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북한산 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詩山會 제268회 산행)

 

북한산 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詩山會 제268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진관생태다리 앞-구름정원길-북한산생태공원 상단(불광역에서 전어로 뒤풀이 예정)

소요시간 : 3시간 반

일시 : 2015. 9. 6. (일) 오전 10시 30분
모임장소 : 3 · 6호선 연신내역 3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위윤환(010-6230-318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계절을 느끼는 시

 

처서 / 정끝별

 

모래내 천변 오동가지에

맞댄 두 꽁무니를
포갠 두 날개로 가리고
사랑을 나누는 저녁 매미

단 하루
단 한사람
단 한번의 인생을 용서하며
제 노래에 제 귀가 타들어 가며

벗은 옷자락을 걸어놓은
팔월도 저문 그믐

멀리 북북서진의 천둥소리

 

 

 

더위가 꺾인다는 처서가 지나면 풀도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생명 가진 것들은 그 사랑을 완결시키고 서늘한 낙과의 시간을 예비해야 한다. 짧은 태양 아래 단 한 번의 사랑을 만드는 매미! 모래내 천변 오동가지라는 구체성이 실감을 준다.
언젠가 시인은 봄날 모란꽃에 꽁지를 박고 하늘 한 귀퉁이를 끌어당기는 직박구리의 구도를 노래한 적도 있다. 목련 건너 세 그루 건너 흐벅진 배꽃더미의 무아(無我)로 가는 구도를 통해 간결하지만 깊고 오묘한 단 한 번의 인생과 옷자락을 노래한 시였다. 맞댄 두 꽁무니를 날개로 가린 「처서」 속으로 이번에는 북북서진의 천둥소리가 들려와 시적 긴장을 보태준다.

-시평<문학집매원 문정희>

 

 

2.산행기

제267회 詩山會 법화산 산행기

일시 : 2015년 9월 23일

모인 장소 : 분당선 구성역

참가자 : 김정남, 이경식, 박형채, 한양기, 나양주, 정한, 고갑무, 김종화, 위윤환, 정해황, 한천옥, 조문형, 남기인, (이상 13명 산행 참가), 정동준(뒤풀이 참석)

 

화성으로 이주하여 생활한지도 어언 8년이 되어간다.

 

이곳은 좀 과장하면 매달 네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정도로 도로가 자주 바뀌는데 그런 신설도로를 잘 알면 수도권 정체구역을 멋지게 우회할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진다.

 

휴가철이나 명절 때 경부고속도로나 서해안고속도로가 정체될 때는 용인-서울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동탄 근처에서 북오산IC를 통하여 평택까지 연결되는데 그 이후는 다시 경부나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다.

 

이 길은 지금껏 한 번도 정체된 적이 없는 도로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분당선 구성역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내가 북한산 가기가 어렵듯이 이곳 남쪽까지 이동해야 하는 도봉구쪽 산우들은 좀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릴듯하다. 아무튼 위 총장의 배려로 나는 거의 30분 만에 구성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벌써 부지런한 주말농장 농부 이경식과 박형채 산우는 이미 도착해있다.

 

일부 서쪽에서 오는 산우들은 수원역을 지나오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모양이다.

 

용인지역을 한때 난개발 지역으로 폄하하는 때가 있었는데 오히려 자연환경과 주택이 잘 조화를 이루어 전원주택지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등산로는 주택가 뒤를 지나 산책로로 이어지는데 경찰대학을 끼고 오르도록 되어있고, 특히 말끔하게 정리된 골프장을 바라보며 완만한 그늘길을 걷는 여유는 어느 둘레길에 못지않은 훌륭한 산책로였다고 생각된다.

 

특히 오랜만에 만나는 정다운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흘리는 땀은 행복감 최고를 느끼게 해준다.

 

도착하자마자 위 총장이 반가운 인사를 전할 때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오늘의 기자란다.

 

워낙 글재주가 없고 공문 작성만 주로 하다 보니 감성도 없고 차진 맛이 없어 읽는 산우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상을 오르는 동안 사이사이 자주 쉴 수 있고 시간여유가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힐링의 산행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다행스런 것은 이 정도는 산행으로 생각하지 않을 임삼환 회장이 불참하여 산행 열등생인 나에게는 천천히 쉬어가는 이번 코스에 더욱 만족하였다.

 

동반시 낭송은 기자에게 주어진 특권인데 특히 박남수 시인의 ‘새’ 중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의 부분이 좋았다. 그렇다 우리는 하면서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어 느끼는 회한이다.

 

이번에는 점심 후에 잠깐 눈을 붙이는 시간도 주어져서 식후 포만감과 함께 잠깐 동안의 오침 시간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하였다.

