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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92회 산행)

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92회 산행)

 

산 : 청계산

 

코스 : 과천대공원(하산은 뒤풀이 메뉴 따라 결정)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6. 8. 21.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전철 4호선 과천대공원역 4번 출구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여름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 이명덕

 

황혼의 햇빛이 말간 눈을 하고

막 황혼의 꽃 하늘을 넘어가고 있다

twlight트왈라이트

스스로의 힘으로, 여명의 빛으로

맑은 눈빛이 반짝인다

 

저토록 떠나는 뒷모습이 알 알 이 맑은 것은

영생을 믿기 때문이지

*생명의 포도나무 가지는 그 뿌리가

영생에까지 닿아 있어

 

삶을 이해하듯 죽음을 이해할 것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꿀 것

 

내일 죽을 것처럼 매순간 즐길 것

소리 질러 죽음을 사랑할 것

 

죽음을 잘 다듬으면 삶이 따뜻해지지

 

지금은 용서해야 할 시간

용서는 베푸는 게 아니라

짐을 내려놓는 것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죽음은 삶의 결을 잇는 새 출발

새 옷을 갈아입는 영혼의 부활

 

*로제트의 시 「만가」에서 인용

 

-화순이 고향인 시인은 사당역에서 작은 술집을 꾸리고 산다. 들르는 단골 손님들에게 나눠주는 시집 <스펑나무 신전>에서 추린 시다. 어느 시인이 동반시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더니 두세 편은 건질 수 있을 거라며 준 시집이다. 정독했는데 실린 시 60여편 중에 서너 개의 시는 동반해도 좋을 시가 눈에 보였다. 사당 근처에서 산행을 마치고 난 후, 시를 이해하는 종화와 함께 술 한잔하면 좋을 거란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요구한 행동지침이다. 뜻은 '현재를 즐겨라'이다

 

“세상의 모든 항구를 구경할 선원이 되기 위해”
“참된 시인이 되기 위해”
“내 인생의 노예가 아닌 지배자가 되기 위해”
“총구 앞에서도 태연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기 위해"
“승산 없는 싸움에 도전, 겁 없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시 세계가 만만하지 않은 시인을 읽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기랴.

<도봉별곡>

 

2.산행기

검단산 산행기(시산회 제291회 산행) / 위윤환

▣ 월일/집결장소 : 2016. 08.07(일) / 강변역1번출구(10시30분)

▣ 참석자 : 7명 < 정남, 종화, 진오, 재홍, 윤환 및 뒤풀이 2명(정한, 영훈) 참석 >

▣ 산행코스 : 강동역(1번출구)-<버스이동>-애니메이션고교앞-장수알뜰쉼터-호국사옆-계곡(족탁)-<원점회귀>

▣ 동반시 : 다산(茶山) 정약용의 동백꽃 / 도봉별곡(김정남)

▣ 뒤풀이 : 세꼬시회에 소,맥주 및 막걸리 / 완도세꼬시(길동역1번출구 뒷편)

 

오늘 산행은 검단산이라서 집결지는 강동역(1번 출구)옆이다. 한참의 더위로 여러 산우들이 휴가 중인지 참석하는 인원은 5명밖에 되지 않았었다. 개인적인 일로 조금 늦겠다는 종화는 산행 중에 만나기로 하고 산행의 들머리인 애니메이션고교 앞까지 버스로 이동하였다.

 

34~35도를 오르내리는 한 여름철의 산행은 계곡에 물이 흐르는 산을 찾아야 한다. 검단산 계곡 선택도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그동안 검단산은 매년 1회 이상 산행을 하였으며, 거의 대부분 산곡초등학교 앞을 들머리로 하였으나 이번에는 애니메이션고교 앞을 들머리로 하였다. 날씨가 더워서 땀을 많이 흐를 것 같아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았다.

 

지난 달 중순부터 장마기간은 시작됐지만 간혹 비가 오는 날에는 무더위를 삭혀주기도 하였으나 무더운 날씨가 보름 이상 계속되고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그치지 않았다. 우리 시산회 뿐만 아니라 산행을 좋아하는 산객이라도 여름철에는 산을 즐겨서 찾지를 않는다. 나는 매주 3~4회씩 산행을 하고 있다. 어제는 무더운 날씨이지만, 몇몇 산우들과 북한산 삼천사계곡 산행을 하였다. 무더웠지만 계곡에서 더위를 피했다.

