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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수락산 철모바위(詩山會 제247회 산행)

수락산 철모바위(詩山會 제247회 산행)

 

산 : 수락산

 

코스 : 당고개역-학림사-도솔봉-철모바위-정상-수락골유원지-수락산역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4년 11월 23일(일) 10시

 

만나는 곳 : 4호선 당고개역 4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임삼환(010-2168-370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詩가 있는 時論

 

人間長見畵 老去恨空聞

 

살면서 늘 그려진 것만 보고

 

늙도록 듣기만 해서 한이라

 

此生隨萬物 何路出塵?

 

한평생 잡사를 따라갈진대

 

어느 길에서 속기를 벗어날까

 

- 두보(712~770) ‘관이고청사마제산수도(觀李固請司馬弟山水圖)’ 중에서

 

삶에서 탈속은 어려우니

옛 그림 보며 속기 털어내네

 

직업적 관점에서 우리 옛 그림을 본 지 20년째 되던 해, 내가 정말 그림을 즐기고 있나 회의가 들었다. 그림은 그저 그려진 것에 불과하니 불가(佛家)에서 말한 것처럼 꿈이자 헛것이요, 물거품이 아닌가 싶었다.

 

평소 팩스로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인 소설가 김훈 선배로부터 어느 날 두보(杜甫)의 이 시 한 편이 날아들었다. 그림에 빠져 사는 나를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바라보던 선배가 일종의 훈계로 보낸 글이었다. 삶의 직접성을 상실한 채 늘 남이 그린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소문을 들으면서 간접적이고 추상적인 존재를 겨우 유지하는 자의 실존적 슬픔을 고백한 시라는 해설이었다. 그 처방으로는 ‘한평생의 잡사를 따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것!’을 내려주셨다.

 

나는 생각하기를 인간이 탈속(脫俗)을 말하지만 대부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속기(俗氣)를 털어내는 쪽으로 가면 되지 않겠는가. 유가(儒家)에서 그림은 속기를 지우려는 흔적이니, 거속(去俗)의 방식으로 옛 그림을 보면 되겠다 싶었다. 그로부터 그림 보기는 나의 수행의 한 방편이 되었다.

<손철주 미술평론가>

 

내가 산으로 간다는 얘기가 자주 입초시(입길)에 오르내리니 민망하나, 위의 詩聖 두보의 마음이었을까. 올해 산행을 한 번도 거르지 말자는 의도는 내년부터 뜸해질 수 있으니 미리 앞 갚음을 하는 것이다. 나는 필(筆)로 눈곱만큼의 공덕을, 입으로는 수미산만큼 악업을 지은 사람이라 더 늦기 전에 조금이나마 지워가고 싶어서다. 하여,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으니 위의 두보의 시는 내 간절한 마음을 어찌 이렇게 간곡하게 잘 알고 표현했을까! 결정과 실천이 빠른 내가 이리 미적거리고 있음을 한탄한다.

 

목요일 작은 모임의 번개산행 후의 저녁, 종화가 베푼 불광동의 낙지탕탕이 저녁자리에 종화가 그 얘기를 꺼내고 나는 허심한 마음으로 속내를 드러냈더니 조문형 회장님의 일갈이 있었다. “엠병, 갈 놈은 말이 없어, 집에 말을 꺼내면 그땐 틀린 거여. 어느 마누라가, 딸들이 찬성하겠어.“ 고개를 숙일 수밖에. 내 맘대로 되면 세상이 아니라더니! 결정적인 계기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시간을 자꾸 가는데.

