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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96회 산행)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96회 산행)

산 : 남한산

코스 : 남한산성 일주 코스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2년 10월 20일(토) 10시

만나는 곳 : 전철역 잠실역 4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연락 : 전작(011-9858-2858)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산머루 - 고형렬(1954~ )

 

강원도 부종면 어디쯤 멀리 가서

서울의 미운 사람들이 그리워졌으면

옛날 처음 서울을 올 때처럼

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 이름들

어느새 이렇게 미워지고 늙었다

다시 진부 어디쯤 멀리 떨어져 살아

미워진 사람들 다시 보고 싶게

시기와 욕심조차 아름다워졌으면

가뭄 끝에 펑펑 쏟아지는 눈처럼

서울 어느 밤의 대설경보처럼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랑이 되었으면

그러나 우린 모두 사라질 것이다

참 늙지도 않는다, 미움은. 늙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사라졌다 싶으면 작년에 벌초한 무덤처럼 새 미움이 무성하다. 미운 놈 탓도 탓이지만, “시기와 욕심”이라든가 ‘기대심리’라든가 뭐 그런 것들이 손뼉의 한쪽 손바닥이라서 미움이 노는 꼴을 바라보는 것으로 일을 삼곤 한다. 몇 년 전에도 몇 년을 한 고비의 미움에 치를 떨었는데, 그 미움이 늙어 가을풀처럼 바랜 뒤에는 또 다른 미움에 들려 벌레 우는 밤길을 오래 걷곤 한다. 그러나 이제 어디 멀리 가거나, 대설경보를 기다리거나, “미운 사람들이”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랑이 되기”를 기대하지 않기로 한다. 미운 놈 곁에 바짝 붙어서 일삼아 그 미움을 바라보기로 한다. 이쪽 손바닥이 없으면 저쪽 손바닥이 혼자 별수 있으랴. 그러나 새벽에 잠을 깨곤 한다. 미운 놈은 참 밉다. 그러나 미움이 미처 사라지지 않을지라도, 미운 놈도 미워하는 나도 사라진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참 천만다행이다. 장철문 (시인·순천대 교수)

나는 어차피 위대한 영혼은 아닐진대, 맑은 영혼을 가진 시인조차 미움에 몸을 떨었다니, 내 미움의 깊이는 얼마나 깊으며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 것인가. 가장 완벽한 인격자로 불리는 석가모니 부처조차 탐, 진, 치 삼독 중 '진'이라는 분노와 미움을 독으로 말하고 해탈에 해가 되니 분노와 미움의 마음을 버리라고 했을까? 그러나 선악의 인과응보를 보아도 미움이 사랑이 되기는 낙타와 바늘의 관계처럼 쉽지 않다. 칼은 빼야할 때 빼지 않으면 그 싸움에서 진다고 했다. 17세의 나이로 신과 접촉하고 싶어 수도원에 들어간 카렌 암스트롱이라는 영국의 석학은 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인격신이 아닌 신은 존재하지 않겠는가?하고 세상의 모든 신학자들에게 반문한 적이 있다. 서양 인식론의 종결자라는 '순수이성비판'의 칸트는 어차피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것은 종교에 맡겨두고 우리는 우리의 부문만 얘기하자고 했다. 그들의 사색의 깊이는 오늘날에 와서도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 이르면 창조론은 크게 타격을 입는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에 이르면 유일신교(유대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창조론은 결정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라는 것이 현대 물리학의 가설이다. 1광년에 빛은 파장이든 입자든 9조 5천억km를 날아간다. 거기에 138억을 곱하면 셉틸리안(10의 23승)이라는 단위가 나오는데 이 정도의 단위라면 아무리 접어주고라도 신의 영역은 아니다. 태양계를 하나의 은하의 극히 작은 부분으로 봤을 때 현재 천체물리학에서는 우주에 천억 개의 은하가 있다고 한다. 하나의 은하에 1000억 개의 별이라. 우주의 기원에 관한 가설은 현재로서는 빅뱅이론이 유력하나 증명이 불가능한 불가지론의 영역이다. 석가모니 부처는 신학적인 부문에는 논의를 강하게 거부했다. 다만 고집멸도의 사성제와 팔정도를 행하라고 했다. 경험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부분은 믿지 않았다. 그런 논의는 해탈에 이르는 길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윤회니 내세는 인도 고유의 종교인 브라만 사상에서 만연한 사상이었기에 불교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지만 석가모니 부처 자신은 윤회니 내세에 관하여는 논의를 강하게 거부했다. 다만 '내세가 있다면'이라는 가정은 했다. 시인의 말처럼 내가 사라지면 미움도 사라진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제195회 시산회 산행기 (설악산 12선녀탕 계곡-대승령-대승폭포-장수대)

산행일시/ 집결지 : 2012. 10. 07(일),07시 /잠실역 3번 출구 호텔 옆.