 

오늘이 입추(立秋)날이다. 입추는 가을 절기가 시작되는 날이며, 24절기의 열세 번째로 말복 앞에 찾아온다. 생각 같아서는 말복(8/16일 임)이 오고 입추가 올 것 같지만, 실제는 입추가 먼저 온다. 주역을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지 않으며, 조금씩은 겹쳐 있다고 하는데 계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을로 들어서는 입추이지만 아직 더위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불볕더위에 날이 바닷가나 계곡을 찾느라 길에서 고생하지만, 입추는 갈바람을 예약하는 날임을 생각하면 여름 고생도 머지 않았다.

 

낙엽송(일본잎갈나무)이 가득 식재되어 있는 산골과 호국사 옆의 삼거리 산행길에서 종화와 합류하여 물소리가 요란하고 탁족하기에 좋은 이 계곡의 쉼터를 찾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먼저 온 산객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좋았고, 새들이 울어대는 소리가 매미의 울음과 하모니가 되어 무더움을 애타게 탄원하는 듯하였다. 산 계곡의 물가에는 일부의 산객들이 더위를 참지 못하고 웃옷을 벗고 목욕을 하거나 족욕을 하고 있었으며, 누워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산우들이 탁족을 하며 쉴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았다. 마침 한 아줌마 그룹이 쉬었던 좌석을 걷어주며, 잠시나마 빌려드리겠다며 세금을 요청한다. 막걸리 한 잔을 드리겠다고 하며, 몇 분이 안 되니 옆에 잠시 앉으시라 해도 갈길이 바쁘다 하며 송구스럽게도 잡기 어려운 쉼터를 비켜 주신다.

산우들이 돗자리를 깔다 말고 시원한 물가에 쉼터를 마련하고 막걸리를 흐르는 물에 담고, 준비해 온 먹거리를 끄집어 낸 후 항상 그랬듯이 먼저 준비한 동반시(다산(茶山) 정약용의 동백꽃 / 도봉별곡)를 오늘의 기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다산(茶山) 정약용의 동백꽃 / 도봉별곡

 

강진

남도 천리 유배(流配)길

다산(茶山)을 사랑한 추백(秋栢)꽃이 반긴다

 

늦겨울

봄눈 사랑삼아

겨울과 봄의 틈 곡우(穀雨)마다

우전차(雨前茶) 곁에 두고

17년의 억울(抑鬱)

서학(西學)이 죄이런가

 

월출산 새벽 그믐달 뜨면

억울(抑鬱)은 꽃이 되어

초당(艸堂) 위에 뿌리고

 

도갑사(道岬寺) 부도 옆에

봄 바람,

여름 비,

가을 달,

겨울 눈

마주보고 詩友 있으니

독소, 독소(獨笑, 獨笑), 홀로 웃으며

어찌

한잔 술에 취하지 않으랴

 

서울(徐菀) 가는

먼 해배(解配)길 춘백(春栢)꽃 지고

동박새 배웅한다

 

※ 徐菀 : 서울의 한자

獨笑 : 다산의 시

춘백(春栢) : 봄에 피는 동백꽃

추백(秋栢) : 가을 피는 동백꽃

詩友 : 여기서는 친구 같은 詩

 

동반시는 정남이가 그동안 시인 선생의 강권에 못 이겨 문우들 중 5분이 11월경에 시집을 내기로 해서 주어진 시제로 일주일에 한 편의 숙제도 빼지 않고 쓰다 보니 80편이 모였다고 한다. 이 시도 그 작업 중에 태어났으나 일단 지금까지 쓴 시는 모두 털고 가자는, 함께 배우는 시를 함께 배우는 분들의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정남 산우가 시집을 낸다는 말은 내뱉지 않았다면 망설일 만큼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 어렵지 않게 썼으니 시집을 내야하는 마음은 모두 훌훌 털고 간다는 점에서 후련하게, 한편으로는 다듬어지지 않은 시를 모아 시집을 낸다고 작정하니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둘 데가 없을 만큼 무겁고 또 무겁다고 한다. 남도 천리 먼 길 유배길을 걷는 다산의 마음이 이랬을까. 산우들이 따끈한 일침을 해 주면 마다하질 않고 훗날 기름진 거름으로 삼겠다고 하였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산우들이 준비를 해 온 홍어무침, 꼬들배기 김치, 떡, 과일 등 야식과 함께 막걸리를 맛있게 마시고, 산우들의 정담도 나누고 커피도 한 잔씩 하니 배도 부르고 시원한 탁족에 흐르던 땀도 다 마르고 말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러운 게 없었다.

