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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무등산과 억새, 입석대, 서석대(詩山會 제170회 산행)

무등산과 억새, 입석대, 서석대(詩山會 제170회 산행)

산 : 무등산(1,187미터)

코스 : 원효사-중봉-서석대-정상(인황봉)-입석대-중머리재-증심사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1년 10월 15일 6시 30분

만나는 곳 : 강남고속터미날 호남선 광주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신양파크호텔에서 뒤풀이)

연락 : 박형채(011-250-5382)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꿈꾸는 가을노래  - 고정희(1948~1991)

 

들녘에 고개숙인 그대 생각 따다가

반가운 손님 밥을 짓고

코스모스 꽃길에 핀 그대 사랑 따다가

정다운 사람 술잔에 띄우니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늠연히 다가오는 가을 하늘 밑

시월의 선연한 햇빛으로 광내며

깊어진 우리 사랑 쟁쟁쟁 흘러가네

그윽한 산그림자 어질머리 뒤로 하고

무르익은 우리 사랑 아득히 흘러가네

그 위에 황하가

서로 흘러 들어와

서쪽 곤륜산맥 물보라

동쪽 금강산맥 천봉을

우러르네

 

들길에 코스모스 꽃 한창인데, 기별 없던 손님이 찾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그대 향한 그리움을 내려 놓으니, 가을 추억이 한 아름 살아난다. 한 송이 코스모스 꽃이 가늣한 꽃대궁 위에서 그리움의 빛으로 붉다. 뜨겁지 않아도 시월 들어 더 찬란해진 햇살 받고 피어난 꽃 송이 따라 가을 추억이 일어나고, 그리움은 깊어진다. 팔랑대는 코스모스 여린 꽃잎 위에 추억이 아득히 내려앉는다. 바람 따라 흐르는 세월이 큰 물길 되어 곤륜산맥 너머로 넘실거린다. 지리산에 삶을 묻은 옛 시인을 고단하게 했던 사랑법이 그립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풍요로운 가을 산에는 구철초를 비롯한 쑥부쟁이, 개미취 ,산국, 감국 같은 들국화가 한창이겠다. 가을엔 사랑의 추억도 오고 상쾌한 바람도 불어올 것이다.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도 빼놓을 수 없다. 나뭇잎은 초록이 지치면 빨갛게 단풍으로 물들고 이내 눈으로 하얗게 덮인다. 이 시를 억새가 한창일 무등뫼의 한 자락에서 읊어도 좋겠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169회 남한산성 산행기(2011년 10월 3일/ 위윤환)

참석자 : (가나다순) 김용우 김종화 남기인 박형채 위윤환 이경식 임삼환 조문형 최광일 한양기 (총 10명)

 

오늘은 개천절이면서 시산회 제169회 남한산성 산행일이다. 일어나 밖을 보니 등산하기에 너무 좋은 청명한 날씨인데 어제 청계산 등산 후 너무 과음을 하여 머리는 지끈거리고 몸도 찌뿌듯하여 잠깐 동안 오늘 산행을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지난번 검봉산 산행 후 뒤풀이 때 밤 줍는 산행을 하자고 주장한 나로써 불참하면 면목이 서지 않을 것 같아 가기로 작정을 하고 준비를 서둘렀다. 어제 산행의 일행의 차에 놓고 온 소지품을 찾아가지고 가야 되어 박형채 총장에게 10-20분 정도 늦게 마천동 입구에 도착하게 될 테니 먼저 출발하라고 전화를 하고 서둘러 공수부대 정문에 도착하니 9명의 산우가 출발하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들 미안하고 고마우이.

 

10명의 산우들이 10시 40분 쯤, 집이 가까워 자주 남한산성을 찾는 박형채 총장과 상의하여 외각의 왼쪽 코스로 가기로 하고, 들머리를 성불사 뒤 능선으로 하여 출발하여 가고 있는데 이 회장이 올해 산행기를 한 번도 안 썼다고 나를 지명한다. 거의 2년간 산행기를 한 번도 안 쓴 나로서는 올 것이 왔구나하고 체념을 하고 할 수 없이 그러겠노라고 응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남한산성은 별로 높지도 않지만 오늘의 산행 코스도 완만하고 오르락내리락하였지만 별로 힘들지도 않아 도중에 자주 쉬자는 산우도 별로 없고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가자는 산우도 없다. 산행 시작 후 15분 쯤 지나 가파른 곳을 올라 가볍게 쉬었다. 끼리끼리 무리지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40분 정도 더 올라가 나무 탁자 시설이 된 쉼터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누군가 내 놓은 포도 등 과일과 떡 등으로 배를 채우니 이런 게 산행의 즐거움이고 자그마한 삶의 행복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누군가 요즈음 원무 산우가 무슨 일이 있는지 나오지 않는다고 궁금해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원무와 재웅이를 본지가 오래 된 것 같다. 어쨌든 아무 일 없이 바빠서 못 나오는 걸로 생각하나 그동안 오랫동안 자주 빠진 나로서는 염치가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얼굴 한번 보여 주게나.

