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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오대산 청학동 소금강(詩山會 제145회 산행)

오대산 청학동 소금강(詩山會 제145회 산행)

 

산 : 오대산

 

코스 : 무릉계-십자소-연화담-식당암-구룡폭-만물상.선녀탕-백운대(원점회귀)

 

소요시간 : 오름 1시간 40분 내려옴 1시간 20분

 

일시 : 2010년 10월 17일(일) 7시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돌아서 25인승 버스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연락 : 이재웅(010-2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사직서 쓰는 아침 -전윤호(1964∼ )

 

상기 본인은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하여

이처럼 화창한 아침

사직코자 하오니

그간 볶아댄 정을 생각하여

재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머슴도 감정이 있어

걸핏하면 자해를 하고

산 채 잡혀 먹히기 싫은 심정으로

마지막엔 사직서를 쓰는 법

오늘 오후부터는

배가 고프더라도

내 맘대로 떠들고

가고픈 곳으로 가려 하오니

평소처럼

돌대가리 놈이라 생각하시고

뒤통수를 치진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사직서는 공자도 퇴계도 쓴다. 퇴계는 아예 호에 물러날 퇴(退)자를 붙여 관직에 있던 21년간 무려 53회에 걸쳐 사직원을

냈다. 공손한 어조 속에 칼을 감춘 시인의 사직서는 어쩐지 통쾌하다. 머슴살이와 뒤통수를 치는 비루한 세상에 대한 야유는 나 같은 소심한 사람의 가슴까지 다 후련하게 하는 면모가 있다. 비애를 비트는 반어적 어조는 몇 날 며칠 구겼다 펴길 거듭했을 번민의 시간을 애써 가려준다. 그러나, 그 후련함과 안간힘의 기교가 비애감을 한층 더 돋을새김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직서를 쓰고 싶은 아침마다 대신 꺼내 읽으며 격해진 가슴을 진정시켜 주던 시다.

<손택수·시인>

 

평생 사직서를 쓰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국방과학연구소 시절 전두환의 녹을 먹지 않는다고 통쾌하게 사직서를 쓰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온 적이 있다. 그때의 통쾌한 심정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그렇게 내 인생은 갑자기 변했다. 회사의 경영자로 있는 중에도 사직서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경영자가 사직서를 쓴다는 것은 회사 문을 닫겠다는 것이니 오죽했으면 그런 맘이 들었을 것인가. 회사가 어려울 때나 직원들에 대하여 섭섭한 마음이 들 때다. 속으로 '너희끼리 다해 처먹어라'는 심정일 때는 그러고 싶었다. 오랜 시간을 경영했지만 남는 것은 직원들에게 준 급여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직원들 급여를 주려고 사업을 한 것 같다. 직원들은 경영자의 심정을 모른다. 알리도 없으며 사실 알 필요도 없다. 내가 그때 꾹 눌러 참고 직장생활을 계속했으면 어찌 됐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가을의 한복판이다. 자주 옛생각이 난다.

<도봉별곡>

 

2.산행후기

시산회 제144회 설악산 흘림골 산행기 (임삼환)

1. 일시 : 2010년 10월 3일 (일, 비온 후 흐림)

 

2. 장소 : 설악산 흘림골

 

3. 참석자 : 11명 ( 김종화, 김정남, 박형채, 신원우, 이경식, 이재웅, 임삼환, 전작, 조문형, 최근호, 한천옥)

 

4. 등반시 : 너의 가슴으로 지는꽃 / 이재현

 

5. 뒤풀이 : 기사문항 경기활어직판장 (방어, 마름, 산오징어회, 고등어회. 감자떡, / 진도홍주, 소주, 맥주, 막걸리)

 

 

새벽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고 보니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미리 준비해둔 짐을 챙겨 나오니 5시 30분이다.

 

잠실역에 6시 30분에 도착, 우리버스를 확인하고 배낭을 내려 놓고 나니 멀리 이재웅 회장이 오고 있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오자 여기저기서 산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맨 마지막으로 이경식 산우가 얼굴이 벌겋도록 뛰어온 시간이 7시 10분쯤 이었다.

 

모두 자리 잡고 88 올림픽도로를 달리는데 창밖에는 가는 빗방울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오늘 따라 점잖은 이경식 산우가 재미있는 얘길 많이 한다.

 

“남자가 여자 되는 가장 쉬운 법은 x 빠지게 달리면 되고

 

여자가 남자 되는 가장 쉬운 법은 x나오게 달리면 된다”던가 80대 할아버지의 불량우유 얘기 등.

 

김정남 산우가 배가 고픈지 먹을 것을 찾는다. 신원우 산우가 가져온 현미 가래떡을 나누어 먹으니 꿀맛이다.

