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CGV 에서 영화관람 후 남산 둘레길(詩山會 제143회 산행)
영화 : 아이맥스관에서 레지던트 이블
산 : 남산
산행코스 : 충무로역 - 남산한옥마을 - 국립극장 옆 둘레길 - 남산 서울타워
(하산은 산우들의 다수 의견에 따라 결정함)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0년 9월 25일(토) 9시 50분 (관람시간이 10시 10분이므로 늦지 않게)
모이는 곳 : 전철 1호선 용산역, 4호선 신용산역 용산 CGV 매표소 앞
준비물 : 물, 간식, 카메라(하산 후 이승렬 산우 주관으로 뒤풀이 겸 이른 저녁식사)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가을길 - 조병화(1921 ~ 2003)
맨 처음 이 길을 낸 사람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간 사람은
지금쯤 어디를 가고 있을까
이제 내가 이 길을 가고 있음에
내가 가고 보이지 않으면
나를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그리움으로, 그리움으로 길은 이어지며
이 가을,
어서 따라오라고
아직, 하늘을 열어놓고 있구나
가을이네요. 길 하나 만들 그런 날씨, 길들이 모두 숨어 있다가 흐리게 웃으며 가을 숲에서 슬몃슬몃 걸어 나오는 것 같네요. 거기 분명 누군가 있을 겁니다. 그 길 위에 그 사람은 하늘을 열고 가을의 생각을 열며, 그리고 ‘그리움으로 그리움으로’ 그리움을 열 것입니다. 그런 다음, 가을 숲에서 나온 익명의 그 사람은 쓸쓸하디 쓸쓸하게 자기의 등을 내밀 것입니다. ‘어서 업히라’고 손짓할 것입니다. 가을엔 당신의 그림자가 어룽거리는 창마다 두드리는 그 손짓의 선물을 받으세요. 생명이라는 긴 손짓의 선물. 무한 증식의, 시라는 선물과 함께. <강은교·시인>
가을이 왔다. 지난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태풍도 두 개 맞다 보니 가을을 느낄 여유가 없었는데 벌서 한가위고 가을은 성큼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풍성한 가을이면 좋겠다. 산행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아름답지 않은 가을산은 없으니 산에서 자주 만나자. 풍성한 가을이 왔으니 추운 겨울이 멀지 않다.
-<도봉별곡>
2.산행기
詩山會 제142회 북한산(족두리봉) 산행기(2010. 09.05. 흐린 후 비 / 김종화)
일시/장소 : 2010. 9. 5(일) / 북한산(족두리봉)
산행코스 : 독바위역(1번 출구)-족두리봉-향로봉(중간)-탕춘대-구기터널-불광역(뒤풀이)
참 석 자 : 8명 (김정남, 김종화, 이경식, 이재웅, 임용복, 조문형, 한양기, 한천옥)
동 반 시 : 좋겠다, 마량에 가면/ 이재무
뒤 풀 이 : 낙지 연포탕에 맥주와 막걸리 / 불광역 부근 ‘고흥 나라도횟집’(임용복 제공)
태풍‘곤파스’가 수도권을 통과하면서 많은 상처를 남겼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만 하더라도 20년 이상 된 아카시아 나무는 물론 작은 정원수마저도 부러지거나 뿌리 채 뽑혀져 있다.
마나님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아침 7시 예배를 드리고 어제 밤에 얼려 놓은 막걸리와 얼음물을 챙겨 배낭에 넣고 있는데, 황송하옵게도 행복 씨는 유부초밥과 부침개를 만들어 싸 주신다. 시계를 보니 벌써 8시30분이 지나버렸다. 집결장소인 독바위역까지의 소요시간을 가늠해 보니 상당시간(약 30여분) 늦을 것만 같다.
