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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63회 산행)

관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63회 산행)

산 : 관악산

코스 : 사당역-마당바위-서울대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5. 6. 28 (일) 오전 10시 30분
모임장소 : 사당역 4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위윤환(010-6230-318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앞머리 시

 

 

히말라야에 가고 싶다. 성지 순례 / 도봉별곡

 

 

비 그쳐 바람 불던 오후

 

구도(求道)가 비처럼 하릴없이 내리면 문득

 

히말라야에 가고 싶어졌다

 

 

 

가서

 

투명한 하늘 떠도는 바람의

 

손님으로

 

아무리 둘러 봐도 망망한 바다 같은 고원에서

 

한 그루 소나무로 서서

 

길손들 이정표 되어

 

다시는 영영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혹은

 

룽다로 가부좌 틀고

 

신을 부르는 깃발 다르초와 말벗 되어

 

오고가는 사람들 말리며

 

손 흔들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바람에 젖으면

 

함께 젖어 웅얼거리다

 

바람이 훠이훠이 목 놓아 우는 날은

 

어우러지며 춤추며 하늘로 올라 마침내

 

히말라야 성전의 정수리에서

 

만년설로 자취 없이 사라지고야 마는

 

눈으로

 

 

 

또는

 

바람으로

 

황사 바람 부는 봄에는

 

성지 순례하는 고행자처럼 실크로드 지나

 

히말라야로 떠나봐야겠다

 

기어이 쉬지 않는 바람같이

 

 

 

-시 창작 교실에서 주어진 시제 여름과 얼음에 맞춰 제발표했던 시다. 일주일에 한 번 제출하는 과제물이다. 거

 

창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으나 구도시처럼 흘러갔으니 무엇인가 홀린 기분이 들었다. 발표자 다섯 문우 중 마

 

지막에 마지 못해 내놓았다. 그런데 시평이 없다. 그들도 내 마음 같아 수행자처럼조용히 살고 싶은 공감이 있

 

었던 거다. 같은 심정인데 조그만 실수는 넘어가자는 것이 이해가 됐다. 선생님이 두 가지를 지적했으나 나는

 

이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스무 번도 넘게 고쳤는데 그 부분이 지적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다듬었으니 이

 

대로 갔다. 후기 발표의 순간, "나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므로 바람으로라도 내가 꿈꾸는 땅, 히말라야로 가고

 

싶다. 현생에서는 더 이상의 인연은 만들고 싶지 않다. 나이 들어 버릴 것만 있어 이렇게 좋은데 무엇을 더 욕심

 

을 내겠느냐고 생각한다. 이제는 돈도 명예도 사랑도 더는 욕심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의지대로 결행하면 현

 

실은 나를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 그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실망을 주는 짓을 하는 것이며, 적어

 

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하여 자비의 심정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세상은

 

내 맘대로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어이하랴." 잠시 후 터진 박수는 그냥 통과의례이니 신경 쓸

 

일 아니고, 뒤풀이 시간에는 유행가 가사처럼 얘기한다며 웃었다. 두 달 전부터 새벽에 일어나면 명상의 시간

 

을 갖는데 처음에는 30분도 버티기 어려웠는데 요즘 1시간은 쉽게 넘긴다. 침묵의 명상은 일단 현실의 나와 무

 

의식의 내가 만나는 순간이 된다. 혹은 가아와 진아가 만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사정상 산 속으로 들어가 수

 

행하는 게 어렵지만 저잣거리에서 하는 수행도 나쁘지 않겠다. 명상의 종류는 많다. 주제에 따라 철학, 생활, 사

 

업, 행복, 자비, 반성, 겸손, 포기, 운명, 건강 등이 있다. 호흡에 따라 또는 신체의 자세에 따라 분류할 수 있겠

 

다. 명상은 앎과 삶의 간격을 좁혀주며 지식을 지혜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니 열심히 해 볼 생각이

 

다.

