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산 - 구룡산 산행(詩山會 제138회 산행)
산 : 대모산(292미터). 구룡산(163미터)
코스 : 대모산 - 구룡산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0년 7월 4일(일) 10시
모이는 곳 : 수서역 6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사진기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 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 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아득하면 되리라(전문) 박재삼(1933~1997)
사랑하는 사람과 이 시를 읽으면 제격이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인생을 살아온 그 각각의 길을, 그러나 하나로 합치는 길을 아득하게 바라보면 되리라. 오늘 아침 보이는 것은 사방 벽뿐이지만, 시인은 그 너머를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시선을 잠시 가져보라. 이승에서 바둑을 무척이나 사랑한 박재삼 시인, 아마 지금 천상에서도 바둑을 두며 바둑알과 바둑알 사이를 재고 있을지 모른다. 언어와 언어 사이의 거리를 재듯, 이승에서 사랑하던 사람과의 거리를 재듯.
-시평<강은교·시인>
관악산(삼성산) 산행기. 2010. 7. 4.
참석 : 기세환, 김정남, 남기인, 전작, 이경식, 염재홍, 한양기, 한천옥 (8인의 시산인)
새벽에 눈이 떠졌다. 밖을 보니 구름이 잔뜩 끼고 나뭇잎에 맺혀 있는 빗방울은 밤새 비온 흔적으로 남아있다. 마나님이 준비해준 큰처형표 강진산 묵은김치, 산골두부, 한과를 배낭에 넣고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시계를 보니 7시10분. 8시에 자명종을 맞추고 거실에서 잠간 눈을 붙인다. 8시 10분. 마나님의 원망스런 눈길을 뒤로 하고 현관문을 나선다. 친구들은 휴일에 남편더러 나가라 한다는데 마나님은 아직도 같이 놀아달란다. 잘못된 습관일까? 집에 함께 있어도 남편이 여편을 귀찮게 하지 않으니 그런다는 말도 있다는데 앞으로 귀찮게 하면 나가라고 할까? 전 날 준비하지 못한 문어를 창동 하나로마트에 들러 구입했다. 참석 예정인원이 8명였는데 종화, 재웅, 원무, 재홍이 못 간다면 4명이니 만원어치면 충분하다.
10시 정각. 약속장소인 서울대 입구에 도착하니 일곱의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참석인원 전달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다. 남기인 이사장을 비롯하여 기세환 전 회장 등 나를 포함하면 8명은 부족한 안주와 막걸리를 보충하고 삼성산 깃대봉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
목적지의 고도가 485미터라 그런지 처음부터 천천히 가잔다. 우리들의 산행 실력으로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산행기는 내가 쓰라는 이경식 산우의 명이다. 시는 내가 낭송하겠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니 나쁘지 않다. 마음에 들어 낭송하고 싶은 동반시다. 입산주를 몹시 밝히는 한 산우는 처음부터 입산주 타령이다. 입산주를 핑계로 세 번을 쉬며 오르는데 마당바위 부근에서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40분이다. 해발고도는 305 미터. 180미터나 남았다. 너무 더디다. 이번에는 내가 앞장섰다. 2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 뛰다시피 올랐다. 2진이 가까이 오면 쉴 틈을 주지 않고 바로 오른다. 시간이 지체될 때 내가 쓰는 산행 촉진 방법이다. 단, 2진의 시야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선두가 눈에 보이지 않고 힘이 들면 쉬게 된다. 그러면 오히려 더 속도가 떨어진다.
12시 5분에 목적지에 도착. 이때부터 빗발이 굵어진다. 하산길 및 식사터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으나 회장 대행 이경식 산우의 의견에 따라 한참을 내려와 너른 터에 자리를 잡고 식사 준비. 남 이사장의 그릇이 크고 무겁다. 다른 산우 같으면 무겁다고 일찍 내놓는데 거봉 포도와 방울토마토가 가득 들어있다. 남 이사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지인들 3명이 한 달 동안 터키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학원일을 마나님에게 맡겼는데 귀국해서 보니 못마땅한 게 있어 약간의 잔소리를 했더니 간섭하지 말고 편하게 다시 해외여행이나 다녀오라고 했다고 투덜거린다. 자랑 같은 푸념을 듣고 있던 산우들 중 한 산우가 “세상 참으로 불공평하네, 누구는 뼈 빠지게 국내서 일해 마누라 뒷수발하고 누구는 팔자가 늘어져서 마나님이 자진해서 해외여행을 밥 먹듯이 다니라 하고” 나도 부럽다. 터키여행사진을 K-20 동창회 카페에 올린다니 기대해봅니다.