 

차는 어느덧 경춘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요금이 비싼 민자도로답게 시원하게 뚫려 8시30분쯤에 가평휴게소에 도착했다. 식당에 들러 아침을 먹는데 메뉴가 참 다양하다.

 

동홍천 IC에서 빠져 나와 군축령을 넘어 인제 시내로 들어서니 9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임용복 수석이 무릎 때문에 산행은 못하고 집에서 전화로 산우들에게 안부를 전해왔다. 그 정이 애틋하다.

 

원통을 지나 10시10분쯤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 막걸리 등을 보충하고 흘림5교를 지나 10시30분쯤 흘림골공원 지킴터에서 내렸다.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어 비옷을 입고 나무 계단을 통해 흘림골로 들어섰다.

 

오른쪽에는 지난여름 폭우로 인한 많은 상처들이 아물지 않은 채로 널려있다.

 

집 채 만한 바위가 드러나 있고, 아름드리나무가 넘어져있다.

 

11시경 오른쪽에는 시원한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주변이 시끌벅적하여 돌아보니 여심폭포란다. 여자의 신비를 그대로 닮은 폭포라고 모두들 웃으며 쳐다본다.

 

30분쯤 후 자리 잡고 앉아 포도, 송편, 한과에 막걸리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 뒤 갈 길을 재촉했다.

 

가파른 고갯길로 모두 가쁜 숨을 몰아가며 부지런히 걷다보니 시원하게 쏟아지는 등선폭포가 나온다.

 

깔딱 고갯길이라 숨이 차고 힘이 들지만 주변 절경들이 모든 것을 잊게 한다.

 

눈으로 들어오는 기암괴석의 절경에 취하고 한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누군가 “왜 이렇게 좋은 곳을 이제야 왔느냐?” 며 불평을 할 정도였다.

 

주전폭포를 지나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포도, 낙지. 고구마, 막걸리로 요기를 하였다.

 

산행기를 쓰기로 한 내가 산행시를 읽었다.

 

 

너의 가슴으로 지는 꽃/이재현

 

밤 꿈자리로 눈발이 성성했는지

 

산책길로 눈꽃이 섧게 시리다.

 

안녕, 내마음의 붉은 꽃이여 그리고

 

나를 울리는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여

 

오늘 꽃은 떨어지지 않는다.

 

여덟 꽃잎 중에 마지막 남은 그리움

 

꽃잎은 붉다 다양한 표현을 어찌 못하랴

 

너를 향하는 내 가슴은 아프다

 

지금껏 키워온 상처를 너는 알까

 

바라보는 것이 전부인 사람아

 

나를 위해 눈물은 흘리지 마라

 

슬픔은 누구에게나 찾아드는 것

 

목이 좀 더 길어지는 오후 한나절을

 

은빛 햇살을 마시자 향기를 뿜어보자

 

애써 부인하러 하지마라

 

이 세상 지는 꽃이 어디 너뿐이더냐

 

영혼이 참 푸르고 향기롭구나

 

가슴이 하 옴팡하여 그 자태 여전하다

 

그리움이 다하면 사랑을 알 것도 같아

 

너의 가슴으로 지는 꽃을 본다

 

 

 

아름다운 시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아직 단풍이 들기에는 이른 시기이나 냇가 주변의 단풍나무는 일부 붉게 물들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흘림골에서 용소삼거리를 지나면 주전골이 나온다.

 

금강문과 선녀탕을 지나니 산꼭대기에 한 사람 정도만 앉을 수 있다는 독주암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주로 평지여서 걷기가 매우 편하다.

 

2시쯤 성국사에 도착했다.

 

야외에 모셔져 있는 삼존불에 합장하고 삼층석탑을 바라본다.

 

2시30분 오색약수터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서울 70바6793호)에 도착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문이 쫙 열려서 깜짝 놀랐다.

 

리모컨이 제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3시 20분 쯤 동해안 기사문항 경기횟집에 도착, 출출했던 터에 감자떡이 일품이다.

 

매번 설악산에 올 때마다 들리는 횟집인데 싸고 맛있고 푸짐한 집이다.

 

참치와 비슷하게 생긴 방어와 마름, 산오징어회, 고등어회에다 진도홍주, 소주, 맥주, 막걸리로 배터지게 먹고 마셨다.

 

식사 후 바닷가에 나와 보니 멀리 외딴 섬이 보인다.

 

무인도 같은데 매우 아름답다.

 

방파제를 따라 걷다보니 버섯처럼 생긴 등대가 보인다.

 

모두들 폼 잡고 한 컷 하는데 박형채 산우가 방파제 위에 벌렁 드러누워 사진을 찍어 달랜다. 폼난다.