 

 

 

 

2.청계산 산행기

詩山會 제262 회 청계산(매봉) 산행기 / 정동준

▣ 일시 / 집결 : 2015년 6월 14일 (일) / 청계산입구역 (원터골) 정자나무

▣ 참석자 : 11 명 (정한, 경식, 삼환, 윤환, 문형, 영훈, 형채, 양기, 양주, 종화, 동준)

▣ 산행코스 : 원터골 → 길마재 정자 → 헬기장 → 돌문바위 → 매바위 → 매봉

→ 헬기장 → 옛골

▣ 동반시 : 그리운 말 한마디 / 유안진

▣ 뒤풀이 : 방이해장국 (골뱅이, 수육, 해장국, 생맥주, 막걸리)

 

청계산의 높이는 해발고도 618미터로,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경기도의 성남시와 과천시 그리고 의왕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청계산은 남북으로 길게 능선이 이어지는데 주봉인 망경대(618미터)를 비롯하여 옥녀봉, 매봉, 석기봉, 이수봉, 국사봉 등 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다양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계곡이 맑다고 해서 붙여진 청계산은 흙산이라서, 바위산인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과는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능선이나 계곡 산행 길에 바위나 돌이 거의 없어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라면 무릎에 무리 없이 걷기에 아주 좋아 보인다. 원터에서 계곡과 능선을 따라 가다보니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같은 참나무 종류가 주류를 이루고, 물푸레나무, 물오리나무 등 잎 넓은 나무들로 한결 신록을 만끽할 수 있다. 허옇게 드러낸 바위가 없으니 온 산이 나무로 덮여있는 신록의 산이다. 나무들도 조금씩 휘어져 전나무나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등 곧게 자라는 나무들보다 정감이 있다.

 

새벽 비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오늘 산행을 걱정했는데, 우리 시산회는 하느님, 부처님도 도움을 주시는지 날씨는 화창하고 땀 빼고, 다이어트 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 되어 버렸다.

 

메르스 공포로 각종 모임이 연기되고 있다고 하는데 오늘 시산회 참석인원 11명. 우리 회원들은 매사에 자신만만한 건아들이라고 치부한다.

 

뙤약볕을 받으며 장쾌한 능선길을 걸으며 발을 옮길 때마다 뚝뚝 떨어지는 땀의 의미를 느끼는 것이 여름산행의 묘미라는 기대감을 갖고 출발한다.

 

시산회 가입 1년이 되어 가는데 체력도 많이 좋아지고, 당뇨수치도 조금은 호전되어 등산이 나의 마지막 동반자라는 다짐과 함께, 그냥 산이 좋아서 산에 가는 기분을 간직하고 출발했지만 힘이 많이 들었던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원터골에서 등산객이 적은 천개사 옆을 지나 정자까지 가는데, 등반대장인 위 총장이 아주 무난한 코스라 하여 모두들 쉽게 보았으나 오르막길의 연속이고, 바람도 전혀 없고, 약간 습한 날씨에 땀이 온몸을 적셔 오늘의 기자는 기진맥진하여 중간에 휴식을 반복하였다. 기자의 지친모습에 동반휴식에 참가해 준 산우들 영훈, 정환, 종화가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사람들!

 

겨우 정자에 도착하여, 우회코스를 택하여 헬기장에 도착, 헬기장에서 매봉까지 600미터, 15분이라는 이정표를 보고는 남아 있는 힘을 보태본다.

 

돌문바위도 한 바퀴 돌고 오늘은 스님이 보이지 않는다. 바위 앞에 보시함을 놓고 목탁을 두드리면서 주인행세를 했는데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일까. 두 개의 바위가 천연의 삼각형 돌문을 만들어 놓았는데, 한 바퀴 돌면 소원성취 한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는 바위다. 기자도 최근 우울해 하는 큰아이를 위해 한 바퀴 돌아보고 온 적이 있다.

 

매바위 바로 아래 오른쪽으로 청계산 추모비가 있는데, 1982년 6월에 군작전중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53명의 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추모비라고 한다. 공군출신인 정환 산우의 수송기 해설과 함께 그때 상황을 상상해 보면서 먼저 간 젊은이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어본다. 이곳에 오면 시작하는 정환 산우의 단골 해설이 질리지 않는다. 그의 기억이 가슴 아프게 심장에 낙인처럼 찍혀있는가 보다.

 

매봉에서 컵라면 냄새를 뒤로 하고 매바위 아래 능선에 점심을 차렸다. 매번 별미를 가져오는 산우들은 집에서도 인기가 많은가 보다.