 

한참을 쉬다가 그곳이 명당인 듯 다른 산객들이 옆에서 불편한 듯 우리들이 자리를 비워주길 원하는 것 같아 뒤풀이는 정한 산우가 전화로 추천한 완도세꼬시집으로 결정하고 오늘 인증사진을 촬영해 달라하고 자리를 비워 주었다. 뒤풀이 성찬은 가자미 세꼬시회로 지난번 아차산 산행 후 맛있게 먹어봤기에 얼른 하산하여 맛보고 싶은 마음에서 걸음을 서둘렀다.

 

검단산 인근에 살며 야채를 가꾸어 산행길에서 팔고 있는 좌판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이고추, 토마토, 오이, 상치, 열무우 등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는데, 한 산우는 마나님께 잘 보이려고 그러는지 싱싱한 오이고추와 열무우를 한 웅큼 사서 배낭에 넣는다.

 

버스를 타고 강동역으로 이동한 후 뒤풀이인 완도세꼬시 식당까지는 걸어서 갔다. 벌써부터 정한 산우가 기다리고 있었으며 영훈 산우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뒤풀이의 끝에 참석하였다. 다음 산행은 8. 21(일) 청계산이며, 그동안 실행치 못한 울릉도(성인봉) 여행은 9. 4일(일)~6일(화)은 2박3일의 일정으로 갈 계획인데, 많은 산우들이 동참하시길 기원해 본다.

 

오늘 무더위에도 참석한 산우들에게 고마움을 보내며, 여름철의 날씨(장마와 불볕더위)에 항상 건강관리를 잘 하시길 바랍니다. 잠깐 쉬면서 나를 먼저 돌아보시고, 내가 보일 때 행복과 기쁨도 찾아온다고 합니다. 오늘도 잠깐 돌아보고 출발하시길 바라며.

시산회여 영원하라!

2016년 8월 10일 위윤환 씀

 

3.오르는 산

청계산에 오른다. 올 여름 유난을 떨었던 무더위는 언젠가는 간다. 무더위에 질린 염 총장은 물이 많은 계곡이 있는 산이기를 바랐지만 이름이야 청계산이면 당연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연상하지만 먼 옛날 이야기였을 것이다. 인심이 박해지면 물이 마른다지 않는가. 도봉산을 슬쩍 거론했지만 연초에 작성한 계획을 바꾸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쩼든 세월은 가니 산에 가야 한다. 9월 초에 울릉도를 가게 됐으니 불참자가 많아 이번에 산우들을 보지 못하면 한 달 후에 봐야 한다. 그러니 이번 산행에 많이 참석해주기 바란다.

 

4.동반시

후렴 '아라리요 아라리요'는 아리랑에 나온다. 특히 강원도 산골 동네 정선아리랑에 나온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에나오는 떠돌이 장돌뱅이의 역마살 같은 서정이 버무려져 가슴 저리게 만드는 후렴구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사랑을 피고 지고 오고 간다. 전라도 시골의 오일장처럼 어김 없이 오고 가는 사랑 한 번 해보고픈 한여름날의 오후다.

<도봉별곡>

 

힘든 밥벌이 와중에 잃은 사랑은 더욱 서럽다. 대부분의 민요가 슬픔의 서사(敍事)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소금 사러 간 “백 리 길”이 사랑을 잃고 돌아오려니 “천 리 길”이 됐다. 소금 때문에 사랑을 잃었으나 ‘웬수’인 그 소금을 지고 돌아온다. 생계가 사랑보다 무겁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동해아리랑 - 전윤호(1964~ )

사람들은 사랑을 잃고 동해로 온다지만

난 동해에서 사랑을 놓쳤지

소금 사러 시장 간 사이

그녀는 사라져 버렸네

흥정을 위해 막걸리 몇 잔 낭비한 사이

파도에 취해 몇 번 쉬는 사이

봇짐을 간수하던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백봉령 넘어 백 리 길

구비마다 잰걸음으로 재촉하더니

어느 날쌘 파도를 타고 떠났을까

서러운 소금 한 섬 지게에 얹고

혼자 돌아가네 천 리 길

검은 산 물 밑에 꽃이 지네

아라리요 아라리요

인생은 잃어버려야 철이 든다네

 

2016. 8. 19.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