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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광명 가학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90회 산행)

광명 가학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90회 산행)

산 : 광명 가학산 : 220미터

코스 : 철산역-보건소-구름산-정상(뒤풀이 장소에 따라 하산)

소요시간 : 3시간

만나는 장소 : 전철 7호선 철산역 2번 출구

일시 : 2016. 7. 24(일) 9시 30분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산행

 

하뿔싸 - 오탁번(1943~ )

까치설날 아침

두 돌잡이 외손녀가

두 손을 배꼽에 대고

하버지 하버지 하며

배꼽세배를 한다

5만원이 날아갔다

외손녀가

스무 살이 되어

멍게빛 배꼽 다 보이는

배꼽티 입고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며

세배를 하면

5만원이 또 몇 장?

아니, 그때까지 내가 산다고?

하뿔싸!

두 살 손녀의 재롱 앞에서 백기 투항한 할아버지가 스무 살의 손녀를 상상한다. “배꼽세배”는 “배꼽티”로, “하버지”라는 옹알이는 “할아버지”라는 성인의 언어로 바뀔 것이다. 5만원의 세뱃돈은 그 몇 배로 뛸 것이다. 그래도 즐거울 텐데, 문득 그때까지 살아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하뿔싸”는 ‘아뿔싸’보다 훨씬 강력한 할아버지만의 감탄사다. 5만원권을 5만 개 줘야 해도 그날이 이 할아버지와 함께하기를.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2.산행기

제 289 회 三聖山 산행기
o 산행일 : 2016. 7. 10 (일요일)
o 집결장소 : 서울대 정문 옆 만남의 장소
o 참가자 : 김정남, 김종화, 김진오, 박형채,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이원무, 조영훈, 한양기(이상 10명) 뒤풀이 참석 (박형우, 정동준, 조문형)
o 산행코스 : 관악산 공원 사무소 - 관악산 둘레길 2구간 - 보덕사 입구 - 제 2 야영장 - 폭포정 - 폭포수 약수터 - 제1광장 숲속 도서관 - 서울대 정문
o 동반시 : 바람을 맞다 / 천양희
o 뒤풀이 : 고창복의 낙지세상(봉천역 5번 출구 옆)

요즈음 날씨가 아열대 기후처럼 무척 덥고 가끔 소나기도 억세게 뿌려 댄다. 오늘도 폭염주의보 (33℃) 가 발령된 상태라 평소보다 다르게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일사병, 열사병 예방 활동을 생각하면서 서울대 정문 옆 모임의 장소를 향해 7호선, 2호선 전철을 이용하여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하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 김종화, 정남 친구를 반갑게 만나 택시로 모임 장소에 도착하였다. 이미 윤환 외 5명의 친구가 와 있었고 몇 분 후 경식 친구가 도착하여 염 총무가 인원 점검 후 관악산 공원 입구를 통해 힘차게 걷기 시작하였는데 주위는 이미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일기예보에 폭염 특보가 발령됐는데도 생각보다 며칠 전 소나기가 내려서 그런지 관악산 둘레길 2구간 골짜기에는 철철철 물이 흘러내려 시원하기까지 하였다.

삼성산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과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에 걸쳐 위치한 산으로 금천현의 진산이며, 관악산은 과천현의 진산이어서 두 산은 별개의 산임을 밝히고 있다. 삼성산의 유래를 보면, 원효, 의상, 윤필의 세 고승이 신라 문무왕 17년(677년)에 조그마한 암자를 짓고 수도에 정진하던 곳이 삼막사의 기원이며 이 세 고승을 정화시켜 삼성산이라 칭했다는 설이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으나 불교계 일각에서는 극락세계 교주인 아미타불과 좌, 관세음 보살 및 우, 대세지 보살을 삼성이라 부르는데 여기서 산 이름이 유래 되었다는 것이다. 산 중에는 삼막사, 염불암, 망원암, 안양사, 성주암 등의 사찰이 있으며, 임진왜란(1592년) 병조판서 및 우의정을 지낸 백사 이항복이 생전에 이 산에 올라 읊은 『차유삼성산운』 이란 장시와 일제 강점기의 고백록의 시조가 전해진다. 고려 왕건(900년)이 금주, 과주 등의 고을을 정벌하기 위하여 이곳을 지나다가 능정이라는 스님을 만나 안양사를 지어 오늘날 안양시 명이 탄생되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등산객을 따라 한참 올라 가보니 정상은 고사하고 대부분 그늘 쉼 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었고, 10명 산우가 오순도순 마주 앉아 간단한 식사를 할 장소에 깔판을 펴고 서로 마주보고 앉았는데 몇 친구 자리는 햇빛이 쨍쨍 들어와 무척 힘들어 했다. 자리가 정리 되고 각자 가져 온 음식을 내 놓은 후, 필자인 오늘의 기자는 ‘詩山會 하이라이트’인 천양희 시인의 『바람을 맞다』를 낭독 하였다.

