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북한산 칼바위능선(詩山會 제244회 산행)

북한산 칼바위능선(詩山會 제244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아카데미하우스-칼바위능선-대동문-소귀천계곡-봉황각(통키타 모임 통우리 7080노래 감상)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4년 10월 12일(일) 10시

 

만나는 곳 : 수유역 1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임삼환(010-2168-370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詩가 있는 時論

 

獨酌(독작) - 류근(1966년~ )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사람은

 

진실로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사람은

 

진실로 작별과 작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눈 감고 독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아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아라

 

혼자 피는 꽃이

 

온 나무를 다 불 지르고 운다

 

-詩評

쓰카모토 신야의 영화 ‘쌍생아’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별의 악수를 하고 좌우로 멀어져 간다’. 치열하게 사랑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악수와 함께 좌우로 멀어져 가는 이별의 시간.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라고, 연인을 독하게 떠나보낸 뒤 홀로 마시는 술처럼 쓰디쓴 술이 있을까. 그러나 사랑했던 날들처럼 이별도 치열하게, 마치 온 나무를 다 불 지르고 혼자 우는 꽃처럼…. <황병승·시인>

 

-時論

일고이단삼사기(一苦二單三品四器)라는 팔자성어가 있다. 숫자에 따라 입 ‘구’가 들어간 낱말이 나온다. 혼자서 마시는 술은 괴롭거나 씁쓸하다, 둘이 마시는 술은 단촐하여 홑홑하다, 셋이 마시는 술은 품위 있게 어울린다, 넷이 혹은 여럿이 마시는 술은 결국 두 패로 갈라져 개처럼 으르렁거린다는 뜻이다. 술자리를 두고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다. 하여 나는 셋이 마시는 술자리를 좋아한다. 이 좋은 가을에 적당히 취하며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두 사람의 절친한 벗이 있다면 가을을 즐길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산 속에서 세 벗이 마시는 국화주라면 더 좋은 일. 시인의 말대로 독작은 슬픈 일.

<도봉별곡>

 

 

2.산행기

강촌 검봉산(시산회 제243회 산행)

일시 : 2014. 9. 28(일)

참석 : 김정남, 임삼환, 이재웅, 김용우, 한천옥, 정동준, 조문형, 정한, 한양기, 고갑무, 김종화(이상 11인의 산사나이들)

 

10시 반이었던 집합 시간이 흘러도 짜증내는 산우가 없다. 한 시간이 지난 11시 반에 시산회의 보물인 종화가 도착하니 모두 반가워 악수를 나눈다. 코스는 우리가 익히 아는 코스라 누가 먼저라 할 곳 없이 출발한다. 선두 그룹이 편한 길로 들어서고 말없이 뒤따른다. 처음에는 약간 된비알길, 쉬엄쉬엄 오른다. 원우가 왔으면 선두일 텐데, 용우와 정남이가 앞장서니 약간 걱정이 된다. 그러나 걱정은 순간이고 천천히 걷는다. 이런 된비알길을 요우와 정남이도 늙어갈 텐데 빨리 걷겠는가. 길의 오른쪽은 참나무가 무성하다. 길에 떨어진 도토리를 보니 굴참나무다. 다fms 것은 몰라도 굴참나무 열매 도토리는 안다. 열매 껍질이 사자의 갈기를 닮았다. 원우가 없어 세칭 참나무 박사라는 산우에게 물으니 나무껍질을 보면 굴참나무가 맞다고 한다, 능선길에 오르니 오른쪽은 참나무가 우거지고 왼쪽은 이곳의 명물인 잣나무의 밭을 이루고 있다. 참나무가 소나무를 구축(쫓아내는 것)한다고 하던데 능선이라 넘어오지 못했다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나무는 도토리묵을 쑤어 먹는 것과 참나무 땔감 외는 용도가 없는데 왜 경제수종을 심지 않는 것일까? 늦게 시작한 산행이라 배꼽시계가 계속 요란하게 울린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그래도 정상에서 먹자는 총장팀과 먹고 올라가자는 회장님팀이 갈린다. 그러나 끝발은 회장님이 세니 먹고 내려가자는 말없이 정상을 넘어가자는 조건 아래 짐을 풀었다. 조 회장은 배낭을 내려놓으면서 오늘처럼 배고픈 적이 없었다고 한다. 오늘은 조 회장이 산우들이 가장 좋아하는 며느리표 홍어회무침을 준비하지 못했으므로 아쉽다. 대신 정남이가 항상 준비하는 문어가 있어 모두 반긴다. 두부가 나오니 두부김치가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시 낭송의 시간!