 

5시 30분 서울로 출발했다. 버스 속에서 손학규씨가 민주당 대표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8시 10분쯤 가평 휴게소에 도착하여 아이스콘과 비타500 드링크제로 피로를 달랬다. 이재웅 회장이 슈퍼마켓 계산이 틀렸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너무 정직해 탈이다.

 

모두들 피곤해서인지 조용하다. 주말인데도 도로가 막히지 않아 9시30분쯤 서울에 도착했다. 피곤하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다음산행에 또 만날 것을 약속하며 잠실에서 헤어졌다.

임삼환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은 국립공원 오대산 청학동 소금강이다. 처음의 계획은 설악산 구곡담계곡-봉정암-대청-오색 1박 코스를 계획했는데 사정상 가지 못한다.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룬다.

 

앞에 적은 코스에는 백운대까지 갔다오는 것으로 적었지만 만물상에서 40분이 소요된다. 일단 만물상까지 가서 산우들의 의견에 따라 백운대까지 가든지 만물상에서 돌아와도 된다. 산행노트를 보니 2001년 10월16일에 다녀왔으니 꼭 9년만이다. 9년 전에는 통행 계단이 없었는데 지금은 국립공원에서 흘림골처럼 계단을 훌륭하게 설치한 것으로 안다. 그때도 어려운 코스가 아니었으니 지금은 더 쉬울 것이다. 신원우 산우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 시절 작품으로 알고 있다.

 

오대산 청학동 소금강지구는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하여 오대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 명승 제1호로 지정이 되었던 지역이다. 예전에는 '청학동 소금강' 또는 '연곡 소금강' 이라고 불렀지만, 오대산 국립공원에 편입된 이 후로는 '오대산 소금강' 으로 불린다.

 

계곡을 따라 백운대, 만물상, 삼선암, 식당암 등의 기암과 낙영폭포, 광폭포, 삼폭포, 구룡폭포, 세심폭포, 대왕폭포와 선녀탕, 연화담, 십자소 그리고 무릉계 등이 하나의 절경을 연출해 낸다. 백두대간 중간 허리에서 동쪽으로 뻗어 내린 오대산 국립공원의 동쪽 지구에 자리한 청학동 소금강은 기암들의 모습이 작은 금강산을 보는 듯하다고 하여 소금강이라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명승 1호임). 소금강의 울창한 숲 사이로 기암의 수려함을 드러내어 찾는 이로 하여금 한눈에 빨려들게 한다. 무릉계곡 첫 구비에서부터 30여리에 걸쳐 있는 계곡에는 무릉계곡, 십자소, 명경대, 식당암, 세심대와 청심대, 구룡폭포(청학동 소금강 계곡 중간 3km 구간에 9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연이어져 있고 구룡호에서 나온 아홉 마리의 용이 폭포 하나씩을 차지하였다고 하여 구룡폭포라 한다. 특히 제 6폭포는 가장 조용하고 장엄하다하여 군자폭포라고 불린다). 만물상과 (폭포에서 2km 떨어진 곳에는 갖가지 형상을 지니고 있는 만물상은 이름 그대로 만 가지 형상을 다하고 있다. 거인상, 귀면암, 이월암, 촛대석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바위는 갖은 형상을 갖추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등이 있다.

 

4.동반시

시산회 블로그에 자주 방문하신 분이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시며 그곳에서 시작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는 분이다. 두 개의 자작시를 흔쾌하게 추천해 줬는데 그 중 우리의 성향에 더 가까운 이 시를 동반한다. 처음에는 설악의 정상 대청봉에서 낭송하려 했으나 산행지가 변경되어 오대산 청학동 소금강에서 낭송하게 됐다. 산과 관련하여 서정성이 강하게 깃든 시다. 15인의 산우가 참석하는 가을 산행에서 누가 낭송할 것인가?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가을의 한복판에 숲과 물과 바위가 현묘하게 어울어진 만물상 앞에서 시인의 성의를 흡족하게 만족시켜줄 산우가 시인보다 더 시인답게 읊어라.

 

길-산을 오르다(난설 박정순)

 

졸업에 부치며(이건 칼리지 졸업하고 쓴 시입니다.)

 

끝이다

목메이는 끈적거림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또 다른 계단을 밟고 올라 서기 위해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

안개 낀 이른 아침에도

허방다리를 짚으며 산길을 걷는다

계절마다 산은

부활의 옷을 갈아 입고

천길 절벽에 떨어지더라도

절망하지 말라고 손 잡아 주는

말없는 산을 오르기 위해

오늘 씨앗 뿌리지 않은 이는

내일 거두어 들일 것이 없다고 하여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고 온몸으로

가르쳐 주고 있는

표지판으로 서 있는 산,

아직도 갈길은 먼 산위에

 

그대가 서 있다

 

2010년 10월 12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