 

시를 통한 시론 코너를 없애자는 극소수의 의견이 있다고 임 총장이 말하자, 대뜸 내 입에서 나온 말, “읽지도 않으면서 그것도 의견이라고 말하는 거냐? 보기 싫으면 그냥 넘어가지, 10년을 지낸 관행을 깨부수겠다고. 오히려 외부의 지인들이 더 자주 읽어주니 그들이 더 고맙지.“ 생각하는 것은 자유지만 생각이 입과 손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 이미 내 것이 아니다. 구업(口業)을 쌓지 말자. 동반시가 어렵다고! 기회를 줄 테니 내놓고 그런 말을 하면 좋지. 동시 같은 시를 가져가려고! 시산회 10년이 넘었다. 이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 전통은 관습법이 되고 악법도 법이듯 전통은 쉽게 깨어지지 않으며, 품격에 맞는 시를 가져가야지. 1년에 한 번도 차례가 주어지지 않는 산행기를 쓰기 싫다고! 기어이 안 쓰고 버티면 된다. 평양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안 하는 세상인데. 쉽게 생각하고 전통을 깨자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 얘기는 그만 하기 바란다 . 듣기 좋은 노래도 열 번이면 귀가 먼저 안다고 했다.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은 이 더럽고 풍진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걱정해야 할 때인 걸.

<도봉별곡>

 

 

 

2.산행기

진도여행기(작가 정해황)

 

기간 : 2014.11.7-11.8일

참석자 : 고갑무부부, 김정남부부, 김종화부부, 이재웅부부, 임삼환부부, 정해황부부, 한양기부부, 기세환 김동주 김용우 박형채 위윤환 이경식 전작 정한 조문형 조영훈 최근호 한천옥 이종진 장선식 윤재천 이상 29명)

 

금번 시산회 행사는 산행기자라는 부담은 있지만 아내와 함께 처음 참석하는 행사라 다른 때에 비해 많이 기다려졌다.

출발지인 사당동 공영주차장은 집과 비교적 가까운 탓에 큰 부담없이 15분여 전에 도착했지만 벌써 많은 친구들이 어부인과 함께 도착해 있어 모두와 반갑게 수인사를 나눴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얼굴들이다.

 

우리의 즐거운 여행과 안전을 책임질 대형리무진은 위용도 당당했지만 28인승으로 개조해 좌석공간이 여유가 있고 커튼 등이 일반버스에 비해 고급스러웠다.

29인을 태운 리무진은 1차 목적지인 목포를 향해 8시경 출발하였다.

 

출근시간이라 경부고속도로 진입까지 약간의 정체는 있었지만 진입 후에는 별다른 막힘없이 잘 달렸다. 차창으로 비쳐지는 산야는 아직 완연하게 단풍이 들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워 아내와 함께 좋다는 말을 연신하였다.

 

예정시간인 12시30분 목포의 신도심 하당에 위치한 언니네탕집에 도착하였다.

공무원이셨던 부친의 근무지를 따라 목포에서 초등 1년을 다녔고 96년도 이곳에서 1년을 근무하였으니 본인과는 인연이 많은 곳이다.

 

좀 있으니 광고20회 전남지구 회장인 조규봉친구와 총무인 서재홍친구, 곽수년 목포대 교수,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박천석친구 그리고 목포과학대 총장으로 있는 박기종친구가 들어왔다. 이윽고 짱뚱어탕이 들어왔고 김종진친구의 지인이 가져온 세발낙지도 도착했다. 짝짝 달라붙는 낙지를 손으로 움켜쥐고 먹는 맛은 일품이다. 주메뉴인 짱뚱어탕은 뒷전이고 세발낙지가 주메뉴가 되어버렸다.

 

목포사람은 세발낙지를 아가미에 나무젓가락을 끼운 후 낙지발을 젓가락에 둘둘말아 낙지를 제압한 후 먹는데 방식이 따로 없이 잘 씹어 먹으면 그만인 것 같다.

식당을 출발 삼호대교(=영산강 하구언둑), 대불공단, 영암금호방조제를 거쳐 1시간여 후 진도대교에 도착하여 명량대첩기념공원을 관람했는데 다리주변이 전에 보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우리의 유적지역사가 서양에 비하면 일천하지만 짧은 기간에 많이 복원되었고 앞으로도 많이 복원되면 5백 여 년 후엔 우리문화 역사나 그들 역사나 오십보백보 아닐까 한다.