 

정동준 산우가 산행은 참석하지 못하고 직접 뒤풀이 장소로 오겠다고 하여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다. 법화산 정상에 누워 바라본 하늘이 더욱 아름답다.

 

산행 중 불교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정남이가 법화(法華)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대승불교에서 나오는 이야기란다. 더 이상은 워낙 지식이 일천하여 자세한 설명을 옮기지 못함을 용서 하시고 추후 정남 거사에게 직접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좀 더 법화사상을 알고자 인터넷을 검색하여 읽어보았으나 역시 어렵다. 그러나 그중 조금 눈이 뜨이는 곳이 있기에 여기에 붙여넣기 하였다.

 

“대승불교운동은 자기만을 위한 독선에서 벗어나 민중에게 불교를 개방하고, 보다 자유롭게 사상을 해석하면서, 서서히 일반 민중의 구제, 즉 이타행(利他行)을 강조하게 된다. 대승불교의 개방성은 불교의 궁극목적인 해탈·열반·붓다관에 극명하게 표출된다.

 

초기불교시대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열반의 개현은, 대승불교로 계승되어 모든 중생의 성불을 주장하게 된다. 이런 주장의 주체는 출가·재가를 가리지 않는 佛敎를 숭배하는 그룹과 보살들이었다. 보살들의 사명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죄 짓지 않고 살면서 행복해지는 때가 올 때까지 열반에 들지 않고 윤회를 거듭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장보살은 지옥에 간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은 지옥에서 환생하는 윤회를 거듭하겠다는 것이니 보살 정신의 극치이다. 관세음보살은 현 세상에서 계속 윤회하면서 같은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것이고.

 

이들은 붓다란 현재 석가모니불만이 아니라 과거 미래에도 부처님이 계시고 공간적으로도 사방. 팔방. 시방에도 계시다고 보았다.

 

이제 부처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되고, 그리고 불성은 세상의 모든 것에 있으며, 성불은 특정계층 인종이 아닌 모든 성별을 초월한 중생에게 개방되었다. 온 세상을 법, 즉 진리로 향기를 내는 꽃을 피우겠다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줄인 말인 법화경은 이런 경향의 대표적인 경전이라 할 수 있다.“

 

법화산 등산이 덤으로 안겨준 소득이란 생각이 든다. 정남 거사가 이인 한의원장을 선생으로 모시고 단식 명상을 하고 왔다는데 명상과 강의, 단식으로 이어진 일주일 간의 생활 중 묵언 침묵이 더 말할 나위 없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본래 업은 신(身)·구(口)·의(意) 3업이 있는데 그 중 나쁜 업(業)의 95%는 입에서 나오는 잘못이라 한다. 2,500년 전부터 말을 아끼고 조심하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었다. 가까운 주변에 입으로 고통을 주고 받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마지막 7일째는 세상으로 나오지 않고 싶었다니 이유가 몹시 궁금하다. 기회가 되면 지면으로 소개바란다.

 

이제 가을과 겨울이 멀지 않은듯하다. 비지땀 흘린 법화산 처서 산행 후 3일이 지났는데 벌써 가을이 느껴진다.

시산 회원 모두의 건승을 빈다.

 

2015년 8월 마지막 수요일 남 기 인

 

 

3.오르는 산

대모-구룡산으로 정했다가 쉬운 길 중 북한산 코스로 변경해서 북한산-도봉산 둘레길을 완주한 이재웅 산우에게 급히 도움을 청했다. 수없이 다닌 코스지만 북한산 독바위역 부근 코스는 눈 어둡고 말 더듬는 사람처럼 항상 어눌해진다. 이경식 산우가 잘 알지만 둘레길은 이재웅 산우가 완주를 했으므로 리더 역할까지 부탁했다. 거의 평지로서 쉬운 코스이니 많은 참석 바란다. 가다가 힘 들면 쉬어가던가 내려오면 되고. 불광역으로 내려와서, 전어철이니 전어를 실컷 먹으면 피와 살로 변해 가을 한 철 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4.동반시

동반시 선정이 점점 어려워지지만, 시 쓰기와 철학 강의 등 한 달에 열두 번의 작업을 해야 하나 즐거운 작업 중 하나다. 즐거운 업(業)이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면 되는 것. 시 창작 교실 4기 문집이 나왔다. 도서관 측에서 문집을 발간해주는데 1인 1권의 제한이 있어 나눠주지 못하며, 시인 선생은 문단에 등단하거나 신춘문예 등에 공모할 경우 발표된 시는 당선되더라도 취소될 수 있다며 그때까지 공개하지 말 것을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다. 상금이 만만치 않으니 그것도 아깝겠다. 이번에 올린 18편을 포함해서 1기 10편, 2기 10편 3기 15편 총 53편의 시를 썼으며, 시인 선생의 심사(?)를 거쳐 문집에 올려졌다. 시집을 낼 분량은 되나 아직은 무르익지 않았으므로 후일을 기약한다. 함께 올려진 그 시들도 문우들의 동의를 받아 동반할 예정이다. 나의 시작 후기를 올린다.

