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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과 오봉(詩山會 제179회 산행)

도봉산과 오봉(詩山會 제179회 산행)

산 : 도봉산

코스 : 보문능선-오봉샘-오봉-송추(1안)

냉골-10휴식처(청룡사터)-다락능선-망월사역(2안)

소요시간 : 1안-4시간 2안-3시간

일시 : 2012년 2월 25일(토) 10시

만나는 곳 : 전철 1호선, 7호선 도봉산역 7호선 대합실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 아이젠

연락 : 전작(010-9858-2858)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겨울행/이근배

 

대낮의 풍설은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정처 없다.

산이거나 들이거나 나는

비틀 걸음으로 떠다닌다.

쏟아지는 눈 발이 앞을 가린다.

눈밭 속에서 초가집 한 채가 떠오른다.

아궁이 앞에서 생솔을 때시는

어머니.

 

어머니.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고향엘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름날 당신의 적삼에 배이던 땀과,

등잔불을 끈 어둠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타고 내리던 그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술 취한 듯 눈길을 갑니다.

설해목 쓰러진 자리

생솔가지를 꺽던 눈밭의

당신의 언 발이 짚어가던 발자국이 남은

그 땅을 찾아서 갑니다.

헌 누더기 옷으로도 추위를 못 가리시던

어머니!

 

연기 속에 눈 못 뜨고 때시던

생솔의, 타는 불꽃의, 저녁나절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지는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자꾸 취해서 비틀거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가장 포근한 이름, 가장 행복하면서도 위대한 이름. 어 머 니.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행복할 때 같이 하고 싶은 이름. 슬플 때 가장 위안이 되는 이름.

 

평생 폄범한 삶을 살지 못하고 유난하게 살아 오지랖이 넓어져 여러 인생을 안다. 세상에는 별난 인생도 많더라. 올 겨울이 길고 추워선지 어렵고 궁박한 사람들이 자주 떠오른다. 그 중에 한 사람,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 상사 주재원으로 나갔다가 20년만에 돌아왔는데 그간 모아달라고 어머니에게 보낸 돈을 그의 어머니는 주식에 투자했다가 오히려 어머니 자신의 돈까지 말아먹고는 샛방으로 내려앉았다. 이 대목에서는 이런 표현이 적합하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결국은 이혼까지 당하고 다시 외국으로 나갔다가 돌아와서 하는 말, "어머니는 나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그런 시련을 주셨다. 그보다 더 큰 시련에 대비하라고 그러셨다. 어찌 보면 어머니가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그가 다시 보였다. "행복은 눈 아래에 있으며 눈을 들어 위를 보면 끝을 모르는 하늘과 언제 스러져 갈 지 모르고 정처 없이 흘러가는 뜬구름, 머물지 못하고 항상 떠도는 바람밖에 뭐가 보이느냐, 눈 아래를 보니 자기보다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보다 훨씬 더 많더라. 자기는 그 어렵던 시대에 태어나 대학까지 마친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으니 그 은혜는 비할 데가 없다. 그나마 건강하게 살아계시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그가 깨친 사람으로 보였다.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큰 사람으로 내게 다가왔다. 작은 고통에도 허덕이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산방(山房)에 들어앉아 좌선만 해서는 산방의 도(道)일뿐, 세상의 도는 역시 세속의 많은 사람들과 부때끼며 살다 깨치는 도가 큰 도가 아니겠는가. 道 중에 가장 크고 높은 道는 孝道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부처,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등이 태어나 활동한 기원전 4-6세기경을 일컬어 차축(車軸)의 시대(Axial age)라 하면서 세상의 사상이나 도(道)는 그때 이미 완성되었으며 이후는 그들의 사상을 계승하여 발전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했고 후세의 사상가들은 이를 동의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출신의 비교종교학의 대가 카렌 암스트롱은 저서 '축의 시대'에서 그때의 지적 수준을 현대는 아직 뛰어넘지 못했다고 단정지었다. 그의 말은 형이상학에서 완성을 이루웠지만 실천은 요원하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곧, 종교를 포함한 형이상학의 한계는 정점에 올랐지만 형이하학인 과학의 발전은 계속 진행 중이고 언제 끝난다는 말도 단정적으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우주의 시작과 끝은 어디이며, 가장 작은 단위의 입자나 파장은 어디에서 완성을 이룰까, 과연 완성이란 있을 것인가.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178회 북한산 비봉 산행기

