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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안양 수리산(詩山會 제182회 산행)

안양 수리산(詩山會 제182회 산행)

산 : 수리산

코스 : 안양역-병목안 삼거리-정상(하산 방향은 산우들이 결정)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2년 4월 8일(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1호선 안양역 13번 출구 지상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사진기(하산 후 뒤풀이 예정)

연락 : 박형채(011-250-5382))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그 하루, 아주 달았네 - 한영옥(1950~ )

그 여자에게

한창 물오른 애인이 보내준

복숭아 수북수북 담긴 소쿠리가

복숭아가 뭔지도 모르는 마을에 쏟아졌네

사랑은 꼭꼭 숨길 수 없는 것이어서

그 여자 이 집 저 집 나풀거리며

복숭아 몇 알씩 골고루 나눠 돌렸네

온 이웃이 복숭아 단물에 흠씬 젖어

그날 하루 여자와 함께 아주 달았네

그 여자 나풀거리면서 찬사 받으면서

내년 이맘 때를 성큼 기약하였나보네

내년 이맘 때, 성큼 오지 않을 이맘 때에

그 여자는 빈 소쿠리를 옆에 끼고서

들썩거리며 한없이 흐느껴 울게 된다네

그래서 수상하게 그 하루 달았던 것이네

복숭아가 뭔지도 몰랐었는데.

행복은 행복한 순간에는 그것이 행복인 줄을 모른다네. 청춘 스스로는 그 시간이 청춘임을 알지 못한다네. 그래서 행복은 행복인 줄 모르고 퍼나르게 되고, 청춘은 그 넘치는 에너지를 방황으로 흘려버리게 된다네. 한창 물오른 복숭아를 그게 뭔지도 모른 채 나눠 돌리고 내년 이맘때를 기약했던 그 여자, 오늘과 같은 내년은 다시 오지 않는다네, 뭔지도 몰랐던 복숭아가 얼마나 달콤했는지는 내년에야 비로소 알게 되겠지만, 그걸 알게 되는 내년 이맘때에는 복숭아는 없다네, 빈 소쿠리를 끼고 울게 된다네. 누가 이런 마술을 행복이라는 복숭아에 걸어 놓았는지, 빈 소쿠리 내던지며 울고 싶다네.

-시평<최정례·시인>

 

행복의 조건 중에 사랑, 청춘, 기약 등이 있음을 젊은 시절에 알았으랴. 그러나 이것들은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이순의 나이에 들어와 보니 건강, 가족, 자족은 꼭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초봄의 이슬비처럼 옷이 젓는 줄도 모르게 내리기도 하지만, 무더운 여름 한철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오고 가기도 한다. 청춘은 오지만 가면은 다시 오지 않는다. 기약이야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수리산을 오를 때는 4월이다. 산에는 노란 산수유, 샛노란 개나리, 한을 품었다는 진달래꽃이 필 것이다. 서양에서는 시인 T. S. Eliot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하였고 동양에서는 '春來不似春(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은 봄)'이라는 말로써 4월은 항상 불안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4월이 잔인한 달이 되지 않고 봄 같은 봄을 느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을 보면 어려서부터 늙어질 때까지 불행을 겪지 않고 행복하게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나의 주변에는 겉으로 보면 행복한 사람은 별로 없고 온통 불행한 사람들로 가득 찬,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여 지인들과 '행복해질 때까지 행복을 위하여'란 주제로 글을 쓰고 보내주고 함께 나누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기록 역사는 조선시대의 실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조차도 한자로 쓰여져 이제야 그 실록이 한글로 번역되어 일반인들도 볼 수 있으니 때가 늦었으나 다행이다. 고조선의 역사서는 아예 없어 이웃인 중국의 사기를 통해 알아야 하고 삼국시대를 기록한 역사도 몇 권으로 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뿐이다. 고려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사기는 방대하고 역사도 깊어 내가 중국사를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나는 불행에 처한 지인들에게 궁형을 당하면서도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과 토사구팽이라는 성어의 주인공 한신에 대해 얘기해 준다. 사마천에 대하여는 불굴의 의지를, 한신에 대하여는 기회가 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놓치지 말라는, 역사는 이긴 자의 몫이며 선악은 이긴 자의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말해준다.

