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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청계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98회 산행)

청계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98회 산행)

산 : 청계산

코스 : 청계산역-원터골-정상(하산은 정상에서 결정)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2년 11월 17일(토) 10시

만나는 곳 : 신분당선 청계산역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

연락 : 전작(010-9858-2858)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고백 - 남진우(1960~ )

 

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함은

입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것과 같으니

입속에 녹아내리는 양초의 뜨거움을 견디며

아름다운 동그란 불꽃 하나 만들어

그대에게 보이는 것과 같으니

아무리 속삭여도

불은 이윽고 꺼져가고

흘러내린 양초에 굳은 혀를 깨물며

나는 쓸쓸히 돌아선다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일 뿐

 

사랑의 시작과 그 끝에 대한 시는 많다. 그러나 그 처음과 중간과 끝을 통째로 꿰뚫은 시는 드물다. 우리의 마음에 썰물이, 혹은 밀물이 밀려와 흘러넘치는 일은 많아도 그것의 들어오고 나감이 온전히 바라보이는 일은 드물다. 사랑의 설렘이라느니 이별의 뼈아픔이라느니 좀 물렸다. 여기 사랑의 물밀어 오름과 흘러내려 스러짐이 통째로 드러났다. 그리고 빈 방,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사람에 대한, 남겨두고 온 사람의 염려가 있다. 썰물이 가고 난 뒤 다시 밀물이 온다고 하지만 애초에 물러간 그 밀물은 아니러니, 그 되돌릴 수 없음이 저릿하다. 여기 바람이 불어도 살아야 하고, 바람이 안 불어도 살아야 하는 할 수 없는 유전자가 있다. 썰물이 또 올 줄 알면서 밀물을 받는 개펄이 있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우리의 가을과 사랑이 오고 간다. 어느 시인은 ‘사랑 그 지독한 거짓말’이라 했다. 사랑의 고백만큼 짜릿한 순간이 어디 있을까. 가을에 ‘사랑‘만큼 어울리는 말이 없다. 가을 깊어간다. 우리의 사랑도 깊어간다.

<도봉별곡>

 

 

2.산행기

산행일자 : 2012.11.04.(일) 도봉산/이경식

참 석 : 12명(김정남, 김종화, 나양주 ,박형채, 신원우, 염재홍, 이경식, 이원무, 임용복, 전 작, 조영훈, 이인(비회원))

산행코스 : 망월사역-덕천사-대원사-원도봉계곡-덕재샘-민초샘-포대능선-산불감시초소-망 월사-원도봉계곡-망월사역

뒤풀이 : 싸리골(망월사역 200미터 지점)/능이닭백숙

 

11.4(일) 10시 정각에 망월사역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길은 도봉산에서도 단풍이 너무 유명한 코스여서 몇 번인가 와본 산행길이다.

더군다나 8년 전 우리 시산회 제1회 산행코스이기도 한 곳이다.

도착해서 보니 신흥대학 앞길에 도로공사 중 이었다. 망월사 쪽에 새로운 도로를 신설하는 듯 했다. 약간 높으막한 도로변에 5-6명의 친구들이 나를 먼저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언제 봐도 반가운 친구들이다. 나이를 들어갈수록 멀리 있는 사촌이나 소통이 뜸한 친구들 보다 훨씬 소중하고 귀중한 친구들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엄홍길 전시관이 철거되어 자취가 없다. 안쪽으로 다시 옮긴다는 주변 상인들의 말이 있었으나 언제인지는 모른다고 한다.

삶이 뭐 별게 있겠는가?

이렇게 저렇게 어울리면서 술잔도 주고받으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들어주면서 상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상처를 쓰다듬어 주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지......

 

이런 친구들이 아무래도 가장 자주 만나는 시산회 친구들이다.

먼저 온 친구들과 이러 저런 애기를 하는데 새로운 친구가 보인다.

한의사 이인이다. 그에 대한 애기는 가끔 들었어도 실제로 얼굴을 본지는 꽤 오래전이다.

경희대 법대를 조금 다녔으니 문재인 후보와 동기생이다. 국회 공무원 생활을 뿌리치고 한의사의 길로 접어든 보기 드물게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친구라고 들었는데 우리 등산에 동행했다. 요즈음은 인사동에서 불교철학 강의도 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강의장소를 경복궁 옆 법륜사로 옮겼다고 한다. 반가웠다

 

박형채 회장과 신원우 친구가 길을 잘못 들어 약간 늦는 바람에 10시40분경 포대능선 쪽을 향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길은 사람들로 북쩍거랬으나 우리가 그 주인공인데 어찌하랴.

불편해도 사람들을 즐기면서 산행을 시작한지 20분후에 엄홍길씨 생가터에 도착했다.

그가 1963년(당시 3살)부터 2000년(42살)까지 37년간 살았던 곳이다.