산행코스/ 산행시간 : 인제군 북면 남교리 - 12선녀탕 계곡 - 대승령 - 대승폭포 - 장수대 / 8시간 * 참석자 : 14명 (고갑무, 김정남, 김종화, 남기인, 박형채, 신원우,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전작, 정한, 조문형, 조영훈, 최근호 )

동반시 : 놓았거나 놓쳤거나 (천양희 시인)

뒤풀이 : 경기활어직판장횟집식당 (주문진 기사문항)

올 여름철은 유난히 무덥고 아열대성 폭우가 쏟아져 예전처럼 시산회 산행에도 충실히 참석하지 못해 초심으로 돌아가야지 하면서도 마음뿐 실행은 어렵다. 요즈음 주위에서 무릎이 아파 산행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북적북적 대는 유명산이나 관광지 대신에 고즈넉한 산사나 한옥집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힐링(healing,치유)’열풍이 가을단풍 여행으로 인기라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1,000m 이상 고산 산행은 체력점검이 필요하고 충분한 사전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한 달 전부터 예고했던 설악산 12선녀탕 코스산행 계획은 마침 가을단풍시즌이어서 무척 기대되고 설레서인지 잠을 설치고 일어나니 아침 다섯 시, 급히 전철을 타고 잠실에 내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박형채 회장님을 비롯한 전작 총장님 등.

10여명이 이미 와 있었고 그중 처음 참석한 정한 친구도 있어 무척 반가웠다.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연락 온 조영훈 친구가 도착한 07시10분경에 14명의 산우를 실은 차는 안개가 자욱한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따라 쏜살같이 달려 어느새 홍천 화양강 간이휴게소에 정차하여, 간단한 아침식사와 음료를 마신 후 다시 설악산으로 향하였다. 차창에 다가오는 황금들판하며 산허리에 걸쳐있는 멋있는 소나무와 울긋불긋한 단풍잎은 나로 하여금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3년 전 봄에 갔던 길과 달리 도로를 넓게 확장하여 차는 예전보다 훨씬 빨리 설악산 12선녀탕 입구인 남교리에 오전 10시경 도착하였다. 등산 입구 주차장은 많은 버스와 자가용 차량이 있었고 많은 등산객들이 빨강, 노랑, 파랑, 검정색 등 원색 등산복을 입고 옹기종기 모여 배낭과 복장을 점검하고 있었다.