떡, 과일, 김밥, 참치캔, 오이, 문어, 한과, 묵은지에 두부도 나오니 진수성찬이다. 적당히 배가 부르니 시 낭송을 잊을까봐 이경식 산우가 시 낭송을 하자고 하는데 나를 제치고 오랜만에 나왔으니 기세환 전 회장더러 낭송하란다. 아니, 내가 산행기를 쓰기로 했으니 내 차롄데. 말도 못 꺼내고 꿀 먹은 벙어리다. 그는 모른 척하고 시를 낭송하는데 정확한 발음에다 시 낭송에 적격인 음성이다. 우씨^^* 잘 들었다.
나의 낭송소리는 허스키류의 탁한 기계음이라 남의 귀를 어지럽힌다. 시 낭송을 끝내니 박수. 시 낭송을 잘 했다는 건지, 시가 좋았다는 건지. 먹었으니 내려가야지. 이경식 산우가 정한 코스로 천천히 내려간다. 들머리부터 시작한 한양기 산우의 레퍼토리는 날머리까지 우렁차게 끝없이 온 산을 울린다. 귀를 쉬려고 잠시 떨어져 가는데 저 밑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그래 들어주자. 우리가 이순(耳順)의 나이 아닌가. 이순이 한 쪽 귀와 한 쪽 귀가 고속도로처럼 뻥 뚫렸다고 이순이라며. 맑은 물이 흐르는 시원한 계곡에서 탁족도 하고 뒤풀이는 도토리묵, 파전, 두부김치에 막걸리와 맥주. 기 전 회장이 시를 낭송하게 해줬다는 답례였는지 맛있게 쏘았다. 잘 먹고 마셨소. 적당히 마시고 아쉽게 헤어질 줄 아는 우리는 참으로 지혜로운 산사람들이다. 즐거운 하루였소, 산우들.
다음 산행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점잖은 염재홍 산우가 불광동에서 올라가는 북한산 코스를. 전작 산우가 대모산-구룡산 코스를 제안하여 기세환 산우의 지원 덕분에 대모선-구룡산 코스로 결정했다. 하산 후 뒤풀이 장소로 유명한 오리 요리집이 있다는 기 산우의 설명이 지원이다. 한여름에는 그늘이 지고 낮고 평탄한 길이 좋으며, 맨몸으로 오라는 전작 산우의 설명이 있었다.
7월의 두 번째 산행은 원거리 산행이다. 추천하고 싶은 코스를 하나씩 생각하고 오기 바란다. 내 생각으로는 휴가철이므로 영장산 같은 근교 산행을 하고 세 번 남은 원거리 산행 중 가을 단풍철에 원거리 산행을 두 번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백담사 - 봉정암 - 중청산장(1박) - 대청봉 - 오색약수 코스와 설악산 흘림골 - 주전골 -오색약수 코스다. 나머지는 겨울철 눈 덮인 선자령 코스다.
오십견이 우리 나이에 오기 쉬운 병인데 나는 잘못 진단하여 4개월간 고생을 많이 했으니 비록 의사가 아니어서 전문적인 소견은 말할 수 없지만 산우들은 그런 경우를 당하지 않도록 잠간 언급하겠다. 우리 나이에 어깨가 갑자기 아프면 오십견이라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양의학에서는 오십견을 유착성 관절막염이라고 한다. 어깨가 아픈 경우는 오십견 외에 석회화 건염, 슬랩, 회전근개 손상, 관절염, 근막염 등 많은 경우가 있다고 한다. X-ray나 초음파검사로는 부정확하며, 가장 정확한 진단방법은 MRI 검사라고 한다. 동네의원에서 오십견이라는 말을 듣고 근육이 뭉친 것을 풀어주는 국소주사와 전기자극침,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며칠을 치료해도 차도가 없으면 비싸도 큰 병원에 가서 MRI 검사를 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병을 키우지 않는다. 동네의원은 MRI 검사장비가 없고 환자를 놓치기 싫으니 환자가 알아서 큰 병원에 갈 때까지 붙잡아 두는 경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 환자 본인이 잘 판단해야 한다.
