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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 용어천계곡에 오릅니다(詩山會 제 140회 산행)

도봉산 용어천계곡에 오릅니다(詩山會 제 140회 산행)

산 : 도봉산(739.5 미터)

코스 : 도봉산역-산정약수-도봉계곡-용어천계곡

소요시간 : 오름 1시간 반 내려옴 1시간 반

일시 : 2010년 8월 1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1, 7호선 도봉산역 대합실. 버스(142, 143)로 오는 산우는 종점 옆 만남의 광장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겸 점심)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b.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김종화 산우가 썼다)

 

내 세상 뜰 때

우선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입을 가지고 가리.

어둑해진 눈도 소중히 거풀 덮어 지니고 가리.

 

허나 가을의 어깨를 부축하고

때늦게 오는 저 밤비 소리에

기울이고 있는 귀는 두고 가리.

 

소리만 듣고도 비 맞는 가을 나무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귀 그냥 두고 가리.

 

“풍장 27” / 황동규

 

다양한 시를 읽는 것은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과 같다. 나는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내가 요리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거기에 들어간 재료와 음식의 빛깔과 요리방법에 대해 꼼꼼하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한 번 먹어본 특이한 음식은 집에서 혼자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훌륭한 관찰의 소재가 되고, 그 기억은 또한 멋진 시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줄 아는 법이다. 곧 맛있는 시를 많이 음미해본 사람이 맛있는 시를 쓸 수 있는 이치와 같다.

 

그런데 막상 주위에 시 한 편도, 시집 한 권도 옆에 없다면 어찌해야 하나? 그때는 귀를 열고 들으면 된다. 세상의 여러 소리를 듣는 행위도 책을 읽는 행위와 별로 다를 게 없다. 기형도 시인은 어릴 적에 열무를 팔러 시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며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새어드는 빗소리를 들었다. 위 황동규 시인은 빗소리를 듣기 위해 세상 뜰 때 귀만 두고 가겠다고 한다. 손과 발과 입과 눈은 가지고 가겠다고 한다. 오직 귀만 두고 가는 이 마음 역시 세상을 귀로 읽으려는 귀한 자세다(안도현의 ‘시와 연애 하는 법’ 에서...)

 

2. 산행기

청계산 산행기 /박형채

일시 2010. 07. 24 (토)

참석자 : 김용우, 김정남, 박형채, 이원무, 이재웅, 정해왕, 조문형 (1차 영화 관람 참가자),

김종화, 전작, 한양기, 이경식 (2차 산행 참가자), 한천옥

산행지 : 청계산 옥녀봉

 

11시30분에 신도림 테크노 CGV로 1차 집결이다.

겨우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고 김용우 산우 덕분에 맛있는 점심을 관람 전에 먹게 되었다. 그가 점심을 쏘고 해양심층수 한 병까지 덤으로 얹어줬다. 12층에서 10층으로 이동하여 도시락 음식점에서 맛있게 고등어 튀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바로 영화관으로 이동하였다. 인셉션이라는 제목이다. 크리토퍼 놀란 감독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켄 와타나베, 마리안 꼬띠아르 출연 SF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줄거리는 생각을 훔치는 거대한 전쟁이다. 타인의 꿈 속에 침투해서 생각을 훔칠 수 있는 최고의 실력자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채 도망자가 된다. 어느 날 거대기업 후계자의 머리 속에 새로운 생각을 심어 기업 합병을 막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성공할 경우 댓가는 거액의 돈과 코브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5명의 드림팀 조직으로 작전명 ‘인셉션’, 각각의 임무를 맡은 그들은 주어진 미션과 표적의 머릿속에 생각을 입력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나 작전을 눈치를 챈 표적의 무의식이 반격을 가해 와 전투가 벌어진다. 생각을 훔쳐라 vs 생각을 지켜라의 전투다. - ‘인셉션’을 맑은 컨디션일 때 한 번 보시라. 미래의 전쟁은 이런 것이다. 관람을 하면서 보니 산우 중에 조는 산우도, 전화를 받는 산우도, 문자를 주고 받는 산우도 있다. 지루했나. 애들이 보면 좋아할 영화다. 우리의 의식을 너무 앞서간 느낌이다. 놀란 감독은 이름만으로 충분히 값을 한다는 사람이고, 기억상실증(메멘토), 불면증(인썸니아), 상상과 기억의 해킹(인셉션) 등 인간의 의식을 심층까지 해부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감독이라는데 나는 여기까지만 안다.