12선녀탕계곡은 이번이 두 번째로, 3년 전 봄에 이어 처음으로 단풍시즌에 오르게 되었는데 설악산 중 천불동계곡, 백담사계곡, 구곡담계곡과 더불어 아름다운 계곡으로 검푸른 소와 담, 그리고 넓고 흰 암반 위를 흐르는 맑은 물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오늘 따라 빨간 단풍잎 속에 숨어있는 듯한 12선녀를 볼 수 있을 런지 가슴이 뭉클한 착각 속에 아마츄어 카메라를 들이댄다. 붉게 타오르는 꼬불꼬불한 원시산림계곡을 넘나들면서 오색찬란한 등산복 패션이 마치 맑은 가을하늘과 새빨간 단풍 물결이 어울러 한 폭의 서양화처럼 강렬하다. 해발고도 500m를 넘어서니 본격적으로 단풍이 울긋불긋하게 물들고 올해 단풍은 유난히 밝고 깨끗하고 선명하다. 금강산 구룡폭포계곡의 선녀탕과 설악산 12선녀탕코스가 사뭇 비슷하고 전설처럼 선녀의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달밤에 선녀가 내려와 목욕할 만한 폭포와 탕(복숭아탕)이 아닌가! 십이선녀탕의 담과 소 중 백미인 복숭아탕에 이르자, 사진을 찍거나 구경을 하는 산객들로 넘쳐나 길이 밀리기 시작한다. 이럴 때 쉬기도 하지. 복숭아탕을 보니 3년 전에는 홍수로 밀려온 돌들로 가득 찼었는데 말끔히 치워졌다. 국립공원 측에서 어려운 작업을 해놓았으니 감사할 일이다. 듣기로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대우가 좋지 않다던데 이런 일은 산을 사랑하는 마음과 책임감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다시 감사를 드린다. 계곡의 마지막 폭포인 두문폭포를 가다보니 산객들이 되돌아온다. 그들의 목적지가 두문폭포라 한다. 폭포 옆으로 난 가파른 길을 한참 올라오니 길옆에 거대한 주목나무가 버티고 서있다. 거친 풍상을 견디어 왔기에 더욱 더 아름답게 보인다. 살아서 천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다시 죽어서 천년의 시간을 준비 한다고 하지 않던가! 계속되는 주목나무숲이 태고의 신비를 더해준다. 군데군데 밥상을 차린 산객들로 넘쳐나고 먹고 가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우리는 먹산회답게 능선에 올라 먹자고 박 회장님이 강력하게 얘기하니 모두들 잠잠하다. 오늘따라 박 회장님의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선두 산우와 후미 산우 간 간격이 안산 중턱을 앞에 두고 계속 벌어진다. 한해 한해가 다르다. 대승령 쪽에서 내려오는 등산객과 12선녀탕계곡에서 오르는 산객들이 갑자기 등산길에 넘쳐난다. 가까스로 안산 삼거리의 갈림길(해발1395m)에서 박 회장님 등 2~3명이 먼저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중식을 준비하고 있다. 10분쯤 기다리고 있으니 산우 모두가 도착하고, 장소가 여의치 않아 두 군데로 나눠 가져온 음식과 과일을 꺼냈다. 시산회 등산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순단표찰밥, 유부초밥, 족발, 홍어회무침, 쑥송편, 두부김치, 한과, 밤, 포도, 사과 등 먹산회 다운 산해진미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막걸리를 한잔 두잔 주거니 받거니 한다. 필자가 오늘의 작가가 되어 천양희 시인의 ‘놓았거나 놓쳤거나’ 동반시를 낭송하였다. 힘찬 박수 소리에 ‘이맛이여’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높은 산의 정상에서 갖는 시 낭송의 시간은 우리만의 것이고 즐거운 시간이다.

놓았거나 놓쳤거나/ 천 양 희 (1942~ )

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어안이 벙벙한 어처구니가 되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만큼

확실한 오류는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불꽃도 타오를 때 불의 꽃이라서

지나가는 빗소리에 깨는 일이 잦다

고독이란 비를 바라보며 씹는 생각인가

결혼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혼에 성공한 것이라던

어느 여성 작가의 당당한 말이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내게 중얼거린다

삶은 고질병이 아니라

고칠병이란 생각이 든다

절대로 잘못한 적 없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뿐이다.

물에도 결이 있고 침묵에도 파문이 있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사람이 무서운 건 마음이 있어서란 것도 미리 알았을 것이다.

언제부터였나

시간의 넝쿨이 나이의 담을 넘고 있다

누군가가 되지 못해 누구나가 되어

인생을 풍문 듣듯 한다는 건 슬픈 일이지

돌아보니 허물이 허울만큼 클 때도 있었다

놓았거나 놓친 만큼 큰 공백이 있을까

손가락으로 그걸 눌러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쓰고야 말겠다.

