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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예빈산과 두물머리(詩山會 제254회 산행)

 

예빈산과 두물머리(詩山會 제254회 산행)

 

산 : 예빈산

 

코스 : 팔당역-정상-천주교묘역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5년 2월 22일(일) 11시

 

만나는 곳 : 경춘선 팔당역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위윤환(010-6230-318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산행기

대모-구룡산 산행기

일시 : 2015. 2. 8(일). 맑음. 영하 11도.

참석 : 전작, 이재웅, 박형채, 한양기, 임용복, 임삼환, 위윤환, 나양주, 이원무, 정한, 기세환, 정해황, 김정남 13인. 김진오, 조영훈, 김종화, 김용우, 조문형 5인 뒤풀이 참석(계 18명)

동반시 : 첫봄나물/고재종

뒤풀이 : 가락시장 횟집

 

아침에 일어나니 영하 11도,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 영하 18도이니 유난히 추운 날에 혈압이 높고 심장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산에 간다고 핀잔을 주나 고집이 세서 흔들릴 내가 아닌 줄 아니 한과를 싸주면서 “밖에서 먹기 어려울 만큼 추운 날씨이니 생굴은 한 봉지만 사가고 간단하게 빨리 먹고 일찍 집으로 오세요”라고 걱정스럽게 말한다. 창동하나로마트에 가는 동안 그 말도 옳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들러 생굴을 챙겼다.

 

평소에는 걸어서도 가지만 추워서 마을버스를 탔다. 약속 장소를 가다보니 전철 환승 두 번, 버스 두 번인데 번번이 눈앞에서 차를 놓치다보니 5분 늦었다. 추워서 10명을 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벗어나 13명의 반가운 산사람들이 모였다. 마나님들에게 한 말씀을 듣고 왔으리라.

 

코트라 건물을 따라 능선을 오르는데 북풍이 심해 되게 춥다. 후회도 잠시. 허리가 좋지 않은 세환 산우가 반가웠고, 무릎이 좋지 않는 임 수석이 천천히 오르고 전작 산우는 잠시 무릎을 만진다. 추운 날의 산행에는 무릎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산행의 기본상식이다.

 

말이 많아 생기는 이익보다 손해가 많은 것은 동서고금의 이치, 차라리 말을 줄이고 상념에 빠지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겠다.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로 생업을 접고 몰두한 독서인의 생활을 곱아보니 2013년 8월부터 시작하였으므로 1년 반을 넘어간다. 마지막 활동을 신당동에서 마쳤는데 그때 알게 된 약수역 중구구립도서관을 다닌 세월과 같다. 내가 도서관을 다닌 게 아니라 도서관이 내게로 왔다는 표현이 맞다. 처음에는 역사로 시작하여 우주물리학을 거쳐 시문학과 비교종교학에 머물고 있다. 종일 책을 읽어도 불편하지 않은 눈과 허리, 머리가 새삼 고맙고 다행스럽다. 시 창작 교실 강의가 끝나고 뒤풀이의 시간에 마시는 막걸리와 여인네들과의 한담도 고맙다.

 

능선을 따라 오르니 북풍(된바람)에 노출되어 몹시 추웠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잠시 휴식 중에 나온 강화도 강정과 모시잎 송편으로 속을 채우니 추위와 가팔라진 호흡 곤란이 가신다. 사오는 불편을 마다하지 않는 산우들의 손길의 훈훈함에 추위는 어김없이 물러간다. 윤환 총장의 고지가 있었으며 변동 없이 뒤풀이는 가락동 시장에서 회의 향연을 성대하게 한판 벌이자는 추임새에 다시 힘을 낸다. 작년에 이어 동주 산우가 오늘 점심 협찬을 하고, 원거리 산행 때 리무진 버스를 타고 가라는 찬조금까지 받아든 용우 산우의 열정이 고맙고 아직까지 회비가 넉넉할 수 있게 납회 때 기꺼이 회식비를 내준 계신 산우가 고맙다. 민어회 덕분에 벌어진 민어 논쟁은 계속 이어지니 그것도 훌륭한 화제가 된다.

 

최근에 “무엇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책의 제목과 같은 질문을 해보고, 저녁에 잠자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 또는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보라고 권한다. ’나는 누구인가?‘는 관념적·형이상학적 질문이고 ’나는 무엇인가?‘는 물질적·형이하학적 질문이다. 저자는 ’선택을 받아 주어진 삶을 완성하기 위하여‘라는 답을 내놓으면서 죽음에 관한 질문까지 던진다. ’나는 어떤가‘에 생각이 머물면서 상념은 이어진다.

 

대모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하고 개발을 둘러싼 구룡마을의 얘기가 나왔지만 나는 그쪽은 모르니 넘어가고 구룡산으로 내닫는다. 여기서 민어 논쟁은 다시 불이 붙는다. 양념집 아줌마까지 민어가 분명하다고 했다는 측과 그 가격에는 먹을 수 없다는 주장이 아직도 팽팽하게 평행선을 긋고 간다. 나는 후자의 입장에 동조하지만 쉽게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양비론이나 양시론은 내 방식이 아니니 그냥 웃으며 듣는다. 짐작대로 내년 여름의 민어철까지 갈 것 같다. 계속 내미는 간식에 배는 이미 부르다. 이렇게 많이 싸오는 이유는 비싼 회를 적게 먹게 하려는 주최 측의 농간이 숨어있다는 농담은 우리들 마음이 아직도 청년 때의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는 반증이겠다. 물론 ‘실익이 없는 논쟁’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산우들이 심심해서 벌이는 판이니 웃고 간다.

