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비봉)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17회 산행)
산 : “북한산(비봉)”
코스 : 불광역(9번출구)-APT.-쪽두리봉-비봉-승가사-구기동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반
일시 : 2009년 9월 13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6호선 불광역 9번출구
준비물 : 식수, 살얼음 낀 막걸리, 안주, 과일, 사진기 등
기타 : 점심은 하산 후 뒤풀이를 겸하여 실시
연락책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창 꽂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의 한가운데에는 텅 비어 있었다
“비 그친 새벽 산에서”- 황지우(1952~)
소나기 한 줄금 지나보면 여름 절정에 이른 줄 알 수 있다. 훅, 더운 김을 뿜어내는 대지와 초목들. 이제 찜통더위 물러가겠거니. 비 그친 새벽 피어나는 안개 속 산봉우리는 하늘에 떠 있는 섬. 산도 깨어나 세수하나 했더니 그리움 못 잊어 밤새 피워 올린 더운 김이라니. 그리움에도 더운 김 몰아쉬는 짐승 같은 야성의 비장한 에너지 넘치고 있으니. 다 앗겨도 시인으로 남을 텅 빈 힘 여기서 솟거늘... <이경철·문학평론가>
입추(入秋) 지난지가 이미 한 달이 다 되었고, 몇일 후면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이다. 벌써 올 한 해도 3분지 2가 지나간다. 세월은 이렇게 허무하게 흘러 가는데 난, 여태 무엇을 했으며, 또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지나가버린 팔팔했던 청춘이 아쉽기만 하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게 부는 바람이 이미 가을이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아~! 벌써 가을인가 보다! 세간에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는데, 올 가을엔 무슨 신바람나는 일이 없을꼬...?
시산회 제116회“관악산(삼성산)”산행기 (2009. 08.22, 맑음 / 이재웅)
▣ 산행코스 : 서울대정문옆-성주암곁-장군봉-국기봉곁-계곡-서울대캠퍼스내 버스정류장
▣ 참 석 자 : 7명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임용복, 한양기)
▣ 오늘의 동반시 :‘또 기다리는 편지’/ 정 호승
▣ 뒷 풀 이 : 꽃등심 및 명이나물(산마늘)과 쏘,맥주 - 봉천동 봉원中 근처 정육점 겸 식당
이번 제116회 산행은 필자인 본인이 총장으로써 산행 공지 후 산행 전까지 가장 마음 조려했고, 조마 조마했던 산행이었다. 회원들에게 산행공지로 e-mail과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보낸 후 참석가능 응답은 거의 없었고, 참석불가 응답이 쇄도(?)해 왔다. 김종화 회장님과 전임 기세환 회장님, 김정남 왕회장님도 사정상 불참이다. 많은 회원들이 여름 휴가철 또는 각자의 다른 불가피한 사정들이 있으신 것 같다. 산행 전날인 8/21일까지 참석한다고 응답을 해 온 회원이 6명뿐 이었다.
참석하겠다는 6명중 1명만 더 못나오게 되면 시산회 창설이래 최저 인원의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지금까지 최저 인원은 2005. 11. 20 세25회 불암산 산행 이었는데, 그 때는 회원 5명 이외에 비회원 1명이 참석하여 인원수로는 6명이었으므로 비회원 참석도 없이 등산인원 5명이 된다면 최저인원 기록이 수립되게 된다. 또한 2007.10월 제69회 북한 금강산 산행은 회원 4명이었지만, 부부동반 이었으므로 인원수로는 8명이나 되었었고 산행 정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의 산행과 단순 비교 대상은 안 된다). 참석하겠다는 예정인원 6명만 모두 참석해도 최저참석 신기록의 비난(?)은 모면할 수 있을텐데… 염려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더위는 아직 가시지는 않았지만, 오늘 날씨도 맑고 등산하기에 좋은 날씨다. 관악산(삼성산)은 90년대 후반과 2천년대 초반에 내가 자주 다녔던 산이고 더욱이 20년간 몸 담았던 처음의 직장을 나와서 생의 방향을 전환하는 변신을 위해 홀로 등산을 자주 했던터라 오랜만에 가는 오늘의 삼성산 산행은 내겐 남달리 감회가 깊었다. 관악산(삼성산)은 오늘의 내가 평온한 마음으로 세상구경을 하면서 건실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크게 일조를 한 산이다.