엄홍길 모친께서 여기서 장사를 했는데 그가 어려서부터 엄마 심부름을 하면서 포대능선 쪽을 들락거렸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그 경험이 그를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키웠음을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 봉 16좌를 완등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악인이 아니던가?

 

12명의 산우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워서 짧은 가을날의 햇살과 바람을 즐기면서 산행을 즐겼다. 지금은 한해가 마무리 되어가는 11월 늦가을이고 자연이 부르는 유혹의 계절이다.

지나간 게 뭔가 그립고 아쉬워지고 가슴에 찡하게 아쉬움이 남는 계절이다.

땅바닥에 뒹구는 낙엽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면 어느새 허무와 고독이 머릿속을 채우곤 한다.

우리세대의 인생이 시기에 비유하면 지금 가을에 해당한다.

봄도 여름도 지나고 우리의 젊음도 그렇게 지나가니 요절한 가수 김정호의 ‘날이 갈수록’이 생각난다. 김정남 산우가 젊은 시절 광화문 타임이라는 카페에 자주 들러 맥주를 함께 마시곤 했다니 벌써 35년이 덧없이 흘러갔다.

우리 모두 인생의 절정기를 지나면서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점차적으로 쇠락하고 역할도 줄어드는 시기에 와 있지 않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순응하고 포기해야 하는지 아니면 인생은 아직도 길다는 신념을 갖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하는지 갈등을 느끼곤 한다.

 

이게 우리 세대의 공통적인 고민이리라. 쉬면 빨리 늙는다는 말도 있긴 있는데......

세계 제일의 테너 플라시도밍고가 했다던가......(if I rest , I rust )

카톡에 떠도는 대부분의 얘기들도, 삶에 대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도전보다는 이제는 모든 걸 받아들이고 관조하며 남은 인생 후회 없이 편안하게 살다 가자는 내용이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기사가 생각난다.

현재 65세인 사람인 사람의 평균수명이 91세라고 한다. 그럼 우리들의 평균수명은 95,6세 쯤 되려나......

요즈음은 인생 백년을 사계절로 나눈단다.

25세까지가 봄, 50세까지가 여름, 75세까지가 가을, 100세까지가 겨울이란다.

서양에서는 노인의 기준을 대체로 75세부터로 본다고 한다.

퇴직 후 75세 까지를 ‘young old’라고 하며 사회활동을 하기에 충분한 연령으로 본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 사회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너무 늙은 마음으로 수동적이고 정적으로 사는 게 최선은 아닌 것 같다.

 

빨간 단풍 아래서 종화가 카메라를 여기 저기 열심히 들이댄다.

사실 제1대 시산회 카메라맨은 본인이었다. 1회부터 70회까지의 거의 모든 산행사진을 찍었다. 그 후에 2대는 이재웅이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그리고 지금 김종화는 3대 카메라맨으로 맹활약 중이다.

카메라맨은 대열의 맨 앞에 서거나 또는 맨 뒤에서 따라오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보면 남보다 활동양도 많고 잘못하면 대열을 놓쳐 버리기도 쉽다. 수십 장의 사진을 편집하는 데는 집에 와서도 시간이 많이 들어 남모르는 고충이 있지만 항상 종화가 도맡아주니 늘 감사하는 마음을 회원들이 갖고 있다.

 

원도봉계곡을 지나 덕재샘 3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죄측은 민초샘으로 가고 우측은 망월사 쪽인데 일단 좌측으로 포대능선까지 가기로 했다.

덕재샘 부터 민초샘까지의 단풍이 도봉산에서 최고의 압권이라는 김정남 전회장의 안내 맨트가 뒤따랐다.

갑자기 인적이 뜸해지니 여기서부터 주변경관과 단풍을 진정으로 음미하는 코스가 되었다.

사실 자연의 가장 큰 매력은 여유로움과 약간 적막한 고요다.

이런 분위기에 빠져보는 것이 마음의 정화고 평화로움 아니겠는가?

난 그 고요를 즐긴다. 그리고 사랑한다.

 

그런데 하늘이 우리의 여유로움을 시기하는지 약간의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면서 괜히 우리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약간의 경사를 오르니 드디어 민초샘에 이르렀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일행들이 민주화 운동시절 산행하면서 자주 들렀다는 꽤나 의미 있는 샘터다. 샘물을 한잔 깊이 들이켰다.

그 민주화 투쟁의 시절도 이제 멀리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고, 인걸도 대부분 노쇠했거나 사라졌다. 오늘의 민주주의를 건설하는데 그들의 노고가 컸기에 잠깐 동안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윽고 포대능선에서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 방향으로 가느냐 아니면 오른쪽 산불감시초소로 가느냐 하다가 내리막길인 산불초소로 방향을 정했다.

약간 넓은 공터인 헬기장에서 오늘의 정상주를 마시기로 했다.

먹거리도 다양하다. 고구마강정, 생굴, 누룽지, 떡, 감, 귤 등 그리고 막걸리.