기자의 권리다. 좋은 시, 엄숙하게 읊었고, 모두 박수로 반긴다. 나는 먹고 마시는 맛보다 조용하고 깊은 산 속에서 동반시를 읊는 소리를 듣는, 이 맛으로 산에 다닌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유이우

 

자유에게 자세를 가르쳐주자

 

바다를 본 적이 없는데도 자유가 첨벙거린다

발라드의 속도로

가짜처럼

맑게

 

넘어지는 자유

 

바람이 자유를 밀어내고

곧게 서려고 하지만

느낌표를 그리기 전에 느껴지는 것들과

내가 가기 전에

새가 먼저 와주었던 일들

 

수 많은 순간 순간

 

자유가 몸을 일으켜

바다 쪽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저기 먼 돛단배에게 주었다

 

돛단배는 가로를 알고 있다는 듯이

언제나 수평선으로 더 가버리는 것

 

마음과 몸이 멀어서 하늘이 높다

 

중앙일보 2014년 시인부문 수상작이란다.

동반시를 올리니 다시 음미하기 바란다. 박수소리도 못지않게 좋다. 권거니 잣거니 마시며 떠들며 웃으며 맛을 즐기는 이 시간은 시산회 등산의 백미다. 식사를 즐겁게 마시고 하산 코스를 잡는데 문배마을은 길고 볼 것이 없으니 지름길로 질러가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임 총장의 권유에 따라 길게 돌아간다. 그래 봐야 10분 정도 단축한다니 별 의미가 없다. 뒤풀이는 빼 놓을 수 없는 일이다. 상봉역에서 간단히 치맥으로 끝내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지금 출발하면 한 시간 이상을 서서 가야 하니 이곳에서 먹고 가자는 의견이 훨씬 우세하다 마침 재웅이가 아침에 아주머니에게 받아둔 명함을 보고 의견을 구한다. 전화를 거니 5분에 되지 않아 12인승 승합차가 도착하여 보니 사람이 많고 비교적 깨끗한 집니다. 아주머니가 사장이었다. 그 시간에 명함을 돌리는 것을 보면 그런 열정도 꼭 필요하겠다. 푸짐한 춘천닭볶음과 파전, 막걸리를 시켜 먹으니 다섯 번의 건배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흥취가 돋고, 가을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 초가을의 밤이다. 웃고 떠들다 시간이 언제 간지 모르게 흘러갔다. 계산을 해보더니 싼 집이라 한다. 어쨌든 정남이가 작은딸의 결혼식 턱이라고 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더 축하한다. 정남이, 잘 먹고 마셨네. 산우들도 고맙고.

 

2014. 10. 10. 정한 올림

 

3.산행지

산행지는 쉬운 코스로 정했다. 계획은 설악산인데 총동창회와 총산악회가 연대하여 공동주최하다보니 약간의 차질이 생겼다. 결국 장성수 총동창회장과 총산악회장인 내가 마지막으로 결정했다. 장 회장님은 끝까지 먼 거리 산행을 반대하다가 나는 먼 거리 산행을 회비 없이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겨우 관철시켰다. 장 회장님의 입장과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긴 얘기가 되니 생략한다. 잠실에서 모여서 설악산 용소폭포를 들머리로 하는 흘림골코스는 가본대로 오색까지 평지 코스로 나이 드신 선배님들이 주장한 것이니 산우들 중 무릎이 좋지 않으면 그 코스로 가면 된다. 십이선녀탕계곡 코스는 비교적 평탄한 오르막이므로 시산회는 그 코스로 가야 한다. 나는 부득이 흘림골코스로 가야 한다. 총산악회 총장과 산악대장이 일자 변경으로 불참하므로 내가 선배들을 모셔야 한다. 임 총장이 그 코스는 잘 리드해주기 바란다.