집을 출발하여 관악산입구까지 가는 데는 버스교통편이 바뀌어서 시골사람이 모처럼 서울에 와서 길을 묻는 것처럼 바꿔 탈 버스번호를 물어가면서 관악산입구 집결지에 도착했다. 버스교통편이 예전 같은 줄로 믿고 시간 맞춰 집에서 출발하였는데, 없어진 버스를 기다리다가 다시 길을 물어서 가는 바람에 집결시간인 오전 10시에 임박하여 집결지에 도착하였다. 미리 미리 챙겨야 할 임무가 있는 총장 직분이므로 내가 좀 더 일찍 집결지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불측사태(버스노선 변화)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던 점이 나의 불찰 이었음을 인정한다.
오늘의 참석자 7명 모두가 반갑고 소중하였지만, 그 중에서도 ① 가장 고마운 산우 임 용복(참석 가능자 6명 이외의 인사로써 최저 신기록을 면하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음. 그러나 앞으로는 참석여부를 미리 좀 알려 주시게나),.
② 가장 반가운 산우 위 윤환(금년 초부터 연속 약 6개월간 천주교 교육을 받으며 세례받을 준비 공부를 하느라고 여러차례 산행에 못 나왔고, 지난 7월(or 8월초?)에 세레까지 받았으며 “스테 파노”세례명을 받은 후 오늘 첫 산행에 참석하였으므로 오늘 참석한 나머지 모든 친구들도 자네를 제일 반가와 했었을 걸세. 이제 자네는 과거의 보통사람이 아니고 신의 축복을 받은 성스럽고 거룩한 聖者이시거늘 앞으로 시산회 모든 친구들이 공인하는 시산회 등반대장직함의 명예도 늘 함께 하시기를 바라네).
③ 가장 미안한 산우 한 양기(가장 먼저 도착하여 총장이나 다른 산우들이 안 보이므로 총장인 저에게 전화할 때 지는 버스로 이동 중이었네요, 미안합니다)
이렇게 해서 최저 참석인원의 신기록을 모면한 우리 Lucky Seven 7인의 산각자(山覺者?)들은 오전 10시10분에 관악산 입구 일주문을 들머리로 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지난번 8월 9일 도봉산 산행 때에 일행 중 한 산우가 이탈되었던 사고(?)가 있었기에 이런 사고의 재발 방지대책으로 내가 마나님께 부탁하여 만든 깃발을 오늘 내 배낭에 꽂고 실습을 해 본 결과, ‘깃대가 너무 낮고 깃발의 색상이나 모양도 좋지 않다’는 중론이어서 다시 보완하여 만들 예정이다.
들머리에서 산행코스를 의논한 결과, 날씨도 무덥고 나이도 있으니 완만하고 부드러운 코스를 선택하기로 하였다. 출발 후 평지를 5분정도 걸은 후 우측 진입로로 접어들자 마자 임 수석이 안내 입간판(‘경로자 우대 코스’라는 의미의 문구가 새겨짐, 정확한 문구 단어는 지금은 생각 안남)을 가리키며 보라고 하자 모두들 의미 있는 웃음을 웃는다. 우리 나이가 장년이요? 노년이요? 신이시여! 가르켜 주옵소서!
진입로를 직선으로 올라가면 가파른 바위산행도 하게 되는데, 가파른 바위산행을 피해 서쪽의 좌측 사각길로 진행하여 능선에 오른 후 그 능선을 따라서 여러차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국기봉을 올랐다. 비교적 완만한 코스라고는 하지만, 능선을 타면서 가파르고 힘들고 스릴감이 있는 바위능선 타기를 두,세차례나 하였고, 무더운 날씨라서 땀도 흘릴만큼 흘렸다. 그냥 산보하듯 편안히 등산을 하리라고 생각했던 산행은 결코 아니었다.
