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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 단풍(詩山會 제197회 산행)

도봉산 단풍(詩山會 제197회 산행)

산 : 원도봉산

코스 : 망월사역-망월사 갈림길-민초샘(하산은 그때 결정)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2년 11월 4일(일) 10시

만나는 곳 : 전철 1호선 망월사역 3번 출구 엄홍길전시관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

연락 : 전작(010-9858-2858)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생강나무 - 정우영(1960~ )

 

마흔여섯 해 걸어다닌 나보다

한곳에 서 있는 저 여린 생강나무가

훨씬 더 많은 지구의 기억을

시간의 그늘 곳곳에 켜켜이 새겨둔다.

 

홀연 어느날 내 길 끊기듯

땅 위를 걸어다니는 것들 모두 자취 사라져도

생강나무는 노란 털눈 뜨고

여전히 느린 시간 걷고 있을 것이다.

 

지구의 여행자는 내가 아니라,

생강나무임을 아프게 깨닫는 순간에

내 그림자도 키 늘여 슬그머니

생강나무의 시간 속으로 접어든다.

 

몸이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목숨 귀한 줄 안다는 말이 있다. 그가 아프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퇴원을 하고 출근을 하기 시작한 뒤의 일이다. 전에 읽은 시집에 짚이는 데가 있어 꺼내 봤더니, 그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생강나무’에 바치는 이만한 겸허가 이미 거기 있었다. 자기 몸이 아프듯 지구가 아픈 것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서는 지구와 사람의 몸이 둘이 아니고, 몸이 마음과 둘이 아니다. 북극에 얼음도 눈도 없다는 말을 자주 듣고, 우리네 마음에서 늘 흰 눈을 얹고 있는 킬리만자로며 히말라야에 눈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소식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직 덜 아픈 탓인가. 이런저런 소식이 사위스러우면서도 도무지 늘 어쩌지 못하는 소시민이다. 어차피 나는 위대한 영혼은 아니니,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 구절을 마음에 담아본다. “병이 내게로 온 까닭은/ 이렇듯 내 마음자리에 맺히는 인연마다/ 연등 하나씩 골고루 걸어두라는 뜻인가.”(‘연등’)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바람 한 점, 비 한 방울에도 의미가 있다는데 생강나무 한 그루에 뜻이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의 속내는 어떤 것일까? 하여 우리는 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 기술자라는 의미의 소설가, 수필가, ---가라는 말을 붙이지만 유독 시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시인의 칭호를 붙인다. 움직이지 못하니 주변의 변화를 전부 알고 있는 생강나무는 한 평생을 불어오는 바람과 햇빛, 안개, 비, 눈, 천둥번개를 통하여 다른 세상의 소식을 들을 것이다. 겨울이 되면 추위를 견디며 다가올 봄을 기다릴 것이다. 하여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견디고 견디면 봄은 멀지 않다는 메시지도 전할 것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196회 남한산성 산행기 (2012.10. 20. 작성자 : 박형채)

참석자 : 기세환, 김종화, 박형채, 신원우, 염재홍, 위윤환, 정한, 조문형, 조영훈, 최광일, 한양기(11인의 산사나이)

10시 잠실역 4번 출구 정류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얼굴을 보인 기세환 산우와 신입회원인 정한, 조영훈 산우 그리고 신원우, 조문형 산우의 얼굴을 반갑게 마주했다.

 

10분이 지나 한양기 산우와 함께 마천동행 3317버스에 올랐다.

 

10시 35분경 김종화, 최광일, 염재홍, 위윤환 산우가 기다리는 공수부대 정문 앞에서 반갑게 악수를 하고 산으로 향했다.

그동안 뜸하게 참석한 세환, 광일, 양기와 같이 산행하게 되어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듯 마음이 푸근하다. 오늘 산행코스는 골프장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서 연주봉 옹성 암문 쪽 정상을 향해 걸어야 한다.

 

조금 걸었어도 땀이 나서 베드민턴장 약수터에서 겉옷을 벗고 물 한 모금 마신 후 또 걷는다. 30분쯤 더 가다가 바위 쉼터에 앉아 세환표 맛있는 사과로 에너지 보충을 하였다. 남한산성은 아카시아와 갈참나무로 숲을 이뤄져 있어 단풍철 느낌은 별로다. 이 산을 오르니 삼전도의 아픈 역사와 요즈음 인기있는 영화 ‘광해’가 크로즈업 된다. 인조반정으로 왕위를 빼앗긴 광해, 왕위를 찬탈한 인조가 명나라와 청나라사이에서 정세판단을 잘못해 결국 외세에 무릎을 꿇고 만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병자호란의 불행한 역사의 장소이다. 작가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고 느낀 그런 역사를 거울삼아 우린 지금 묵묵히 걸어 땀을 흘려서 건강한 몸을 만들고 행복하게 인생을 마무리 하며 후세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 좋은 삶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열심히 산을 오른다.

 

이런 저런 대화 속에 연주봉 암문 앞에 도착해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암문을 통과하여 성곽 옆쪽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도란도란 마주앉아 자리를 펴고 오늘의 동반시를 작가인 내가 읊었다.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문정희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

 

좀 더 튼튼하고

좀 더 당당하게

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

 

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뜯어 먹고

해구신을 고아 먹고

산삼을 찾아 날마다 허둥거리며

붉은 눈을 번뜩인다.

 

그래서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서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기둥으로 끌 수 없는

제 눈 속의 불

천 년의 역사에다 당겨 놓은 방화범이 있다.

