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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60대의 3명이 1박2일 코스로 오른 설악의 정상 대청봉

60대의 3명이 1박2일 코스로 오른 설악의 정상 대청봉

 

2011. 8. 14-15에 60대의 산사나이 3명이 대망의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고 싶어 산행을 하기로 작당한다. 나 원장은 설악산은 수차례 올랐지만 정상인 대청봉을 오르지 못해 미완의 아쉬움이 있어 나에게 산행의 안내를 맡아줄 것을 당부했고, 박수호는 초행이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무리인 줄 알면서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산에 대해 얘기할 때 얼마나 좋은 산인가, 어느 코스로 오르는 것이 가장 쉽고 즐기며 오를 수 있느냐고 말하기 전에 몇 번 올랐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물론 기록하는 것도 아니니 기억할 수도 없다. 마치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어디 지역 출신이냐,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고 묻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 사람이 내게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약점이냐고 묻는다면 솔직하게 대답해 줄 수 있다. 메일과 전화로 의견을 모았는데 길지만 경치가 좋아 지루하지 않고 어려운 구간이 별로 없는 백담사-구곡담계곡-봉정암-소청-중청-대청봉-오색 코스로 정했다.

 

준비물에 대하여는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하여, 오르는 코스의 70%는 계곡이므로 무거운 식수는 필요 없고, 해발고도가 높아 기상의 변화가 심한 곳이므로 겉옷을 겸한 가벼운 우의는 필수적으로 챙기고, 나는 가스버너와 코펠, 나 원장은 꽁치통조림과 밑반찬 한 가지, 수호는 과일과 김치, 술은 각자 좋아하는 것 약간 등 분담의 방법을 정했다. 백담사 입구 용대삼거리 경유 속초행 차편의 예약은 내가, 중청대피소 예약은 나 원장이 하는 것으로 분담했다. 7. 26. 버스편 예약은 동서울 터미날 사이트에 들어가서 무난하게 마쳤다. 8. 14. 아침 7시 30분 동서울터미널 출발 속초행 첫차로, 요금은 편도 15,300원이다. 오는 차편은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오색 정류소장의 말에 따라 서울행 버스 시간은 오후 12시 25분이나 1시 50분에 맞추기로 했다. 중청대피소 예약은 14일 전 오전 10시부터 받는데 5분 안에 120명의 예약신청 마감이 끝나니 신경을 써야 한다. 나 원장은 자신의 컴퓨터가 느려 걱정이 됐는지 주변에서 컴퓨터를 잘 하는 사람을 물색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내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회원이라 나의 예약은 그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비회원이지만 그래도 해 본단다. 7. 30. 예약하는 날 오전 10시 5분에 나는 양평공원에 있는 장모님의 산소에 있는데 나 원장의 전화가 왔다. 성공이란다.

이제 체력을 단련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나 원장은 홀로 산행을 하면서 미리 준비를 해왔고, 수호는 헬스클럽에 다니니 약간의 준비는 돼있다고 봐야 한다. 내가 문제다. 아무리 아는 길은 쉽다고 해도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1,708미터의 산이고 근래에 높은 산을 올라본 것은 지난겨울 덕유산뿐이다. 그것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걸어서 하산하는 코스다. 나는 게을러져서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올랐던 도봉산도 오른 지 세 달은 됐으니 체력은 바닥권이나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래! 평소 체력이 있다는 자만심 때문에 언제가는 혼 한 번 크게 날 것이다.

 

어쨌든 준비물에 대하여 두 번의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최대한 가벼운 차림으로 가자고 당부했다. 대피소 매점에서 파는 생수, 햇반, 라면, 비스켓류, 캔참치, 초코파이 등 먹는 것은 현물보다 돈이 가벼우므로 그곳에서 사기로 하고 오후 8시에 매점의 문을 닫으니 늦게 도착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김치, 가스버너, 코펠, 무겁지 않은 팩소주만 준비했다. 담요도 대피소에 있으니 필요 없다.