수서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면서 이 회장님께 늦게 도착될 것 같으니 먼저 출발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고속터미널쯤 갔을 때‘지금 어디쯤’하며 이 회장님으로 부터 문자가 온다. 기다리는 산우들께 미안한 마음에 약 30여분 늦을 것 같으니 먼저 출발하고 중간에 전화로 연락을 해 달라고 하였다.
금년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기로 마나님과 약속을 하였기에 근교 산행 때는 항상 7시 예배를 보고 산행에 참석하여 왔다. 강남에 있는 청계산이나 관악산을 산행할 땐 10시까지 집결하더라도 시간이 충분하였지만,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의 강북에 있는 집결지가 먼 산에를 산행 할 땐 항상 시간적으로 부담이 된다. 그러나 어쩌랴! 서울 근교 산행 때엔 국립공원인 북한산(도봉산 포함)을 주로 많이 산행을 하였기에 집결시간에 거의 대부분 지각을 하는 편이다.
불광역에서 6호선으로 환승, 독바위역 1번 출구에 도착하니 언제 보아도 반가운 산우들이 보인다. 오랜 시간을 먼저와 기다려 주는 산우들께 죄송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맙기 그지없다. 오래간만에 임 수석의 모습도 보인다. 오늘 산행 참석인원은 총 8명이다. 불참한 산우들은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아 시골에 벌초를 갔거나 또는 결혼식 참석 등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10시 35분경, 인원점검과 준비한 막걸리를 파악한 후 출발이다. 산행코스를 추천한 임용복 수석과 이경식 문화부장관님이 앞서서 안내를 한다. 이 회장님과 난, 맨 뒤에 따르면서 최근의 산우들 안부를 물었다. 오늘따라 우리 이 회장님의 안색이 편치 않아 보인다. 요즈음 집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모양이다. 화백(화려한 백수)도 있으나 불백(불쌍한 백수)이 더 많은데, 능력이 출중하신 회장님께서‘잠시 쉬면서 원기를 보충한다’라고 생각하면 될 텐데, 그것이 잘 안 되는 성격이기 때문이리라. 몸이 편치 못해 동참하지 못한 다른 산우들께도 빠른 건강회복을 기원해 본다.
10시40분경, 들머리 입구에‘북한산 둘레길’이란 이정표가 눈길을 끈다. 지자체에서‘제주도 올레길’이 언론에 소개된 이후, 좋은 이미지로 호응을 받자‘지리산 둘레길’,‘변산 마실길’등등 국립공원이나 유명 관광지마다‘둘레길’을 만들어 관광객들이나 국민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다. 국민건강을 위하여 매우 좋은 발상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뒷산에도 공원을 조성하여 체육시설과 산책코스를 잘 조성해 놓았는데, 안타깝게도 이번 태풍(곤파스)으로 인하여 폐허(쑥대밭)가 되어 버렸다. 자연재해란 그 누구도 상상을 할 수가 없으니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일이다.
잠시 산행 안내판을 살펴보고 우린 북한산 둘레길(구기동) 쪽으로 올랐다. 이곳에서 족두리봉 까지가 1.1 km 로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니 쉬엄쉬엄 올라가도 된다. 존경하는 우리 이 회장님, 오늘따라 아주 힘이 없어 보인다. 항상 임신 7개월의 볼록한 배가 무거워서 인지? 배낭 속에 맛있는 먹을거리를 많이 넣어 왔는지? 본인은 산행 증명사진 촬영, 낙오된 산우 챙기랴? 이일저일 할 일이 많아서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항상 뒤처진다고 하는데, 오늘도 뒤에 처져서 보이질 않자, 한 교장이 한참을 기다리다가 지쳤는지? 그냥 먼저 올라 와 버린다.
11시05분, 족두리봉과 향로봉이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 회장님을 기다렸다. 임 수석이 내어 놓은 곶감과 조문형 산우의 며느리가 사줬다고 가지고 온 육포에다 살얼음이 낀 막걸리를 한 잔씩 했다.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멀리 좌측 편에 불광동과 바로 앞에 구파발 및 은평신도시의 새아파트까지 강북의 북서쪽일대가 한 눈에 훤히 다 보인다.
