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구룡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53회 산행)
산 : 대모-구룡산
코스 : 대모-구룡산(하산길은 거기서 결정). 뒤풀이는 가락시장에서 생선회 예정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5년 2월 8일(일) 10시 30분
만나는 곳 : 하나로마트 · 코트라 버스 정류장(3호선 양재역 9번 출구로 나와 버스. 140, 407, 440, 462, 470, 4432)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막걸리를 파는 가게가 없으니 준비 바람)
연락 : 위윤환(010-6230-318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詩가 있는 時論
문(門)/이영광
가지 말아야 했던 곳
범접해서는 안 되었던 숱한 내부들
사람의 집 사랑의 집 세월의 집
더럽혀진 발길이 함부로 밟고 들어가
지나보면 다 바깥이었다
날 허락하지 않는 어떤 내부가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나는 지금
무엇보다도, 그대의 텅 빈 바깥에 있다
가을바람 은행잎의 비 맞으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닿아서야
그곳에 단정히 여민 문이 있었음을 안다
-세상의 모든 답은 안에 있다 했거늘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마침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단정한 문을 찾은 시인의 기쁨을 노래했다. TV 드라마는 거의 근처에도 가지 않는 사람이라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 우연히 듣게 된 인문학 강의 주제 ‘행복을 위하여’에서 보석 같은 얘기를 듣고 한 편의 시를 썼고, 얻은 게 있어 여기 올린다.
1.우리가 이미 행복했다면 행복을 쫓아다니는 행복의 노예가 되지 마라.
2.내 생각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우울함에서 벗어난다.
3.친절과 자비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습관이 먼저 당신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행복의 3요소 : 인간의 몸에 필요한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인 것과 같이 자유, 유능, 관계이다.
자유롭고 싶다면 여행을 즐겨라. 여행은 걷기, 말하기, 먹기, 벗어남을 갖게 해준다. 이것을 행복의 종합세트라 한다.
유능은 건강과 금전, 시간을 갖는 자가 누릴 수 있다.
관계는 부담을 주는 직장과 집을 제외한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자에게 오는 즐거움이다. 산, 도서관, 음식점, 이발관, 배움의 장소 등을 갖되 종교의 장소는 피하라. 종교는 마약보다 더 큰 폐해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최대한 선용하라.
더 나아가 여유가 있다면 돈으로 경험을 사라. 얼마를 가지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마지막으로 ‘내가 누구인가?’를 항상 생각하라. Who am I?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라.
나는 딱 시 쓸 만큼의 산과 술과 자유가 있다. 건강은 덤이다. 그것들은 아침마다 모멸감과 권태와 멸시를 받으며 출근하지 않아도 될 만큼만 있다.
시는 세상을 향해 외치지 않아도 시는 그대로 좋다.
내 수양을 위하지 않아도 따뜻한 등이면 남고 넘친다.
시는 뼈를 깎지 않아도, 피를 토하지 않아도, 거꾸로 걷지 않아도,
뒷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아도, 튼튼한 몸으로 쓰면 된다.
아직 본 적도, 세상으로 내려와 본 적도 없이 스스로 존재한다는 신에게
기도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확신과 고집이 있을 만큼만 있다.
나이 들면 적당히 걸릴 치매와 중풍에 걸 맞는 건강이 있어 좋다.
시인이야말로 스스로 존재하는 자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52회 수리산 산행기/김용우
시간 및 집결장소: 2015.1.25(일)10:30 1호선 명학역
참석자: 13명
(남기인. 김용우. 한양기. 조문형. 임삼환. 위윤환. 고갑무. 나창수. 염재홍. 이경식. 한천옥. 김정남. 임용복)
산행지: 수리산/명학역-성문교회-관모봉-태을봉-군포초교-군포역(마을버스로 이동)
동반시: 젖지 않는 마음-편지3/나희덕
뒤풀이: 군포 무교동 해물찜(낙지볶음)
동장군은 열정이 식었을까! 한참 겨울다워야 할 1월의 날씨가 영상이란다. 차가운 바람기 없는 한겨울의 날씨가 왠지 거북하게 느껴지지만 갑상선 항진증으로 찬바람에 눈물이 많은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자주 눈물 닦으면 안압으로 눈알이 붓고 아프다).