 

8월 14일 오전 7시 30분 버스를 예약했으니 30분은 미리 도착하여 표를 끊어야 한다. 5시에 기상하여 5시 58분 온수행 전철을 타고 가면서 전화를 하니 모두 전철 안에 있다. 6시45분에 동서울터미날에 도착하여 무인발매기에서 표를 끊고 두 사람의 동반자가 오기를 기다린다. 7시 안에 모두 도착하여 화장실도 가며 차를 기다린다. 정시에 출발한 버스를 타고 홍천 근처의 휴게소에서 내려 화장실을 다녀오고 한 숨 자니 용대리 삼거리에 도착했다. 10시 40분이니 3시간 10분이 걸렸다. 기사의 말에 의하면 평일 밀리지 않을 때는 2시간 30분 만에 오는 경우도 있단다. 세상 참 좋아졌다. 젊은 날 5시간 30분이 걸리던 때를 비교하면 반밖에 걸리지 않는다.

 

내려서 간단히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고 손두부, 동태탕과 더덕무침을 먹으면서 입산주는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점심값 31,000원을 치뤘다. 배낭의 무게를 계량해보고 초심자보다는 내가 낫겠지 하는 마음에 내가 수호의 짐을 덜었다 . 이 시간이면 한가할 줄 알고 천천히 백담사 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가는데 정류소를 돌고돌아 기다리는 줄이 끝이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아뿔사. 정류소에 도착하니 11시 30분. 버스비는 1인당 2,000원인데 입석은 없고 좌석은 편했다. 에어컨도 시원하다. 50분을 기다려 12시 20분에 타서 10분 후, 12시 30분에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약간의 계산착오가 있었다. 김치도 있으니 백담사 정류장부터는 평지길이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1시간 20분이면 수렴동대피소에서 도착하여 그곳에서 라면을 끓여먹거나 햇반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했으면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등 최소 1시간 30분은 절약했을 것이다.

 

산행 때 식사는 가볍게 하는 것이 좋은 것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배가 부르면 몸이 무거워지므로 오를 때 힘은 배가 더 든다. 그런데 중청대피소에 빨리 도착해도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쉬엄쉬엄 가자고 생각했다. 영시암에 도착하니 1시 20분.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잠간의 휴식 후에 상큼한 내음이 나는 수풀 속을 천천히 걸어간다. 옛길은 산짐승을 막기 위해 그물망을 쳐서 없어지고 새로이 데크를 깔아 놓은 새길은 약간의 오르막이다.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하니 2시. 지붕이 있는 취사장에서 7-8팀이 취사를 하고 식사 중이다. 수호가 짐을 던다고 가져온 과일을 내놓고 꿀보다 더 맛있게 먹는다. 산행에서는 맛있게 먹는 게 짐을 더는 좋은 방법이다. 대피소에서 충분히 수분과 휴식을 취하고 2시 30분에 출발. 산행 중에는 목이 마르지 않다고 수분을 적게 취하면 힘이 더 들고 쉽게 지친다. 이유는 땀으로 수분이 밖으로 배출이 되면 혈액 중 수분이 적어지므로 혈류의 속도가 느려지며 그러면 산소의 공급량도 줄어들게 되며, 산행은 힘이 드니 근육은 산소를 더 요구하게 되고, 그 산소는 피가 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정표에는 봉정암까지 4시간 3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산행에서 이정표의 거리는 믿을 수 없고 시간은 걸음이 늦은 사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니 크게 신경을 쓸 것이 없다. 여기서부터는 오르막이다. 한 시간 쯤 오르니 합수곡인 쌍폭이 나온다. 점점 가파르다. 대피소의 밤은 9-10시에 소등하며 내일을 생각해서라도 과음을 할 술도 없고 할 만한 안주도 충분하지 않다. 하여 8시 전에 도착하면 되니 힘들여 빨리 갈 필요가 없다. 이경식 회장과 남기인 이사장에게 전화가 와서 쉴 겸 한참을 통화했다. 숨길 일도 아니니 셋이 설악산에 왔다고 실토를 했다. 비로 순연된 산행을 내일 월요일로 연기한단다. 중고동창인 한천옥 산우가 중국에 부임하러 가는 먼 길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자리니 서울에 빨리 도착하면 뒤풀이는 참석한다 했지만 설악산이 만만한 산이 아니니 기약은 없다. 그 전화가 끝나니 집에서도 전화가 온다. 작은 딸의 문자도 온다. 깊은 산에도 무선전화가 통하니 좋은 세상이다. 그 사이에 두 사람은 처음 가는 길이지만 컨디션이 좋은지 부지런히 먼저 갔다. 컨디션이 좋으면 굳이 늦게 갈 필요는 없다.

