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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검단산과 탁족, 그리고 맛있는 뒤풀이(詩山會 제291회 산행)

검단산과 탁족, 그리고 맛있는 뒤풀이(詩山會 제291회 산행)

 

산 : 검단산

 

코스 :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산불감시초소-계곡에서 탁족(하산은 뒤풀이 메뉴 따라 결정)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6. 8. 7.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전철 5호선 강동역 1번 출구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여름 산행

 

썩은 풀 - 천양희(1942~)

썩은 흙에서 풀이 돋고
썩은 풀이 반딧불을 키운다
썩은 것이 저렇게 살다니
썩은 풀의 소신공양!
썩고 썩은 풀이여, 마음은
너무 빨리 거름이 되는구나
나는 아직
속 썩은 인간으로 냄새를 풍긴다
풀밭은 또 저만치서
썩은 풀을 피운다

 

나에게 썩은 것이 있다면
썩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세계는 “썩은 것”들의 축제다. 그러나 썩음은 본래의 무기물로 돌아갈 때만 생명을 만든다. 온전히 돌아가지 않은 썩음은 생명이 아니라 “냄새”나는 죽음을 향해 있다. 썩은 것의 “소신공양”은 무기물화(無機物化)의 완성된 상태다. 그 위에서 풀이 자라나고, 반딧불이 난다. 이런 썩음이 (냄새나는) 썩음을 이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천양희 시인은 공궁한 삶에서 단단한 꽃을 피어내는 사람이다. 나는 시인의 이런 형태를 좋아한다. 그의 세상에 대한 통찰과 자기 성찰은 나를 곤두서게 한다. 반면에 항상 밟은 시만 쓰는 시인의 시는 동반하고 싶지 않다. 너무 가볍기 때문이다. 가볍다는 것은 약한 바람에도 흔들린다는 것과 같다. 우리의 삶은 짧고, 삶은 무겁더라도 한걸음씩 천천히 가는 것이 실수하지 않고 가는 방법 중 최선의 길임을 알아버렸으니 이것을 어쩌랴. 어제,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가 오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290회 가학산 산행기 / 이경식

 

-일시 : 2016. 7. 24. 10:30

 

-만남장소 : 철산역 2번 출구

 

-참석자 : 정동준 이승렬 염재홍 김종화 한천옥 정해황 조영훈 김정남 조문형 이윤상 한양기 이경식 나창수 나양주 이재웅(15인/인증사진순)

 

-산행코스: 철산역- 광명시보건소앞-(광명누리길)-가리대광장-구름산정산-가학산-가학산 광명동굴-철산역

 

-동반시: 풍문(김명리/1959~ )

 

-뒤풀이: 광명 철산동 미스터오징어

 

 

이른 아침, 산행 날은 늘 그렇듯이 하늘을 쳐다본다.

 

이번 장소는 내가 주장했던 곳인데 기자와 가이드까지 겸해야 하니 약간의 책임감도 느낀다.

 

구름이 약간 무겁다. 내 마음도 덩달아 무겁다.

 

주섬주섬 챙겨서 철산역에 도착하니 10시 10분인데 벌써 염 총장이 도착해있었다.

 

이 살인적인 더위에 하나 둘 반가운 얼굴들이 15명이나 모여 들었다. 언제 봐도 항상 반가운 친구들이다.

 

염 총장과 함께 산행의 필수품 막걸리를 사서 회원들에게 배분했다. 4대의 택시를 타고 광명보건소 앞으로 달렸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어느 회원께서 시원한 아이스바를 건네준다. 성의가 고맙다.

 

모두 15명, 가자 앞으로~ 구름산을 향해서 가학산을 향해서...

 

오늘 코스인 도덕산-구름산(237미터)-가학산-서독산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접근성이 쉬워 광명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코스인테 오늘은 그중 구름산과 가학산 광명 동굴까지만 가기로 했다.

 

오늘의 코스는 광명누리길이라는 코스로 몇 번인가 나 혼자서 걷던 코스로 새로운 맛은 없으나 평탄하고 아담한 숲속 오솔길을 걷는 기분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사실 여기 구름산은 광명인근에서는 인기 최고다. 숲과 바닥이 좋아서 편안하게 트레킹하기 너무 좋은 곳이다.

 

이윽고 구름산 첫째 봉오리 입구에 도착하여 우회할지 아니면 정면으로 넘을 것인지를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곧바로 우회하자는 압도적인 의견에 따라 오른쪽 소로를 따라 우회코스를 택했다.

 

언제부터 인지 봉오리만 나오면 넘지 말고 돌아가자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말로는 아직 젊을 때와 체력은 똑 같다고 헛폼을 잡곤하나 누가 세월을 속일 수 있을까?

 

돌고 돌아 걷고 걸어 또 한 번의 고지가 나오는 가리대 광장에 도달했다.

 

넘을 것인가? 우회할 것인가? 이번에도 그냥 우회코스를 택하여 깊은 숲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렇게 쉽게만 가면 산행의 의미가 없고 땀 흘리는 재미가 없잖은가 ?

 

광명동굴 쪽으로 가는 중간 빠짐길을 피하고 일부러 약간 돌아 구름산 정상으로 코스를 잡았다.

 

사실 구름산 정상으로 오르는 10여분 동안은 경사가 심해서 누구나 땀으로 목욕하는 곳이다.

 

구름산 정상에서 약간의 바람을 즐기고 점심터를 찾아 가학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군부대 도로 그늘진 곳에 점심터를 잡았다.

 

친구들이 메고 온 이 베낭 저 베낭에서 오늘의 먹거리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온갖 감언이설로 어부인의 비위를 맞춰서 가져온 귀한 먹거리다.

