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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삼성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89회 산행)

삼성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89회 산행)

 

산 : 삼성산(481미터)

 

코스 : 서울대 정문-국기봉-정상(하산은 뒤풀이 메뉴 따라 결정)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6. 7. 10.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서울대 정문 옆 만남의 광장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여름

 

탁발 - 김영주(1959~ )

 

민달팽이 일보 일배 해탈문을 나섭니다

저 한 몸 달랑 들어갈

걸망 하나 지고 가다가

아니다

이 집도 크다

다 버리고

갑니다

 

탁발 나가는 수도승처럼 아무런 장식도 화려한 수사도 없는 시다. 민달팽이처럼 걸망마저 버리고 걸음마다 대지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삶은 얼마나 숙연한가. 십자로에서 대지에 키스하며 회개하던 라스콜니코프처럼 다 비우는 마음은 얼마나 상서로운가. 오직 감사와 겸손이 전부인 삶은 얼마나 복된가.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절의 출입문을 일주문 또는 해탈문이라 한다. 큰 절은 해탈문 안에 수호신으로서 과 금강역사 둘 사천왕을 세운다. 불가에서는 흔히 깨달음에는 세 번의 단계가 있다고 한다. 1.깨달아 감 - 탐진치(貪瞋癡 : 욕심을 부리고 화를 내고 어리석음) 치유능력의 啓發 2.깨달음 - 탐진치 치유능력의 확보 3.깨달아 마침 - 탐진치의 치유, 이 세 가지의 삼독을 제거하는 과정을 말한다. 행동방침에는 팔정도와 육바라밀이 있으나 나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모두 행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두 가지, 즉 겸손과 검소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도봉별곡>

 

2.산행기

제288회 북한산 칼바위능선 산행기 (이재웅 씀)

◇ 산행일 : 2016. 06. 26.(일요일)

◇ 집결장소 : 길음역 3번 출구(전철 4호선)

◇ 참가자 : 정해황, 정한, 전작, 염재홍, 나양주, 이경식, 한양기, 임삼환, 김정남 그리고 필자 이재웅(이상 10명. 단체사진 뒷줄 좌에서 우로 거명한 순서임)

◇ 산행코스 : 길음역 3번 출구-길음역 교차로-미아초교-길음뉴타운 4단지-길음중학교 뒷길-서경대 뒷길-정릉 풍림아이원 옆길-정릉동 북한산 생태숲-칼바위통제소-칼바위능선-(하산)-내원사-정릉탐방안내소-구,청수장-산장두부촌(뒤풀이)

◇ 동반시 : 정암 조광조의 귀양길 / 도봉별곡(본명 김정남)

◇ 뒤풀이 : 산장두부촌(성북구 정릉동)

 

우리 시산회의 산행 집결시간이 애초에 오전 10시였다가 최근 몇 년 전 언젠가부터 오전 10시 30분으로 변경되었다. 사실 내심으로는 오전 10시 30분보다는 오전 10시 집결을 선호했지만 (어제와 그제 1박2일 동안 해발 1천m가 훨씬 넘는 산을 탄 뒤끝이라서)오늘은 오전 10시 30분 집결시간에 대해 무척 감사히 생각하면서 집결지 길음역에 10시 20분경에 도착하였다. 오늘 날씨는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 기분 좋은 고통(?)을 좀 겪을 것 같다.

 

오늘의 기자로 임명된 내용으로, 내가 집결지에 도착해서 인사를 나눈 직후에 갑자기 염 총장님으로부터 오늘의 기자 지명을 받았다. 지명을 하는 총장님의 어조에서 부탁의 뜻이나 다소 미안한 표정이 느껴졌다. 내 생각에는 총장이나 회장이 ‘오늘의 기자’를 정하는 일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회원들이 반가운 맘으로 기자임무 접수를 하는 모습으로 변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년에 한 번 정도 맡게 되는 ‘오늘의 기자’ 지명에 대해 지명을 하는 집행부나 지명을 받는 쪽이 지금보다는 더 자연스럽게 그리고 쾌히 지명하고 수용하는 분위기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결시간이 되자 오늘 10명의 산우들이 모였다. 염재홍 총장이 향도역을 맡아서 전체 10명의 대군(?)을 인솔하여 행군을 시작한다. 길음역에서 출발하여 삼양로 도로를 타고서 미아초등학교 옆을 지나서 길음 뉴타운4단지(대림e-편한세상)을 끼고 좌회전 급경사 깔딱계단을 올라서 길음중학교 뒷길, 서경대 뒷길, 정릉 풍림아이원 옆길을 지나서 ‘정릉동 북한산 생태숲’까지 약 3.5㎞를 땡볕을 쏘이며 걸었다. 무더위에 바람도 없고 아스팔트도로의 열기가 더해져서 칼바위능선등반을 위한 준비운동은 단단히 한 셈이며 필자는 (등산이 아닌)군대시절 시가행진을 연상하였다.