모처럼 남기인 산우가 1시간 전에 도착하여 주변을 탐색하고 있다는 우리 시산회의 카톡방 문자를 보며 9:58분에 도착한 나는 서둘러 조우하여 여유 있는 대화를 나누었고, 관절 이상으로 조심하는 임용복 산우의 지각 도착에도 산우들 반갑게 손을 잡아주며 수리산을 오른다.
수리산은 안산시와 안양시의 경계를 이루며 높이 475M로 견불산이라고도 한다. 남북으로 능선이 길게 늘어져 있고 경사면이 비교적 완만하면서도 형세는 복잡하여 산행코스는 제6코스까지 있다.
작년 이맘때 수리산 등반은 하얀 겨울의 산나라 풍경에 취하고 뽀송한 눈길을 걸으며 기대보다 너무 훌륭한 설경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던 선명한 추억이 그리웠는데 최근의 온온한 날씨로 환상이 지워지는 서운함이 있을 것이지만, 산우들의 정겨운 이야기와 몸을 부비며 함께 걷는 시간이 되어 심장의 박동이 힘차게 작동하는 듯 느껴진다.
잔등에 땀이 송골 느껴지는 언덕에 잠시 휴식하는데 임용복 산우가 먼저 배낭을 푼다. 파름한 모싯잎 떡을 내놓고는, 어제 4만 명의 이북민이 거주하고 있다는 강화도 교동에 갔었는데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온 83세 장인이 만드는 강정을 산우들 생각에 몇 시간의 긴 줄을 지루함도 모르고 끈기를 지불하여 사왔다는 옛날식 강정을 너도 나도 집어 들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음미한다. 산우들에게 손맛이 어우러진 강정을 맛보게 해준 산우의 마음이 달고 뜨겁다.
정상이 갓을 닮아 관모봉이라 하는데 그 쉼터에 도착하여 모두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는 동안, 나창수 산우가 러시아 여인네의 몸매를 닮은 40도의 보드카를 꺼내들고 한 잔씩 순배한다. 사할린에 다녀오시는 교포 할머니들이 치료차 병원오시면서 가끔 들고 오신다 한다. 함께 가져온 파리바케트의 빵을 안주삼아 싸~하게 목구멍을 달래주는 괜찮은 안주가 될 것이라 추념해 본다.
이곳에서 태을봉까지는 음지여서 가파른 오르막길에 녹지 않은 눈도 있고 얼어있어 제법 미끄럽다. 찬바람까지 불어대는 경사 길을 모두 슬로모션으로 집중하여 오른다.
드디어 새 모양을 한 길쭉하고 큰 바위가 서있는 정상이다. 독수리가 힘차게 두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형상이라는 태을봉에 기념사진을 남기고 조금 내려와 휴식의 자리를 찾았으나 찬바람도 거세고 비좁아 가져온 조문형 산우의 홍어, 한양기 산우의 완도 김치, 김정남 산우의 굴과 한과, 고갑무 산우의 팥빵을 먹기 전에 기자인 내가 시를 읽는다.
젖지 않는 마음 - 편지ㆍ3 /나 희 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 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
나희덕 시인은 충남 논산 출생으로 연세대 국어국문학 박사로 1989년 중아일보 신춘문예지인 ‘뿌리에게’로 등단이후 7번째의 시집을 내었으며 그‘그곳이 멀지않다’,‘섶섬이 보이느 땅’,‘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등이 있고 어느 시집의 서시에서 “단 한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우지 못했으면서 무성하게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는 글귀를 다시 헤아려 본다.