 

막걸리를 필수품으로 김부각 두부튀김 떡 과일 등등...

 

떡도 돌고 막걸리도 돌고 과일도 돌고 커피도 돌고 모든 게 돌고 돌아서 우리의 정을 깊게 했다.

 

오늘의 시 "풍문 " 이 필자의 목소리를 타고 가학산 골짜기로 퍼져 나갔다

 

 

풍문 (김명리(1959~)

 

당신이 그곳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 들었어요

 

풍문 속에는 치자꽃 향기

 

점점이 연분홍으로 떠 있고

 

듣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이 취한 듯 달아오르면

 

나는 벌써 당신이 도착할 그곳의

 

적막한 밤불처럼 드리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에요

 

당신이 닿으려고 하는 그 자리

 

당신이 이미 가버리고 없을지도 모르는

 

그곳을 향하여 뻗어가는

 

내 마음의 날개 돋친 말발굽 소리 들리지요

 

난절의 빗소리 앞장세우면

 

당신보다 한 사나흘 앞질러

 

내가 먼저 그곳에 당도해 있을지도 모르는 일

 

길이 바쁘다 이제 가학산 광명 동굴로 발길을 옮겼다.

 

광명동굴은 1912년부터 1972년까지 금, 은, 동, 아연 등을 채굴한 동굴로 최근까지는 새우젓 저장 창고로 쓰는 전혀 쓸모없는 산속의 폐광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가난한 우리 광부들이 일제의 탄압 속에서 눈물 흘리며 온갖 압박을 받아온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 광명시에서 총 7.8KM 중 2KM만 개방하여 문화예술체험과 힐링의 공간으로 개발하여 ‘폐광의 기적’, ‘창조경제모델’로 선전하면서 광명시의 수입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곳이다.

 

단체티켓(1인당 3000원)을 구입하여 인파에 밀리면서 형형색색으로 꾸며놓은 빛의 잔치를 감상하면서 오르락내리락을 몇 번인가 반복한 후 퇴장하였다.

 

사실 옆에서는 기원전 1500년경의 불란서 라스코 동굴벽화전을 하고 있는데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못내 아쉬웠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피날레 ‘뒷풀이’를 위하여 철산역으로 향하였다.

 

만원 버스에 시달리면서 철산역 부근에 도착, 약간의 우왕좌왕을 거쳐 생선회+물오징어 집에 자리를 잡았다.

 

술과 잡담과 웃음이 뒤범벅 속에서 거나하게 취할 수 있었다.

 

친구들, 오늘은 이렇게 끝내고 2주 후에 검단산에서 보세나~~

 

2016년 7월 29일 이경식 씀

 

3.오르는 산

이번 산행은 년간 계획에 맞춰 검단산으로 정한다. 검단산은 산곡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것이 편하다. 염 총장이 반대로 정한 이유는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놀다가 원점회귀하는 것으로 정한 것으로 봐서 유난히 더운 올 여름을 의식한 것 같다. 한여름의 휴일에는 집에 있지 말고, 산우들과 산행 후 내려와서 세꼬시회를 먹으면 참으로 좋을 일이다.

 

4.동반시

동반시를 고르는 일은 즐거우면서 쉽지 않다. 도서관 서고에서 고르다 지치면 내 시를 가져가는데 항상 부족함에 쑥스럽고 민망하다. 시인 선생의 강권이 있었고 문우들 중 5명이 11월에 시집을 내기로 해서 주어진 시제로 일주일에 한 편의 숙제도 빼지 않고 쓰다보니 80편이 모였다. 이 시도 그런 작업 중에 태어났으나 일단 지금까지 쓴 시는 모두 털고 가자는 우리들의 합의가 있었다. 산우들에게 시집을 낸다는 공표를 하지 않았으면 망설일 만큼 나의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 어렵지 않게 썼으니 누가 멋지게 읊어줄 것인지 궁금하다. 시집을 내야 하는 마음은 모두 훌훌 털고 간다는 점에서 후련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듬어지지 않은 시를 모아 시집을 낸다고 작정하니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어디 둘 데 없을 만큼 무겁고 또 무겁다. 남도 천리 먼 길 유배길을 걷는 다산의 마음이 이랬을까. 산우들의 따끈한 일침을 마다하지 않고 훗날의 기름진 거름으로 삼겠다.

 

다산(茶山) 정약용의 동백꽃 / 도봉별곡

 

강진

남도 천리 유배(流配)길

다산(茶山)을 사랑한 추백(秋栢)꽃이 반긴다

 

늦겨울

봄눈 사랑삼아

겨울과 봄의 틈 곡우(穀雨)마다

우전차(雨前茶) 곁에 두고

17년의 억울(抑鬱)

서학(西學)이 죄이런가

 

월출산 새벽 그믐달 뜨면

억울(抑鬱)은 꽃이 되어

초당(艸堂) 위에 뿌리고

 

도갑사(道岬寺) 부도 옆에

봄 바람,

여름 비,

가을 달,

겨울 눈

마주보고 詩友 있으니

독소, 독소(獨笑, 獨笑), 홀로 웃으며

어찌

한잔 술에 취하지 않으랴

 

서울(徐菀) 가는

먼 해배(解配)길 춘백(春栢)꽃 지고

동박새 배웅한다

 

*徐菀 : 서울의 한자

獨笑 : 다산의 시

춘백(春栢) : 봄에 피는 동백꽃

추백(秋栢) : 가을 피는 동백꽃

詩友 : 여기서는 친구 같은 詩

 

2016. 8. 5.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