 

남한산성은 모두 잘 알고 있겠지만 조선 인조 4년(1626년)에 본성이 완성되었으며 4 문(동 : 좌익문, 서 : 우익문, 남 : 지화문, 북 : 전승문)과 16암문 등이 있으며 인조 14년에 청나라가 침입해 오자 인조는 이곳으로 피신하여 47일간 항전한 곳으로 유명하여 옛 역사를 되새기며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이 드네.

 

12시 20분경 연주옹성을 지나 서문과 북문 사이의 암문을 통과하여 산성 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형채 총장이 자리를 잡고 어떠냐고 물어 본다. 그러나 대다수가 자리가 마땅치 않다고 하여 이곳저곳 물색하다 어렵사리 서문 옆의 성곽 아래에 자리를 펼쳤다.

 

삼환이의 돼지꼬리와 고구마, 순단 여사의 부침개, 문형의 홍어회, 나의 오리 훈제 고기, 광일이의 도토리묵과 떡, 복분자술, 막걸리 등으로 그야말로 푸짐한 먹산회 식사 시간이었다. 특히 삼환이의 돼지꼬리 고기는 처음 먹어 보는지라 모두 쫄깃하고 맛있다고 인기를 끌었다. 다음 한 번 더 맛 좀 보세나. 문형의 홍어회는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고 어쨌든 모두 고마우이. 그러나 건강을 생각해서인지 가지고 간 막걸리 4병을 다 먹지 못하고 한 병을 남긴다. 회원 중 자칭 주당(?)인 정남이도 없고 나도 어제의 과음으로 오늘따라 알코올이 역겨우니 그럴 수밖에.

 

산행시 낭독은 지난번 검봉산 산행 때 유인물을 준비하지 못해 스마트폰을 보고 원우가 낭독하다보니 조금 미진하였다 하여 내가 동반시 이선영 시인의 ‘짧고도 길어야 할’을 낭송하고 이어 형채 총장이 이번 제169회 동반시 정일근 시인의 ‘쑥부쟁이 사랑’을 낭송하였다. 쑥부쟁이꽃은 잘 알지 못하지만 구절초와 더불어 대표적인 들국화다. 구절초꽃은 꽃대 하나에 꽃 하나, 쑥부쟁이는 꽃대 하나에 여러 개의 꽃이 핀다. 가을의 정취와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좋았고 들국화의 설명과 함께 매번 아름다운 시를 선정해 주는 정남에게 고마움을 표하네.

 

미리 예정되었던 하남 고골마을의 밤 줍기는 모두 반대하여 취소하고 종화 전 회장의 의견을 따라 남문을 거쳐 성남의 산성 유원지 입구 쪽으로 하산하기로 결정을 보고 성곽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 그리고 인근 국청사 화장실을 들려 실례 좀 하고 하산 코스인 남문을 가기 위해 산성 중심지 종로를 통과하여 걸었는데 이 산성에도 종로가 있을 줄이야.

남문을 통과하니 성곽과 남문 그리고 주위의 경치가 참으로 아름다워 모두 성문을 배경으로 찰칵 찰칵. 하산길은 경관은 수려하였으나 길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어 불편하였지만 건강한 심신을 가진 친구들과 세상사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내려오니 오늘 하루도 행복하였네.

 

산성 유원지 입구에 다다르니 야외 공연장에서 ‘경기 민요와 재즈, 춤의 어우러짐’ 행사가 한창이다. 가을, 특히 10월에는 전국 곳곳에 수많은 지방 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마나님들과 다리 성성할 때 많이 다니게나.

 

잠시 초등학생들의 공연을 구경하다 발길을 돌려 광일이 추천한 식당으로 들어가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안주 삼아 맥주와 소주를 곁들이면서 이번 15-16일의 고교 졸업 40 주년 행사 및 시산회 170회 무등산 산행 그리고 10월 마지막 주 171회 DMZ 둘레길 산행지 선정 등 산행 후 피로도 풀면서 유익하고 즐거운 대화를 가졌다.

