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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예빈산과 두물머리(詩山會 제183회 산행)

예빈산과 두물머리(詩山會 제183회 산행)

 

산 : 예빈산

 

코스 : 팔당역-팔당2리-율리고개-철쭉군락지-정상(직녀봉)-견우봉-승원봉-천주교공동묘원-능내리(봉안마을)

 

소요시간 : 3시간 10분

 

일시 : 2012년 4월 21일(토) 10시

 

만나는 곳 : 전철 중앙선 팔당역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보리밥상 집에서 뒤풀이 예정)

 

연락 : 전작(010-9858-2858)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아득한 성자/무산(霧山) 조오현 스님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승려로서 도 닦기도 어려운 판에 조오현은 시와 시조를 쓰는 일에 바쁜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를 설악산 산감이라고 한다. 강원도 백담사 회주스님으로 있으면서 해마다 만해선사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거창하게 벌이고 있다. 1970년대 초에 그는 김천서 한 이십 리 쯤 떨어진 계림사라는 작은 절에 살았는데 그때 마침 백수 정완영 선생이 김천에 있어 그 분을 자주 뵙고부터 시조 쓰는 일에 신열을 다하더니 이렇다 할 시조시인이 되었다. 그는 밀양이 고향이고 어려서 절에 들어가 불교 공부를 하였다. 시조에 열을 올리는 자신을 일러 "중이랄 것 없는 중"이라고 말한다. '아지랑이'라는 작품은 자신의 구도정신을 잘 나타내었다.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 돌아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평 : 임종찬·시조시인·부산대 국문과 교수 >

 

 

우리가 돌아가면서 시낭송도 하고 산행기도 쓰고 시 선정도 하게 됐다. 이 시는 남기인 산우에게 부탁했더니 조오현 스님의 시가 좋다하여 프롤로그 시와 동반시를 선정해봤다. 스님의 시 중 득도시(得道詩) 아닌 것이 없고 승속을 넘다들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평범한 내가 보기에 예사 스님이 아니다. 최근에 어지러운 마음을 둘 데가 없어 친구와 바람을 쐬러 가자고 해서 찾은 곳이 진천인데 그곳에서 성암이라는 스님을 만났다. 개인 돈으로 절을 세워 중노릇을 하다가 염불이 주된 생활임에 회의를 느껴 주변의 가난한 절에 커다란 불상까지 줘버리고 오직 참선을 통한 수행에 몰두하는데, 차를 마시며 나눈 짧은 시간의 얘기에 조그만 깨달음이 있었다. 그 깨달음은 도통이 아니고 중 생활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을 알아들음에 다름 아니다. 자신의 수행단계는 죽을 때 조금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정도라 했다. 소위 깨우친 스님들이라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버리니 채워지고 비우고 담겨지고’를 반복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아직까지 자신의 한계이고 그 한계가 ‘올라가지 않으면 여기까지’ 하고 수행하며 산다는 것이다. 죽음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스님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시도 그런 흐름으로 보면 설명이 될까?

<도봉별곡>

 

 

2.산행기

제182회 수리산 산행기

2012년 4월 8일

참가회원 : 박형채, 전작, 이경식, 위윤환, 조문형, 최광일, 염재홍, 이재웅, 정해황, 한양기, 나창수, 남기인(이상 12명)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된 모양이다.

며칠 전까지 북쪽과 남쪽의 고기압이 세력 다툼을 거듭하더니 결국 계절의 변화에 굴복하여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이 물러서는 모양이다.

올해는 윤달이 있어서 봄소식이 좀 늦게 전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도 거대한 세월의 수레바퀴를 멈추게 할 수는 없으리라. 며칠 전 제주에 다녀왔다는 최광일 산우가 제주 유채꽃 소식을 전하면서 한편 아이젠을 착용하고 한라산에 올랐다고 한다. 봄과 겨울을 모두 만끽하고 온 모양이다.

 

약속에 늦지 않으려고 좀 일찍 출발하였는데 안양역에 도착하고 보니 아직 9시, 아직은 한 시간이나 남아있다. 시간이 남아 있으니 입맛을 돋우는 뭐가 있을까 해서 롯데백화점으로 향했지만 아직은 개장 전이다. 그냥 일반 가게에서 몇 가지를 사들고 돌아오니 역시 부지런한 이재웅 산우가 먼저 손짓한다.

 

오늘 오르는 수리산은 벌써 우리 시산회에서 세 번째 오르는 산이다. 전에 갔던 코스를 피하고 좀 더 짧은 코스, 태을봉을 거쳐 산본역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수리산의 지명유래에 관해서는 세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산의 바위가 마치 독수리와 비슷하여 수리산이라 했다는 설,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수리사(修理寺)로 인해 수리산이라 했다는 설, 조선시대 때 어느 왕손이 수도하여 수리산(修李山)이라고 했다는 설 등이 그것이다. 일명 견불산(見佛山)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방언에 취(鷲)를 수리(修理)라고 한다는데 김정호의 『대동지지』에 기록된 것처럼 '수리'라는 순우리말의 새 이름에서 비롯되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태을봉도 수리를 의미하는 말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을(乙) 글체가 새모양을 하고 있다.