능선산행(Ridge산행)중에 장군봉을 통과하는 두 갈래 길을 놓고 한 양기 전 총장과 이 경식 전 총장의 의견이 충돌(?)하게 되었고, 나머지 다섯 명은 잠시나마 휴식 아닌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이 경식 산우는 더운 날씨이므로 거리는 좀 더 길더라도 힘이 덜 드는 우회산행을 하자고 하고, 한 양기 산우는 이왕 등산을 왔으니 가파른 능선산행을 하여 묵은 땀을 좀 빼야된다 하고… , 결과는 목소리가 큰 한 산우의 의견을 택하게 되었고, 덕분(?)에 일행들은 땀을 좀 더 뺄 수 있었다. 한 산우와 이 산우 두 산우를 두고 생각해 볼 때 산행경험이나 산행속도, 출생연월일(년식) 등 모든 요소를 감안할 때 경식이가 난코스를 주장해야 옳고, 양기가 우회코스를 주장해야 합리성이 있을 것인데, 이런 반대현상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두 의견이 다 우리 7명 모두를 위하는 마음에서 나온 의견이기에 기분 좋은 의견 충돌이었다고 생각된다.
산행 중에 한 전총장이 친구들을 상대로 자꾸 뭔가를 발표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나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김시습 운운하는 몇 단어만 들려서 산행중 내내 궁금했었다.
국기봉을 지나 예전 이동 음식상인이 음식을 팔던 평평한 장소에 점심자리를 잡았다. 점심식사 후에 이경식 전 총장이 감상에 젖는 목소리로 “짝사랑하고”, “애절하게 보고싶어 하고”, “애절하게 기다리는” 내용이 들어있는 그런 애간장을 죄다 후비는 내용의 동반시 「또 기다리는 편지」를 잘 낭송하였다. 이 시를 선정한 김정남 왕회장님께 감사하고 이 시를 잘 낭송해 준 이경식 산우께도 감사한다.
동반시 낭송에 이어서 한 양기 산우에게 누군가가 아까 산행 도중에 잠시 보였던 김시습의 한시 번역문 낭송을 요청하자 마자 양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된 김시습의 시 세편이 수록된 복사용지 2매를 꺼내 들어 낭송하고 김시습에 대한 역사적인 인물설명까지 곁들여 유창하게 설명하였다. 한 전총장님은 평소에도 아는 것도 많고 기억력도 좋아서 오늘 설명한 내용 정도는 평소 실력이라고 생각도 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한 산우가 오늘의 산행이 관악산 근거리 산행이어서 많은 산우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오늘 김시습의 좋은 시를 되도록 많은 친구들에게 알리려고 준비해 온 것 같은데, 하필이면 오늘 7명의 소수 참가 산행이 되어서 한 산우 본인도 준비했던 마음에 비해 다소 섭섭했으리라고 필자는 생각된다.
그러므로 한양기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이 산행기 말미에 양기가 제공한 김시습의 시 세편을 첨부하겠으니 산우들이 잘 감상하시기 바란다.
오후 1시경 점심시간은 우리 시산회 산행을 즐기는 또 하나의 맛이다. 막걸리는 각 1병씩 지참해서 오르는 중에 일부 마시고 점심용까지 충분했다. 가져 온 음식으로는 윤환표 돼지족발 (배를 부르게 하고 안주감이 된 주된 점심 음식이었음), 재홍표 오이, 양기표 토마토(잘 썰어서 먹기 좋았음), 재웅표의 사탕(산행도중 입가심 및 식사후 후식), 경식과 원무 친구도 뭔가를 가져온 것 같은데 글을 쓰는 이 시간 생각이 잘 안 나네요(산행한 후 2주일이 지난 9월 5일에 이 글을 작성, 양해를 바람). 이 모든 음식을 압도하는 임 수석의 전북 고창 産 복분자술 등 푸짐하였으나 밥이 없었고, 술안주가 다소 부족하였으나(돼지족발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임 수석의 복분자술로 인해 힘을 얻었으니 만족해야 하지 않겠나.
