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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64회 산행)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64회 산행)

산 : 남한산성

코스 : 마천역-남한산성(뒤풀이는 옻닭 백숙으로 보양)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5. 7. 12. (일) 오전 10시 30분
모임장소 : 마천역 1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위윤환(010-6230-318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시에서 계절을 봄다

 

합죽선(合竹扇)의 꿈 / 도봉별곡

 

해남(海南) 순례 가는 길가

 

포도 과수원집 뒤란 대나무 숲

 

샛바람에 댓잎들 스쳐 막내딸로 때어나

 

남다른 꿈 지녔다가

 

 

재 너머 향교 밑 당숙의 합죽선으로 몸 바꿔

 

매화로 치마폭 물들이며 흐드러졌으니

 

병신춤 공옥진의 옥수(玉手)에서 한을 펼치며

 

기구한 삶 식히는 바람도 되었다가

 

 

매화 져서

 

찢어진 몸으로

 

죽음은 한 번이 어렵지 세 번은 쉽다며

 

판소리 명창 손에 쥐어진 삶

 

 

춘향의 옥중가 진양조로 시작하여

 

쑥대머리로 넘어가는 중모리에서

 

느린 장단으로 쫙---- 펴졌다가

 

춘향이 사랑을 나눌 때는

 

중중모리로 솟구치고

 

자진모리 어사출두에서 마패로 돌변한다

 

 

임당수에 빠지는 심청이 되었다가

 

심 봉사 지팡이로 몸을 바꾼다

 

적벽가 조자룡의 화살이 나갈 때는 휘모리에서

 

홍보의 톱타령에서는 엇모리장단으로 비스듬히

 

톱으로 거듭 난다

 

 

수궁가는 항상

 

얼씨구 지화자 흥이 절로 나니

 

 

둥-둥 딱 둥둥

 

판소리 열두 마당 다 끝나면 그때

 

내 고향 대나무 숲으로 돌아가리

 

 

 

가서

 

먼 삶의 끄트머리에 선

 

과수원집 도련님 향한 한 마음

 

새파란 정가(正歌)로 곧게 펼치리

 

엇중모리 장단으로, 덩-더꿍 덩 덩

 

 

*판소리에 쓰이는 장단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의 순으로

빨라지고 엇모리는 변주, 엇중모리는 뒤풀이에 쓰인다.

*판소리 12마당은 송만재(조선조 순조 때의 문인)의 <관우희>에 전하는 것을 보면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박타령), 수궁가(토끼타령.별주부가), 적벽가(화용도),
배비장타령, 옹고집타령, 변강쇠타령(가루지기타령.송장가), 장끼타령, 강릉매화타령,
무숙이타령(왈자타령), 가짜신선타령 등이 기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서 오늘날까지 소리가 남아 불리는 것은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 수궁가,
적벽가 다섯 마당이다.

*정가(正歌)는 가곡(歌曲), 가사(歌辭), 시조(時調) 등 지식층이 즐기던 노래

 

 

영광군 영광읍 학정리 933. 포도 과수원집. 대학시절 방학 때면 서울에서 내려와 2~3일 지내던 곳. 뒤란에 바람이 불면 댓잎들 스치는 소리 들리는 대나무숲이 있었고, 사랑채 비슷한 곳에 사주풀이로 한약을 지어주던 노인 내외가 살던 곳. 과수원 지나면 저수지 세월제. 포도 농사를 직접 지으시지 않고 마을 아낙네들에게는 품삯이 큰 돈이므로 그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하셨던 어머니. 살생이라며 기어이 낚시를 말리셨던 분. 내가 집에 있을 때, 마을 처녀들은 과수원 근처에 얼씬거리는 것조차 싫어하셨던 분. 수확이 끝나면 상품가치가 없는 포도를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셨던 분. 유산이라고는 먼지 하나도 주지 않으신 분. 눈물 나게 그립다. 그때 그 여름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詩山會 제263회 관악산 국기봉 산행기 / 나창수

 

일시 / 집결지 : 2015년 6월 28일 (일) / 사당역 4번 출구

 