 

요즘은 신당동에 있는 오피스텔에 자주 나가지 않는다. 집에서 걸어서 5분, 자전거로 3분 거리에 상계정보문화도서관이 개관했는데 중랑천변을 지나면서 코끝을 스치는 바람도 신선하고 시설이 쾌 좋다. 시간과 금전을 절약할 수 있으니 행복한 일이다. 금, 토요일에 도서관에서 지내다가 하루쯤 쉰다고, 일요일에는 도봉산에 올랐다가 수행만 하는 스님과 녹차를 앞에 두고 오래동안 한담을 나눴다. 절은 있으나 상좌도 수좌도 도반도 없이 혼자서 참선을 하면서 수행하는 스님이다. 한때는 배도 타고 사업도 하던 분인데 불연(佛緣)이 남아선지 가족과 떨어져서 절을 지었으나, 세속적인 염불도 중단하여 신도도 거의 없지만 육체와 금전으로 인한 즐거움을 내려 놨더니 얻어지는 것이 더 많더라는 것이 오래 이어진 화제 중의 하나다. 나에게 참선 수행하면서 함께 지내자는데 이러다 머리를 깎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 스님의 말씀,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고 말하지 마라, 행복에 너무 매달리지 마라, 집착하게 되면 행복이 불행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집착은 모든 화(禍)의 원인이 된다. 행복은 삶 중에 극히 일 부분이다. 탄생과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인데 하물며......"

-시평<도봉별곡>

 

 

2.산행기

詩山會 제181회 북한산 산행기

2012년 3월 25일(일) 10시 길음역 2번 출구

코스 : 길음 뉴타운-서경대 뒤-칼바위-대동문-아카데미하우스

참석자: 김용우, 김정남, 나양주, 박형채, 염재홍, 이경식, 이재웅, 위윤환, 임삼환, 이원무, 전작, 최광일, 최근호(13인의 시산인들)

 

어제 날씨가 변덕이 심해 비가 왔다가 저녁쯤엔 눈이 오기도 했지만 오늘은 날씨가 좋은 편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부엌에서 열심히 음식을 장만해 준 순단표 찰밥, 부침개, 묵은 김치, 초절임 당귀잎과 들께잎 양파 등의 작품을 5개의 그릇에 담아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늘 지각생을 못 면한 처지라 9시 40분경 길음역 2번 출구에 제일 먼저 도착하였다.

전 총장이 15명 참석 할 거라 전날 귀띔을 해주었는데 모두 13명만 참석하게 되었다.

오늘은 염재홍 산우가 버스를 타지 않고 들머리를 잡을 수 있는 코스로 가이드를 하여 준다는 데에 모두 만장일치로 동의하여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길음 뉴타운을 지나 서경대 뒤쪽으로 해서 칼봉능선을 타는 코스를 택했다. 가는 도중에 전 총장의 기자 임명이 있었고 나를 지명하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50분쯤 올라왔을까, 꽤 긴 거리를 왔고 북한산 둘레길과 연결되어 있는 갈림길의 너른 곳에서 순단표 버섯전을 안주로 입산주를 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재홍이의 안내 임무가 끝나고 볼일이 있어 하산해야 한단다. 세를 준 단독주택이 있어 수리를 해줘야 하는데 수리비 견적을 받으러 가야 한다니 아쉽지만 헤어졌다. 아쉬운 마음에 뒤풀이 때 연락하기로 했지만 참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입산주로 목을 축인 다음 우리는 계속 전진한다. 늘 그렇듯 오르면서 세상사를 입에 올리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의 정담을 나눈다. 근호는 오랜만에 동행했기에 근황을 물었더니 종로 YMCA 본부 근처의 목방에서 목각의 취미를 열심히 즐기는 모양이다. 한 가지라도 재미를 붙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취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나도 한문서예를 하다가 손을 놓고 있지만 훈장님께서 칠순 겸 한시 작품전을 인사동에서 7월에 하신다기에 한 작품을 준비 중인데 시산회와 어울릴 것 같아 한번 읊어 본다. 携樽邀友泛蘭舟 四月南風麥已秋 斷岸陰繁黃鳥樂 平沙日暮白鷗愁 (벗을 모아 술동이를 가지고 배를 띄우니 4월의 남풍에 보리이삭은 벌써 익었네, 녹음이 우거진 절벽에는 꾀꼬리가 노래하고 해 저문 백사장에는 갈매기만 졸고 있구나). 船遊(선유.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노래한, 훈장님의 젊을 적에 지은 漢詩인데 내 마음대로 해석해 본다.

 

마당바위에서 물을 한 모금씩 하고 증명사진을 찍은 뒤 또 오른다. 한참을 가니 응달은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워 아이젠을 차야 했다.