식사를 하고나니 온몸이 떨려온다. 흘렸던 땀이 식으면서 오는 저체온증이다. 특히 고산에서 흔히 오는 현상이다. 급히 서둘러 이동하자고 하면서 잠깐 걸어가니 추위가 서서히 사라진다. 30여분 능선길을 걸으니 대승령에 도착하였다. 장수대에서 오르는 등산객, 대청봉, 한계령에서 내려온 등산객들로 왁자지껄하다. 대승령에서 대청봉, 한계령, 안산을 둘러보니 단풍이 오색찬란하고 산안개가 자욱한 산등성이가 겹겹이 쌓여있다. 오늘따라 골짜기 사이로 구조용 헬리콥터의 왕래가 유난히 심하다. 산객이 많으니 부상자도 많겠지. 대승령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내려오는 길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등산객이 허벅지와 양다리의 무릎이 심하게 아파서 층계를 내려오듯 한발 한발 천천히 뛰면서 어렵게 내려온다. 10여 년간 등산을 다녔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다. 평소보다 다리 운동량이 많다보니 무리가 왔나보다. 높은 산을 등산할 때는 충분한 휴식과 사전준비가 필요하겠구나!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시산회 회원들은 전원 이상 없이 하산을 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설악산 12선녀탕 계곡과 대승령, 대승폭포로 이어지는 등산코스는 내장산 아기 단풍에 못지않은 가장 아름다운 천연단풍모습이다. 그래서 인지 나도 모르게 카메라 샷터를 250여 차례나 눌러댔다. 대승령을 출발하여 30여 분만에 우리나라에서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더불어 3대 폭포로 알려진 88m높이의 대승폭포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위용에 비해 가을 가뭄 탓인지 물줄기가 약해 아쉬움이 더했다. 대승폭포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 부모를 일찍 여윈 대승이라는 총각이 이 고장에 살았는데, 집안이 가난한 대승은 버섯을 따서 팔아 연명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폭포 돌기둥에 동아줄을 메고 돌버섯을 따고 있었는데,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절벽 위에서 다급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나서 정신없이 올라가보니 어머니는 간데없고 동아줄에는 커다란 지네가 달라붙어 동아줄을 썰고 있었다. 덕분에 대승은 목숨을 건졌는데 죽어서도 아들의 생명을 구해준 어머니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해서 대승폭포라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승폭포를 뒤로하고 급경사로 된 600여개 나무계단을 내려오면서 멀리 남설악의 주걱봉, 가리봉, 삼형제봉 등 준봉들이 당당하게 보이고 서북주릉의 한계령도 끝청 뒤로 수줍은 듯 보인다. 설악산 장수대 분소 입구에 가까이 다가 갈수록 오색찬란한 가을단풍은 더욱 더 가을을 아쉬워 한 듯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나도 오늘따라 가을 남자가 되어 지나간 30여 년 전 어여쁜 속초아가씨와의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이 정말 그리워진다. 앞에 가는 젊은 청년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가다가 쉬고를 반복한다. 힘든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하산한 산우들과 시원한 계곡물에 양발을 담그니 흐르는 땀과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장수대 분소에 도착하니 등산버스와 등산객들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차에 오르니 오후 6시를 가리키고, 한계령을 거쳐 주문진 기사문항 식당에 오후 7시 30분에 도착하였다. 아줌마가 나이가 들어 김정남 산우의 확실하게 말한 인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착오가 있었으나 준비된 회는 마르미라고 방어 중 가장 맛난 회, 쥐치 세꼬시, 고등어, 숭어 등 푸짐하고 자연산이니 쫄깃하다. 무엇보다 싸니까 좋다는 의견들이다. 김정남 산우의 오랜 단골이면서 시산회의 단골이다. 이재웅 산우가 산우들을 위해 준비한 양주 조니 워커 블랙을 마시며 독한 향기에 흠뻑 취했다. 고가이며 구하기 쉽지 않은데 기꺼이 내놓은 이재웅 산우에게 감사드린다. 박 회장님의 건배사에 이어 새로 회원이 된 정한 친구의 인사에 박수를 보내며 동해의 신선한 회를 맛있게 먹고 매운탕까지 먹으니 배는 함포고복이다. 갈 길이 머니 서둘러 출발하여 서울에 도착하니 밤 11시 반이 되었다. 좀 늦기는 했으나 다시 또 가고 싶은 인상 깊은 산행코스였다. 즐거운 산행을 마친 시산회원 모두에게 안부를 전하고 감사드린다. 참으로 좋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모임이다.

이원무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은 남쪽으로 정한다는 집행부의 의견에 따라 남한산성 일주코스로 정한다. 가을의 한복판에서 좋은 산을 선택했으니 모두 모이자. 오랜만에 기세환 전 회장이 나온다니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나는 집안에 큰 행사가 있어 부득이 참석하지 못하니 아쉽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생굴이 나왔다고 마나님이 귀띔해준다. 다음에는 사들고 참석하겠다.