 

책과 저자 얘기의 연속이다. 내가 삶과 죽음의 이치와 변화를 어찌 알겠는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불변의 자아란 존재하지 않고 오직 무아만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가시적인 형태들을 낳는 것은 오직 변화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오래 가지 않으므로 영원한 것은 없으며 생멸을 반복할 뿐이지만 생멸하는 것도 같은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윤회의 연속성과 일체성의 상관관계는 있는가?

고통이 어떻게 생기며 고통의 소멸에 무엇이 연루되는지 알게 되면 소멸에 이르는 길도 알게 될 것이다. 붓다는 무상과 무아와 덧없는 변화의 모든 과정에서 초연하게 되었으므로 비로소 자유와 해방-해탈-을 얻게 되며 이러한 상태를 니르바나(열반)라 한다.

그렇다면 고통의 원인은 무엇인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스스로를 없애라. 현실에서는 고통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청정한 삶이란 가능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에는 쇠퇴와 소멸을 진행시키는 힘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 자유로워진다. 자신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는 것이 이기심이므로 자아는 자기중심주의의 감옥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물음과 필연적으로 관련된 깨달음의 상태라는 것도 암시적이고 상징적이지 않을까?

 

저자의 생각이며, 불교, 즉 종교가 아닌 붓다의 가르침을 접한 산우들이 있어도 조심스러운 화제이나 아는 게 이것뿐이니 이해하기 바란다. 다만 불교는 붓다의 가르침이며 신이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깨어난 자’로 기억해달라는 한 인간의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변명으로 내놓는다.

 

구룡산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잠시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추운 날에는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며, 윤환 총장에게 더 이상 오르지 말고 내려가는 길을 선택하자고 제안했더니 임삼환 회장과 윤환 총장이 나더러 높은 산을 오르자던 사람이 변해도 크게 변했다고 한다. 그대들의 체력과 건강이 좋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고, 그래도 아쉽다면 더 늙기 전에 날이 풀리면 다시 지리산 종주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니 한 번 추진하면 좋겠다. 다만 그때 큰 도움이 되었던 신원우 산우가 가기 어려우니 아쉬울 뿐이다. 휴일에는 대피소 예약이 어려우니 평일에 가면 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설악산 대청봉 코스도 좋겠다.

 

조금 더 올라가서 태고종 불국사로 접어들었다. 약수로 목을 축이고 양지 바른 풀밭에서 오늘의 동반시 낭송의 순서에 기자인 내가 일부러 용우 산우가 추천한 고재종 시인의 첫봄나물‘을 길고 크게 목을 뽑았다. 도서관이 내게로 오더니 시까지 내게 걸어왔으니 시체말로 ’늙어 말년이 무슨 복인가!‘

 

이윽고 잦아진 바람과 햇살 덕분이 풀린 날씨를 안고 버스를 타고 회집에 도착하니 영훈 산우가 회를 준비해 바로 맛나게 뒤풀이를 했다. 영훈, 천옥, 종화, 진우가 반갑게 합류하고 주흥이 도도할 무렵, 윤환 총장이 문화상품권을 조문형 산우와 나에게 주겠다고 한다. 조문형 산우는 전임 총장·회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했다는 이유로 나는 작년에 개근하면서 문어와 생굴을 부지런히 날랐다는 이유다. 임 회장님이 수여한 부상을 감사하게 받으나 올해는 해외여행이 있어 개근은 어려울 것이다. 나로서는 개근상을 받았으니 술맛이 더 좋은 하루였다.

 

내가 산행기를 써야 한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설 지나서 윤환 총장에게 연락을 받고 급하게 쓰느라 생각이 가물거려 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부실하고 늦어서 산우들에게 미안하다. 치매기는 아니니 걱정 마시라. 아들이면서 사위, 장인이 되니 행사로 많이 바빠졌는데 마나님이 녹초가 되었다. 내년에는 피하고 싶다.

 

훌륭한 산우들이여, 올해는 해외 산행도 있고 울릉도·독도를 다시 간다니 더 늙기 전에 노세 노세 더 재미있게 놀아보세.

 

2015. 2. 21. 김정남 올림

 

2.산행지

초안에 예빈산을 넣었는데 윤환 총장은 옆의 예봉산으로 가고 싶은지 자주 얘기를 꺼낸다. 추울 때는 높은 산은 피하자 했더니 흔쾌히 양보한다. 그것만으로 인격적으로 훌륭한 친구다. 요즘 언론에 자주 나오는 시체말로 닮고 싶은 친구다. 설에 양평으로 장모님의 성묘를 가는 길에 지났던 두물머리는 얼음이 얼어 햇빛에 반짝거렸다. 많이 풀렸으니 많이 나와 언 두물머리의 풍경을 보는 날로 정하면 좋겠다. 예빈산의 뒤풀이는 항상 성대했으니 기대하고 와도 괜찮을 것이다.

 

3.동반시

동반시를 고르는데 어려움을 털어놓았더니 시 창작 교실의 문우가 잊지 않고 추천해준 시다. 느낌이 밝으면서 포근한 시다. 그 문우에게 감사드린다.

 

그 마음에는/신석정

 

그 사사로운 일로

정히 닦아온 마음에

얼룩진 그림자를 보내지 말자

 

그 마음에는

한 그루 나무를 심어

꽃을 피게 할 일이요

 

한마리

학으로 하여

노래를 부르게 할 일이다

 

대숲에

자취 없이

바람이 쉬어 가고

 

구름도 흔적 없이

하늘을 지나 가듯

어둡고 흐린 날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받들어

 

그 마음에는

한마리 작은 나비도

너그럽게 쉬어 가게 하라

 

2015. 2. 21.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