진도대교는 차로는 두어 번 건넜지만 소용돌이치는 바닷물을 보며 걷기는 처음이다. 발아래 바닷물이 사납기 그지없어 아무리 큰 황소라도 소용돌이에 빠지면 10리 밖에서나 발견 될 것 같다.

 

진도타워에 올라가 발아래 풍경을 본 후 안내원의 해설을 들었다.

밀물과 썰물을 이용 13척의 배로 300여척의 적선을 물리친 명량대첩, 세계해전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승리였다는 말에 공에 대해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진도대교가 일명 명량대교로도 불린다면 진도주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명량해엽에 쇠사슬을 설치해 이 쇠사슬에 왜선이 걸려 침몰케 했다는 얘기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야사라 한다. 바닷물유속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고 평균수심18m 그리고 500여m 나 되는 바다위에 배가 걸려 침몰케 할 정도의 강력한 쇠사슬을 설치하는 것은 현대기술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명량대첩지를 뒤로하고 어둑할 무렵 성게비빔밥을 먹기 위해 진도읍내 신호등회관에 도착했다. 성게비빔밥은 성게알에 고추장 및 마늘등 다른 양념을 섞은 것을 밥에 넣고 비빈 것이다. 타 지역에서는 고추장 등에 버무리지 않은 성게알만을 밥에 넣고 다음에 타 양념을 넣어 비벼먹었다는데 그것이 더 성게맛이 느껴졌다고 옆친구가 한마디 한다.

 

곽수년친구가 됫병으로 가져온 50도짜리 백주를 반주로 한잔하니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함은 예전과 같은데 젊었을 때와 달리 몸이 많이 힘들다.

 

주소연의 판소리 심청가를 감상키 위해 국립남도국악원으로 향했다. 앞에선 열창을 하고 있지만 음주 뒤끝이라서인지 하품만 나온다.

 

2시간여의 인고의 시간을 가진 후 야식을 먹기 위해 횟집으로 이동했다. 회와 매운탕이 나왔는데 매운탕이 밥과 궁합이 별로일 것 같아 매운탕에 라면사리을 넣고 끓이니 먹을만 했다. 취기가 오른 삼환총장이 분위기조성을 위해 독한 백주를 됫병째 들고 다니며 권하니 기가 질린 많은 친구들이 옆건물 등으로 피신했다.

 

노래방 갈 친구들을 제외하고 일부친구는 도보로 그리고 일부는 윤복친구의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진도유스호스텔의 숙소는 10여명이 잘 수 있는 큰방으로 50여년 전의 수학여행을 연상케 했다. 코고는 친구가 없기만을 바라고 잠을 청한바 그런데로 잘 잤다.

 

11.8일 일정의 시작은 남망산 웰빙산행이다. 숲해설가 장재호씨의 해설을 들은 후 20여분간을 올랐고 정상에서 김정남 친구가 쓴 “진도홍주에게 묻는다“를 낭송한 후 바닷가 말똥바위쪽으로 하산하였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기암절벽의 절경과 자갈밭해변이 눈에 들어오는데 바다에서 떠밀려온 스티로폼조각과 비닐들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이렇게 자연을 오염시켜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며 여미사거리로 오니 어젯밤 노래방에서 노느라 잠이 부족해 산행을 끝까지 못한 정한친구와 김종진친구가 근처의 쓰레기를 모두 치웠다고 한다.

 

그래 그 많은 쓰레기를 큰비용 들지 않고 치울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다.

숲해설가가 등산객에게 비닐봉지를 나눠준 후 여기에 쓰레기를 담아오면 진도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진도개 열쇠고리등)를 주겠다고 하면 적은비용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음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해결키 위해 기와섬한정식집으로 갔다. 회와 우럭구이 등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 중 진도군수가 홍주 몇 병을 들고 찾아오셨다. 고교 8년 선배라는데 우리보다 더 동안이고 악수 시 악력이 대단하다.