참석자 : 삼환, 문형, 전작, 양기, 양주, 창수, 종화, 동준, 용복, 기인, 정남, 천옥(뒤풀이 참석 : 영훈, 정한 ,경식. 윤환)

 

산행코스 : 사당역-관음사 능선-낮은 국기봉-관악 전망대-거북바위-물개바위-국기봉–관악산 둘레길-사당동 예술인 마을

 

동반시 : 찔레꽃 그늘에서 / 이세진

 

뒤풀이 : 담양에 초대 / 한정식 (스폰서 : 남기인 산우)

 

어제는 비가 내린 다음날이라 하늘도 청명하고 상쾌했는데 오늘은 따가운 햇살에 몹시 무덥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오늘 산행은 원래 기인 산우의 제안으로 정조의 효심이 가득 담긴 수원 행궁, 용주사, 융건릉 등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기로 했으나, 더운 여름날에는 나무가 없는 코스라 힘들다하여 관악산 산행으로 변경되었다. 기인 산우는 대신 미안함의 아쉬움을 뒤풀이로 책임지겠다고 한다. 늦은 산우들을 기다리는 동안 개혁군주 정조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왔으니 20년만 더 군주로 군림했으면 조선의 개혁과 개방이 이루어졌을 것이며 오히려 우리가 일본을 지배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의견이 자주 나왔다.

 

산행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뒤풀이에는 참석하겠다는 산우가 네 명이나 된다. 뒤풀이 메뉴에 따라 날머리를 정해야 하니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산에 올라 식사시간에 정하기로 했으나 가장 유력한 메뉴는 담양 죽순 추어탕이다. 마침 집안일이 있어 위 총장이 오지 않아 들머리는 정남이가 인도하기로 하고, 관악산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며 자신 있게 주장하는 자칭 관악산 도사 임용복 산우를 오늘 대장으로 임명하고 따르기로 하였다. 관악산의 또 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사당역에서 12명의 산우들이 10시 50분에 남태령 고개 쪽으로 인도를 걷다, 우회전하여 10여분 정도 마을길을 따라가니 짙은 녹색의 숲속의 관악산 둘레길에 올라 산행을 시작하였다.

관악산은 632m인 연주대가 정상이며 능선마다 바위가 많고 큰 바위 봉우리가 계속 연결되어 웅장한 산세를 이루며 그 모습이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을 닮아서 관악산이라 부르게 되었고, 경기 오악의 하나이며 한남정맥이 이어진다.

 

관음사에서 연주대로 가는 관음사 능선을 오르니 바람은 없고 무더워서 벌써 땀이 흐르고 숨이 가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땀을 닦고 몸가짐을 재정비하여 바위암벽을 오르고 마사토의 숲길을 걸어서, 연주대 3.1km라는 이정표가 있는 옆에 등산로가 위험하니 관등정으로 우회하라는 경고판이 보인다.

우리의 임대장이 국기봉을 향해서 직진하라는 명에 따라 거대한 바위 절벽을 손발로 기어서 올라와보니, 멀리 왼편에 북한산이보이고 정면에 남산, 오른편에는 잠실 롯데빌딩, 대모산과 구룡산 등 서울시의 푸른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등산의 좋은 점이 많지만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산과 들과 마을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면서 마음의 힐링도 함께하는 즐거움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작은 국기봉에서 관악전망테크까지는 길다란 철재 사다리가 이어지며 힘겹게 오르니 잘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시는 흰색의 빌딩숲과 녹색의 산들이 잘 어우러져 활기차게 생동하는 아름다운 국제도시로 보인다. 적당하게 힘들면 그 땀은 짜지 않고 오히려 달다고 한 어느 산꾼의 얘기를 생각나게 하는 산과 코스다. 집행부에서 탁월한 선택을 했다는, 수고로움에 대한 존경의 념이 든다. 어제 갑자기 생긴 골프 모임에 가서 무리해서 왕 회장이 동반시 프린트를 부탁하지 않았다면 오지 않았을 텐데 책임감 때문이지만 오기를 잘 한 것 같다. 운명상 오게 돼 있는 것이다.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온다. 운명론인가, 나이 들어 세상을 알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아지는 것들. 순리라고 한다.