 

이경식 회장이 광주에서 거행하는 졸업 40주년 행사 및 무등산 산행에 많은 참석 부탁과 협조를 부탁하는 당부의 말로 오늘의 남한산성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여보시게, 산우 친구들이여!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자신을 무엇(다른 사람)에 비교하는 것이라 하더이다. 비교하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보이고 모자라는 것 같아 인생사가 힘들어 지는 것 아니겠는가? 조금 힘 든다고 너무 위축되지 말고 누구와 비교하지도 말고 각자 타고난 운명을 믿고, 타고 난대로 살아 가세나. 그러려면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나. 이 나이에 아프면 너무 서럽잖은가? 그러기 위해 두 다리 성할 때 까지는 시산회 산행에 빠지지 말고 참석하여 심신의 건강을 지키세나!

 

시산회 화이팅!

2011년 10월 3일 위윤환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은 고교 졸업 40주년 기념행사를 겸한 산행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1972-3년 쯤, 매년 되풀이되는 행사였던 위수령, 계엄령으로 휴교령이 내려져 광주로 내려와서 나 원장과 새인봉을 올랐다. 내려와서 젊은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황금동 홍루에서 찌그러진 주전자에 가득 담긴 술 한잔을 마시며 젓가락으로 상머리를 두드리던 기억이 난다. 나 원장의 어려운 처지와 건강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틋함, 어지러웠던 시국에 대한 상심으로 통음을 하고 비오는 거리를 걸었던 기억은 아직 내 가슴에 오롯이 남아 있다. 왜 사람들은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을까.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은 왜 아직도 박정희에 대한 증오가 이리 오래 남아 있을까. 기억은 잊으라고 있다는데 나는 그 기억들을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는가.

 

2004년 가을에 출입통제가 풀렸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그토록 갈망했던 무등산에 올랐다. 고 1때 경양방죽 옆에 하숙을 했던 나는 등교길에 학교 뒤로 넉넉하고 포근하지만 높게 솟은 무등산을 보며 등교했다. 하교 때도 한 번은 뒤돌아보며 나도 저렇게 무등산 같이 살겠다는 다짐을 자주 했다.

 

증심사 부근의 의제 허백련 선생이 사시던 춘설헌을 들머리로 중머리재에서 장불재의 억새를 벗삼아 지나다 입석대에 도착했을 때, 육각형의 돌기둥이 빗어낸 장관을 보고 느낀 희열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육각형의 주상절리는 화산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과 접할 때 갑자기 식으면서 생기는 돌의 결정체라는 것을 제주도 바닷가에서 주상절리에 관한 해설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입석대나 서석대는 수백만 전에 바다에서 솟은 지층대였다는, 혹은 무등산이 바다에서 솟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장불재 부근부터 입석대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온통 억새로 뒤덮여 있었다는 기억이 난다. 망가진 철조망을 타고 넘어 서석대 부근으로 내려와 중봉 부근을 지나 원효사 방향으로 내려왔다. 중봉부터는 포장은 안 됐지만 넓은 신작로 같은 길이었다. 지금은 등산로를 깔끔하게 다듬었다고 한다. 서석대 전망대도 있다는 무등산 관리사무소 직원의 말을 들었다. 가을의 한 복판에서 고교 시절의 추억도 되살리고, 절정일 억새와 입석대, 서석대의 장관도 볼 겸, 많은 산우들이 참석하면 좋겠다. 햇굴이 나왔다니 안주로 막걸리 한잔이면 행복하겠다.

 

4.동반시

고교 시절 경양방죽 옆에서 하숙을 하던 조그마하고 약간은 조숙했던 학생은 등교길에 무등산의 끝 자락에 있는 모교의 정문이 마주 보이는 큰 길에 들어서면 학교 뒤로 언제나 변함 없이 높게 솟은 무등산을 보며 등교와 하교의 숫자만큼 무등산 같이 살겠다는 다짐을 하며 그 시절을 보냈다. 이 시를 읽으며 언제나 무등뫼의 한 자락에서 이 시를 읽을 수 있을까 하고 기다렸다. 마침 남한산성 산행 중에 이경식 회장님께서 무등산과 관련이 있는 시를 선정하면 좋겠다는 전화를 줬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당연히 이 시를 동반하겠다고 했다. 그날 이 시를 낭송하지 않으면 어떤 시를 읊겠는가. 가을의 한 복판에서 1박2일의 일정이니 고정희 시인의 ‘꿈꾸는 가을 노래’도 부르면 좋겠다. 박 총장에게 그 시의 복사도 부탁한다.

 

무등을 보며/미당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있는

여름 山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靑山이 그 무릎아래 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午後의 때가 오거든

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어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굴헝에 뇌일지라도

우리는 늘 玉돌같이 호젓이 무쳤다고 생각할 일이요

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2011년 10월 13일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