 

북한산 생태숲에 다다를 즈음에 옆 도로를 보니 마을버스들이 오가고 있는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길음역에서 저 마을버스를 탔더라면 이 땡볕에 1시간 가까운 강행군은 안 할 수 있었을 것을 ~ ~ (우리가 어차피 운동하러 나온 거니까 총장님이 이렇게 안내했겠거니 하고 양해하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먹었으니 총장님 그리 아세요!!!)

 

북한산 생태숲 도착 직전에 수십 송이의 활짝 핀 무궁화꽃이 한데 뭉쳐서 피어 있는 곳에서 무궁화꽃을 배경으로 여러 명이서 기념사진도 한 판 찍었다.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에 대한 (애국심에 바탕을 둔)생각이 갈수록 쇠퇴해져 가는 현실에 대해 순간 아쉽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북한산 생태숲에서 1차 휴식을 취한다. ‘정한’산우가 오늘도 몸에 좋은 음료를 선사한다. 날씨가 무더위임을 생각해서 오늘은 시원한 오미자차를 보온병으로 가져와서 산우들의 더위를 식혀 준다. ‘정한’ 산우께 감사를 드린다.

 

북한산 생태숲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이제부터는 북한산 칼바위능선을 향한 숲속산행이 시작되었다. 무더위 산행이지만 숲속 산행인지라 산행의 맛이 난다. 한 시간쯤이나 올라갔을까? 날씨도 덥고 점심때는 되어서 배는 고파 옴에 따라 점심식사마당을 나무그늘 속에 마련했다.

 

점심식사 자리에서 식사 전에 이 필자가 시 낭송을 하는 영광을 얻었다. 더구나 오늘 낭송할 시의 작가인 도봉별곡(김정남 산우)님이 보는 앞에서 낭송을 하게 되는 영광도 얻었다.

 

정암 조광조의 귀양길 / 도봉별곡

 

군자와 소인배가 다툰 끝

도(道)는 한낱 공염불에 그치고

진보를 꿈꾸었다

보수에 꺾인 귀양길, 남도 천리 화순길

 

엄동에

짚신에 깔 신갈나무조차 없어도

명분은 무거웠으나 발걸음은 가벼웠다

운주사 와불 앞에 선 기개 적벽까지 울렸으나

기묘명현(己卯名賢)들 지켜주지 못한

혼군(昏君) 향한 분노 하늘을 뚫는다

 

마침내

까마귀떼

하늬바람 타고 서쪽 하늘로 날아가는 저녁 어스름

부자 끓인 약사발 들이켜고

뜨거운 방안으로 들어가며

남긴

미투리 한 켤레

 

시 낭송을 마치고 먹는 타임, 먹는 일은 즐거운 일!

각자 가지고 온 음식들을 펴 놓고 한바탕 오찬을 즐긴다.

 

우리의 산행은 칼바위능선 코스에 있으나 점심식사로 음식을 많이 한데다가 날씨는 무더워서 칼바위길이 시작되기 직전이고 보국문(칼바위를 다 오르면 바로 만나는 보국문) 1.7㎞전의 지점에서 하산, 정릉탐방안내소(舊청수장 방향)를 향해서 하산을 한다. 모두들 칼바위등반을 생략하고 하산하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말을 하는 이가 없다.

 

1천 미터를 넘는 산을 골라가며 산행을 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무리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논리가 더 우세한 시절로 변모된 현실을 접하면서 속도 빠르게 흐르는 무심한 이 세월에 제동을 좀 걸어줄 사람 어디 없소?