 

이곳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관악산의 진수를 볼 수 있다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거북이 모습과 거의 똑 같은 거북바위가 낮은 절벽에 걸려있고, 등에 올라서면 부귀무병장수한다는 임용복 산우의 부추김에 모두 멋진 폼으로 인증사진을 찍고 나서, 정상적인 등산로가 아니라는 경고 문구를 보면서도 철조망을 건너 한참을 들어가서 능선에 솟아있는 바위에 올라서니 참으로 아름다운 관악산의 진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에는 주군을 사모하는 바위라는 연주대가 보이고 정상에서 좌우로 달리는 진녹색의 능선이 웅장하게 뻗어 나가는 관악산의 아름다움에 잠시 도취되어 감상을 하면서 사진을 찍은 후, 식사하기에 좋은 자리를 안내하겠다는 임용복 산우의 뒤를 따라 돌아다녔으나 모두 차있었으니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구한 곳이 길의 중심이지만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이라 괜찮겠다는 의견이 많아 물개바위 근처에서 아늑한 장소를 선택하여 점심식사를 시작하였다.

 

오늘도 먹산회답게 푸짐한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임 회장의 싱싱한 웰빙 음식인 여러 가지 산나물, 문형이의 홍어무침, 왕 회장의 깨강정과 한과, 기인이의 푸짐한 족발, 양기의 깊은 맛이 나는 묵은 지, 종화의 맛난 떡, 동준이의 훈제오징어와 김밥, 전작 동창회장의 단맛이 가득한 과일, 한 작가의 복분자등 맛난 음식이 너무 많아서 음식을 가져오지 못한 내가 덜 미안하였다.

오늘의 기자인 내가 동반시 이세진 시인의 ‘찔레꽃 그늘에서’를 낭독하였으니 시에서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진득하게 전해진다. 우리 아버지들이 돌아가셨을 때 흰 옷을 들고 지붕에 올라 "복, 복, 복"하며 소리쳤었다. 아직 살아계시면 그만 가시고 돌아오시라는 간곡한 염원이 담긴 풍습이었다. 물론 지금 그 간절한 풍습은 없다. 술잔에 눈물이 반이었을 아버지!

 

 

 

찔레꽃 그늘에서 / 이세진

 

처음에는

찔레꽃이 우는 줄 알았다

신발이 나를 끌고

찔레꽃 가까이 다가갈 때

찔레꽃이 아니라 한 마리 산새가 숨어 울고 날아간다

왜 산새가 울고 가는지 의구심이 생겨

출렁거리는 찔레나무 아래 퍼질러 앉았다

코끝 싸하게 파고드는 찔레꽃 향기에

그만 꽃 멀미 앓이를 하는데

봄바람 불 때 찔레나무가 흰 꽃잎 하나 허공에 던진다

먼 날 아버지의 흰 두루마기를

어느 사람이 지붕 위로 던질 때처럼

꽃잎처럼 참았던

내 눈물 한 방울 뚝 발등 찍는다.

 

 

식사 중 한담에 여러 가지 흥미로운 얘기가 나왔는데 그 중에서 우리 생활에 밀접한 편서풍에 대해서 확실한 답을 아는 산우가 없어 정리해서 알려드린다. 그리고 우주순환론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우주물리학 이론으로 상식적으로 유익하며, 철학과 종교 사이에 걸친 불가에서 자주 인용하는 이론이라니 소개한다.