내가 오늘의 작가로 동반시를 읊었다.

만릿길 나서는 길에 처자를 맘 놓고 맡길만한 그런 사람 있는가?

함석헌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를 큰 소리로 읊고 나서 막걸리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사실 산에 오는 맛의 절반은 약간의 취기를 돋우는 막걸리와 정다운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약간 어두워지더니 바람도 거세진다.

빗방울도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니 주변의 등산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 빈자리에 초겨울의 바람이 더 세게 몰아친다.

이심전심으로 하산을 약간 서둘렀다. 헬기장을 빠져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면서 산불감시초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서 보는 주변 암벽과 멀리 보이는 자운봉이 도봉산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이윽고 망월사에 도착했다. 639년 선덕여왕 때 왕실의 융성을 기리고자 창건 했다고 한다.

대웅전 동쪽에 토끼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는 달 모양의 月峰이 있어 마치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2004년 시산회 처음 산행지가 여기 망월사 뒤편 이었고 이 절을 배경삼아 기념사진을 찍었던 의미 있는 사찰이다. 우리의 수많은 사진 중에 역사적 의미가 제일 큰 사진이 아닌가 싶다.

암벽 골자기에 세워진 망월사는 언제보아도 명사찰이다. 바위밑에 고인 물을 한 잔마시고 하늘을 쳐다보니 가을이 영락없다. 절 밑의 단풍도 무르익어 절경이다.

몇 번인가 여기를 왔지만 저 뒤편에 우뚝 선 영산전은 가보지를 못했다. 평소에는 출입금지인데 오늘은 통행이 자유롭단다.

영산전 난간에 서서 보니 수락산 전체가 한눈에 조망되었다. 아마 이러한 전망을 고려해서 여기에 절터를 잡았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약간 빗방울이 굵어졌고 양도 조금 많아지는 듯 했다. 그만큼 마음도 조급해졌다.

지금은 검붉은 단풍과 바닥에 뒹구는 샛노란 낙엽들이 가을을 더 가을답게 하지만 지금 내리는 이 비가 이 가을을 마감하고 도봉산의 겨울을 재촉할 것 같다.

 

하산길을 재촉했다. 고가도로 밑을 지나고 족발집도 지나고, 어느덧 주택가에 들어섰다.

오늘은 어디서 뒤풀이를 해야 하나?

매 산행 때마다 뒤풀이는 늘 우리의 관심사다. 각자의 식성도 다양하니 은근히 신경 쓰인다.

두리번거리다가 싸리집에 들어섰다. 이 근방에서는 꽤 유명한 집이다

능이닭백숙을 주문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다.

하긴 1능 2표 3솔 이라는데 버섯의 맛과 효능이 능이버섯, 표고버섯, 송이버섯 순서라는 뜻이다.

이윽고 검은색의 능이버섯이 드문드문 섞여있는 백숙이 나왔다.

보기에도 푸짐했으나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별미의 백숙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모두 입맛을 쩍쩍 다시며 맛있게 먹었다.

술잔과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산행의 피로는 푸는 뒤풀이야 말로 산행만큼 중요한 행사가 아니겠는가?

 

금년 최종 산행지는 남산둘레길로 정하고 다음 산행지는 청계산으로 정했다.

밖은 점점 어두워지고 초겨울의 냉랭함이 우리를 감쌌다. 망월사역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하고 모두가 뿔뿔이 제 갈 길로 들어섰다.

이경식 올림(감사합니다. 꾸-뻑)

 

 

3.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청계산이다. 억새철이라 민둥산과 명성산을 추천했는데 너무 멀다는 이견이 나왔는데, 민둥산은 초입부터 걸어가야 하니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고 명성산도 갔다 온 산이니 남쪽의 가벼운 코스로 정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져 청계산으로 정했다. 가을이 가기 전에 청계산의 만추를 즐기기 위해 모두 모이자.

 

4.동반시

동반시를 이경식 산우가 보내왔다. 중복을 피하기 위해 두 편을 요구해서 두 편이 왔는데 박성룡 시인이라면 우리 광주고 선배님 아닌가. 당연히 선배님의 시를 선택했다. 아직도 단풍은 다 시들지 않았으니 지기 전에 나는 지리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

 

가을꽃 - 박성룡/이경식 추천

 

차겁지만

그렇게 차겁지는 않게,

뜨겁지만

그렇게 또 뜨겁지도 않게,

가을꽃들 피어난다.

 

먼 길 가다가 외진 곳 들국화,

교정이나 단독주택 뜰귀의 살비아,

바람 센 들판의 코스모스 등속

식어가는 하늘가에 가을꽃들 피어난다.

 

벌써 또 한 해가 기우는가,

인생이 이우는가,

풀잎들 메말라가는 창틈에

차거운 바람 스미면서

저무는 해 재촉하느니

* (박성룡 1932-2002, 전남해남)

 

2012년 11월 16일 신당도서관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