 

우리는 지하철로 양재역으로 이동하여 2차 행사인 청계산 옥녀봉을 산행해야 한다. 양재역에 도착하니 전작, 한양기, 한천옥, 김종화 산우 순으로 도착했다. 한 교장은 영화도 안 보고 이미 산행을 끝낸 상태라서 그만 귀가를 한단다. 조문형 산우도 바빠서 이미 사업차 일찍 떠나서 10명이 4시경 화물터미널 쪽에서 밤나무골-제1솔밭쉼터-바람골쉼터-청석골쉼터-옥녀봉-원터골순서로 2시간 반 정도 산행을 하였다.

 

오늘도 한양기 산우는 목소리가 산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기운이 펄펄하다. 한 달반 전 왼쪽 세끼 손가락 자상으로 한 달을 쉬었던 나는 지쳐서 헐떡이는데 김정남 산우는 어깨 수술을 했는데도 이제 정상 컨디션인지 선두에서 앞장서서 힘차게 오른다. 건강을 잘 다듬어 이제는 아프지 말고 늙어 가야 한다. 배가 꺼질 무렵, 쉼터에서 정해황 산우가 모시쑥떡을 꺼내면서 “정남이! 자네가 나온다는데 빠뜨릴 수 없지”하며 내놓는데 안성마춤의 장소에서 최고의 먹을거리다. 자주 보지만 해황이가 정남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꼭 두 개를 준다. 부럽다. ㅎㅎㅎ. 배를 채우고 출발. 이정표를 보니 옥녀봉이 1.6키로 남았다.

 

오늘도 건강이 화제로 등장하였다. 블루베리가 미국서 건너와 만병통치약인양 선전되고 있고 김용우 산우는 배추가 제일이다고 방송에서 들은 얘기, 섬사람이 고생해서 살아왔기에 진취적이고 강인하다는 섬사람론을 한양기 산우가 진도와 완도지역을 예로 설명을 열심히 하는 사이에 옥녀봉을 200미터 앞두고 증명용 기념사진 한 컷하고 단숨에 옥녀봉을 올랐다.

 

청계산 옥녀봉은 해발375미터로 낮은 봉우리이며 예쁜 여성처럼 보여서 불리어진 이름이란다. 옥녀봉 넘어 아래쪽에서 막걸리 파티를 조촐히 하였다. 오늘의 시는 ‘바이올린 켜는 여자’. -충북 어느 중학교 국어 교사였고 평범한 여성과 결혼한 도종환 시인의 시를 나는 오늘의 기자 신분으로 낭독하였다. 그리고 김정남표 한과, 서양 토마토, 맛있는 빵과자 안주로 막걸리를 열심히 먹고 부지런히 하산한다.

 

식사하면서 어색한 화제로 서운했던 한양기 산우는 하산길에 약수터에서 큰 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였으나 대부분이 대꾸나 동의를 하지 않아 분위기가 약간 썰렁해졌다. 조용히 지켜보고 느낀 점은 이제 이순의 나이에 접어드는데 다른 산우의 생각에 대하여 일정한 경계를 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명문고를 나온 광고인의 지성을 감안하고 또 다른 친구들의 정서도 배려하여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을 너무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평소에 말씨가 조용한 산우가 한양기 산우에게 한 번 더 좋은 말로 부드럽게 한 마디 한다. " 자네 목소리가 너무 큰 것 같네. 우리만 산에 오는 것도 아닌데 남들이 들으면 민망한 얘기가 많으니 목소리 좀 줄이게나. 그리고 말도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만....." 오늘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혼자 큰 소리로 말한다. 목소리가 크고 강하니 정남이 말고는 다른 친구는 끼어들 틈이 없다. 목소리 공해라고 생각하면 지나친 것일까?

