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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대모-구룡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69회 산행)

대모-구룡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69회 산행)

산 : 대모-구룡산

코스 : 양재동-대모산-구룡산-수서역

소요시간 : 3시간 반

일시 : 2015. 9. 20. (일) 오전 10시 30분
모임장소 : 전철 3호선, 신분당선 양재역 9번 출구에서 140, 407, 440, 462, 470, 471, 4432 타고

양재동 하나로 · 코트라 정류장에서 하차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위윤환(010-6230-318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계절을 느끼는 시

 

미쳤다고 부쳐주나 / 이종문(1955~ )

그 옛날 내 친구를 미치도록 짝사랑한 나의 짝사랑이 배 두 상자 보내왔네

그 속에 사연 한 장도 같이 넣어 보내왔네

화들짝 뜯어보니 이것 참 기가 차네

종문아 미안치만 내 보냈단 말은 말고 알 굵은 배 한 상자는 친구에게 부쳐줄래

우와 이거 정말 도분 나 못 살겠네

에라이 연놈들의 볼기라도 치고픈데 알 굵은 배 한 상자를 미쳤다고 부쳐주나

여기 짝사랑 둘과 배 두 상자로 엮은 이야기가 있다. 이 사랑은 심각하지 않다. 이미 흘러간 시절의 얘기이다. ‘나’는 친구를 짝사랑하는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세월 흘러 여자는 제 짝사랑을 못 잊어 배 한 상자를 몰래 보내고 싶은데, 그 여자를 짝사랑했던 ‘나’는 끝내 배알이 뒤틀린다. 제 짝사랑에게 배 한 상자를 부쳐달라고 부탁하는 여자에게 “우와 이거 정말 도분 나 못 살겠네” 한다. 제 짝사랑을 짓밟은 그 여자에게 복수를 하는데, 그 방식이 참 치사하다. 제 짝사랑에게 부쳐달라는 “알 굵은 배 한 상자”를 중간에서 그냥 꿀꺽해버린다.

-시평<장석주·시인>

나이 들어 버릴 것 많아 좋다고 했으나 이런 아련한 추억은 죽을 때까지 지니고 가야 한다. 재물은 젊고 필요한 사람이 모아야 하며, 우리 나이에는 내놓고 가야 하는 나이가 됐으니 아직도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집착하느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만의 리그이지만 속을 뒤집어 보면 여러 가지의 색깔이 보일 것이다. 다만 밝고 깨끗한 색깔이기를 바란다. 나는 달리 할 일이 없어 편하게 살려 한다. 욕심 버려 당장 아쉬운 게 없으니 시간과 재물, 감정에 매이지 않고 비교적 담담하게 남은 생을 정리하려 한다. 젊을 적에는 산에 대한 욕심이 많았으나 가족 부양에 힘써야 했고, 사업을 하다보니 두발자전거를 탄 사람처럼 내릴 수 없어 계속 달렸다. 다행히 하늘이 나를 도와 거기서 크게 다치지 않고 내리게 해주었으니 천명을 알게 되고, 나이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무리하지 않고 산다. 불교 철학을 공부하면서 그에 따른 단식 명상을 체험하고, 도서관에서는 사업하면서 하지 못한 역사, 철학, 우주물리학 공부를 하다가 운명적으로 시를 만나 창작을 배우면서 철학 강의를 하게 되고, 시 교실의 문우를 통해 옛 선비들의 체육활동인 국궁을 접하며 산다. 당연히 산과 술은 조금 멀어진다고 아쉬울 것도 없으니 이만하면 만족한다. 국궁은 남산 석호정이 지척에 있어 시작했다. 요즘은 건물 수리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다. 지금 95세의 노인이 되었지만 '인생의 절정기는 65세에서 75세'라는 김형석 노철학 교수의 말을 실감한다. 사나이 살림살이 이만하면 부럽지 아니한가! 쑥스럽네만.