하산 길에 계곡에서 세족을 즐겼다. 이번 계곡 세족은 금년 여름의 마지막 세족이겠거니 하는 생각에 다들 시원한 관악산 물의 감촉을 만끽하는 것 같았다. 세족이 끝나고 더 내려오는 과정에서 우리가 세족했던 장소보다 더 좋은 장소들이 많아서 일부 친구들은 세족을 한 번 더 하자고 제안을 하였으나 시간관계상 지나쳐야만 했다.
서울대학교캠퍼스의 울타리(휀스)에 난 측문(쪽문)이 나타나자 이 지역 지리를 잘 아는 임 수석이 우리 일행을 안내하여 서울대캠퍼스로 진입하여 캠퍼스 내부를 운행하는 시내버스 편으로 임 수석이 안내하는 봉천동의 봉원중학교 인근 정육점겸 음식점으로 이동하였다 (임수석 덕분에 30분 이상의 하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600g 한근에 42천원인 질이 좋은 꽃등심 2근에다가 된장찌개, 냉면 그리고 소주 & 맥주로 뒤풀이를 맛있게 잘 했고, 모두들 다음에 다시한번 이 음식점을 찾아오겠다는 생각들을 하였다. 이 음식점은 양을 속이지 않고, 질도 좋은 장점 외에 특이한 반찬이 있어서 손님을 더욱 더 끌게 하는 것 같았다. 바로 울릉도 특산물인 명이(산마늘)의 넙적 넙적한 잎을 잘 삶고 잘 절이고 양념을 잘 해서 내 놓았는데, 익은 고기를 명이 잎에 싸서 먹는 맛이 너무도 좋았고, 명이 잎을 추가로 갖다 달라 하면 푸짐하게 더 갖다 주는 후한 인심도 좋았다. 좋은 음식점으로 안내해 주신 임 수석께 감사드린다.
다음 산행은 9월 13일(일), 서울근교의 산행으로써 협의 결과, 북한산으로 일단 정하였고, 추후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집행부가 조정하기로 하였다. 산행코스는 염 재홍 산우가 제안한 “불광역
→대호아파트앞→족두리봉→비봉→승가사→구기동” 코스로 의견이 모아졌다. 적은 인원이지
만, 이렇게 맛있는 뒷풀이까지 즐거운 산행을 마쳤다.
뒤풀이 음식점에서 맛본 명이(산마늘)에 대해 인터넷 지식창에서 찾아본 내용을 소개한다.
『명이(산마늘)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서 식물 전체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 산나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오대산, 설악산의 높은 지대와 울릉도에 자생하고 있으며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에도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릉도에서는 산마늘을 두고 ‘명이’라고 부르는데, 조선시대 섬으로 이주해간 사람들이 가져간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게 되었을 때 새로 올라오는 명이(산마늘)를 먹고 수개월을 견디며 목숨을 부지했기에 목숨을 뜻하는 ‘명(命)’이라는 말에서 ‘명이’라고 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산마늘을‘행자마늘’'이라 하는데 수도승이 고행을 할 수 있는 체력을 얻기 위해 즐겨먹던 나물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 산행 동반시 *
“또 기다리는 편지” / 정 호승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2009년 09월 06일 이 재웅 씀.
※ 한양기 전 총장이 적극 소개하여 낭송한 김시습의 시 세 편을 소개함.
<인간 세상에 떨어져>
꼿꼿이 뻗은 천 길 삼나무
바위 골짝에 우뚝 솟아올랐네
바람 우레 몇 해나 맞섰던가
줄기며 가지가 오롯이 곧네
하룻밤 눈꽃 맞으면
더부룩한 모습 함치르르해지네
예전에 듣자니 동해 바다 어느 섬에
옥 나무며 옥 똧을 심었다던데
귀신이 옮겨다가
이 골짝에 심은 걸까?
나는 본시 신선 땅 나그네인데
인간 세상에 잘못 떨어진 신세.