칼바위능선 코스는 자주 간 길이므로 별 설명이 필요 없다. 하산할 때 문수봉을 넘어 비봉을 거쳐 진관사로 가면 좋으나 산우들이 결정할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대동문에서 점심을 먹고 북한산에서 단풍이 가장 멋있게 드는 소귀천계곡으로 내려와 삼일독립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에서 매주 일요일 2~4시에 열리는 통기타 모임인 통우리에서 7080노래를 하니 듣고 뒤풀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중에 두 분이 이인 원장이 가르치는 불학(佛學) 모임 선유림회(禪唯林會) 회원이다. 재능 기부와 더불어 불우청소년 돕기 등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분들이다. 막걸리와 떡도 나오며, 절대 지루하지 않으니 내 의견을 따라주면 참으로 고맙겠다.

 

4.동반시

지난 화요일 종로 한 자락에서 종화와 막걸리를 두고 마주 앉았으니 나는 중요한 부탁을 위해서고 종화는 나에게 답을 주기 위해서였다.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다. 10월을 하늘연달이라고도 하는데 개천절을 염두에 두고 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이라한다. 인디언들은 10월-산이 불타는 달(후치놈족),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카이오와족), 가난해지기 시작하는 달(모호크족), 배 타고 여행하는 달(위쉬람족)로 표현하는데 저마다 다르다. 낭만적이다. 종화는 고맙게도 내 제안을 전부 들어주었다. 1번 시가 있는 시론은 내가 계속 쓰고, 2번 산행기의 수정은 내가 하고 종화는 각 카페에 올린다. 3번 산행지는 종화가 쓴다. 4번 동반시는 홀수 산행은 내가 선정하고 짝수 산행은 종화가 선정한다. 올림은 공동으로 한다. 내가 마음을 먹었으므로 언제 떠날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아무리 가을은 떠나는 달이라 해도 훌훌 털고 떠나기는 쉽지 않다. 가족의 극심한 반대는 어떻고, 시산회의 산우들을 떠나는 것은 안타깝고, 시 창작 교실의 시우들도 아쉽고, 이인 원장의 선유림회는 미완인 채로 어떻게 떠날 것인가. 오라는 곳은 세 군데 있다. 왜 떠나는 가는 묻지 마시라. 떠나고 싶으니 그러는 것이다. 영영 못 갈 수도 있고 갔다가 돌아올 수도 있다.

 

가을 저녁/김현승

 

긴 돌담 밑에

 

땅거미 지는 아스팔트 위에

 

그림자로 그리는 무거운 가을 저녁

 

짙은 크레파스의 가을 저녁

 

 

기적은 서울의 가장자리에서

 

멀리 기러기같이 울고

 

겹친 공휴일을 반기며

 

먼 곳 고향들을 찾아 가는

 

오랜 풍속의 가을 저녁

 

사는 것은 곧 즐거움인 가을 저녁

 

 

눈들은 보름달을 보듯 맑아 가고

 

말들은 꽃잎보다 무거운 열매를 다는

 

호올로 포키트에 손을 넣고 걸어가도

 

외로움조차 속내의처럼 따뜻해 오는

 

가을 저녁

 

 

술에 절반

 

무등차에 절반

 

취하여 달을 안고

 

돌아가는 가을 저녁

 

흔들리는 뻐스 안에서

 

 

그러나 가을은 여름보다 무겁다!

 

시간의 잎새들이 떨어지는

 

내 어깨의 제목 위에선 ....

 

 

2014. 10. 10.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천리향,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