조심해서 오르다보니 벌써 칼봉 앞에 서있는 안내판은 우회할 것을 권한다. 어제 내린 눈이 쌓여 아이젠을 하고 오른 터라 안전한 길이 최선이라 생각해서 갈림길의 좌측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길도 가파르고 꽤 멀리 돌아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양달이라 눈이 녹아 위험하지 않았고, 몇 년 전 여름 등산 때 식사 후 달콤한 오수를 즐겼던 암릉 밑을 지나 무사히 대동문에 도착했다. 배꼽시계가 음식을 재촉하니 점심자리를 찾아야 한다. 전날 눈이 내려 편편한 곳은 눈이 덮여 있고, 아직도 북풍은 차갑다. 등산객이 많아 좋은 자리가 없어 우리는 동그란 식탁처럼 생긴 돌무더기 위에 뷔페식 상을 차리고 서서 식사를 해야 했다. 나양주 산우가 내 대신 김용우 산우가 추천한 동반시(오른 손은 모르게 - 이장욱)를 읊었다. 발음이 정확하고 목소리에 힘이 있어 시 낭송에 적합한 목소리다. 산우들의 입에서는 같은 의미의 덕담과 칭찬이 한마디씩 나온다.

 

생굴, 한과, 감자전, 찰떡, 인절미, 한라봉, 순단표 찰밥 등 여러 가지 반찬과 막걸리로 상이 꽉 차서 두부는 출연을 못했다. 식사의 중간에 누군가의 건의에 따라 건배사 “김순단 여사를 위하여”가 대동문 주변의 북한산에 메아리가 되어 높이 날았다. “김 선생! 친구들이 고마워합디다. 앞으로도 부탁하네.” 떨리는 속을 달래며 짧은 시간에 식사를 마치고 선걸음에 하산 명령이 떨어지는데 3가지 하산의 방향 중 소귀천계곡은 응달이라 눈이 녹지 않았을 것이고, 진달래능선은 길은 편하나 멀리 돌아야 하니 가까운 아카데미하우스로 내려가는 계곡으로 직진하자는 근호의 명령에 따랐다. 이런 결정의 순간에는 기선 제압과 자신감이 넘치며 확신에 찬 큰 목소리에 한순간 명암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을 아시는지. 하하.

 

바위가 많아 점점 다리 힘이 부족해진 산우들의 원성이 있었지만 어찌하랴! 여기가 아카데미하우스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인 걸. 점심을 서서 먹고 부리나케 내려온 후유증이 나타나 바위 위에서 휴식하면서 사진을 한 컷 한다. 하산할 때는 뭐가 그리 급한지 모두 날아가듯이 뛰어간다. 무사히 하산하여 아카데미하우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배가 꺼지지 않은 탓에 뒤풀이는 간단히 하자는 것이 중론이 되었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 ‘착한 낙지’집이 나왔으나 너무 매워서 나이가 든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는 원무와 근호의 냉담한 반응에 돌아서고 동태찜도 맵고 콩나물 외에 먹을 것이 없다는 중론에 그곳도 통과, 조금 더 내려가서 간판 이름이 나주곰탕집이라는 이유로 친근감이 들어 들어섰다. 40대 초반쯤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이 반긴다.

 

여러 주장 끝에 소머리 수육을 안주로 정하고 음식이 나오기 전에 잠시 회의, 일부 장거리 산행 일정 중 해남 대흥사 뒷산인 두륜산과 땅끝마을은 너무 멀다며 장성 백양사와 백암산으로 정정한다. 관악산 뒤풀이 때 결정한 것이 한순간에 변한다. 이것도 언제 변할지 모르겠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니까. 하하.

 

일정을 조정하면서 7월28일의 중국 연태 곤륜산 산행과 일정에 대해 한 교장과 협의한 사항을 알려주고, 경비가 40만 원정도 소요되니 미리 여름 휴가계획을 세워서 준비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정갈하게 차려진 소머리 수육을 안주로 막걸리잔을 높이 들고 건배 합창의 시간에 “한잔하세!”와 “그러세!”를 외쳤다. 막걸리가 한 순배 돌고 한잔이 들어가니 취흥이 도도해진다. 이윽고 이경식 전임 회장의 강한 주장에 따라 200회 산행 기념문집을 만들기로 모두 합의하고, 사진을 조금 넣으면 저렴해지고 사지을 아예 넣지 않으면 권 당 8천 원 정도 소요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내년에 시작할 일이니 차기 집행부와 1집의 편집진이 수고로울 것이다. 그의 간단명료하지만 해박한 입담을 필두로 4.11 총선얘기, 자전거 선물에 조중동 신문을 보는 이야기들을 하다가 갑자기 전 총장이 연금식 복권을 지갑에서 보여 주며 자랑을 했다. 견물생심이라 했거늘, 오늘 신입 회원인 나양주 산우가 음식값을 쏜다하니 연금식 복권을 사달라고 압력을 가했다.