남기인 산우가 듣고 싶다던 이인 원장과의 단식 명상 체험은 다음을 기약한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68회 ‘북한산 둘레길(8구간 구름정원길)’ 산행기(전작 씀)

▣ 산행일/집결장소 : 2015. 9. 6(일)/ 지하철 연신내역 3번 출구(10시30분)

▣ 산행코스 : 연신내역 승차-(버스)-기자촌아파트 하차-진관생태다리-기자촌 배수지-정진사-하늘전망대-불광사-북한산생태공원-장미공원-불광역

▣ 참석자 : 13명 (고갑무, 김종화,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전작, 정동준, 최근호, 김일화 및 뒤풀이 김정남, 조문형) ※ 김일화 처음 참석

▣ 동반시 : ‘시베리아의 들꽃’/ 송용찬

▣ 뒤풀이 : 홍합, 낙지찜에 소주, 맥주, 막걸리/ "전복라면 전문집" 불광역 3번, 4번 출구 근처

 

청명한 가을 날씨, 일요일 오전 10시30분.

연신내역 3번 출구에 언제 봐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십여 명의 산우들이 모여 있다. 서로 산행이 엇갈려 오랜만에 본 원무, 근호도 보인다. 늘 반갑고 평생 동행할 좋은 친구들이다. 시산회의 존재도 우리들에게 동문수학하고 공통된 많은 추억과 인연을 만들어준 천하제일 光高의 덕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교에 감사!!!

 

새벽부터 골프중계를 보느라 준비물도 안 챙기고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서야 위 총장님의 "소나기대비 우비 챙기세요."라는 카톡문자를 봤고 지하철 타고 가는 중에 나는 카톡문자로 위 총장님으로부터 ‘기자 임명장’을 받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오늘은 비가 안와서 천만다행이다.

 

멀리서 온 종화가 마지막으로 도착하자 바로 7211번 버스를 타고 기자촌 아파트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재웅이의 안내로 진관생태다리 앞 개구멍 길을 통해 풀이 무성한 숲길을 지나 산행 들머리인 구름정원길 입구에 도착하여 잠시 안내표지판을 본 후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입구에 있는 나무계단을 올라간 후 산행길에 오르막내리막이 있으나 공원 산책길 분위기의 풀숲길이 이어진다. 해발 팔백 미터 이상에서 하체를 단련한 시산회 산우들에게는 평지 같은 느낌이다. 오늘의 기자인 나는 대열의 후미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취재(?)하는 기분으로 동준이가 늦둥이 아들 군입대문제로 갑무와 나누는 얘기를 들으면서 갔다. 요즘에는 군대 가는 것도 육해공 어느 군 어느 병과로 갈지 부모들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한 시간 남짓 올라 간 후 운동기구와 벤치가 있는 곳에서 가져 온 간식거리로 요기를 하면서 잠시 휴식을 했다. 간식을 먹는 중에 선지자적 재능(?)이 있는 재웅이가 "시산회 산행은 언젠가는 <소풍형 산행>으로 변화 할 것이다." 라고 일찍이 예견했다고 설파한다. 요즘 산행을 보면 재웅이의 선견지명 그대로 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한 육십대 후반 정도의 한 분이 자기가 평소 사용하는 운동기구 옆에서 쉬고 있다고 우리에게 바짝 다가와서 비껴달라고 무언의 압력(?)을 한다. 어쩔 수 없이 고약하게(?) 늙어 가는 그분을 멀리하고 다시 산행을 계속했다.

 

한 삼십여 분 더 올라간 후 시낭송과 점심식사를 위해 널찍한 곳에 자리를 펴고 둘러앉았다. 각자 가져온 음식과 막걸리로 한 상 차린다. 오늘은 시산회 산행에 처음 참석한 일화가 어부인이 정성들여 푸짐하게 준비해 준 찰밥, 김밥, 계란말이, 파김치, 배추김치, 오이김치, 깻잎, 팥떡을 땅이 꺼질 정도로 가져와 모처럼 먹산회가 되었다. 시산회가 비회원들에게 먹산회로 알려진 영향이 아닌가 한다.

 

드디어 시낭송 시간, 오늘의 기자인 본인이 낭송을 했다.

