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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청계산 이수봉(詩山會 제262회 산행)

 

청계산 이수봉(詩山會 제262회 산행)

산 : 청계산(638미터)

코스 : 원터골-이수봉(이수봉에서 하산 여부 결정)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5/06/14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모임장소 : 원터골 청계산 입구 느티나무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 300m)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위윤환(010-6230-318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산행기

詩山會 제261회 수락산 산행기 / 임삼환

집합일시 및 장소 : 2015년 5월 31일(일) 수락산역 3번 출구

참석자 : 김정남,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임용복, 임삼환, 조문형, 한양기. 이상 8명(가나다순)

산행코스 : 수락산역 → 만남의 광장 → 천상병 산길 → 세 갈래길에서 오른쪽 급경사길 → 귀임봉(285m) → 수락산 터널 위 → 구암약수터 표지판 옆길 → 학림사 갈림길 →용굴암 → 기둥바위 → 쉼터삼거리점 → 물개바위 →벽운동 계곡 → 염불사 → 시립양노원 →

수락산 입구 교차로

동반시 : 우체통에게 / 조수옥 (1958 ~ )

뒤풀이 : 동해 세꼬시

 

오늘은 5월의 마지막 날이자 우리 시산회 산행일이다.

원래는 2, 4주가 정기 산행일이나 5월은 5주가 있고 산에 가기가 좋은 계절이어서 1회를 더하기로 했다.

지난번 산행 때는 마침 어머님 생신이어서 산행에 참석하지 못한 터라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마음이 바쁘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부지런을 떨어 수락산역에 도착하니 위 총장으로 부터 전화가 온다.

3번 출구를 찾으니 부지런한 산우들의 얼굴이 보인다.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데 위 총장이 두 임씨 중에서 오늘 기자를 해야 한단다.

언젠가 한번은 거쳐야 하는 일이지만 막상 오늘 기자를 하려 하니 부담이 된다.

 

오늘은 날이 더워서 인지 참석률이 저조하다.

모두 7명의 산우가 모여 막 출발 하려는데 한양기 산우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1번 출구에 도착했다는 소리에 위 총장이 달음박질을 친다.

모두 8명이 모여 시산회 정예 멤버들만 모였다는 등 자화자찬을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큰길로 접어드니 온통 먹자골목이다. 출발 때부터 뒤풀이 공론이 한창이다. 두부전문점, 홍어삼합, 계절의 진미 보신탕, 모둠 부침개, 닭백숙 등등을 들먹인다.

이제는 순서를 바꾸어 뒤풀이부터 하고 산행을 하자는 얘기에 모두 박수치며 웃는다.

 

들머리쯤 광장마트에 들려 막걸리와 두부김치 그리고 생수 등을 사서 나누어 짊어지고 천운사 옆을 지나 만남의 광장에 들어서니 ‘천상병 산길’이라는 표지목이 서있다.

불우한 정신이상 시인 등을 떠올리는데 김정남 산우가 그래도 명색이 서울 상대에 들어간 사람인데 동베를린간첩단사건에 연루되어 모진 고문에 정신이 온전치 못해 불우한 생을 살았다고 설명해준다. 훗날 박 정권의 조작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얼핏 기억에 인사동 무슨 찻집하고도 연관이 있었던 것 같다. 맞다. 인사동에 그 분의 시 이름을 딴 ‘귀천(歸天)’이라는 전통찻집이 두 곳 있었는데 큰길에는 그 시인의 부인이, 한 곳은 우리들 옛 사랑방 ‘해인(亥寅)’ 옆에 조카가 하는 집이 있었는데 부인이 최근에 돌아가신 것으로 기억한다. 마침 그의 시 ‘귀천’이 보인다.

 

귀천/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물이 폭포를 이루어 떨어진다고 해서 수락산이라고 했다는데 계곡이 모두 말라 물이 없다.

정말 심각한 가뭄인가 보다.

이름 없는 세 갈래 길에서 맨 오른쪽으로 접어드니 갑자기 경사가 심해진다.