* 영훈/매실주스와 흑마늘

* 정환/오미자차와 커피

* 문형/홍어회

* 양기/묵은 김치

* 삼환/죽순

* 경식/족발

* 종화/초밥

* 형채/떡

* 양주/초밥

* 윤환/막걸리 9병

 

산해진미를 앞에 차려두고 시 낭송의 시간이다. 전에는 시장기라는 성찬이 더해져 군침이 돌아 참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군침이 돌아 시 낭송을 하기에 도움이 된다. 세상사 새옹지마고, 일체유심조라, 마음이 내 세상을 만든다 했으니 시낭송 후에는 밥맛이 더 좋다. 정남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역시 '침묵은 금이다'. 명상까지 곁들이면 더 좋은 일.

 

그리운 말 한마디/유안진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나고 살고 싶다

 

막걸리를 곁들여 성찬으로 배를 채우니 함포고복의 상태가 되어, 위 총장이 기자를 하산길 향도로 정해 주면서 50분 하산코스를 2시간으로 늘려서 가자는데, 시간을 늦추느라 휴식타임을 2번, 그리고 양반처럼 천천히 하산하여 해장국집에 신발을 벗었다.

 

언제나 대동소이하지만 이야기 주제는 다음 산행, 맛있는 음식, 건강비법, 약간 살을 붙인 여성관 등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도움이 되는 말씀들이다.

 

오늘 하루도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새삼 느끼고 와이프의 술 냄새 타령이 마음에 걸리지만, 다음 산행을 기약해 본다. 좋은 산과 시, 산우들이 있어 좋았던 날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좋은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무슨 일을 하든, 그리고 어디에 있든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대는 행복할 것이다. 비록 강제 수용소에 갇혀 있었

 

지만, 수행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고통을 겪지 않은 친구들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사실 그들은

 

그 기간 동안 자신들의 영적인 삶 속에서 더욱 성장했고, 그래서 나는 그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틱낫한의《어디에 있든 자유로우라》중에서 -

 

정동준 올림

 

 

3.다음 산행지

예정은 정조의 융건릉을 가기로 했는데 추천한 남기인 산우가 너무 더운 철이라 시원해진 가을쯤에 오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내와 집행부에서는 관악산으로 변경했다. 위 총장은 사당에서 올라 마당바위 근처에서 서울대 공학관으로 내려오거나, 거기 못 미쳐 호암교수회관으로 내려오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듯 하나 산우들이 결정할 사항이다. 맛있는 뒤풀이를 하자고 했으니 기대하고 많이 모이자.

 

 

4.동반시

산에 오르면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철의 중심에 있다. 부드러운 사랑의 시를 동반하려 했으나 현재 찾기 힘들다. 아! 우리 아버지들 돌아가셨을 때, 그랬다. 고복(皐復)의 절차였다. 흰옷을 흔들며 돌아가신 혼이 더 멀리 가기 전에 "복, 복, 복"하고 혼을 불러 다시 육체와 합쳐서 다시 살아나시기를 바라는 절차였으니, 얼마나 애석하고 아쉬웠으면 그랬을까. 찔레꽃 필 무렵이 되면 다정다감하셨던 아버지가 생각나니, 장사익의 애잔한 노래 '찔레꽃'이 귀에 어른거린다.

 

찔레꽃 그늘에서 / 이세진

 

처음에는

찔레꽃이 우는 줄 알았다

신발이 나를 끌고

찔레꽃 가까이 다가갈 때

찔레꽃이 아니라 한 마리 산새가 숨어 울고 날아간다

왜 산새가 울고 가는지 의구심이 생겨

출렁거리는 찔레나무 아래 퍼질러 앉았다

코끝 싸하게 파고드는 찔레꽃 향기에

그만 꽃 멀미 앓이를 하는데

봄바람 불 때 찔레나무가 흰 꽃잎 하나 허공에 던진다

먼 날 아버지의 흰 두루마기를

어느 사람이 지붕 위로 던질 때처럼

꽃잎처럼 참았던

내 눈물 한 방울 뚝 발등 찍는다

 

2015. 6. 25.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