 

지난겨울 눈이 많이 오지 않은 탓인지 계곡의 물도 별로 없고 등산로는 상당히 메말라 있었다. 오름길은 우리밖에 없는 호젓한 산행이었으나 산본 신도시로 하산하는 길은 우리들만의 길이 되지 못한다.

태을봉 표지석을 배경 삼아 설치된 테이블에 둘러 앉아 평소보다 다소 고급스런 회식 장소를 즐길 수 있었다. 산행에서 자신만의 대표 브랜드가 있는 산우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으뜸이 해황표 모시떡이다. 그동안 정해황 산우가 발목 부상으로 상당한 기간 불참하여 오랜만에 모시떡 맛을 보게 된다. 정남표 굴과 한과 또한 빠질 수 없는 품목이다. 그러나 오늘은 굴 대신 낙지가 우리 입맛을 자극한다. 다음에는 재미 삼아 각자 대표 상품을 등록하게 하는 것도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항상 전날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아침에야 허겁지겁 오늘 무엇을 가지고 갈까 고민하는데 대부분의 산우들이 전날 미리 준비하여 정성스레 준비해오는 음식에 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정을 나누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때에 비하여 너무 일찍 산행이 종료되어 뒤풀이 하기는 너무 이르다. 간단히 맥주나 한잔하고 가기로 하였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 밖에 없어서 오히려 마음껏 떠들고 우리만의 대화의 꽃을 피울 수 있어서 좋았다.

 

5월 26일 전임 재경광고20회 회장이었던 장선식 동창의 차녀 결혼식이 부산에서 거행된다. 어차피 우리가 부산에 갈 거라면 대마도 까지 다녀 오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에 모두 동의하여 그렇게 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날이 황금연휴이기 때문에 선박이나 숙소 사정이 어떨지 박찬재 동창에게 자문하기로 하였다. 2012년 시산회는 두 번 정도 해외여행의 기회가 주어질 모양이다. 7월말에는 한천옥 교감이 근무하는 중국 연태가 계획되어 있으므로 미리 시간을 잘 조정해야 할 것 같다.

 

희망이 있다는 것은 내일의 존재를 믿는 것이다. 우리에게 내일의 즐거운 희망이 있고 또 우리는 그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에 우리 시산회원 모두는 희망을 가진 행복한 사람들이다.

하기야 건강하게 4-500고지를 거뜬하게 오르는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재웅 산우가 담배, 커피 그리고 이제는 술도 끊었다는데 이유인 즉 당뇨 직전 단계라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나도 2006년 우연히 공무원 신체검사에서 당뇨 판정을 받아서 삼성병원에서 2년 정도 당뇨 치료를 받은 적 있는데, 당뇨는 식사,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낫는 병이라고 한다. 걱정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지나친 억제 및 절제가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음도 참고 했으면 좋겠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 생강나무 꽃이라 한다. 아직 개나리도 꽃망울만 머금고 있지만 성질 급한 생강나무는 노란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장 용감한 녀석이란 생각을 해본다.

산에 오르면서 간혹 이렇게 귀한 녀석들도 만나고 때로는 친구들의 귀한 한마디가 중요한 교훈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시산이 모이는 것은 그곳에 다정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우리네 삶속에는 즐거움도 있고 괴로움도 있다. 적어도 나 자신 남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조금은 남기인(?) 사람이 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내가 가진 것을 다 써 버리지 않고

여분의 것을 끝까지 남겨둘 줄 아는 사람......

 

말을 남겨두고 그리움을 남겨두고

사랑도 남겨두고 정도 남겨두고

물질도 남겨두고 건강도 남겨두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

 

말을 다 해버리면

다음에는 공허가 찾아오고

마음을 모두 주어 버리면

뒤를 따라 허탈감이 밀려옵니다.

 

사랑을 다 해버리고 나면

다음에는 아픔이 많아 울게 되고

가진 것을 다 써버리면 불안해지고

 

그리움이 너무 깊으면 몸져눕게 되고

젊음과 건강을 유혹 속에 다 써 버리면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됩니다

 

누가 한 말인지 모르지만 어떤 이가 나에게 보내준 메일에 들어 있기에 여기에 옮겨 적어 본다. 우리 모두 내일을 위하여 조금만 남겨두는 여유를 가져보도록 하자.

 

다음 산행은 의왕 백운산으로 결정하였다. 아쉽게도 그날 유치원 행사가 잡혀 있으니 또 결석해야 한다. 내가 가장 가까운 거리인데 정말 아쉽다.