바람이 일어선다 나무가 서 있는 곳은 초록빛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 생명이라고 누가 말했더라
숲을 뒤흔드는 바람소리 ‘마왕’ 곡 같아 오늘은 사람의 말로 저 나무들을 다 적을 것 같다.
내 눈이 먼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비가 오려나 거위눈별이 물기를 머금고 있다 먼 듯 가까운 하늘도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한다.
하루하루 넘어가는 것은 참으로 숭고하다 우리도 바람 속을 넘어왔다.
나무에도 간격이 있고 초록빛 생명에도 얼음세포가 있다.
삶은 우리의 수난 목숨에 대한 반성문을 쓴 적이 언제였더라.
우리는 왜 뒤돌아 본 뒤에야 반성하는가.
바람을 맞고도 눈을 감아버린 것은 잘한 일이 아니었다.
가슴에 땅을 품은 여장부처럼 바람이 일어선다.

시를 낭독하니 한층 더 시원해 보인다. 손수 정성스럽게 가져온 유기농 묵, 상추가 오늘 조영훈답게 명품스럽다. 먹음직스러운 고소한 양념장과 묵, 상추를 비닐 장갑을 끼고 버무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숙달된 유격장 조교처럼 순식간에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유기농을 강조하며 내민다. 시산회원 중 가장 멋있는 친구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고맙네! 영훈 친구. 요즘 들어 다시 뜨는 단어가 있다면 단연 ‘유기농’ 이라 생각된다. 농업이 상업화, 기업화 되면서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였고, 이러한 환경의 파괴는 곧 자연과 인간의 삶을 위협하기에 이르렀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화학 비료와 화학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사 방법이 ‘유기농’이다. 윤작과 자연적인 천적을 이용하여 친환경적인 재배로 생산의 양도 적고 해서 적은 수익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자연 환경적인 개선 비용으로 지불하여야 하므로 유기농 상품은 값이 나갈 수밖에 없다. 시산회 산우들, 품질 좋은 유기농 식품 많이 먹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삶을 유지하길 바란다.

우리 詩山會의 매력 중 하나는 사철 내내 등정 산의 頂上을 밟고 하산하는 게 傳統이 아니었나?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최근 등산은 상황에 따라 여건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화가 심해 다소 아쉽다.

뒤풀이에 박형우, 정동준, 조문형 친구와 만나니 무척 기뻤다. 박형우 친구는 아주 오랜만에 만났지만 옛 모습 그대로 지내고 있어 아주 인상 깊은 멋진 친구로 기억된다.

2016년 7월 22일 이원무 씀

 

 

3.오르는 산

이번 산행은 광명에 사는 이경식 산우가 추천한 산이다. 불볕 더위가 계속 되는 한여름이다. 해발고도 220미터의 동네 야산이며 가학광산근린공원에 있다. 옛날에 광산이었다니 더운 날에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옛날 광산 탐방을 염두에 두고 추천하고 결정했다.

 

산은 신과 인간을 가르는 곳이다. 산에서 죽으면 신이 되고 산에서 내려오면 비로소 다시 인간이 된다. 고통이나 슬픔은 떨쳐버리지 못한 자들의 푸념일 뿐. 혹은 욕망의 쓰레기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자들의 넋두리. 한때의 인연을 접어 산으로 가라. 그곳에서 산이 되어 보리라. 결코 길을 잃지 마라. 그 길이 순례(자)의 길이든, 죽음의 길이든, 갈등의 길이든, 다시 내려가야 할 길이든, 잃어서는 안 될 길이거늘. 육신이라는 그릇에 담겨진 영혼은 육신이 스러지면 스스로 힘을 잃어 소멸하거나 바람결에 머리 풀고 하늘로 올라가거나 박제가 되어버린 화석이 되어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해 억겁의 기다림을 겪어야 한다.