 

다음일정은 진도 향토문화회관에서의 “우리소리 그리고 풍요”의 관람이다.

입장 후 얼마 되지 않아 진행자가 진도아리랑을 선창하며 따라 배워 보라한다.

가야금병창과 판소리 공연이 끝난 후 진도아리랑 공연시간에는 모두 무대 앞으로 내려와 우리춤과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자한다. 많은 친구들과 함께 신명나게 흔들었다. 정말 좋은 프로그램으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이제 일정은 모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끝으로 본 여행을 제안해 물심양면의 지원을 한 한천옥친구, 쾌적한 여행을 하게끔 리무진버스를 지원해준 김동주친구, 세발낙지를 실컷 먹게 해주고 진도군수까지 왕림케 해 우리의 여행을 빛내준 김종진친구, 거금을 쾌척한 장선식친구, 광주에서 목포까지 와 점심을 산 조규봉회장과 서재홍총무, 맛있는 약식과 아침을 제공한 윤재천친구 또 다른 도움을 준 곽수년, 박천석, 박형채, 서윤복, 오광륜, 박기종친구 그리고 원활한 여행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조문형회장과 임삼환총장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2014. 11. 12일

 

 

3.산행지

수락산은 '서울 근교의 4대 명산' 중의 하나이다.

 

수락산은 도봉산과 함께 서울의 북쪽 경계를 이루며 높이가 638m 로서 산세가 험하지가 않아서 주말이면 도심에서 몰려온 산악인들로 붐비는 산이다. 또 수락산은 지하철만을 이용해서 가기에도 참 좋은 산이다.7호선 수락산역 1번출구를 통해 수락산에 오르면, 여러 개의 수락산 등산로중 제 4등산로(천상병 시인의 길)를 통해 등산을 할 수가 있다.

 

제 3등산로와 제 4등산로는 각각 김시습 시인과 천상병 시인의 길이 있는데, 이건 두 시인들이 수락산과 관련된 여러 작품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번 수락산 산행에서는 제 4등산로를 이용하여 천상병 시인의 시를 감상하며 수락산 정상에 올랐으면 좋겠다.

 

우선 '수락산역 1번출구'로 나와 바로앞 수락산 입구에 도착하면 식당들이 즐비한 길을 따라 가야한다. 길을 따라서 산길을 좀 더 올라가면 노원골 물소리 쉼터가 나오고, 천상병 시인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가 있다.

 

 

4.동반시

천상병(1930~1993) 시인은 일본 효고현에서 출생하였다. 1952년에 문예지에 '강물', '갈매기'가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서울 상대를 나온 지식인이었으나, 친구들에게 술 살 돈을 얻어 쓴 것이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른 뒤 고문의 후유증으로 기행과 음주를 일삼아 기인(奇人)으로 알려졌다.

 

주위 환경과 자연 세계에 대하여 보고 느낀 것을 구어체의 간단한 낱말로 자유롭게 표현한 시를 썼다. 특히 수락산 근처에 살면서 관련 시를 많이 남겨 수락산 제 4등산로는 ‘천상병 시인의 길’로 되어 있다. 작품에는 '귀천', 시집에 '새', 유고 시집에 '나 하늘로 돌아가네' 등이 있다.

 

구름집/천상병

 

십오 번, 십팔 번 버스 종점

여기 변두리, 나 사는 동내(洞內)

단골 술집이 있는데

아직도 간판이 없는 집이다.

 

나 혼자 구름집이라 부르는데

막걸리 한잔 들이키면

꼭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아서다.

아주머니, 아주 상냥하고 다닐만한 집

 

한 잔만 하는 내게도

너무나 친절하고 고맙고,

딴 손님들도 만족하는 이 술집

끊을 사이 거의 없는 손님투성이다.

 

수락산 밑이라 공기 맑고,

변두리라 인심 순박하고

도봉산이 보이는 좋은 경치.

이 집 잘되기를 나는 빌 뿐이다.

 

2014년 11월 21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김종화.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