 

2012년 4월 12일

남 기 인 씀

 

3.산행지

김종화 산우의 병환으로 백운산행이 연기되어 집행부에서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중턱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의 모습을 담아 추천했다. 집행부의 재가가 떨어져 다시 가게 되서 설렌다. 그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고 비구름과 어우러진 두물머리의 풍경이 가슴에 담겨 있다. 하산길에 본 구절초가 고왔고 한천옥 산우가 베푼 보리밥과 막걸리가 맛났다. 그때 내린 비에 발이 흠뻑 젖은 나는 릿지용 등산화를 방수화로 바꿨다. 산의 곳곳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졌을 것이니 모두 모여 두물머리와 함께 가슴에 담아오자. 153회 산행 때 7명이 다녀온 산이다. 높고 험한 산은 아니지만, 3시간 10분의 산행이 짧지만 알찼고 산정에서의 막걸리가 맛났다.

 

 

4.동반시

남기인 산우에게 부탁해서 선정한 동반시조다. 대구 근처 달성 비슬산은 2004. 1. 27.에 다녀왔는데 훌륭한 산이었는지 산행 메모가 꽤 길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끝 부분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는 말로 쓰여 있다. 이런 시조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훌륭한 시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신 어떤 시인의 시평을 올린다. 남기인 산우가 학원 행사 때문에 오지 못한다니 이 시조는 내가 낭송하도록 허락해주게나. 남기인 산우가 시와 불교에 상당한 내공이 있는 것을 짐작을 했지만 상상을 넘어선다. 몸으로 때우는 것으로는 부자가 되지 못한다. 머리로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가슴에 담겨진 마음으로는 채우지 못할 것이 없다. 하여 마음의 부자가 큰부자다. 세상에 부자가 이름을 남기는 경우는 별로 없다. 재물이란 경쟁과 독점을 통하여 크게 모아지는 나쁜 속성이 있다. 소위 '축의 시대'라는 인류의 사상의 완성기 이래 남겨진 것은 예술가, 사상가의 작품이 남겨져 있을 뿐이고 부자나 권력을 가졌던 자들은 단지 허명인 이름만 남겨져 있다. 하여, 세상에 이름을 남기려면 예술 작품이나 사상의 산물을 남겨야 한다.

<도봉별곡>

 

 

대구 서남쪽을 커다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이 비슬산이다. 커다란 비파와 거문고가 놓여 있는 형국의 이 비슬산(琵瑟山)은 예부터 성인(聖人)과 도인(道人)들을 많이 배출했다. 또 유가사, 운흥사, 용연사 같은 유명 사찰도 많이 안고 있는 대구의 명산(名山)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학 축제인 ‘만해 축전’을 장만하신 설악 무산 조오현 스님께서 비슬산에 관한 시 한 편을 세상에 내놓았다. 시조 세 편으로 구성된「비슬산 가는 길」이 그것이다. 구도자요 수도승인 오현 스님의 이 노래는 싸락눈 치는 겨울 비슬산의 풍광을 그리고 있는데, 그 풍광은 고요와 적막이 살아 있는 공(空)의 현현(顯現)이다. 첫 수에서 둘째 수, 셋째 수로 건너가면서 시조의 내용은 비슬산의 풍광이 원경(遠境)에서 근경(近境) 펼쳐지다 “두루 寂寞(적막)”으로 텅, 비워진다. 비슬산의 형상과 멋진 대구와 도치로 짜놓은 둘째 수의 “거문고 줄 아니어도 밟고 가면 운(韻) 들릴까/끊일 듯 이어진 길 이어질 듯 끊인 연(緣)을”이라는 가락은 가히 절창(絶唱)이다. 또 셋째 수의 “절은 또 먹물 입고 눈을 감고 앉았을까/만첩첩(萬疊疊) 두루 적막(寂寞) 비워 둬도 좋을 것을”이라는 노래는 또 어떤가? 그리고 마지막 종장에서 깃 떨구고 가는 멧새 한 마리를 올려놓으면서 시인이 드러내고자 하는 공(空)의 세계는 더욱 깊고 넓어진다. 지난 2008년 봄에 오현 스님을 사랑하는 후학들과 불자들이 뜻을 모아 현풍 유가사 입구에 ‘비슬산 가는 길’ 시비를 건립했다. 비슬산 오르내리며 세상 사람들 이 시비를 통해 탁한 마음을 씻어낼 수 있어 좋겠다. 시도 시비를 세운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이종암(시인)

 

비슬산(琵瑟山) 가는 길/霧山 조오현 스님

 

 

비슬산 구비 길을 누가 돌아가는 걸까

 

나무들 세월 벗고 구름 비껴 섰는 골을

 

푸드득 하늘 가르며 까투리가 나는 걸까

 

 

거문고 줄 아니어도 밟고 가면 운(韻) 들릴까

 

끊일 듯 이어진 길 이어질 듯 끊인 연(緣)을

 

싸락눈 매운 향기가 옷자락에 지는 걸까

 

 

절은 또 먹물 입고 눈을 감고 앉았을까

 

만첩첩(萬疊疊) 두루 적막(寂寞) 비워 둬도 좋을 것을

 

지금쯤 멧새 한 마리 깃 떨구고 가는 걸까

 

 

2012년 4월 17일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