이곳을 간혹 올랐다는 임 수석은 정기가 좋다는 곳을 내려갔다가 점찍고 다시 올라온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흘린 땀을 잠시 훔치고서 족두리봉은 몇 번 올라봤기 때문에 오르지 않고, 우회하여 곧장 향로봉을 향했다. 하지만, 한양기 산우만이 족두리봉을 등산 왔으면 올라가 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한사코 고집을 피우며 족두리봉 쪽으로 오른다.
11시30분, 족두리봉이 훤히 보이는 곳에서 2차 후식을 취하며, 암벽 등반을 하는 산꾼들이 아스라이 보여서 사진 몇 장을 담았다. 얼굴에 보호마스크를 쓴 한 여성산객에게 부탁하여 단체 증명사진도 남겼다. 그저 여자만 보면 마음이 동하는지? 누군가가 ‘마음씨도 곱게보이는 미인인 것 같은디, 왜? 예쁜 얼굴을 감추시고 산행을 하시느냐?’,‘ 나홀로 산행을 왜? 즐기시느냐? 는 등 괜한 시비를 걸었었는데... 이 아짐씨, 남정네들 틈에 끼여 8대 1의 아주 불리한 여건임에도 주저함이 없이 당당하게 나온다. 산우들 모두가 곱게 늙어가는 모습이 착하게 보여 마음을 놓았나 보다(사실은 모두가 악동들(?)인디...). 말씨가 남녘의 사투리가 섞여 고향을 물으니 해남이라고 한다.
시간도 벌써 12시가 넘었으니 배도 출출하고 하여 멀리 사모바위, 비봉과 보현봉, 남쪽에 한강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깔고 막걸리도 한 잔 할 겸, 간식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사전 예고도 있었지만, 하산 후 점심을 겸한 뒤풀이를 임 수석이 제공한다고 했었기에 모두들 간식을 준비하지 않았나 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항상 그랬듯이 먹을거리를 많이 싸 오는 김정남 초대 회장님은 오늘도 문어, 두부, 한과를, 누군가가 사 온 떡, 내가 가지고 온 유부초밥과 부침개, 김치에다 살얼음이 낀 막걸리를 한 잔씩 하였다.
날씨가 무더워 땀을 많이 흘러서인지? 살얼음이 낀 막걸리가 뱃속까지 시원하고, 달고 맛있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목을 축인 것 같다. 이어서 이 회장님은 동반시와 금후 산행일정표를 나눠 주면서 우선 먼저 동반시부터 읊자고 한다.
오늘 동반시는 내가 추천했고, 글짓기 담당자라고 나에게 동반시(좋겠다, 마량에 가면/ 이재무)를 읊으라고 한다. 내 목소리가 좋아서 인지? 시산회 산행 중 비교적 나는 시를 많이 읊은 산우들 중의 한 사람이다. 산행에 처음 동참한 50회 이후 총 80여회 산행 중 10회 이상을 읊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심에 몰입하여 한껏 목소리를 가다듬고 시를 낭송했다.
시를 읊은 후 마량이 전남 강진의 마량인지? 아니면 충남 서천에도 마량이 있는데, 어디인지를 확실히 몰라 서로들의 생각을 주장한다. 이재무 시인의 고향은 충남 부여로서 충남 서천이 가까우므로 서천이지 않나 하는 주장과‘데불고’, ‘아득한 먼 포구’등등의 말투로 보면 강진일거라고 주장하는 산우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 제목의 마량이라는 지명이 강진이던, 서천이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독자들이 이 시를 읽어보고 시의 주제와 내용을 이해하면 그것으로서 만족해야 하지 않겠는가.