 

마음씨 좋은 전 총장이 아닌가!

 

5천량씩 사서 나눠 주기로 하고 오늘의 뒤풀이 포수인 나양주 산우를 향해 다시 건배사 “고맙네, 잘 먹고 마셨네”를 끝으로 나주곰탕에서 나왔다.

복권방을 뒤지며 기쁜 마음에 내려 왔지만 한 집은 이미 다 팔려 동이 났고, 그 다음 복권방을 찾지 못했다. 등산객들이 우리처럼 복권을 좋아하나 보다, 복권이 다 팔린걸 보면. 수유역에 도착하여 수소문 끝에 우리는 전총장이 선사한 연금복권 5장씩을 지갑에 넣고 공짜를 받은 즐거움과 기대로 가득 찬 마음을 한가득 안고 헤어졌다. 4월 11일까지 우린 부자다. 산우들이여! 용해에 용꿈을 꾸어 대박들 나시게나. 그리고 당첨되면 십일조는 잊지 말게. 시산회 200회 기념 산행기 책자도 출간해야 하니 말일세.

 

좋은 날, 좋은 시, 좋은 산우들이 있어 웃으며 즐겼던 하루였다.

잠실에서 형채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백운호수 옆의 백운산으로 정했지만 안내를 맡은 김종화 산우의 사정에 따라 안양 수리산으로 변경한다. 4월 1일에 김종화 산우는 사전답사차 백운산을 다녀왔다고 카톸도 하고 카페 산행기에 올렸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대해본다. 지난 해 7월에 다녀왔으니 기억이 난다. 내려와서 정갈한 집에서 뒤풀이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는 하늘도 봄이 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반갑게 보자. 복장도 밝게 입고 오자. 남기인 산우는 가까우니 꼭 오소. 조문형, 한양기 산우도 가깝네.

 

 

4.동반시

박형채 회장님이 가슴에 담아 두었던 시라며 홍광일 시인의 '무엇이 보이는가?'와 함께 보내준 시다. 제목과 주제가 비슷한 것을 보니 도봉산 오봉에 올라 낭송했던 시, 박용하 시인의 '구부러지는 것들'이 좋았나보다. 돌아가면서 동반시를 추천하고 중복이 되지 않으면 동반시로 올리고 싶다는 도움쇠의 간곡한 요청에 흔쾌하게 박형채 회장님이 응해주었다. 추천을 해준 여러 시 중 시평을 해야 하기에 도움쇠가 해석하기 쉬운 시를 골라 동반시로 올리는데 도움쇠의 자질과 시 공부가 부족함이 원인이니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시어는 비유, 상징, 함축, 전환, 반어, 역설 등의 기법으로 표현되어 시로 태어난다. 시의 제목을 부드러운 직선으로 표현했지만 부드러운 직선은 없다기 보다 곧다는 표현이 맞지만 시인이 굳이 부드럽다고 표현한 것은 반어법을 사용한 것이다. 모든 나무의 줄기는 동그랗다. 비바람에 휘어지다가 도저히 안되겠다며 바로 서라고 동그랗다. 회장님이 다혈질이고 직선적인 성격의 나를 좀 부드럽게 살라고 충고하는 시로 보이기도 한다.


시가 아무리 난해해도 열 번을 읽으면 통한다. 통하지 않으면 나름대로 해석하면 된다. 한 번은 돌려 읽고, 한 번은 꺽어 읽고, 한 번은 밑에서부터 읽고, 한 번은 중간부터 읽고 등 반복하여 읽다보면 어렴풋이 뜻이 잡힌다. 그래도 잡히지 않으면 눈에 넣어 두거나 가슴에 담아두면 된다. 시는 읽고, 잊으라 했거늘 언젠가는 꺼내져서 차려지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직선/도종환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이 추겨세운 추녀를 보라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채가
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것을 본다

 

휘어지지 않는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 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걸 본다

 

사철 푸른 홍송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
담백하게 뒷산 품에 들어 있는 절집이
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

 

한 생애를 곧게 산 나무의 직선이 모여
가장 부드러운 자태로 앉아 있는...

 

2012년 4월 3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