 

편서풍

봄에 나타나는 황사는 중국 서부지역에서 발생하여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와 일본에 이르고, 일부는 태평양을 건너서 미국 서부까지 이동하며, 우리 주변의 높은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의 방향도 편서풍을 따라 동쪽으로 연기꼬리가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구의 자전 방향은 북반구에서는 시계 반대방향인 서에서 동으로 회전하고 공기를 포함해서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자전 속도와 같이 회전하는데 적도는 회전 반경이 커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중위도 지역은 회전반경이 작아서 상대적으로 회전속도가 느려지면, 이때 코리올리의 효과-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서, 지구상에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지구자전의 영향을 받아 자전방향으로 휘어지는 현상-가 작용하여 중위도 지방은 각속도가 그만큼 증가되어, 지구의 자전방향인 서에서 동쪽으로 증가된 각속도에 비례해서 바람이 휘게 되어 편서풍이 된다. 고위도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불면 불수록 반지름이 더더욱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속도가 증가되어 편서풍이 심하게 분다.

(***지구는 타원형의 회전체로 적도의 각은 0도 서울은 36도 북극은 90도로 적도는 회전속도가 빠르고 서울은 상대적으로 느리므로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에의해서 서울이 적도보다 각운동량-전향력-이 높아져서 움직이는 바람이 우측 동쪽으로 휘게되어 편서풍이된다***)

다시 정리하면, 저위도, 즉 적도부근에서 태양열에 팽창된 공기는 대류현상으로 상승되며, 상대적으로 태양 에너지가 적은 극지방에서는 공기가 냉각되면서 하강기류가 생겨서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90도 방향으로 바람이 불게 되는데 이때 지구의 전향력이 작용하여 우측으로 바람이 휘어져서 편서풍이 되며, 특히 중위도(30도에서 60도)지역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우주물리학에서 우리가 속한 은하계를 중심으로 태양도 공전과 자전을 하며 우리 은하계도 우주 전체의 중심을 축으로 하여 공전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주의 모든 행성은 자전과 공전을 해야 원심력과 구심력이 균형을 이뤄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다고 왕 회장이 코멘트를 하고 어려운 토론의 막을 내렸다.

 

우주순환론

60세까지 성패가 즐비했던 험난한 시절을 멋모르고 지내온 것이 지금 되돌아보면 아찔하다. 그 길이 백척간두의 낭떠러지인 줄 모르고 지내온 것은 차라리 행운에 가깝다. 그래! 모르는 것이 약이다. 이순이면 남의 말이 거슬리지 않는다는 직역이 있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확대해석해도 될 것이다.

 

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을 어찌 하다 보니 이루어지더라는 것은 50살의 천명을 알았음에 다름 아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지금에 이르러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산다는 말이 있으니 동짓달 긴긴밤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온 우리들은 노후 준비를 깊게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신과 타인에 의한 수동의 시간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능동의 시간으로 옮겨갈 시기에 이르렀다. 이럴 즈음에 찾아온 의문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로 지나온 세월과 현재의 나와 앞으로의 나에 대한 생각을 명상으로 혹은 화두를 들고 골몰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신문에서 미국, 영국, 호주등지에서 ‘무신론자를 위한 교회’가 맹렬히 교세를 확장 중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특별한 교회의 목표는 ‘더 나은 삶, 타인에 대한 배려, 삶에 대한 더 많은 호기심‘이라고 한다.

 

