실제로 이렇게 많지 않다. 산만 쳐다보고 가는 방문객과 실제 입산객은 구분되어져야 하는데 도봉산의 경우 모두 입산객이므로 참으로 대단한 수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은 항상 그렇다. 간단히 소개해보면 의정부 방향에서 시작하면 사패산과 사패능선, 회룡계곡, 송추계곡과 송추폭포, 포대능선과 Y(와이)계곡, 임 수석이 좋아하는 다락능선과 원도봉계곡, 배추흰나비봉, 말바위, 물개바위, 자운봉, 신선대, 뜀바위, 에덴바위, 주봉(柱峰), 병풍바위, 칼바위, 생태계보존구역인 도봉계곡, 용어천계곡, 거북바위와 거북샘, 오봉과 오봉능선, 여성봉, 도봉주능, 우이암과 우이남능선, 이경식 산우가 단골로 즐기는 물이 많아 계곡물이 춤추며 흘러간다 해서 무수골(舞水), 마당바위, 눈썹바위 등 명색이 별호가 도봉별곡인 도움쇠가 모르는 많은 능선과 계곡, 봉우리에 이르기까지 암릉미와 계곡미는 설악에 못지 않다는 것이 도움쇠의 생각이다. 원도봉계곡을 지나 민초샘을 거쳐 포대능선으로 오르는 길의 가을단풍은 별미다. 지하철 1.7호선이 닿는 곳이라 모든 산객이 접근하기가 쉽다. 어쨌든 난 도봉산이 참 좋다. 하여 난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가 보다. 딸들이 졸업하고 취직을 한 곳이 삼성동과 양재동이라 출퇴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애들은 그쪽으로 이사를 가자는데 난 이곳이 좋다. 그곳이 싫은 게 아니다. 불암, 수락, 북한, 도봉산. 네 산의 중간에서 20년을 넘게 살아왔다. 부동산의 투자가치는 그쪽이 낫겠지만 산이 있는 이곳이 더 좋다. 다행스럽게 마나님도 내 쪽에 무게를 실어주니 고맙다. 친구들과 형제들이 그쪽에 살아도 이쪽을 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산행을 즐기며 산행을 건강의 방편으로 여기는 남편의 건강이 최고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애들에게 그와 같은 명분으로 설득한다.
참석회원의 수가 12명이니 인해를 이룬 상태에서는 선두와 끝이 보이지 않으면 일행을 잃기 쉽다. 어린애만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어른도 잃어버린다. 내가 향도를 맡기로 하고 갈림길마다 산우들을 챙기며 올라가면서 첫 번째 쉬는 장소로 물이 많이 흐르는 문사동(問師洞)의 너른 바위를 생각했는데 이경식 산우가 더웠는지 갑자기 작은 마당바위 부근에서 옆의 계곡으로 빠진다. 이런 과정에서 이원무 산우를 잃었다. 산객이 많아 혼잡한 산행에서는 선두에서 일행을 모두 챙기는 것이 쉽지 않다. 본인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애들처럼 배고픈 미아가 되기 쉽다. 겨울이면 춥기까지 하다. 유의하고 조심하자. 서로 신경이 쓰이고 나중에 연락하고 기다리는 것도 민폐다. 본인이 미안해하는 것도 좋을 일이겠는가.
물가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나 원장의 홍어가 나오고 수박도 나온다. 계곡물은 차고 맑다. 땀을 식히고 천천히 올라가면서 이원무 산우와 통화를 했는데 이정표가 곳곳마다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현재의 자기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니 답답하다. 관음암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거북샘에서 요기를 할 때 내려오면 10분 거리라 그렇게 하기 바랬으나 거북샘에서 다시 통화하니 내려가고 있단다. 관음암까지 가려면 능선을 하나 넘어야 한다는 멍청한 등산객의 말에 힘들어서 포기하고 내려가고 있다니 나도 맥이 풀린다. 내 말보다 멍청한 등산객의 말을 더 믿는가 싶어 서운하다. 관음암이 힘들면 주봉 아래의 사거리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잘 아는 샛길로 오면 5분이면 오는데. 어쨌든 거북바위 옆의 너른 터를 잡고 .............