옛날 살던 궁궐은
황금과 옥이 뒤섞여 환히 빛났지.
따뜻한 바람 옥 나무에 불면
가지끼리 부딪혀 맑은 소리 울렸네.
천상의 음악이 울려 퍼져
귀와 눈을 기쁘게 했네.
다시 가서 노닐 텐데
오늘 이 광경 보니 지난날 생각나네
풍경을 즐기며 감회에 젖었는데
무성한 가지에 깃든 학이 날아오르네.
학이 길게 울며 내 위로 날아가니
날개 없는 이 몸이 한스럽구나.
어떡하면 너를 따라 노닐며
너와 나란히 구름 위로 나래 펼까?
너는 돌아가 내 말 좀 전해 주렴
인간 세상에 나 살기 어렵다고
양귀비에게 안부 전하고
이태백에게도 인사 전해다오
선약(仙藥)은 언제 만들 건지
반도(蟠桃)는 몇 개나 열렸는지
봉래(蓬萊) 바다 맑고 얕을 적에
만나서 함께 아름다운 풀 줍기를 기약하더라고.
<한잔 술에 취해 2>
나는 본래 세상 밖 사람
우연히 세상 밖의 경지 찾았네.
술 취하면 기분 좋아
오똑하니 깨어 있기 싫네.
의기는 양양하고
행동은 단속할 줄 모르네.
이 몸은 거만하게 웃어도
이 마음은 늘 깨어 있다네.
우러러 우주를 보면
하늘의 이치 참으로 분명하네
<한잔 술에 취해 3>
세상 사람들 생업에 얽매여
구구히 집과 땅 차지하지만
나는 한잔 술에 취해
자연 속으로 자취 감췄네.
가만히 생각하니 천지간에
사람살이 백 년이 채 못 되네.
바야흐로 검은 머리 기뻐하다가
홀연 서리 낀 백발 탄식하겠지.
내 멋대로 사는 일 뜻에 맞으니
하루하루 애석할 것 무어 있으랴?
※ 지금까지 소수인원 등산 기록 안내(참고해 주세요)
제69회(07.10.07) 금강산(북한) : 4명(부부동반하여 8명)
제25회(05.11.20) 불암산 : 회원 5명과 비회원 1명
제02회(04.10.31) 오서산 : 6명+동반2명
제14회(05.05.01) 예봉산 : 6명
제24회(05.11.06) 오대산 : 6명
제41회(06.08.06) 도봉산 : 6명
제49회(06.12.03) 서대산 : 6명
제08회(05.01.29) 수락산 : 7명+동반2명
제28회(05.12.04) 축령산 : 7명
제30회(06.02.19) 북한산 : 7명
제87회(08.06.15) 소요산 : 7명
제98회(08.11.30) 북한산 : 7명
제116회(09.8.22) 관악산(삼성산) : 7명
지나간 7~8월은 더운 여름철이고 휴가철이라 서울 근교의 산을 위주로 산행하였다. 제113회 도봉산 산행(7/12일)은 시산회 발족이래 우천으로 인하여 처음으로 심산,견산으로 대체하였고, 제116회 삼성산 산행은 근래에 와서 가장 적은 인원인 7명이 참석하였다. 오랜만에 위 산우와 임 수석이 참석하였는데, 두 달전에 한 선약 때문에 불참하여 미안하기 그지없다. 그때 난, 가족과 함께 노고단을 올랐다. 노고단에 올라 장엄한 지리산 줄기를 바라보며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짐했다. 초딩 친구들은 그날 지리산 종주를 한답시고 성삼재를 출발, 반야봉을 오르고 있었다. 그들 역시 산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기에 수 차례에 걸쳐 함께 할 것을 권하였으나 먼저 한 약속이라 동행하질 못 하고 먼 발치에서 나마 안전한 산행과 즐거운 산행을 기원했다.