4.동반시

동반시로 사기를 지은 사마천의 얘기를 시로 존경의 마음을 드러낸 시다. 중국 역사서상 가장 훌륭하다고 중국인이 자랑하는 사기를 지은 사마천의 운명은 기구하다. 한무제 시절, 장수 이릉의 친구였던 사마천은 이릉이 전쟁에서 참패하여 포로가 되었으나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이유로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는데, 당시의 법은 많은 재산을 내거나, 궁형을 선택하면 사형이 면해졌으므로 서기관 정도의 벼슬아치였던 그는 재산이 없어 사형 대신 궁형(거세형)을 받는 것을 선택해 사내로써는 죽음보다 치욕적인 궁형을 선택했다. 이유는 아버지의 유산이었던 사기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18년을 집필하여 130권에 달하는 사기를 완성하게 된다. 여기서 500여 권에 이르는 책을 지은 다산 정약용의 18년 귀양살이와 비슷한 것을 느낀다. 우리가 흔히 한을 품고 산다는 것에 비하면 그들의 한은 얼마나 깊고 처절했을까? 나는 지난 2년 반 동안 밀어 오르는 증오심을 주체하지 못해 도서관에서 책에 묻혀 지냈다. 처음에는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는 명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행복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지만 수 십 권의 책 속에서 얻은 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 가장 눈에 띄었던 문구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인 프라톤의 행복에 관한 다섯 가지의 조건이며,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프라톤은 인간이 행복을 얻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조건을 아래와 같이 말했다. 시대는 2,500년의 차이가 나지만 전체적으로 '약간의 부족함'을 들고 있다.

첫째 :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셋째 : 사람이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

넷째 :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

다음에는 건설업을 하면서 놓고 살았던 지적 호기심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소설류를 읽었다. 동서양의 고전 명작과 조정래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과 같은 전집류를 보이는 대로 하루 종일 읽었다. 최근에는 동서양의 역사서를 읽었는데 사기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기원전 109년부터 91년에 쓰인 이 방대한 역사서는 오랫동안 손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는 슬픔을 억누르고 세상을 한탄하면서 “천도(天道)는 있는 것일까? 대도(大盜)들은 천수를 다하고 선인(善人)학자들은 끼니를 잇지 못하고 요절하기에------ 그러나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토사구팽’은 사기에 세 번 나오는데 한고조 유방에게 팽을 당한 한나라 건국의 특등공신 한신이 한 말이고 ‘오월동주’와 ‘와신상담’을 말했던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의 얘기에 나오는 말이지만 중국에서 훨씬 이전부터 내려온 격언이다. 우리가 아는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가 처음으로 한 말이 아니라 그리스의 신탁 신전인 델포이 신전으로 가는 길목의 바위에 새겨진 격언이다. "산은 신이요, 물은 물이다"는 말도 성철 스님이 처음으로 한 말이 아닌 곳처럼 말이다.

하여 요즘에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인 우주의 기원과 신과 영혼의 존재, 선악의 귀결 및 인과응보에 관해 친구 이인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공부 중이다. 우주의 기원에 관해 공부해보니 이것은 절대로 인간의 영역도, 신의 영역도 아니다. 공자가 내세와 신에 관하여 제자들의 물음에 "인간사도 모르는데 신에 대하여 무엇을 알려하느냐, 현세도 모르는데 내세는 알아서 뭐 하려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자! 신의 영역은 접어두고 우리에게 주어진 극히 짧은 순간인 현재나 잘 살자.

동반시는 김용우 산우가 올린 카페에서 건진 시다. 그는 내게 시에 관해서는 화수분이거나 마르지 않는 샘이거나 목마른 자가 급히 먹는 약수 같은 존재다. 시인 문정희는 동반시로 천양희 시인과 함께 자주 접한 여류 시인이다. 시대적, 인류적 통찰과 개인적 성찰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깊어가는 가을의 한복판에서 누가 이 시를 읽을 것인가. 개인 사정상 가지 못하는 별곡이 궁금해진다.

<도봉별곡>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문정희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

 

좀 더 튼튼하고

좀 더 당당하게

시대와 밤을찌를 수 있는 기둥

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뜯어 먹고

해구신을 고아 먹고

산삼을 찾아 날마다 허둥거리며

붉은 눈을 번뜩인다.

그래서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서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기둥으로 끌 수 없는

제 눈 속의 불

천 년의 역사에다 당겨 놓은 방화범이 있다.

썰물처럼 공허한 말들이

모두 빠져 나간 후에도

오직 살아 있는 그의 목소리

모래처럼 시간의 바늘이 쓸려간 자리에

큼지막하게 찍어놓은 그의 발자국을 본다.

천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멋진 사나이가 있다

2012년 10월 17일 신당도서관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