 

봉정암에 도착하니 5시15분이다. 벌써 밥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반찬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미역국에 오이무침 서너 토막이다. 군대 훈련소에서 먹던, 꽁치가 장화 신고 건너간 국과 밥 위에 던져진 몇 조각의 단무지가 반찬의 전부였던 식사 생각이 난다. 잠자리도 키가 큰 사람은 발을 뻗지 못한다. 방 가운데 매직으로 그어 길을 내고 칸을 그어 번호를 매긴 잠자리를 내주는데 칼잠에 다리도 뻗지 못하나 그나마 고마운 일이고 부처님의 은덕이다. 우리는 대피소에 예약했으니 그들에 비하면 호텔인 셈이다. 나 원장은 샤워장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에효! 아무리 샤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 높은 곳에 식수도 부족한데 샤워장이 있겠는가. 봉정암에서는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니 그냥 먹고 자고 가도 되지만 보통은 저녁과 아침 두 끼의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해준 데 대한 고마움으로 불전함에 만원을 낸다. 안 내도 그만이다. 봉정암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암자다. 도착하니 나 원장과 수호가 기다린다. 한 모금의 물을 마시고 쉴 틈도 없이 출발한다. 대웅전 옆을 지나치는데 방을 배정받지 못한 등산객들은 처마 밑에서 자리를 잡고 비박 준비를 한다. 10년 전만 해도 오는 등산객들을 거의 수용했는데 잠자리가 부족한 것을 보면 산객들이 그보다 더 늘었기 때문이다.

 

봉정암 위에서 한 패의 야영객들을 만나 잠시 휴식을 취한다. 국립공원에서는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야영을 하지 못하는데 잠자리가 부족하고 그들은 야영을 즐기는 전문산악인들이니 내가 하지 마라 간섭한다고 고쳐질 일이 아니다. 히말라야 원정을 위한 훈련일 수도 있겠다. 30분 쯤 오르니 발전기 소리가 시끄럽다. 공사 중의 소음이었다. 소청대피소는 낡아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인수하여 공사 중인데 위쪽으로 포크레인이 작업 중이다. 그곳도 매점이 있어 다른 대피소와 같은 것들을 판다.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이정표가 있는 능선을 만나는데 안개가 심해 지척을 분간하기 어렵다. 인적도 없다. 비바람이 거세 모자의 끈을 조인다. 소청을 지나니 안개는 더 자욱하고 점점 어두워지면서 비바람이 더욱 거세진다. 이곳은 맑은 적이 별로 없는 곳이니 항상 그러려니 하면서도 혹시나 하고 올라도 역시나다. 해발 1,500미터를 넘는 능선길에 키큰 교목은 거의 없고 키작은 관목들이 우리를 반긴다. 잦은 비바람에 키큰 나무가 자라겠는가. 자갈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갈림길이 나오고 한계령으로 가는 삼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중청대피소가 멀지 않다는 표시다. 조금 지나니 사람들의 소리와 인기척이 들린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6시 40분이다. 예약을 못해 방을 배정받지 못한 사람들은 대피소 처마 밑에서 혹은 바깥에서 거센 바람과 안개 속에서 버너를 켜고 밥을 짓는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벌써 누워있다. 두 사람은 미리 와서 기다리는데 나를 보자 술을 내민다. 아! 긴 산행 끝에 마시는 한 잔의 술은 보약에 다름 아니다. 안주는 캔참치다. 저녁은 혼잡한 지하 취사장에서 나 원장이 가져온 꽁치와 수호가 가져온 김치를 넣은 꽁치찌개를 끓여 안주로 삼고 밥은 매점에서 사온 덥힌 햇반으로 식사를 한다. 둘러보니 우리들 나이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중년의 아줌마들이 구석진 바닥에 불쌍하게 우두커니 앉아있다. 마음이 약한 수호는 자청해서 담요를 구해 아줌마들에게 건넨다. 대피소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담요를 구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것까지는 좋다. 술을 한 잔씩 권하려 했고 아줌마들은 불쌍한 척하며 그것을 바라는 눈치다. 내가 한두 번 속아본 것도 아니니 말리지 않았다면 술은 거기서 동이 날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는 섣부른 동정은 절대 금기사항이다. 헤어지면 그만인 사람들이다. 내가 너무 심했나. 오랜 산행의 경험에서 얻은 부산물이다. 조금 있으니 남자들이 들어오는데 동행들이다. 우리 아니어도 챙겨줄 사람들은 있다. 이 높고 힘든 곳에 여자들만 올 리가 없다.