 

시베리아의 들꽃 / 송종찬

 

누가 내게 사랑을 물어 온다면

시베리아로 달려가 반란처럼 피어난

보랏빛 엉겅퀴 한 송이 보여주리

 

벌판에 십 개월 동안 눈이 쌓이고

자작나무 숲에 안개가 덮여도

원색의 야생화는 피어난다

 

유형의 길 떠나던 임을 따르다

눈밭에 나뒹굴던 여인처럼

길가에 맨발로 피어난 양귀비

 

여름은 짧고 길은 어두어도

그대에게 가야 만 하는 먼 길

사랑은 들꽃처럼 붉어지고

 

누가 내게 사랑을 물어온다면

그냥 시베리아로 달려가

엉겅퀴 한 송이 가슴에 물들여주리

 

시 낭송이 끝나고 막걸리에 일화가 가져온 산해진미에 각자 가져온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서 입담 좋은 동준이가 다양한 화제로 좌중을 즐겁게 하니 분위기가 살아난다. 그리고 산해진미를 가져온 일화의 시산회 회원 가입자격에 갑론을박이 있었다. 일화 어부인의 정성을 봐서 회원 자격을 주자는 ‘찬성파’와 일화도 시산회 최대 지분을 가진 3학년7반이라 일화 까지 가입하면 반별 지분율 차이가 더욱 심화되니 신중한 검토(?) 후 자격을 주자는 ‘신중파’로 갈렸으나 대체로 찬성파가 우세한 분위기(?)였다. 한 시간 남짓 즐겁게 점심을 먹고 정동준 환경부장관을 다수결(?)로 결정하고 하산 시작.

 

하산 길은 탁 트인 가을 하늘 너머로 은평구와 고양시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불광동 생태공원으로 내려와 경식이가 청춘을 보낸 여성개발원을 지나 오후 3시경 뒤풀이 장소인 불광역 부근 ‘전복라면 전문집’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하고 뒤풀이를 했다. 뒤풀이에는 정남이가 합류하였고 문형이는 집사람이 쓴 시집을 전달하고 안고 온 손녀를 보느라 잠깐 들렸다가 갔다.

 

뒤풀이에서는 홍합, 낙지찜에 취향에 따라 소주, 맥주, 막걸리를 한잔하면서 다음 산행지를 대모산으로 결정하였고 10월 원거리 산행계획을 의논하였으며 위 총장님이 회원의 산행 참석 여부 파악에 애로사항을 점잖게 에둘러 A그룹(자주 참석자)과 B그룹(자주 불참자)의 신고 방법으로 설명한다. 종화는 휴대폰에 저장한 참석 현황을 발표한다. 앞으로 총장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도록 모든 회원은 총장에게 미리 문자로 통보해 주기를 기대한다. 위 총장님의 신혼여행간 아들며느리가 인사하러오는 관계로 조금 일찍 뒤풀이를 마무리하고 해산하였다.

 

시산회 산우들이여! 바다같이 넓은 풍성한 한가위 가을을 맞으세요.

 

2015. 9. 18. 전작 올림

 

3.오르는 산

산에 오르기 좋은 계절이 왔다. 연초 계획은 해외 산행으로 일본 다이센으로 잡았으나 성원 미달로 미수에 그쳐 근교 산행지로 정했다. 산의 우열을 가리지 마라고 했으나 물이 많은 산이 산행하기에는 좋다. 물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나무가 무성해지므로 산행할 때 햇볕을 가려주니 쾌적한 산행이 된다. 만약 물 많고 산세 수려한 도봉산이 서울의 중심에 있다면 사람들로 붐벼 오히려 몸살이 날 것인데, 북쪽에 치우쳐 있어 나로서는 매우 다행스럽다.

 