여기까지 썼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가슴 전체가 아려왔다. 누구나 그 분에 대한 소회가 없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학교의 선배이다. 그 분의 공과에 대하여는 말들이 많지만 국장기간에는 묻어두고 추모하자. 사람은 누구나 오고 간다. 거인도 오고 가지만 우리 같은 소인에 비해 그들의 족적은 오래 기억된다. 내가 아는 고교 선배 한 분은 음주가무의 시간에는 ‘목포의 눈물’이라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한다. 그는 이 노래를 그 분의 ‘성가(聖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이 노래가 그 분과 관련된 노래라고 굳게 믿고 있기에 그러는 것이다. 그 분에 비해 나는 너무 좁게 살았다는 자괴감에 쌓여 있다. 왜 좁아터진 한반도에서 머리 터지게 싸우고 살았는지, 건설업만을 고집하고 살았는지 후회스럽다. 해외로 나가서 포부를 맘껏 펼치고 살았어야 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도 진출했어야 했다.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련다.
........... 싸온 문어와 안주거리, 각종 과일들을 펼쳐놓고 즐거운 덕담들이 오고 간다. 기 전회장은 자기가 회장였던 시절에도 내가 상왕처럼 행동했다고 불만어린(?), 그러나 결코 밉지 않은 조크를 자주 하나 내 기억은 항상 그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기억한다. 나의 지나친 자신감과 말투 등이 그의 눈에 그렇게 비춰졌나 보다. 나도 반성할 테니 이제 그만 노여움을 푸소서. 먹으면 내려간다는 불문율이 오늘도 발동한다. 나는 관음암까지 올라 도봉의 연봉을 보여줄까 했는데 오늘은 여기서 접어야했다. 읽기, 쓰기, 말하기에 서툰 나의 시 낭송에도 마지막 박수는 나온다. 산행기를 쓰면서 생각하니 단체 증명사진을 찍지 않았다. 이원무 산우가 없어서 성원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모두의 가슴에 있었나 보다. 오던 길로 내려가서 뒤풀이장소를 물색하는데 배부른 고기 종류보다 두부김치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자는 의견에 마침 내가 아는 시원한 집이 있어 그리로 안내했다. 이름하여 ‘그 여자네 집’이다. 그 여자가 누구냐고 한양기 산우가 묻는다. 그 여자는 외출했고 이 여자만 있다고 아주머니가 답한다. 아주머니는 하도 그 물음을 많이 들었는지 거침 없이 답이 나온다. 한양기 산우는 오늘 도봉산행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뒤풀이 장소만 마음에 든다고 아주머니에게 아첨(?)을 부리는데 산행을 주도한 집행부가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이었을 거다. 어쨌든 어렵지 않게 산행을 마무리 하고 일찍 집에 오니 마나님이 반색하며 반긴다. 역사상 가장 빠른 귀가라고. 덕분에 가족 모두 즐거운 만찬을 즐겼다. 고맙다! 산우들아 오늘 하루도 즐거웠다.
뒤풀이장소에서 결정하여 이번에 오를 삼성산은 여러 번 가본 곳이라 산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고 가을의 첫 자락에서 오르는데 이재웅 산우가 산객이 적다고 걱정이다. 지난 불암산행 때 6명이 최저였는데 이번에는 신기록을 세울 것 같단다. 항상 헌신적으로 애를 쓰는 그를 위해서라도 많이 참석하기 바란다. 도움쇠는 처가의 제사풍습에 따라 갈 수 없는 형편이다. 그들은 제사를 낮에 산소에서 지내는 풍습이 있다. 제사 자랑이나 제사 흉은 보지 않는다지 않는가. 동서들 중 유일하게 고향이 같다고 나를 아껴주시던 장모님의 기일이니 필히 참석해야 한다. 김 회장님과 이 총장에게 미안하다.
동반시다. 갈 사람은 간다고 하지만 DJ의 서거소식에 잠시 펜을 놓았다. 해서 약간 늦어졌다.
아련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가슴에 품고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 시를 보았을 때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이 관악산의 서쪽 자락에 있는 삼성산행의 동반시로 선정했다.
시평이다.
낙조(落照)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포착했다. 어찌 손 써볼 틈도 없이, 앞서 달려 나가 막아볼 도리도 없이 저만치 사라지는 그녀. 날 저물며 어렴풋이 사라지는 섬에서 또다시 그녀를 떠올리지만, 어둠에 기댄 채 울음보를 터뜨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첫눈이 돼 재회할 수 있다며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는 당신. 가슴 시린 짝사랑은 결코 녹슬지 않는다.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헌 필름을 꺼내들었듯이 추억의 눈 위에 지는 해를 올려놓으면 아슴아슴한 옛 애인이 나타나지 않을까.
-시평(남궁 덕. 언론인.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장)
또 기다리는 편지/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2009년 8월 20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