 

저녁 한 끼 배부르게 먹자고 반찬을 바리바리 싸오는 경우가 있는데 힘이 드는데 비해 효과는 별로다. 왜냐하면 산에서는 반찬이 없어도 밥이 맛있고 안주가 없어도 술이 맛있기 때문이다. 10시에 소등하니 그럴 시간도 없다. 꽁치찌개를 안주로 팩소주와 삼지구엽초술을 맛있게 마셨다. 해발 1,600미터의 높이에서 샘이 나올 수 없으므로 빗물을 받아 겨우 직원들만 식수를 해결하니 우리는 세수용으로 생수를 샀지만 샤워는커녕 물티슈로 얼굴을 닦았다. 화장실도 혼잡하니 양치질도 생략하고 생수로 세수를 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다. 국립공원 내에서는 자연보호차원에서 치약으로 양치질하는 것은 금지돼있다. 나 원장과 나는 예민한 성격이라 잠자리가 바뀌면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잔다. 특히 사람이 많은 대피소는 밤새 들락거려 시끄럽고, 코고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면 내일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수호와 나는 수면제를 반씩 나눠먹고 누웠는데 바로 꿈나라로 갔다. 기상하니 5시 반인데 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두 사람은 일출을 본다고 대청봉으로 나선다. 말리고 싶었지만 대청봉에 처음 오른 사람들이니 일출에 대한 기대감을 깨고 싶지 않았다. 나는 여러 차례의 경험으로 기대하지 않았으니 두 사람만 갔다. 7시에 돌아와서 안개가 끼어 일출을 볼 수 없었으나 사전답사로 만족한단다. 대피소에서 파는 전자렌지에 덥힌 햇반으로 아침을 먹는다. 물티슈로 얼굴을 닦고 치약 없는 칫솔로 입속을 닦는 것이 세수의 전부다.

 

7시 30분, 대청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나는 끝청과 귀떼기청봉을 거쳐 한계령으로 가고 싶었는데 나 원장은 오색에서 온천욕을 할 마음으로, 수호는 약간 지쳤는지 가까운 쪽으로 가잔다. 내가 안내자로 오는 경우에 내 주장은 자제하고 동반자의 의견을 수용해야 산행이 편하다. 구름과 안개가 잔뜩 낀 것을 보니 서북주능선을 지나 한계령으로 가도 볼거리는 없겠다. 속으로 '아! 이 지루한 길을 내려가야 하는구나'하고 탄식한다. 나는 이 지루한 코스를 무척 싫어한다. 오색에서 끝 없이 계단길로 오르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변화가 심해 지루하지 않은 한계령코스를 몇 배는 더 좋아한다. 15분쯤 걸어 대청봉에 올라 정상석 옆에서 인증샷. 나 원장과 수호는 감회가 깊었을 것이고 대청은 언제나처럼 바람이 불고 잔뜩 흐려있다.