 

4기 시 창작 교실 후기

굳이 버리고 갈 것 만 남아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노작가들의 말에 동감하며 새로운 인연을 쌓는 것이 내키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이진 선생님에게 처음 시를 배우면서 시에 대해 작정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이루어질 때, 참으로 즐거워진다는 생각은 법열(法悅)에 다름 아니었다. 만나야 할 것들은 만나져야 하는 법인지라 시가 내게로 왔다. 서로 다가갔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시간과 공간적으로 만나야 할 인연이었다. 나에게 불교는 아무리 봐도 결코 종교가 아닌 철학이며 붓다는 훌륭한 인격자로서 존경의 대상일 뿐, 불교는 종교와 철학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에 충실해왔다. 시는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다리 같다고 함에 적극 동의하는 입장에 서있다. 나아가 종교와 과학이 은밀하게 내통하면 세상에 끔찍한 결과가 올 수 있음을 아는 철학은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게 하는 완충과 분리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견강부회(牽强附會)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시와 철학과 불교는 같은 길을 가는 평화로운 동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중용 또는 중도의 길을 걷는 자는 일단 남에게 큰 피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재물과 육체와 감정이 일으키는 욕심에 대한 허상을 보고 알아버린 다음에야 가야 할 궁극의 목표가 만들어졌다. 돈이 되지 않으나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시다. 그래서 나는 시인의 길을 가고자 한다. 붓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 즉 모든 현상과 물체에는 실체가 없으니 제발 자신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아상(我相)을 버리라며 말씀 곳곳에서 자비의 지뢰를 터트린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자기중심주의의 지하감옥에 갇혀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 자들을 안타까워했다. 그것이 인간의 실상이기에 그는 인간에게 지성의 주입을 철학을 통하여 해결하려 했다. 다만 좋은 결과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인간이란 그만큼 어렵고 까다로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연금술사는 납과 수은 등으로 금을 만들려는 허황한 꿈을 꾸었지만 언어의 연금술사인 시인에게는 대체로 소설의 허구성이 가까이 가지 않고 피한다. 시인에게는 고결한 마음이 깃들기 되기 때문이다. 하여 우리 모두 고결한 연금술사가 되어 보지 않겠는가. 모든 인연이란 때가 되면 무르익는다. 그때가 올 때까지 부지런히 갈고 닦겠다. 지금 시 문단은 산문시와 자유시가 혼재하는 경향이 있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니 나도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을 저어하는 나에게 4기 문우들을 만나 함께 시 공부를 함에 회한과 아쉬움이 없었겠습니까! 나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혹여 나의 시평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문우가 있다면 부디 마음을 푸시기 바랍니다. 차기에는 친절한 선배(?)로서 조심해서 행동할 것을 약속합니다. 차기에도 문우들 모두 이진 선생님과 함께 공부할 수 있기 바랍니다.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열심히 강의해주시는 선생님에게 무량한 감사를 드립니다.

2015. 8. 13. 도봉별곡 올림

 

시베리아라는 시어는 호랑이와 횡단열차와 함께 달려온다.
자본론을 읽고 있는 유리창에 추운 입김이 서리고, 이념의 가죽 군화 소리가 저 멀리서 메아리처럼 들려올 것 같은 시베리아. 가장 단단한 영혼과 가장 순결한 바람소리로 소스라치게 잠든 의식을 깨우고야 말 것 같은 시베리아! 광활한 대지와 그 대지가 품은 보랏빛 이념들을 떠올려본다.
유형지를 따라 나선 맨발의 엉겅퀴와 양귀비! 들꽃이지만 지독한 사랑과 파멸을 동시에 품은 것 같아 슬며시 두려워지는 들꽃들이다.

-시평<문학집배원 문정희>

 

 

시베리아의 들꽃 / 송종찬

 

누가 내게 사랑을 물어 온다면
시베리아로 달려가 반란처럼 피어난
보랏빛 엉겅퀴 한 송이 보여주리

벌판에 십 개월 동안 눈이 쌓이고
자작나무 숲에 안개가 덮여도
원색의 야생화는 피어난다

유형의 길 떠나던 임을 따르다
눈밭에 나뒹굴던 여인처럼
길가에 맨발로 피어난 양귀비

여름은 짧고 길은 어두어도
그대에게 가야 만 하는 먼 길
사랑은 들꽃처럼 붉어지고

누가 내게 사랑을 물어온다면
그냥 시베리아로 달려가
엉겅퀴 한 송이 가슴에 물들여주리

 

2015. 9. 3. 약수동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도움쇠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