나는 오른쪽 어깨가 4개월 전부터 아파 동네의원에서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 결과 오십견이라는 진단을 받고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는 전기침과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효과가 없었다. 어깨가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다 동창이자 짝꿍이었던 한의사 이인의 종용과 최근호 산우의 인도에 따라 봉침을 맞아 통증은 완화되고 어깨의 50%는 좋아졌지만 그 이상은 차도가 없었다. 보다 못한 딸들이 검색하여 보니 어깨 회전근개 손상의 증상 같으며 야구, 테니스, 등산, 특히 암벽등반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해서 주변의 등산매니아들을 수소문하여 세 사람에게 알아보니 비슷하거나 같은 증상이다. 병원을 소개 받고 MRI 검사를 해보니 어깨에 있는 4개의 회전관련 근육이 파열되어 90%가 찢어지고 10%만 붙어 있으니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와, 즉시 입원하고 금오일 오전에 수술하고 월요일에 퇴원하고 집에서 자가 물리치료를 하며 회복 중이다. 근육을 치료하고, 굳어진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염증이 심해 빨개진 염증을 긁어내고, 자란 뼈를 갈아내는 수술이었다. 내시경으로 수술했는데 처음으로 전신마취를 했다. 회복에 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어깨가 불편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게 힘들지만 그것도 심하게 하지 않으면 재활치료의 일종이란다. 비용은 170만 원 정도, 큰딸의 회사에서 90% 이상 보조해준다니 고마운 일이다. 요즘은 산우들 자식들의 회사에서 의료비를 보조해주는 경우가 많단다. 올해 1년의 산행에 개근한다고 공언했는데 지키려 한다. 다만 가족의 반대가 심하고 등산 중 산우들에게 짐이 될까 걱정한다.
어깨가 아파 자판을 두드리기 힘들어 김종화 산우에게 시 선정을 부탁하려다 그도 퇴임을 앞두고 바쁠 것 같아 전에 봐 둔 시가 있어 올린다. 바다를 소재로 한 시집 ‘바다가 시인을 부른다’에서 뽑았다. 전라남도와 여수시의 지원으로 제작된 시집이다. 이런 시는 지니는 의미가 복잡하여 사변적인 시라고 하며, 시인의 시작의도를 알기가 쉽지 않다. 행간에 숨어 있는 의미도 쉽게 끄집어 낼 수 없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는 잠언을 생각했다. 노자나 장자의 말 중에 나올 것 같은 잠언이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오대산 적멸보궁도 생각했다. 적멸보궁이 많은데 왜, 오대산일까? 최인호의 소설 중 경허선사의 득도과정을 그린 ‘길 없는 길’을 떠올렸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쉬우면 쉬운 대로 맛난 것이 시다.
이 시는 처음 읽으면 난해해서인지 설명해달라는 산우가 있을 것 같으나 정확한 설명은 시인도 못한다는데 제가 감히 어찌 설명을 하겠나이까! 우리가 누구입니까? 시는 읽고, 듣고, 느끼고, 잊으라 했다. 많이 듣고 읽다보면 언젠가 꺼내서 만질 수도 있다. 소의 되새김질 같은 것이다.
길 없는 물 / 조 창 환
바다가 배를 띄우는 것은
홀로 설레기 부끄러워서일까
검은 바다 갈라 흰 물살 일구며
배는 춘향이 그네 타듯이 너울거린다
길은 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지워질 물살 헤쳐 길게 이랑 일구는
뒤편에 있구나, 저렇게, 우리 살아온
흔적 지워가며, 길 만드는 것을
알면서, 간다, 길 없는 물
가득하여 빈 곳 하나 없는
바다가 제 몸 열어 주는 틈새로
잠시 헤쳤다 잊혀지는 캄캄함
황금 화살 같은 노을 쏟아지는
설레는 물 한복판에서
감히 적멸(寂滅)에 관하여 생각하느니
눈 비비고 불러도 들리지 않을
잿간의 먼지 같은 한 생이여
덧없어 평안하고 부질없어 고마운
살아온 날들 잘 지워진다
2010년 6월 29일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