몰래 숨겨 둔 사랑하는 여인과의 소꿉장난 같은 휴가는 이 세상 모든 남정네들이 목석이 아닌 이상 꿈꾸는 소망일게다. 석 달이 아니라 단 일주일만이라도 시 속의 내용대로 그렇게 해 보고 싶은 것이 모든 남자들의 꿈이지 않겠는가? 남자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생리적으로 바람기는 누구나 다 있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끼를 억제하거나 감추고 있을 뿐이겠지?
다음 산행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9월 25일(토)이며, 오전에 명동에서 영화감상을 하고, 점심식사 후 남산 산행을 하기로 되어 있다. 30대 초반에 올라봤던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남산을 오랜만에 산보하는 기분으로 올라 전망대도 올라가 보자. 당일 뒤풀이는 이승렬 산우가 책임진다고 연락이 왔단다.
10월엔 두 번 모두 원거리 산행을 한단다. 10월 첫째 주(10.2~3일)는 설악산(대청봉) 산행(1박2일)으로 들머리를 백담사에서 올라‘봉정암’에서 1박하고, 대청봉을 오른 후 오색으로 내려올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셋째 주 일요일(10.17일)은 당일코스로 설악산 ‘흘림골’을 가기로 집행부에서 사전에 협의를 하였다고 한다.
물론, 10월 한 달, 두 번 모두 원거리 산행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 산우도 있었지만, 단풍이 곱게 물이 들, 좋은 계절에 아름다운 산을 찾는 것은 우리들의 남아있는 삶 중에서 멋있는 추억이 될 것이 틀림이 없을 진데, 삶이 힘들더라도 건강관리 잘 하시어 모두가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13시05분, 뱃속을 채웠으니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 출발이다. 오늘 가기로 한 코스는 당초에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를 오른 후 삼천사계곡으로 하산키로 되어있다. 안부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갈림길에서 오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는 이 회장님, 한 교장, 임 수석은 탕춘대공원 쪽으로 바로 내려가 뒤풀이 장소(불광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머지 산우들은 당초의 예정대로 향로봉을 향해 올라갔다.
가파른 암벽길을 약 15분정도 올라가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끼면서 하늘 색깔이 흑갈색으로 변한다.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번개와 함께 뇌성(낙뢰)소리도 들린다. 앞서 오르던 산객들이 하나 둘 하산하기 시작한다. 몇 해 전에 이곳에서 멀지 않은 의상능선에서 등산객들이 벼락을 맞아 감전사를 했었다. 올 여름에도 삼천사계곡에서 두 명이나 계곡물에 익사하였기에 우린 바로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탕춘대공원 쪽을 향해 내려갔으나 빗줄기는 그칠 줄 모르고 점차 세차게 내린다.
1시간 반 동안 비를 맞고 산을 내려오면서 우린 50줄 인생의 마지막 해에, 아직도 남아 있는 사랑의 열기(늙은 바람기?)를 초가을의 소낙비로 식혔다. 온 몸엔 빗물인지? 사랑의 육수인지? 흠뻑 젖어서 마침내는 머리 위의 모자에도 발끝 아래 양말에도 스며들어 등산화 속까지도 질퍽거린다.
'비'에 관한 시를 연상하니 문득 경남 진주가 고향인 '허무의 시인' 이형기(1933~2005) 시인이 생각난다. 그는 작고할 때까지 문학에 대한 열정과 천재의식을 놓치지 않은 대시인이었다. 대표적인 시가 '낙화'와 '비'가 있다. 두 편의 시, 모두 우리 시산회에서 동반했던 시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되는 국민의 애송시 '낙화'는 제5회(2004.12.12) 관악산 산행 때 동반한 시이고, '비'는 약 2년 전인 제90회(2008.8.3) 분당의 영장산 산행 때에 동반했었던 시이다.
비 / 이형기
적막강산에 비 내린다.