우주의 기원에 관한 이론 중에 특이한 이론이 있는데 우주순환론이 그것이다. 우주는 팽창과 수축을 영원히 반복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빅뱅으로 시작하여 암흑에너지의 힘에 의해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나 어느 시점, 즉 모든 분자의 활동이 멈추는 절대온도 영하 273.15도에 이르면 팽창을 멈추는 시점을 빅 프리즈(대동결 Big Freeze)라 한다. 팽창이 멈추면 강력한 중력을 가진 임흑물질에 의해 우주는 다시 수축하기 시작하여 줄어들었다가 우주의 모든 물질이 다시 한 지점으로 모이게 되는데 이것을 빅 크런치(Big Crunch)라 한다. 온도와 밀도, 압력을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빅뱅이 일어나 다시 팽창한다고 하니 이것은 우주의 기원에 관한 중요한 가설로써 존재하고 있었으며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폴 스타인하르트 교수의 주장이다. 이 이론에 이르면 창조적 신이란 의미는 아무 쓸모가 없어지므로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한때 로마 교황청은 빅뱅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여 신의 창조로 생각하여 지지하였으나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 비판하였으며 후에는 빅뱅에 신의 창조론을 대입하지 않았다. 1992년 4월 23일 미국 워싱톤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에서 스무트가 빅뱅의 메아리인 우주배경복사의 변화를 증명하여 발표함으로서 빅뱅이론은 확실해졌으며, 우주천문학에는 혁명이 있었고 빅뱅모델은 결국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완성된 것이다.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많지만, 이 이론은 누구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고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단초를 제공하고 여러 세대에 걸친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거의 완성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우주를 달아나게 하는 암흑에너지와 중력을 가진 암흑물질의 성격(정체)의 신비를 규명해야 한다. 로마 교황청의 입장도 성경이 우주에 대해 문자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렸다. 매우 실용적인 변화다. 과거에는 태양이 뜨고 지는 것에서부터 화산이 폭발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모든 신비스러운 현상 뒤에는 신이 있었다. 그러나 과학이 이런 현상을 하나씩 합리적으로 설명해 나갔다. 화학자 찰스 쿨슨은 지식의 틈을 과학이 메워감에 따라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든 현상에 책임을 지는 신이 그 힘을 잃어간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틈 사이의 신’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이제 로마 카톨릭교회는 자연은 과학에 맡기고 정신적인 세계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미래의 과학적 위상이 신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이 없는 안전한 영역에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과 종교는 나란히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재미있는 농담 하나, '빅뱅 이전에 신은 무엇을 하였나? - 신은 하늘과 땅을 창조하기 전에 이 질문을 하는 자들을 위해 지옥을 만들고 있었다.' 빅뱅을 창조라고 전제하고 철학자이며 신학자인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서기 400년에 쓴 자서전<고백록>에 위의 신학적 질문에 자신이 들은 답을 인용해 놓았다.

 

식후에 남기인 산우가 들려준 유튜브 동영상은 청소년이 기성세대에게 바라는 기아와 환경파괴, 전쟁에 대한 해결책을 주문한 내용이었는데, 이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 산우는 없었다.

 

뒤풀이 메뉴는 아침에 말이 나온 대로 담양 죽순 추어탕으로 정했으니 당연히 사당역으로 날머리를 잡았다. 역시 관악산 도사 코스를 설명한다. 아니 ‘나를 따르라’ 식이다. 한 산우가 “길을 잘 아는 것은 신권력인가”하고 웃는다. 이제 하산의 시간이다, 원점회귀가 아닌 새로운 길로 간다고 한다. 더 올라가 상당히 높은 암릉 위에 보이는 국기봉에 올라 시원한 남동풍으로 잠시 더위를 식히고 하얀 구름 속에 보이는 서울의 북쪽 산들을 관망하고 내려와서 계곡을 따라서 숲길로 내려오니, 둘레길을 따라 남부순환도로 옆의 예술인 마을 정류장으로 이어진다. 뒤풀이 장소인 사당역 근처 ‘담양에 초대’라는 한정식에 당도하니 위 총장, 경식, 정환, 영훈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긴다.

 

지하 한정식 식당에서 남도음식인 야채튀김, 전, ,훈제오리, 추어탕을 시원한 맥주, 막걸리를 곁들여 먹으니 나른한 몸에 취기가 오르니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뒤풀이를 후원해준 남기인 이사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명품 커메라를 메고 훌륭한 작품을 올려주는 한 교장은 보물 같은 존재다. 멀리 목포로 떠난 김용우 산우의 소식이 궁금하니 카톡방에 자주 얼굴을 보여주면 좋겠고, 붓을 꺾지 않았다면 시를 써서 올려주면 왕 회장의 시와 함께 자주 동반하기 바란다. 용우의 시가 없어선지 왕 회장도 자작시를 동반하지 않아 서운하다. 세환 산우의 시 소식도 궁금하다. 우리에게 세 시인이 있다는 것은 자랑스런 일이다. 산우들의 대화도 진중해지고 품격이 높아지니 명실상부한 시산회의 면목이 보여 매우 좋다.