 

 

회원들 중 가장 성질이 급하고 기가 센 정남이는 참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냥 넘어갈 친구가 아닌데......유일한 한양기 브레이커인데 잘도 참는다. 병원에 입원하여 어깨수술을 했다더니 기가 빠졌나? 요즘은 수양이 됐는지 강하던 말투와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뒤풀이 때 모아놓고 거론하려나? 내려오면서 양기의 행동에 서운했다는 말을 한 마디씩 한다. 양기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점잖은 용우도 양기가 책을 많이 읽어 교양이 있는 사람인데 오늘은 너무 흥분하네.......

 

다음 산행부터는 양기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주기를 친구로서 기대한다. 자신의 말을 줄여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고맙겠다. 자신의말을 5분의 1로 줄이고 듣는 귀는 더 열어놓으면 충돌할 것이 없다. 친할수록 서로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고 대하자.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높여야 한다. 다행히 뒤풀이 때 조용하게 넘어갔다. 그래 우리가 누군데. 뒤풀이로 생두부와 파전, 감자전을 안주로 막걸리와 맥주를 한잔씩했다. 콩국수와 비빔밥으로 요기를 채웠다. 다음 산행은 시원한 계곡에 물이 많은 곳으로 정해달라고 산우들이 건의를 하고, 결정은 집행부에 맡기고 헤어졌다.

 

산과 시를 사랑하는 산우들이여! 좋은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말고 처음처럼 가꿔 나가세나. 오해에서 세 발을 물러서면 이해가 되고 이해에서 세 발을 나아가면 오해가 된다네. 이제는 자신을 낮추고 목소리는 더욱 낮추고, 말을 아껴 사나이 한 마디가 태산 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더욱 진중할 것을 부탁하며 글을 마친다. 우리가 서로 삼가고 조심해서 우의를 더욱 다지자는 의미에서 썼으니 오해는 말게나. 이경식 산우가 자주 말하는 '풍림화산(風林火山)을 생각해본다.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처럼 맹렬하게, 그러나 산처럼 가볍지 않게, 묵직하게 살자. 시산회 파이팅!!

 

2010.7.25. 오늘의 기자 박형채 씀

 

3.산행지

청계산 옥녀봉 산행 때 다음 산행지를 집행부에 위임했다.

단, 물이 많은 계곡, 여름이니 높이 오르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북한산 구기계곡, 소귀천계곡, 산성계곡, 우이동계곡은 버스를 타야 하므로 번거롭고,

관악산은 계곡이 협소하고, 수락산 계곡은 오리한방백숙이 좋으나 접근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도봉산은 전철과 연결되어 교통이 편하다.

사패산의 안골, 범골이 한가하고 좋으나 전철에서 멀다.

송추계곡은 수량이 가장 많으며 폭포도 있어 좋으나 뙤약볕을 40분 정도 걸어야 하며 교통편이 번거롭다.

회룡계곡과 무수골도 좋으나 걷는 시간이 너무 짧다.

원도봉계곡은 경치는 좋으나 수량이 적고 짧다.

냉골은 시원하나 사람이 너무 많다.

도봉계곡은 수량이 많고 쉴 곳도 많다. 더 올라가면 용어천계곡도 나오고 거북골도 좋다. 그러나 두세 번 가봤다.

해서, 송추계곡을 추천하고 싶다. 뒤풀이 때 매운탕을 먹을 수 있다. 회룡계곡으로 넘어오는 코스도 있다.

그러나 접근성과 시간상의 불편함도 있다. 휴가철이라 참석인원이 많지 않을 것 같으니 우선 도봉계곡으로 정한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회장에게 의견을 말하면 된다.