총산악회에서 가을 산행 안건으로 집행부 모임이 있어 동창회 총장 조문형 산우와 함께 참석했다. 임 회장과 위 총장을 초정했으나 사정상 불참하였다. 정기 가을 산행을 하는데 10월 31일 계룡산 예정이라 해서 우리는 시산회장과 총장, 동창회 총장 등 많은 수가 몰려가 10월 18일과 속리산으로 바꾸려 했으며, 계룡산은 어렵다고 반대하여 속리산으로 변경하는 것은 가능했으나 날짜 변경은 불가능했다. 모교 체육대회가 10월 17일 개최로 확정되어 날짜가 중복되며, 일주일 간격으로 큰 행사를 치루기 어렵다는 총산악회의 입장이다. 속리산 단풍이 10월 24일 절정이라 약간 지난 후에 가야 하는 게 아쉬지만 우리의 뜻대로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더 많은 것이 세상사라 어쩔 수 없다. 아침 김밥과 기념품, 막걸리를 제공하고 속리산에서 뒤풀이를 치루기로 했다. 코스는 오송단지-문장대-경업대-관음계곡-법주사이며, 산행이 어려운 경우는 속리산 법주사 관광을 하면 된다. 법주사 주변은 볼거리가 많으니 동부인 하면 좋을 것이다. 회비는 3만 원에서 2만 원, 부부동반은 3만 원으로 줄였으니 가을 산행은 이것으로 만족하고, 동창회 행사로 확대하여 동창회와 산악회에서 후원해주면 좋겠다. 작년에는 장성수 재경동창회장과 총산악회장인 나의 의견이 일치하여 체육행사를 빼고, 회비 없이 설악산 십이선녀탕을 45인승 8대 356명이 다녀왔는데 올해는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바람에 예산 부족으로 총산악회 단독으로 치뤄야 한다. 재경동창회 총장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그 자리에서 체육대회 무용론이 무성했음을 알린다. 대체로 회장이 되면 포부가 크게 되나 현실은 녹록치 않음을 곧바로 느끼게 된다. 21회 정성근 총산악회장은 메르스 여파로 재경동창회의 의견을 고려하여 여름 산행을 하지 못했음을 미안하게 생각했으나 총산악회는 재경동창회와 독립단체인데 작년의 나였다면 강행했을 것이다. 8월에 일요일이 5번 있어 추석에 대비하여 조정이 가능했으니 총산악회 산행과 연계하여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10월지금 생각하니 작년에 총산악회장직을 무사히 치룬 것은 온전히 동창회와 시산회 덕분이다. 다시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용우, 삼환 개인에게도 감사. 최낙원 재경동창회장은 나와의 약속을 어겨 매우 유감스럽다.

 

 

4.동반시

조문형 산우의 어부인의 시집에 실린 시 중에서 추렸으며, 일홍 시인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흰 소를 적절하게 묘사했는데 불교의 심우도(尋牛圖)를 보면, 소는 도(道)를 상징하는 동물로 구도의 과정에서 처음에는 검은 소가 중간에 반은 흰색으로 변하고 끝에는 흰 소로 변한다. 매우 깊은 의미가 있는 그림 이야기인데, 이것을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거론하고 묘사한 것을 보면 불교의 깊은 뜻을 아는 시인이다. '동백 피니 섬과 꽃 사이로 다시 기어 드는 달'의 끝 부분은 절창(絶唱)이니 기·승·전·결의 구분이 두드러진 시로 상당한 걸작으로 봐도 된다. 시들을 읽어보면 거의 동백과 섬, 꽃, 달은 상징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시어다. 산우의 어부인이 대단한 시인임이 자랑스럽다. 시 창작 교실의 시인 선생은 종교시는 가급적 쓰지 말 것을 권하지만 전체 시단은 불교적 색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우호적이라 한다. 특정종교를 폄하하자는 의미가 아니므로 오해 없기 바란다. 이 훌륭한 시를 자신 있게 추천했으니 대모산 정상에서 멋지게 절창할 산우가 어찌 없으리요.

 

섬 / 一紅 이행숙

 

달빛 비치는 파도 그림자로 미루어 보아

그 바다는 마치 전체가

한 마리 물고기 같아서

나도 더 이상 의심 없이

푸른 비늘을 달고 그곳에 태어났으나

아뿔싸, 나오고 보니

나는 다만 이쪽 파도 그림자를 바라보던

언덕 기슭에 사는 한 그루 동백나무였다

 

눈감고 있어도

부는 바람으로 미루어 보니

지나간 봄은 몇 번 되지 않았고

뒤돌아보지 않는 구름만

줄기차게 흘러갔다

가끔 흰 소가 끄는 수레가

몇 번 지나긴 했으나

저 파도를 모두 비늘로 삼을

꿈을 가지고 태어난 나에게

그 일이 달가운 일이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므로

기다리는 일 이외에 내가 더 이상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인가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백 피니

섬과 꽃 사이로

다시 끼어드는 달

 

2015. 9. 19. 방학동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도움쇠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