일시: 2012. 2. 12(일)

참석자(13명) : 염재홍, 조문형, 신원우, 김종화, 전작, 이원무, 임삼환, 박형채, 고갑무, 김정남, 나양주, 이재웅, 이경식(뒤풀이 좌석순)

아침 발길이 몹시 가볍다.

겨울날씨 치고는 바람도 잔잔하고 햇살도 좋다.

금년 들어 3번째 산행인데 계속해서 날씨가 우리를 도와준다.

불광역에 조금 빨리 도착했다.

처음 생각은 불광역 주변 여기저기를 샅샅이 다녀 보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전철역에서 산우들을 만나면서 얘기꽃을 피우고 말았다.

불광동 사거리 근방에서 30년의 직장 생활 중 20년을 매일 매일 출근하면서 작년 이맘때까지 드나들던 곳이다.

가끔은 내 젊은 시절의 흔적이 묻어있고 한 때의 낭만도 흘러 넘쳤던 여기 불광동 주변의 이 거리가 잔잔하게 생각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퇴직하고 난 후부터는 단 하루도 여기에 올 일이 없어져 버렸다.

잊혀가는 동료들이 가끔 불러줘서 추억을 되새길 뿐이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으니 이제 쉴 때가 되었다고 자위는 하지만 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한 느낌이다.

어찌 이게 나만의 슬픔이리!! 우리세대가 갖는 공통의 아픔이리라.

 

조금은 착잡한 생각을 하면서 2번 출구 지상으로 나왔다.

짐작은 했지만 등산객들이 엄청 많다.

2-3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등산객이 많지는 않았다.

여기 외에도 도봉산, 청계산 등등 등산로 주변은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오늘의 등산친구는 13명 그런대로 많은 편이다.

등산객들이 무리를 지어 구기터널 방향으로 나가고 이윽고 여성정책연구원 앞을 지나서 장미동산으로 접어들었다.

이곳 장미동산은 생수가 많이 나와서 인근 주민들에게는 꽤 유명한 약수터이기도 하다.

그런데 장미동산 뒤 정자에서 인원을 점검해 보니 염재홍 등 3명이 보이지 않는다.

긴급통화를 해보니 도로를 건너지 않고 직진 했단다.

 

잠시 뒤쳐진 일행을 기다리는데 박형채 회장님이 손수 재배한 고구마를 풀었다.

뜨끈뜨끈한 고구마 맛과 함께 회장님의 뜨끈뜨끈한 정을 느꼈다.

회장님! 그 고구마 참 맛있더이다.

금년에도 고구마 농사 잘 지어 맛 좀 자주 보여주셔요.

일행 모두가 정자터 쉼터에서 멀리 북한산을 조망했다. 장엄한 모습으로 한눈에 잡혔다.

이윽고 구기터널 위를 지나서 북한산성 자락을 밝으면서 향로봉 쪽으로 발길을 잡았다.

좌측으로는 몇 번인가 올라간 족두리봉이 그 아슬아슬한 봉우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햇볕이 잘 들고 경사는 완만하고 바람도 없으니 겨울 등산 코스로는 최고였다.

이 코스를 택하여 안내하는 내가 생각해도 좋은 등산코스였다.

나이가 들어서부터는 암벽이나 급경사는 피하자는 게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우리들의 정서다.