지난 월요일, 사업상 바쁜 시기라서 눈,코 뜰새없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왕 회장님께서 전화가 왔었다. 프롤로그 시 및 동반시 선정과 산행안내 글을 나에게 부탁하신다. 갑자기 바쁜 일이 있어 다음 산행에도 참석을 못 한다고 한다. 오죽하면 나에게 부탁하겠나? 싶어, 그러겠다고 하고, 밤 늦도록 인터넷을 검색하여 수 많은 시 들을 접하였다. 동반시를 선정하는 것은 당일 참석한 모든 산우들의 마음에 와 닿아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나마 그 시에 몰입하여 긴 여운이 남아야 하겠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동반시를 선정하느라 고심하신 왕 회장님의 고뇌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오랜 시간동안 헤매이다가 어렵게 마음에 드는 시(프롤로그 시)를 선정하여 초안을 다 잡아 놓고, 카페(K-20마을)에 올리려 지나간 산행 안내문을 보다가 중복된 시임을 알게 되었다. 이심전심이라고 마음이 다가가는 좋은 시는 왕 회장님과 같은 심정이었나 보다. 해서 또 한 참을 걸려서 다른 시로 대체하였다.
이번 동반시는 중앙일보“사설컬럼”(詩가 있는 아침)에서 선정(‘저녁은’/ 허형만)하였다. 하루 일과중 저녁은 편안하기만 하는 휴식의 시간 일게다. 변화하는 물질문명의 세파에서 휴식은 삶의 활력소이다. 하지만, 우리같이 중늙은이가 된 아침형 인간은 그 시간도 짧기만 하다. 따라서 우린 가능한 저녁엔 모든 시름을 잊고 빨리 잠자고 아침엔 빨리 일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시평이다. 저녁을 사랑하자. 밤을 사랑하자. 낮은 훤히 투명하여 사람들 욕망에 닿아 있지만, 저녁은, 밤은, 숨결이 적요해 지며 부족함을 덮는다. 돈에, 사랑에, 권력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 사이에, 저녁은 시원한 바람을 강물처럼 풀어 세상의 낮은 곳으로 흐른다. 자신과 만나는 시간. 마음과 마음이 만나 뿌리 내리는 자성(自省)의 시간. 저녁은, 밤은, 적요의 강을 치솟아 오르는 푸른 그리움을 온몸에 적신 후, 목말라 하는 자들을 적신다. 그러면, 야생화처럼 영혼이 맑은 사람들 깨어 상처처럼 별을 어루만지며, 잔잔한 빛이 가슴에 숨어드는 것을 본다<박주택·시인>.
허형만 시인은 1945년 전남 순천에서 출생으로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 1973년《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청명』『풀잎이 하나님에게』『모기장을 걷는다』『입맞추기』등과 시선집으로『새벽』그리고 평론집으로『시와 역사 인식』『영랑 김윤식 연구』등이 있다. 전라남도문화상, 편운문학상과 월간문학동리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목포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시인협회 수석부회장과 광주문진위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문학사상' 시 부문에서 김민정, 신경림, 정끝별 시인 등과 함께 '2009년에 주목해야 할 시인'중 한사람으로 선정된 바 있다.
‘열매달’(가지마다 열매가 맺는 달) 9월이다. 산을 사랑하는 산객들에겐 春夏秋冬, 어느 시기고 좋지않는 때가 없겠지만, 특히 가을철에는 산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드높고 맑은 청명한 하늘과 산에는 단풍이 곱게 물이 들고, 들에는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는 시기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좋은 산우들과 함께 산행을 한다면 즐겁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저녁은” / 허 형만
어떤 이는 돈에 목말라 하고
어떤 이는 사랑에 목말라 하고
어떤 이는 권력에 목말라 하고
그렇게 목말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처럼 저녁은 시원한 바람을 강물처럼 풀어 놓는다
지금처럼 저녁은 목말라 하는 자들을 잠 재운다
어찌 어찌 숨어 있는 야생화처럼
영혼이 맑은 삶들만 깨어 있어
갈매빛 밤하늘 별을
무슨 상처처럼 어루만지고 있다
- 시를 좋아하고 산을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김 종 화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