하산 길을 논의 하던 중 나창수 산우가 안양으로 내려가서 몇 해 전 먹었던 곤드레 비빔밥을 먹자고 제안하였으나 그 길은 얼어있고 위험할 것이라는 의견을 좇아 산본 방향의 날머리로 내려오는데 일기 예보대로 눈인지 비인지 비빔눈비가 내린다. 군포 초등학교로 도착하니 겨울비가 제법 내리는 궂은 날씨가 되고 1호선과 4호선으로 교통이 편리한데다가 먹거리가 풍성한 군포의 먹자거리로 뒷 풀이 장소를 정하고 마을버스로 이동한다.
금정역에 내려 골목으로 들어가니 긴 거리 좌우로 온통 음식 메뉴판이 공중에 널려있고‘무교동 해물찜’으로 들어가 맛있게 먹고 거나하게 마시면서 뒷이야기들로 웃음을 보쌈한다.
위윤환 총장님의 주관으로 작년에 걸렀던 해외 산행은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기로 하였으며 다음 산행은 대모산으로 정하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년에 불발이 된 독도와 울릉도 산행은 가급적 다시 추진하기를 희망한다. 산우들의 손짓이 오늘따라 촉촉하게 느껴지고 정겨웁다.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마치고 산우들과의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약속하는 우리들의 건강한 기다림이 될 것이 분명하다.
회장님과 총장님의 노고가 오늘도 크고 넉넉하여 감사를 표하면서 산행기를 마친다.
첨언) 살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뒤로 후진하기도 하고 때로는 막다른 골목길 담장과 마주하게 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요즘 엎어진 세상,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황당하고 참담한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며 탈출구조차 찾지 못하는 공황의 정신이라 일기식의 산행기를 겨우 적고나니 부끄럽고 허기가 진다. 눈알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럽고 뱅글 돌고 도는 현기증 늪 속의 회오리 중심에 갇혀 있다.
찾아야 한다. 피비린내 없어진 황톳길로 걸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2015. 1. 26(월) 시산회 김용우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정한 대로 중간의 산으로 간다. 지금까지 북, 남, 중의 순서로 정했다. 모두에게 치우치지 않으니 모이기 편하다. 뒤풀이는 이계신 산우 덕분에 회비가 남아서 이른 봄나물 내음 가득한 가락시장의 횟집으로 가니 많이 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자. 우리가 산을 보러 가는가! 친구 보러 간다. 산에 올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풍요로운 덤이다.
4.동반시
김용우 산우가 추천해주니 편하고 반갑다. 윤환 총장도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동반시는 쉽고 감동이 있는 시라야 좋다고 해서 고르나 편한 일이 아니다. 하여 시 교실의 문우들에게 추천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한다. 다음 시는 준비해둔 게 있으나 산우들이 추천하면 우선 동반하겠다. 2월은 시샘달-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이다. 하여 입춘이 지났으니 무거운 땅을 어렵게 뚫고 나물들이 올라온다. 제철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용우에게 감사한다. 다른 산우들도 동반시를 자주 추천해주면 고맙겠다.
첫봄나물/고재종
얼어붙었던 흙이 풀리는 이월 중순
양지바른 비탈언덕에 눈뜨는 생명 있다
아직도 메마른 잔디 사이로
하얀색 조그만 꽃을 피운 냉이와
다닥다닥 노란색 꽃을 피운 꽃다지와
자주색 동그란 꽃을 층층이 매단 광대나물
저 작은 봄나물들이 첫봄으로 푸르다
저 작은 것들이 지난 가을 싹을 틔워
몇 장의 작은 잎으로 땅에 찰싹 붙어
그 모진 삭풍의 겨울을 살아 넘기고
저렇듯 제일 먼저 봄볕을 끌어모은다
저렇듯 제일 먼저 봄처녀 설레게 한다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 그 크기 워낙 작지만
세상의 하많은 것들이 제 큰 키를 꺾여도
작아서 큰 노여움으로 겨울을 딛고
이 땅의 첫봄을 가져오는 위대함의 뿌리들
2015. 2. 4. 봄이 오는 길목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