향로봉을 바라보면서 잠시 휴식, 단호박떡과 송편, 귤 등으로 원기를 보충하고 다시 출발~~^^

앞서거니 뒤서거나를 반복하면서 향로봉을 오른쪽으로 우회 하였다.

나중에 보니 그게 약간의 화근 되었다.

전망 좋은 암벽 소나무 밑에서 인원을 점검하니 이재웅 군이 보이질 않는다.

통화도 되지 않는다.

“먹을거리가 가득 들어 있는 배낭이나 두고 가지......” 우스갯소리를 나누면서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는 향로봉 쪽으로 직진하여 능선을 타고 있다고 했다.

이제 10명이 넘으면 인원점검을 위해 맨 후미를 지정하자는 얘기가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봉 능선으로 올랐다.

오늘 코스 중에서 제일 체력소모가 많은 곳이나 그리 길지는 않는 곳이다.

이런 가파른 곳도 있어야지, 시종일관 평탄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

비봉 뒷길만 약간의 흙으로 다져진 눈길일 뿐, 아이젠이 필요 없었다.

작년 만해도 아이젠을 몇 번인가 이용했는데, 아마 이번 겨울은 눈 덮인 산길을 걷는 걸어보기 힘들 것 같다.

그만큼 금년 겨울이 따뜻했다.

비봉 입구에서 일부는 이재웅 군을 기다리고, 일부는 자리를 잡기 위하여 사모바위 쪽으로 가고, 진흥왕 순수비를 못 본 사람은 비봉으로 올랐다.

여기에 있는 순수비는 모조품이고 진본은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568년 신라 진흥왕은 연호를 ‘크게 번창하다’는 의미인 ‘태창’으로 바꾸고 서울을 거쳐 함경남도 함흥의 황초령, 이원군에까지 자신이 개척한 영토를 직접 순수하면서 백성을 위로하고 포상했다. 또한 이를 기념하고 왕의 위엄을 드러내고자 비들을 세웠다. 국보 3호인 북한산 순수비를 비롯하여 황초령 순수비·마운령 순수비·창녕척경비 등이 이때 세워졌다고 한다.

 

비봉을 거쳐 사모바위 아래 헬기장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본 비봉은 멋지게 균형이 잡힌, 앉아있는 새들의 왕 참독수리의 모습으로 보인다.

저기 사모바위는 20년 전에도 저렇게 비스듬히 서 있었는데 지금도 그 위험한 자태는 변함이 없다.

헬기장에는 많은 그룹들이 유쾌하게 떠들었다. 보기 좋다.

따스한 겨울햇살 아래 자연풍광을 즐기면서 친구들과 호탕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정말 건강하게 보인다.

꽈메기 무침, 생굴, 두부김치 등을 안주삼아 막걸리와 복분자를 모두가 몇 잔씩 마셨다.

정상주는 피하고 하산주만 마시자는 우리의 약속은 이미 창고에 처박힌 지 오래다.

누가 그걸 지키나......!!

약간의 취기를 느끼면서 하산을 서둘렀다.

먹고 나면 오르기 싫고 나른해서 먹으면 하산하는 습관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술기운이 있을 때는 안전한 코스를 선택하여 하산해야 한다.

바로 내려가는 제일 짧은 코스를 택했다.

 

먹었으니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했다.

몇몇 산우들이 눈치껏 볼일을 본다. 남자로 태어난 게 다행스럽다.

여성들이 겨울산에서 소변을 처리하기가 난처해서 물도 잘 안 마신다는 말도 있다.

승가사 옆을 지나 너른 도로를 하산길을 잡았다.

약간의 이런저런 의견 끝에 뒤풀이 장소는 구기동 민속집(두부집)으로 정했다.

이곳 여사장님은 30년 전부터 안면이 있는데 오늘은 자리에 없었다.

세차장 옆 함바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던 그 아줌마가 이제 연륜과 함께 의젓한 초로의 할머니 사장이 되었다.

우리들의 잡담과 함께 맥주와 막걸리가 돌고 돌았다.