늙은 바람기
먼 산 변두리를 슬며시 돌아서
저문 창가에 머물 때
저버린 일상
으슥한 평면에
가늘고 차운 것이 비처럼 내린다.
나직한 구름자리
타지 않는 日暮....
텅 빈 내 꿈의 뒤란에
시든 잡초 적시며 비는 내린다.
지금은 누구나
가진 것 하나하나 내놓아야 할 때
풍경은 정좌하고
산은 멀리 물러앉아 우는데
나를 에워싼 적막강산
그저 이렇게 빗속에서 저문다.
살고 싶어라.
사람 그리운 정에 못 이겨
차라리 사람 없는 곳에 살아서
청명과 불안
기대와 허무
천지에 자욱한 가랑비 내리니
아 이 적막강산에 살고 싶어라.
14시20분경, 한참을 걷고 또 걸어 구기터널 입구까지 내려와 택시를 잡으려고 했으나 잡을 수가 없다. 버스를 타려긴 터널을 통과하여 버스정류소까지 가야만 했다. 등산객들 대부분이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버스를 타고 우린 예정되어 있는 뒤풀이 장소(불광동)로 이동했다.
뒤풀이 장소는 불광역(2번 출구) 옆에 있는‘고흥 나라도횟집’으로 평소에 임 수석이 몇 번 가 봤던 곳이라고 한다. 주요 메뉴가‘낙지연포탕’이었다. 비를 흠뻑 맞았으니 등산객들 대부분이 일행들과 막걸리와 소주생각이 간절했을 것이다. 이미 알아두었던 식당은 벌써 만원사례라 앉을 자리가 없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어 뒤편에 제2의 식당이 있단다. 그 곳에도 처음엔 우리밖에 없었는데, 10여분이 지나자 좌석이 다 차버리고 앉을 곳이 없다.
끓는 물에다 살짝 데쳐서 먹는 야들야들한 낙지의 맛이란... 그 옛날 위 산우의 마나님이 싸 주셨던 맛있었던 낙지 생각이 갑자기 난다. 우린 그렇게 맛있는 낙지와 야채를 곁들인 안주에다 시원한 맥주와 막걸리를 한 잔씩하고 연포탕국물에다 끓인 죽도 한 그릇씩 맛있게 또 먹었다. 먹산회의 전통은 그 곳에서도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었다.
오늘 산행은 소낙비로 인하여 예정된 코스대로 다 하질 못 하였으나 비를 흠뻑 맞으며 사랑의 열기(늙은 바람기?)를 식히는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뜻 깊은 산행이었다. 산행코스의 추천과 맛있는 뒤풀이를 제공한 임 수석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일요일(9/12일) 아들 결혼을 축하하고, 그동안 수고가 많았었네. 산우들 모두에게도 감사드리며, 항상 건강과 함께 시산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산행기를 맺습니다.
2010년 9월 11일 김종화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남산이다. 우리가 서울에 입성하여 거의 40년이 흘렀지만 남산을 제대로 올라본 산우가 몇이 될까? 블로그 친구가 올린 글을 보고 스크랩을 해 산우들에게 메일로 보내고 반응을 봤더니 좋은 생각이란다. 남산에 오른다 했더니 블로그 친구는 은근히 걱정을 한다. 해서 월요일에 시간을 내서 답사를 했다. 등산복 차림이 아니어서 들머리를 충무로역으로 정하고 남산한옥마을로 올랐다. 길이 잘 난 숲길로 접어드니 초가을 냄새가 상큼하다. 혼잡한 시내 복판에 이렇게 상큼한 숲향을 내뿜는 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울 시민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조선조 초, 무학대사가 도읍지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의 중심을 가로 지르는 한강과 탄천, 중랑천을 비롯한 여러 지류들, 외곽에는 도봉, 북한, 수락, 불암, 관악, 청계산 등 수려한 산들이 있고 복판에는 남산을 비롯한 인왕, 북악, 낙산, 응봉, 대모, 구룡산 등 아침 산책코스로 시민들이 접근하기 좋은 산들이 있다. 마침 조깅복 차림으로 지나가는 분이 있어 물었더니 남산의 코스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영화 관람 후 가볍게 오르기에 안성마춤이다.