 

4.동반시(김종화 산우가 추천하고 시평을 썼다)

 

모항으로 가는 길 / 안도현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있지?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위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 자들이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번쯤 내동이쳐 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

 

부안읍에서 버스로 삼십 분쯤 달리면

객지밥 먹다가 석삼 년만에 제 집에 드는 한량처럼

거드럭거리는 바다가 보일 거야

먼 데서 오신 것 같은데 통성명이나 하자고,

조용하고 깨끗한 방도 있다고,

바다는 너의 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대수롭지 않은 듯 한마디 던지면 돼

모항에 가는 길이라고 말이야

모항을 아는 것은

변산의 똥구멍까지 속속들이 다 안다는 뜻이거든

 

모항가는 길은 우리들 생이 그래왔듯이

구불구불하지, 이 길은 말하자면

좌편향과 우편향을 극복하는 길이기도 한데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드는 싸움에 나섰다가 지친 너는,

너는 비록 지쳤으나

승리하지 못했으나 그러나, 지지는 않았지

저 잘난 세상쯤이야 수평선 위에 하늘 한 폭으로 걸어 두고

가는 길에 변산 해수욕장이나 채석강 쪽에서 잠시

바람 속에 마음을 말려도 좋을 거야

그러나 지체하지는 말아야 해

모항에 도착하기 전에 풍경에 취하는 것은

그야말로 촌스러우니까

조금만 더 가면 훌륭한 게 나올 거라는

믿기 싫지만. 그래도 던져 버릴 수 없는 희망이

여기까지 우리를 데리고 온 것처럼

모항도 그렇게 가는 거야

 

모항에 도착하면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잘 수 있을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너는 물어 오겠지

아니, 몸에다 마음을 비벼 넣어 섞는 그런 것을

꼭 누가 시시콜콜 가르쳐 줘야 아나?

걱정하지 마, 모항이 보이는 길 위에 서기만 하면

이미 모항이 네 몸 속에 들어와 있을 테니까.

 

시인 안도현은 ‘모항 가는 길’ 이란 시에서 “모항을 아는 것은 변산의 똥구멍까지 속속들이 다 안다는 뜻” 이라고 표현했다. 무슨 의미일까...? 그 답은 시간을 내어 부안을 직접 가 모항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시인같은 말을 들을 수가 있을 것이다.

 

“모항에 와갔고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자보면 안당게요. 그런 건 시시콜콜 알려주능게 아니랑게.”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한켠. 전라북도 부안군 모항해수욕장이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최우수 청정해수욕장에 뽑혔다.

 

금년 개장한 전국 220개 해수욕장의 수질조사 결과, 최우수 청정해수욕장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빼어난 풍경의 갑남산을 끼고 있는 모항해수욕장은 그림 같은 해안선과 깨끗한 바닷물로 유명하다.

 

최근엔 갯바위 낚시와 갯벌 체험장이 가족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 잡는다. 해안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해송은 모항해수욕장의 랜드마크가 됐다.

 

전국 사진작가들의 일몰 포인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바다를 낀 변산반도 국립공원 해안도로에 들어서 변산과 격포를 거쳐 곰소로 가다보면 모항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 참고로 ‘모항’은 전라북도 부안군에도 있지만, 충청남도 태안군에도 있다.

 

□ 안도현(安度眩) 시인

 

○ 직업 : 현 우석대학교 예체능대 문예창작과 전임강사

○ 출생 : 1961년 12월 15일 / 경북 예천

○ 데뷔 :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낙동강'에 등단

○ 학력 :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

○ 경력 : 장수산서고등학교 교사

우석대학교 문예창작 전임강사(2004.9~)

○ 수상내역 : (1996)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1998) 제1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2002) 제1회 노작문학상

○ 도서작품 :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 사진첩 : 나 대신 꽃잎이 쓴 이 편지를, 연어

○ 기타작품 : 바람난 살구꽃처럼

서울로 가는 전봉준(시)

그리운 여우(시집)

 

2010년 7월 29일 오전에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