숨이 가빠지고 목뒤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멀리서 도솔봉인지 수락산 정상인지 높은 봉우리가 눈에 띈다.

왼쪽으로는 상계동 아파트단지가 새로운 지평선을 이룬 채 오밀 조밀하게 보인다.

가분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다보니 귀임봉(해발 285m) 표지판이 보인다.

들머리 입구 쪽의 고도가 50~60m 였으니 상당히 높이 올라온 셈이다.

여기서 부터는 조금 경사가 완만하여 걸을 만하다.

그러나 학림사 갈림길을 지나고부터 경사가 또 빨라진다.

 

모두들 덥고 힘이 드는지 쉬는 횟수가 늘어난다.

갑자기 임용복 산우가 오늘 산행은 12시 반까지 하고 내려가기로 했으니 쉬엄쉬엄 가자고 한다.

산행 시작 때는 오늘 목표가 수락산 정상이니 최소한 도솔봉이니 하더니 …

학림사 갈림길을 지나서 계속 경사길을 올라가다 보니 용굴암 암자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막바지 고비에 왔나보다. 모두들 숨이 턱에 차오른다.

 

고개를 막 돌아서니 아이스케이크를 파는 아저씨가 폼을 잡고 서있다.

모두들 반가운 표정이나 감히 먹자고 나서질 않는데 김정남 산우가 위 총장을 부른다.

아이스케이크 한 개에 1,500원이라고 써 붙인 걸 보고 조문형 전 회장이 흥정을 시작한다.

우리일행이 모두 8명이니 만원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접근하자 이 아저씨 순순히 그렇게 하잔다.

비비빅, 메론바. 수박바, 쮸쮸바 등 구미에 맞게 하나씩 해치우고 출발하려는데 누군가가 아직도 먹고 있으면서 하는 말, 역시 아이스케이크는 베어 먹지 말고 빨아 먹어야 제 맛이란다.

 

수락산 정상(고도 638m)이나 도솔봉(540m)에는 못 미치지만 458m에 도달하니 벌써 12시가 한참 지났다.

수락산은 험한 산인지라 밥 먹을 장소 찾는 게 만만치가 않다.

괜찮다 싶으면 벌써 선임 객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 방 빼라고 할 수도 없고, 다행히 어렵게 한 자리 잡았으나 경사지고 좁아 마땅치가 않다.

매트 깔고 진수성찬들이 속속 선을 뵌다.

문형표 홍어무침, 양기표 묵은 김치, 정남표 한과 등 고정 메뉴가 있고 유부초밥, 김밥, 부침개 등이 푸짐하다.

먼저 기자인 내가 산행시를 낭송한다.

 

우체통에게 - 조수옥

기다림의 내부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대 몸속에 아직 차오르지 않는

꽃대의 빈 속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바람의 쓸쓸한

안부를 빈 가슴으로 적셔보는 일입니다.

 

무수한 날이 별똥별처럼 떨어질 때

아직 봉인되지 않는 입술은 부르터

바람인 듯 쉬 닫히지 않습니다.

 

직립의 사무침이 한 곳에서

기다림으로 붉게 꽃피울 수 있는 것은

깜깜함이 온통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그대를 들여다보고 있나요

마음의 모퉁이를 서성이던 날들이

발신음으로 떨고 있지는 않나요

 

기다림은 비어있는 자리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비워놓은 그대 손길입니다.

 

 

맛있는 안주에 막걸리가 한 순배 돌아가자 위 총장이 안건을 제시한다.

올해 해외 산행 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얼마 전 울릉도 산행이 무산되고 나서 마음이 무거운 모양이다.

회원 반응이 별로인데 시산회와는 별도로 끼리끼리 번개 모임 식으로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작년 말 결산 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임의로 변경해서는 안 되며, 몇 가지 안건을 제시한 후 회원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고 최대한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자는 안에 따라

①중국 서안 화산트레킹(5박6일) ②노산(중국 청도) ③일본 다이센(3박4일) 등의 안건이 제시되었다.