 

땀 흘려 운동해서 좋고 맛남 음식으로 입이 즐거워서 좋고, 교양이 넘치는 대화에서 지식을 얻어가서 좋고, 시산회 산행은 좋은 일만 가득하니 오늘은 참 좋은 날이었다.

 

7월 6일에 조영훈 산우가 서울둘레길 8개 코스 157km를 9일에 완주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하루에 17~8km를 걸었다니 대단한 집념의 사나이다. 둘레길을 돌면서 각 구간별로 비치되어 있는 스탬프를 찍어 서울시청 자연생태과에 가면 둘레길 완주증서를 준다고 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시도하면 좋겠다. 가을에 있을 장거리 산행도 기다려진다.

 

2015. 7. 8. 나창수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은 남한산성에 오른다. 장마철이지만 비는 남녘에서만 내린다. 아침에 고흥으로 여행을 간 누님이 보내준 카톡 사진을 보니 7~8일에 장맛비가 많이 내렸다고 한다. 고흥 발포해수욕장에는 한 사람도 없다. 일요일에는 서울에도 장맛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러면 산성에 안개가 낄 것인데 우중에서 안개를 보며 막걸리를 앞에 두고 먹는 옻닭 백숙의 맛은 어떨까! 더 이상의 표현은 필요 없겠다. 덥지만 보신을 시켜주겠다는 총장의 성의를 봐서라도 많이 모여 그간의 얘기를 나눠보자.

 

 

4.동반시

마감시간이 다가와 마음은 급한데 마땅한 시를 찾을 수 없어 부득이 오래 전에 써둔 시를 올린다. 달리 할 일이 없어 도서관에 나와 거의 종일 침묵과 대화한다. 싫증 나지 않고 매일매일이 새롭다. 저잣거리에 나가 더 이상 인연을 맺는 것이 싫다. 그래봐야 몸과 입, 마음의 업만 쌓아가지 않겠는가. 돌아가신 박경리 선생과 박완서 선생님의 말처럼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좋은데 무엇을 바라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 것인가. 살다보니 배반에 대한 증오조차 삶의 활력소였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인과 불교 공부 시간에 나누는 대화 중 하나다. 내게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도 여전히 재물과 육체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내 굴곡진 삶 중 가장 현명했던 선택이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고 실천에 옮긴 것이다. 비행기를 타지 못하니 히말라야를 가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하여 붓다의 고향 성지 히말라야를 순례하고 싶다는 소망을 시로 나타냈으니 잘 읽어주기 바란다. 이제 새벽 명상과 시는 욕심을 벗어버린 내 삶의 소중한 일부다. 때가 되면 조용히 시집 한 권 내고 싶다.

 

 

히말라야에 가고 싶다. 성지 순례 / 도봉별곡

 

비 그쳐 바람 불던 오후

구도(求道)가 비처럼 하릴없이 내리면 문득

히말라야에 가고 싶어졌다

 

가서

투명한 하늘 떠도는 바람의

손님으로

아무리 둘러 봐도 망망한 바다 같은 고원에서

한 그루 소나무로 서서

길손들 이정표 되어

다시는 영영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혹은

룽다로 가부좌 틀고

신을 부르는 깃발 다르초와 말벗 되어

오고가는 사람들 말리며

손 흔들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바람에 젖으면

함께 젖어 웅얼거리다

바람이 훠이훠이 목 놓아 우는 날은

어우러지며 춤추며 하늘로 올라 마침내

히말라야 성전의 정수리에서

만년설로 자취 없이 사라지고야 마는

눈으로

 

또는

바람으로

황사 바람 부는 봄에는

성지 순례하는 고행자처럼 실크로드 지나

히말라야로 떠나봐야겠다

기어이 쉬지 않는 바람같이

 

 

*도움말

룽다 : 히말라야에 가면 돌무덤 옆에 세로로 길게 세운 깃발. 경전이 새겨져 있다.

다르초 : 돌무덤 옆에 만국기처럼 네모진 깃발이 많이 서있다. 역시 경전이 새겨져 있다.

 

2015. 7. 9.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