그 와중에서도 전작 총장은 여러 가지 안건을 제시한다.

2012년의 큰 행사는 다음 4가지로 압축되었다. 자세한 안내문은 세부계획이 확정된 후 별도의 고지가 있을 것이다

-5월 지리산 칠선계곡 등산

-7월 여수엑스포 관람 및 팔영산 등산

-7월 중국연태 및 노산(?) 등 등산

-9월 고창에서 날아다니는 촌닭 먹기

하나도 빠질 수 없는 좋은 정말 스케쥴이다.

가능하면 모든 친구들이 동행하기를 기원한다.

남기인 산우가 아들 결혼식 참석에 대한 감사의 답례로 한턱을 내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주변이 어둑어둑해진다.

오늘의 산행에서 얻은 즐거움이 다음 주 에너지의 밑받침이 되리라.

 

2012. 2. 1.5 이 경식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도봉산이다. 북한산 비봉에서 내려와 전작 총장의 주재로 겸 회의를 할 때, 처음의 계획은 둘레길이었으나 그 길은 너무 평탄해 여름에나 맞는 길이라는 이견이 있어 집행부에서 변경하였다. 그러면서 코스에 대한 안내는 나에게 위임하였다. 그때 1년의 산행 계획을 검토하면서 다른 의견이 있어 검토하기로 한 사항을 적으니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집행부나 산우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검단, 예봉, 운길산 등 그 방면의 산행이 5번으로 너무 치우쳐있고, 가평, 포천 방면 등 중거리 산행이 없고, 3월 첫째 180회 무의도·실미도는 갔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183회 4월의 고창행은 그때는 아직 추운데 이부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임 수석의 곤란성 발언을 전했고, 정선 소금강은 차로 관광하는 코스로 등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경험을 전했고, 한 교장이 있는 연태는 7월 중에 와달라는 전언이 있었고, 여수엑스포 관람과 팔영산 등산 계획, 10월과 11월의 단풍 산행이 없고, 지리산 칠선계곡은 월, 목은 오르고 화, 금은 내려오는 일정으로 등산시간이 8시간으로 너무 많이 걸려 휴일에 하산하는 일정을 신 동창회장님이 알아보겠다 등의 의견이 나왔으므로 상당 부분은 재검토가 있어야 하니 집행부의 고민과 수고가 크겠다.

 

그때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남기인 산우와 나 원장은 토요 산행이 불가능하므로 놀토가 없어지는 3월부터는 일요 산행으로 해달라는 의견을 조용하게 제안하니 검토하여 감안해주면 고맙겠다. 나도 부부가 함께 생각해 둔 취미활동을 배워서 즐겨보려고 구청이나 동에 알아보니 토요일에만 문을 여는 강좌와 화, 목, 토만 일정이 가능한 강좌가 있다. 월, 수, 금의 강좌는 사람도 많고 자리가 쉽게 비지 않는다고 하니 올해는 한 번도 빠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세운 나를 위해 집행부가 배려해주면 고맙겠다.

 

도봉산 산행 코스의 안내를 맡은 입장에서 미리 알려 상의하니 당일에 의견을 내주기 바란다. 코스 1안은 툭 터져 따뜻한 보문능선으로 올라 7-8분쯤 도봉주능을 타다가 샛길로 오봉샘까지 가서 그곳은 넓고 양지바른 터가 많으니 간단한 요기를 하고 오봉을 거쳐 송추로 내려가 갈비탕이나 설렁탕으로 뒤풀이를 한다. 오봉은 도봉산에서 최고의 절경으로 꼽으며 산행은 4시간이 걸리는 코스로 우리가 송추에서 오봉은 올랐지만 도봉산역에서는 오른 적이 없고 송추 쪽보다 쉬운 길로서, 가는 코스 주변의 경치가 좋다. 코스 2안은 역시 처음에는 완만하고 따뜻한 코스로 가다가 냉골약수에서 시원한 약수를 한 잔 마시고 계곡을 따라 오르다 청룡사터의 탑에서 탑돌이를 한 후, 터가 편편하고 너른 그곳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보문능선을 거쳐 망월사역으로 내려가 뒤풀이를 한다. 비교적 짧은 코스로 시산회에서는 처음 가보며 3시간이 걸린다. 모두 가보지 않은 코스이니 편하게 와서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하루를 즐기자.