 

거의 1시간쯤 내려왔던가? 하산 도중에 사찰 ‘내원사’가 나타나고 내원사부터 정릉탐방지원센터까지는 잘 닦여진 포장도로다. 내원사 안내판을 보니 내원사는 1028년에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하였다는 설로 설명을 한다. 대략 천년쯤(988년) 된 천년 고찰이다. 그런데 사찰의 풍경은 인적이 없이 너무 적막하고 축대의 일부는 무너졌는데 방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릉탐방지원센터를 지나서 조금 더 내려오자 ‘북한산국립공원탐방안내소’라는 명패를 단 아담한 건물 옆에 대리석으로 된 안내 게시판이 세워져 있다. 게시판에는 「정릉계곡과 청수장터」라는 표제로 청수장에 대한 설명이 있다. “(앞부분 생략) ~ 청수장이라는 명칭은 삼각산 남록(南麓)의 깊은 계곡의 맑은 물과 부근의 산수가 조화를 이룬 곳에 위치하여 불리어진 이름이다. 최근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매입, 삼각산 탐방안내소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의 ‘북한산국립공원탐방안내소’가 과거 그 유명(?)한 청수장 건물이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주석 : 南麓 남쪽 산기슭, 麓 산기슭 록)

뒤풀이는 舊청수장에서 5분정도 내려와서 보이는 ‘산장두부촌’에서 한바탕 식도락을 즐겼다. 파전에 두부에 알콜음료를 곁들여서 식사를 즐기면서 가졌던 산우들 간의 정담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이렇게, 오늘의 산행은 시가지 땡볕 도보 약 3.5㎞와 산속 행진 약 5㎞ 등 총 8㎞ 남짓의 4시간 15분간의 산행이었으며(스마트폰 트래킹 어플을 작동시킨 내용임) 산행거리는 길지 않으나 폭염 속 산행이므로 오늘의 산행은 그리 쉽지 않은 산행이었다.

 

여러 산우들이시여!

이 산행기 난을 빌어서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의 시산회 산행을 길이길이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 7. 7. 이재웅 올림

 

3.오르는 산

시산회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13년이 흘러 앞으로 12번의 산행을 마치면 300회 산행이라는 점을 찍는다. 세계 어느 곳에도 이런 모임은 없을 것이다. 모두 고맙고 또 고맙다. 이번 산행은 연초에 배포한 1년 산행 계획에 나온 대로 삼성산으로 오른다. 높지 않은 481미터의 높이다. 삼성산 대감 임용복 산우가 참석하지 않는다니 아쉽지만 다른 산우들이 많이 오니 반갑게 보자. 덥지만 그늘이 많으니 항상 가는 코스인 국기봉을 지나 정상에서 시 한 수 읊고 내려오자. 오늘의 뒤풀이 메뉴가 무엇일지 무척 기다려진다.

 

4.동반시

도봉은 이 여류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그미의 시에는 쉬우면서 만만치 않은 통찰이 들어있다. 그미의 불행했던 삶에서 절절이 묻어나오는 성찰의 열매가 내게는 달게 다가온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일까? 살다보면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벌어진다. 총량제 또는 질량불변의 법칙이나 에너지보존의 법칙처럼 우리에게 고통과 행복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 언젠가는 나타난다는 것이 맞을까.

 

바람을 맞다 / 천양희

 

바람이 일어선다 나무가 서 있는 곳은 초록빛 생명으로 가득차 있다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 생명이라고 누가 말했더라 숲을 뒤흔드는 바람소리 <마왕>곡 같아 오늘은 사람의 말로 저 나무들을 다 적을 것 같다 내 눈이 먼저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가 오려나 거위눈별이 물기를 머금고 있다 먼 듯 가까운 하늘도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한다 하루하루 넘어가는 것은 참으로 숭고하다 우리도 바람 속을 넘어왔다 나무에도 간격이 있고 초록빛 생명에도 얼음세포가 있다 삶은 우리의 수난 목숨에 대한 반성문을 쓴 적이 언제 였더라 우리는 왜 뒤돌아본 뒤에야 반성하는가 바람을 맞고도 눈을 감아버린 것은 잘한 일이 아니었다 가슴에 땅을 품은 여장부처럼 바람이 일어선다.

 

*마왕 : 슈베르트가 1815년 18살 때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연작 가곡. 이들을 안고 말을 달리는 아버지, 아버지를 위로하는 아들, 아이의 넋을 빼앗으려는 마왕, 해설자, 4명의 이야기를 1명의 독창자가 음성을 다르게 하여 극적으로 노래하는 곡.

*거위눈별 : 촉촉한 모습으로 관측될 경우 다음날 비가 온다는 별.

 

2016. 7. 8.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