 

8시다. 하산한다. 지루한 계단길을 3시간쯤 내려가니 자그마한 설악폭포가 보인다. 에이! 패스. 수호는 근육이 아픈지 발걸음이 더뎌진다. 배낭을 들어주겠다고 해도 거절하는 것을 보니 견딜 만 한가보다. 컨디션은 예고 없이 변할 수 있다. 어제는 잘 걸었고 오늘도 그만하면 초심자치고는 매우 잘 걸은 편이니 산행인으로서 장래를 기약해도 되겠다. 쉬엄쉬엄 내려오니 12시 반이다. 들머리의 안내판을 보니 해발고도가 400미터다. 1,300미터를 내려왔으니 무릎이 가벼울 수 없다. 한계령의 해발고도는 1,000미터이니 가는 길은 멀고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그래도 편한 길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 수호가 막판에 약간이 고생이 있었지만 한계령으로 갔으면 쉽게 내려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무사히 잘 내려왔다. 오색 입구에서 버스정류소는 20분을 걸어야 한다. 정류소에 와서 감자전을 안주로 막걸리를 한 잔 마시는데 첫 잔의 맛은 상상하건데 천국에서나 먹을 수 있는 꿀맛이다. 1시 50분 서울행 버스와 3시 10분 춘천행 버스를 두고 갈들을 했지만 춘천으로 가서 전철로 갈아타는 것보다 서울행은 밀릴 수 있지만 한 번에 서울로 가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여름휴가의 끝자락에서 서울로 오는 승객이 많았는지 30분을 연착한 1시 50분 서울행 버스를 탔다. 큰 길은 밀렸지만 다행히 기사가 길을 잘 알아 막히지 않는 곳으로 와서 4시간 10분 만에 서울 도착. 어려운 산행 뒤의 즐거운 뒤풀이는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나 원장은 설악산 등정의 소원을 풀었고 수호는 초심자로 첫 산행을 잘 했다.

 

신당동으로 가서 안창살과 토시살을 안주로 소맥을 맛있게 먹고 마시며 했던 말들 중 생각나는 것이 있다.

수호의 말 중

-詩가 있어 산에 오른다.

'산이 있어 거기 오른다'는 명언을 패러디하여 한 말이다.

산행기에 시간을 자세히 적은 이유는 설악산에 오르는 경우에 참고하라는 것이다. 단, 산행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산행에는 기상이변이나 갑자기 체력이 떨어지는 경우 등 예기치 않은 경우가 자주 생기는 까닭이다.

높은 산을 오를 때는 기상이변의 경우를 대비하여 우의를 비롯한 가벼운 옷을 꼭 넣고, 식량 등은 무거우니 감안하여 배낭의 짐을 가볍게 꾸려야 한다. 무거운 배낭의 짐 때문에 체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 체력이 떨어지면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조난이 집단조난의 원인이 된다. 국립공원 특히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경우 대피소가 많고 대피소에는 라면, 햇반, 캔참치, 식수, 가스, 비스켓 등 비상식 등을 팔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체력이 약해지면 굳이 무겁게 짐을 꾸려 올라갈 필요가 없다. 한 끼 저녁을 맛있게 먹기 위하여 고기안주나 찌개거리를 바리바리 싸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체력의 낭비를 가져와 즐거워야 할 산행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가벼운 돈을 충분하게 넣어가 그곳에서 사먹는 것이 현명하다.

 

용대리에서 점심을 먹는 시간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으니 수렴동 대피소에서 햇반을 전자렌지에 덥혀 간단하게 해결하면 최소 1시간은 절약한다. 다시 말하면 용대리에서 내려 바로 백담사행 버스를 타야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다리는 점점 사람이 늘었다. 우리가 10시 40분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정류소에서 기다린 시간이 거의 한 시간이니 만약에 수렴동 대피소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였다면 먹는 시간까지 합하여 1시간 30분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본 산행기가 나이 들어도 잊지 못하는 추억 때문에 설악산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란다.

 

2011. 9. 13. 한가위에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