 

버리고 비워봐라. 그래도 고통과 슬픔이 남거든 너는 결코 신이 될 수 없는 인간이어라! 있음과 없음이 한데 어울리니 옳고 그름도 없다. 보아라, 구름이 걷히니 마땅히 푸른 하늘이 허공에 빛난다. 바람 걷혀 드러나는 푸른 허공에 있고 없음이, 옳고 그름이 묵사발 되는 날이다. 하여 봉오리 하나에 탐욕을, 또 하나에 증오를, 나머지 하나에 미망을 올려보아라. 그리고 살아 남아라.

 

 

4.동반시

시 창작 교실의 지난 주 시제가 '슬픈 사랑'이었다. 나이 들어도 사랑이라는 언어는 퇴색하지 않았는지 60살 초로의 어떤 사내가 발제를 했다. 정작 숙제 도시락의 뚜겅을 여니 모른 척 또는 겪지 않은 척 돌려쓰고, 비껴 쓰고, 상징 기법을 동원하여 딴청을 부리며 쓰고, 의뭉스럽기 그지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니 그 나이에 그런 경험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실직고해라."고 했더니 한 시인이 사랑에 올인하면 잘못 됐을 때, 너무 아플 것 같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두 피식 웃고 말았다.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면 말할까! 요즘 '시와 문장'이라는 문학 모임을 하고 있는데 나의 주제는 '세계문명사 - 종교의 기원과 철학의 시작'이다. 더듬어보니 지금까지 국가 또는 민족이라는 것을 유지해온 국가와 민족 중에 철학과 종교가 없는 민족은 없었다. 국가가 됐던 민족이 됐던 그 두 개의 명제는 국가와 민족의 성립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으며,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것들이 없었던 경우는 소멸됐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우리 민족의 정서의 밑바탕이 '한(恨)'이라 하며, 우리 민족만큼 외침을 많이 받은 민족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느냐고 하는데 틀린 판단이다. 굵직한 경우들만 봐도 이스라엘, 독일, 그리스, 아프리카, 인도, 중국, 러시아, 몽골, 중남미 원주민, 아메리카 인디안, 스페인, 중동, 동유럽, 실크로드 부근 민족 등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처참한 역사를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장흥에 갔더니 한승원길이 있었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지은 길의 이름이다. 나는 우리의 정서는 원래 정스럽고 감정이 풍부하여 '한'이 많다고 하는 것에만 공감한다. 세종이 창제한 한글은 어휘가 풍부하고 과학적이라는 견해와 판단에도 공감한다. 달리 뚜렷하게 할 일이 없어 시와 문장에 대해 공부를 해보니 우리 민족이 한글만큼 다양한 문학성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라는 생각을 한다. 태어나 결혼하고 애를 키우다가 한숨을 돌리고, 호기심 반 열망 반의 심정으로 처음 나와서 글을 쓰거나 시를 짓는 것을 보면 문학과 철학, 깊은 사유의 유전자가 우리 민족에게는 탄탄하고 깊게 깔려있는 것을 보면서 '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주 감탄한다.

-시평(도봉별곡)

 

그리움은 사랑을 앞서간다. 떠난 사람아, 나는 당신보다 먼저 가서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풍문일지라도 당신은 내 그리움의 반경을 떠나지 못한다. 말하자면 당신은 갇힌 것이다. 당신은 끝내 이별(離別)에 닿을 수 없다.
-시평(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풍문 - 김명리(1959~ )

 


당신이 그곳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 들었어요

풍문 속에는 치자꽃 향기

점점이 연분홍으로 떠 있고

듣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이 취한 듯 달아오르며

나는 벌써 당신이 도착할 그곳의

적막한 밤불처럼 드리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에요

당신이 닿으려고 하는 그 자리

당신이 이미 가버리고 없을지도 모르는

그곳을 향하여 뻗어가는

내 마음의 날개 돋친 말발굽 소리 들리지요

난절(難切)의 빗소리 앞장세우면

당신보다 한 사나흘 앞질러

내가 먼저 그곳에 당도해 있을지도 모르는 일!

 

2016. 7. 22.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