 

썰물처럼 공허한 말들이

모두 빠져 나간 후에도

오직 살아 있는 그의 목소리

모래처럼 시간의 바늘이 쓸려간 자리에

큼지막하게 찍어놓은 그의 발자국을 본다.

 

천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멋진 사나이가 있다

 

막걸리 5병, 문형이 며느리표 홍어무침, 영훈이 마나님표 매실장아찌와 특별한 김밥 등 여러 산우들의 각종 떡과 과일로 배를 채웠다. 좀 더 쉬었다가고 싶지만 오늘 바쁜 친구들이 몇 명 있어서 곧바로 망월사 쪽에 있는 돌조각 공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남한산성에 구경거리가 많은 날이다. 17회째 남한산성 축제가(온조왕 탄신 기념) 행궁터 앞에서 3일간 열리는 첫날이다. 40분쯤 걸어서 남한산성 돌조각 공원으로 들어섰다. 각종 특이한 석공예물이 긴 계곡에 가득하다. 어마어마하게 큰 석장승을 비롯해 중국풍 석공예물도 있었다. 이미 지난 8월 26일 5명의 번개산행 때 올린 사진들의 현장을 확인하였다. 인증사진을 찍고 우리는 다시 행궁터로 향했다. 한참 걸어 올라오니 편도 차길에 가는 차들이 빵빵거리고 다리도 아픈데 문형이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 후에 1톤 화물차에 몸을 싣고 와서 우리더러 타라고 한다. 문형이 덕분에 염치 불구라고 기사님께 목례를 하고 9명의 포터 관광객이 되었다. 화물차 바닥에 앉아 점심 때 먹고 남은 유기농 사과를 배낭에서 꺼내 맛있게 나눠 먹으며 즐거운 등산 여행을 했다. 바쁘다고 먼저 하산한 양기와 광일에게 회비를 받을 욕심으로 종화가 어디쯤 가느냐고 물었더니 이미 버스에 몸을 싣고 가는 중이란다. 회비를 확보 못한 죄(?)를 전 총장께 고해야 하는데 선약 모임으로 먼저 하산 할 기세환 회장이 5만원을 후원해줘서 남은 7명은 옻닭에 파전 도토리묵 막걸리로 푸짐하게 뒤풀이를 했다. 기 회장! 고맙고 사업이 더욱 번창하길 기원하네. 정한이의 걸쭉한 사업 이야기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관광객이 많아 버스 하산을 포기하고 성곽 남문을 통해 성남 쪽으로 하산을 했다.

종점에 도착해 헤어지기 섭섭하다고 정한이가 호프 한잔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종점 호프집에서 500cc 한 잔으로 마감했다. 오늘 산행은 짧은 시간에 남한산성 서문, 북문, 동문, 남문까지 여러 곳을 둘러 본 샘이다. 시산회 산우들이여! 다음 산행 때는 보다 밝은 모습으로 만나보세!

 

그리고 200회 산행기념 山과 詩 시산회 산행기 2집 발간이 진행 중이다. 후원해 주실 회원을 찾고 있으니 전 총장께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나이다. 표지에 작가로 등극하실 분은 자작시라도 한편 써 보내주셔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잠실에서 박형채 씀

산행 추천시 :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3.산행지

이번 산행은 불암산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박 회장님의 제안에 가을 산행인데 불암산은 참나무로 덮인 산이라 단풍 구경이 어렵지 않느냐는 나의 항의(?)에 회장님은 나에게 추천을 하라 하신다. 하여 민초샘 가는 길의 단풍이 좋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하신다. 민초샘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산악회가 파놓은 샘이니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요즘은 거의 말라있다. 그런데 복잡한 일이 있어 내가 갈 수 없겠다고 했더니, 마음을 정한 후에 확정하자고 했는데 바빠도 가겠다고 했더니 안도하는 마음을 전한다. 올해의 단풍은 매우 곱고 선명하지만 조금 빠르게 진행되니 이미 졌는지 모르나 계단이 없는 편한 길이니 깊어가는 가을에 모두 모여 얼굴을 보자. 민초샘에서 오른 쪽으로 가서 망월사로 내려오면 석간수맛이 기막히게 좋다. 왼쪽으로 가면 정상 자운봉이 나온다. 억새가 피는 계절이니 다음 산행은 억새 둥반이 좋겠다. 만나는 곳은 망월사역 옆 신흥대학 정문 옆의 엄홍길전시관에서 보자. 미리 와서 보면 희말라야 16좌를 등반할 때 장비와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4.동반시

'10월의 마지막 밤'을 잘 보냈는가! 나는 마나님과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잔 마시며 보냈다네. 이번 동반시는 박형채 회장님이 추천한 시다. '함석헌'의 존호를 들으면 '씨알의 소리'가 떠오른다. 함석헌이 어떤 분인가를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으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다만 이런 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씨알이 되어 오늘날 민주화와 경제선진화를 이토록 빠른 시기에 이룩한 나라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박정희를 경제발전의 초석이니 선구자라 하는 덜떨어진 사람들이 있으나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면 경제의 발전은 없었을 것임을 단언한다. 이렇게 좋은 시에 무슨 시평이 필요하겠는가! 포대능선에 올라 푸른 하늘을 보면 찬바람이 불어 올 것이다. 소리 높여 이 시를 부르며 그 분을 추모하자. 가을이 간다. 길고 추운 겨울이 춥지 않으려면 가을이 풍성해야 따뜻한 봄을 맞이한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2012년 11월 1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