위 총장이 자세한 내역을 정리하여 다음 기회에 보기로 하였다.

 

배불리 먹고 마시고 이제는 하산길이다.

하산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쓰레기 치우는 일이다.

위 총장이 하던 대로 소라밀치기를 하려고 하니 한양기 산우가 당번을 하겠다고 자진해서 나선다.

쓰레기 챙겨 배낭에 넣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교양이 넘쳐 보인다.

 

등산로가 아닌 잊혀버린 옛길을 따라 하산하다 보니 커다란 기둥바위가 보인다.

높이는 약 2.5m, 좌우 약 3~4m되는 큰 바위를 발견하고 모두 올라가 앉았다.

옛날 산적들이 모의하는 것 같아 모두 정신없이 떠들어 댄다.

신원우 산우의 근황을 궁금해 하고 걱정하는 산우들이 많다.

우리 모두 늙어 갈수록 정신 건강에도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기둥 바위에서 내려와 조금 걷다가 사고가 났다.

우리의 교양 표본인 한양기 산우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무릎을 긁힌 것 외에는 큰 부상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공군 출신 조문형 전 회장이 비상약 케이스를 열고 소독약과 연고를 바른 뒤 붕대를 감고

마무리까지 하는 것을 보면 많이 해본 솜씨이다.

현역 때 의무병이었을까?

 

수락산 사거리로 하산을 한 바람에 먹자골목까지는 한참을 걸어야한다.

올라갈 때부터 챙기던 뒤풀이 시간이 되었으나 어디로 갈지가 문제다.

가다보니 세꼬시집 간판이 보인다.

모두 OK! 우럭 세꼬시에 막걸리가 제 맛이다.

임용복 산우가 급한 일로 먼저 떠났고 매운탕까지 잘 먹고 나서니 벌써 해가 서산을 넘어간다.

다리도 아프고 힘들지만 오늘 하루 즐거웠네!

좋은 날들 되시게!

 

임삼환 씀

 

 

2.산행지

재경 동창회 산악회에서 주관하는 산행이었는데 메르스 때문에 하절기 산행을 취소하고 가을에 먼거리 산행을 하기로 했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는 그 결정과 관계 없이 산행을 하니 차질 없기 바란다. 교통사고로 하루에 20명이 죽는다니 그것도 피해가는데 메르스가 내 순서까지 오겠는가. 건강한 사람은 이겨내고 공기 전염 사례가 없다니 산행에 관계 없다는 게 집행부의 의견이다. 돌아가는 세상의 꼴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친구들 만나서 호연지기를 내뿜는 게 나쁘지 않을 것이다.

 

3.동반시

요즘의 내 심정과 같다. 도서관에서 침묵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시간이 1년 10개월에 접어들었다. 도서관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공간으로 역할을 하지만 요즘에는 침묵의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임에 틀림 없다. 지식의 흡입은 자연스럽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행복이다. 김일화 친구가 단체 카톡방에 보내온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과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의 작가 박완서 선생의 글은 오래 전에 산우들에게 보낸 적이 있으니, 기억하면 나이 드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에 적극 공감한다. 보낸 세월이 만만치 않게 치열했던 내 생도 더도덜도 말고 요즘의 이 만큼만 하고 지나가면 좋겠다. 그러니 늦복 터졌다고 생각하고 산다. 여러 도서관을 돌아다녔으나 내게 맞는 도서관은 여기뿐이라고 여기고 둥지를 틀었으니 즐거운 일이고, 집에서는 떨어졌으나 시내의 중심에 있으니 사람들 만나기 편하고, 시 창작 교실에서 문우들과 철학의 즐거움을 강의를 통해 나누면서 어려운 시를 배우고 쓰므로 산우들과는 쉬운 시로 함께 노래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역시 '침묵은 금'이다.

 

그리운 말 한마디/유안진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나고 살고 싶다

 

2015. 6. 12.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