마침 이승렬 산우가 참석하여 아들 결혼식의 피로연을 베풀어 준다니 고마운 일이다. 15인의 산우가 참석하기로 했고 이경식 산우가 예약을 했으니 늦지 않게 와서 즐기자. 서울타워까지 오르자고 했더니 회장님은 입장료가 든다며 회비가 별로 남지 않았다고 걱정한다. 참 걱정도 팔자다. 한 교장은 회비를 남기면 무능한 회장이라 했다. 유념하소, 회장님!
나 원장은 병원 때문에 늦는다니 그가 올 수 있는 시간과 영화가 끝난 후의 시간이 너무 차이가 나서 그 사이 우리는 산행을 하고 뒤풀이 때 참석해주면 좋겠다. 그는 노모가 편찮으셔서 시골로 자주 내려 가야하니 산행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한다. 노령이라 쾌차를 빌기가 어렵단다. 지인들의 갑작스런 부고를 자주 접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나이다. 우리도 20년 후에 당하게 되는 경우이니 건강을 살피고 즐겁게 살자. 이제는 금전보다 가족과 건강이 우선인 나이다. 많이 가져본 사람이 진정한 마음으로 우정을 담고 하는 말이니 믿어도 된다.
144회 산행은 10월 2-3일에 설악산 백담사 - 영시암 - 구곡담계곡 - 봉정암 (봉정암과 소청대피소 중 1박. 신원우 산우 도움 요망) - 소청 - 중청 - 오색으로 계획이 돼 있으니 일정을 잘 조정하여 많은 참가 바란다. 1박을 해야 하는데 소청대피소에서 묵으면 좋지만 봉정암에서 잘 수도 있다. 가을이라 산객이 많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다시 가기 어려운 코스이며 구곡담의 계곡미가 빼어나니 빠지지 말자. 최근에 다녀온 한 교장은 시간은 걸리나 경치가 아름다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어려움을 잊는 코스라 했다. 다음 날 새벽에 대청봉에 올라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예정이니 사진기와 해를 기다리며 마실 향긋한 위스키를 가져오면 좋겠다. 코냑이면 더 좋다.
4.동반시
좋지 않은 잡사에 시달리며 흔들리는 마음을 둘 데가 없어 동반시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산에 오르니 남산에 관한 시를 고르자는 마음이 들어 인터넷을 뒤졌으나 황인숙 시인의 ‘11월, 남산’이라는 시가 눈에 들어오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많은 시가 있으나 우리의 성향이나 수준에 맞아야 한다. 마음에 두었던 시도 다시 읽어보면 내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설악산에서 낭송하려고 마음에 둔 시가 있으나 그때 가면 마음이 변할 수 있겠다. 마침 시산회 블로그에 들어온 무소유 님께서 추천해준 시다. 남산의 팔각정에서 옛날 선비들이 그랬던 것처럼 서쪽에서 불어오는 갈바람, 하늬바람을 타고 멋지게 이 시를 낭송해 보자. 양성우 시인은 우리 고향 선배님이다.
아무도 산 위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 양성우
산봉우리에서 산봉우리로 가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바닥에서부터 오르는 법이다
때로는 돌에 걸려 넘어지고
깊은 수풀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느 골짜기나 다 낯설다
그렇지만 우연히 선한 사람을 만나서
함께 가는 곳이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아득히 멀고 큰 산을 오르기 전에는
낮은 산들을 오르고 내림은 당연하다
아무도 산 위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곳에 오른 뒤에는
또다시 내려가는 길밖에 없는 까닭이다
*추천해 주신 분 - 무소유 님.
2010년 9월 22일 추석 새벽에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