 

김종화 산우의 아차산 산행기를 동창회 카페에서 읽어봤다. 나이가 들어 시간이 많아진 때문인지 한 달에 두 번의 산행으로는 목마른 산우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보니 용훈(남주)를 비롯해 반가운 얼굴들이다. 용훈과는 고2때 영재와 함께 홍도를 다녀온 기억이 있다. 그때 용훈의 집에서 용훈의 아버지를 뵈었는데 그것이 면접이었다는것을 먼 훗날 알았으니 나도 어지간히 무딘 사람이다. 주변의 산악회에서 시산회처럼 운영하고 싶으니 동참해서 동반시도 선정해주고 함께 즐기자는 간곡한 제안이 있었으나, 그 중 친한 회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성 회원이 많아 시끄럽고 뒤풀이를 너무 거창(?)하게 해서 항상 뒤탈이 나고 뒷말이 많으니 오지 말라고 한다. 나는 매주 산행을 하지만 한 달에 두 번은 시산회 산행, 두 번은 나 홀로 산행을 즐기는 편이다. 집에서 가까운 도봉, 북한, 수락, 불암산을 다니는데 요즘은 주로 도봉과 북한산을 다닌다. 수없이 다녔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코스가 많아 지금도 아쉽고 목마르다. 나도 번개산행 한 번 해볼까나.

 

 

4.동반시

구부러짐의 미학, 자꾸 구부러지다 보면 동그라미가 된다.

해서, 동그라미와 윤회는 통하게 된다.

공은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동그랗기 때문이다.

동그라미는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대소유무에 분별이 없는 자리라는 원불교 대종사님의 말씀.

또 한 말씀, 동그라미는 막힘도 거칠 것도 없는 것.

'구부러지다가도 도저히 안되겠다며 바로 서는 것들이 너무 적다'는 구절에 내 몸과 마음을 열었다.

<도봉별곡>

 

구부러지는 것들/박용하

 

어깨가 구부러진 청솔들에게도 한때 빛나는 유년이

있었으리라. 보기보담 일찍 구부러진 공원의 낙엽들을 나는

좋아한다. 구부러지는 식물들 그것은 윤회를 닮아 있다

 

강물은 오늘도 무서운 속도로 상류의 물들을 하류로 실어 나르고

둔덕의 풀꽃들은 그림자 길게 휘어 달빛을 잡는다

그리고 나는 세상을 휘휘 젓는 직선에 괴로워한다

 

등이 구부러진 과일들, 등이 구부러진 노인들, 등이

구부러진 황소, 야! 아예 온몸이 구부러짐의 시작의 끝인 시작의

둥근 공과도 같은 하루는 있는 것일까

 

구부러지다 바로 서고 바로 서다 구부러지는 풀

나는 그 풀들의 유연성을 삶이라는 이름으로 곰곰 되뇌어 본다

구부러지는 것들은 자연의 숨통을 닮아 있다

 

흘러가는 강의 휘어짐

세상에서 세상 밖으로 이어진 길들

한 사람에게만 마음이 휘어진 여자

하지만, 구부러진다는 것이 너에게 굽신거리는 것과 같을 때

그것이 통념일 때 우리는 압제된 사회에 살고 있네

 

겨울 바람에 구부러지다가도 바로 서는 한겨울의 나무들을

나는 좋아한다

구부러지는 것들

구부러지다가도 도저히 안되겠다며 바로 서는 것들

그와 같은 것들은 너무 적다

 

2012년 2월 20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