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 검봉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94회 산행)
산 : 검봉산(530미터)
코스 : 강촌 -갈림길-정상-문배마을-구곡폭포-강촌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6. 9. 25. (일) 오전 10시
모이는 장소 : 전철 7호선 경춘선 프랫홈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산행
꽃잎의 밤 / 조병완
대낮부터 예비된 밤은 깊게 고랑이 졌, 청주에서 안성까지 도로는 깊
은 고랑, 기억은 고랑으로 빠져 사라졌, 네게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
사과할 줄 모르는 기억과 용서할 수 없는 기억 사이에서 밤의 고랑은 깊
어졌, 계절을 업고 네 위를 건너야 했, 너는 징검다리로 길게 누워 무심
하였, 계절은 자꾸 흘러내리고 청량한 물을 먹고 싶었, 선운사 동백은
아직 피지 았았다했, 나리나리개나리 어른나리개나리, 아으으다롱다리
꽃잎은 내려앉았, 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에서 모래가 쉬르르르 쏠려다
녔, 밤은 파들거렸, 함박눈이 날리듯 밤은, 검붉은 꽃잎으로 파들거리며
내 위에 얹혀졌, 손발을 움직일 수 없는 몸, 꽃잎 아래 파묻혔, 깊이 묻
혔,
사과와 용서가 필요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고랑”은 점점 더 깊어진다. 이런 불행은 아마도 이미 “예비된” 것인지도 모른다. 출구 없는 절망 속에서 사태가 이대로 굳어져 갈 때, 시인은 모든 문장에서 ‘종결어미’를 생략함으로써 문장이 불행을 완성하는 것을 막는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요즘의 시는 산문시의 형태를 많이 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번 중앙일보 미당 서정주 문학상의 당선작과 신인상 수상자의 시도 산문시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만큼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소설은 알파고의 영역에 포함됐다는 기사를 봤지만 아직 시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시가 알파고의 영역에 포함된다는 것이 머지 않았다면, 그렇잖아도 시가 돈이 되지 않는 시절에 시인이 서고 앉아야 할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내 마지막 희망인데.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93회 '성인봉'(울릉도) 산행기(관광기) / 김종화
◈ 방문기간 : 2016. 09. 04(일) ~ 09. 06(화) <2박3일>
○ 9. 4일 : 저동~선창선착장(유람선), 삼선암, 나리분지, 성불사, 울릉산채영농조합
○ 9. 5일 : 내수전일출전망대 및 봉래폭포(12명), 독도 구경(10명)과 성인봉 산행(2명)
○ 9. 6일 : 울릉도일주 또는 죽도(유람선), 독도박물관 · 독도전망대케이블카, 옛 군수관사, 도동해안산책로
◈ 참가자 : 12명 <동주, 종화, 진오, 재홍, 종진, 영훈, 종윤, 천석, 동석(부부동반 3명)>
◈ 성인봉 코스 : 도동항-KBS중계소-구름다리-팔각정-삼거리길-성인봉-<원대복귀>-
대원사-도동항
※ 성인봉 산행(3명) : 종화, 재홍(9월 5일)과 박천석 친구(9월 6일)
◈ 동반시 : ‘차 한 잔’/ 길상호(성인봉 산행시) 및 ‘꽃이 말하다’/ 최재영(뒤풀이시)
◈ 뒤풀이 : '따개비칼국수' 및 김치에 울릉도호박막걸리 및 참소주 / 박가네식당(도동항)
약 2년 전 부터 고딩 '시산회' 산우들이 가고 싶었던 울릉도와 독도를 탐방하였다. 울릉도에는 최근에 태풍이 일본으로 왔을 때 집중호우와 함께 강풍으로 몇 군데의 산 일부가 붕괴되어 도로가 막혀 울릉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도로의 상태가 복구, 개통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 형편이었다.
전날까지만 하여도 울릉도를 운항했던 여객선은 파도가 높아 강릉항에서 울릉도로 가다가 되돌아 왔단다. 이번 계획을 주관했던 염 총장님은 2016년 9월 4일 갈 것을 결정하였다. 조금 더 미뤘으면 좋았을 텐데. 새벽 5시 반경, 서울 송파구 잠실을 출발하여 강원도 평창에 이르기까지 이슬비가 내려 이번의 우리들의 울릉도 방문도 불안하기만 하였다.
오전 8시10분경, 강릉 '흙돼지집'에서 아침식사로 초당순두부가 준비되어 있었다. 강릉항에 ‘씨스타3’ 여객선이 9시 40분에 울릉도로 출발한단다. 잔뜩 구름이 끼어있고 비가 내릴 것만 같아 모두들 불안하였으나 출항을 한다는 소식에 울릉도를 가는 방문객들은 반가워하였다. 종진 친구는 혼자 강릉항 요트마리나 4층까지 가 아메리카노(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달래고 출항시간에 맞춰왔었다.
최근의 날씨가 좋지 않았음을 말해 주듯 예약을 하였던 관광객들이 많이 취소를 했나 보다. 지정된 좌석을 절반도 못 채우고 예정된 시간에 맞춰 출항한다. 항구 내와 연안에는 파도가 거의 없이 잔잔하다. 울릉도를 향해 외항에 나서자 조금씩 파도가 높아져 롤링이 있었다. 멀미를 할까 두려운 사람들은 약을 먹었기에 별다른 사고 없이 잠에 빠졌는지? 엔진소리만 조용히 들린다.
쾌속 선박이라 약 3시간을 파도를 가르며 힘차게 항행하니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상태에 희미하게 섬 모습이 보인다. 약 8~9년 전에만 해도 간혹 왔었던 울릉도의 곳곳은 잘 알고 있으나 새로운 시설물들이 들어서 있다. 강릉에서 오는 여객선은 저동항에 접안을 하였다. 내가 울릉도에 출장을 올 때에는 항상 묵호항에서 왔으며, 도동항에 접안하였었고 저동항에 단골 숙박 장소와 식당이 옛날에 있던 곳에 그대로 있었다.
노란 봉고차가 안내를 해 주려고 대기하고 있다. 안내는 운전기사님의 코메디언 화술부터 시작된다.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피해가 많아 당초 계획대로는 탐사를 못할 것 같단다. 하지만, 현장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다. 첫째 날은 서쪽으로 육상도로를 돌며 북쪽 천부마을과 나리분지, 관음도에 까지 돌아보는 계획이란다. 하지만 육상도로의 피해가 심해 복구중이며, 소방경찰 및 군인들이 관광차를 통행하지 못하도록 단속을 하는 곳도 있었다.
9월 4일(일), 첫째 날의 관광지역은 관음도 여객선을 타고 동쪽해안을 돌면서 선창선착지로 접안, 울릉도 해상 비경 가운데 으뜸인 삼선암을 구경하였다. 삼선암은 지상에 내려온 세 선녀가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만큼 아름답다. 부자만 산다는 천부마을을 지나 나리분지로 가 씨껍대기동동주 맛을 봤다. 성불사와 호박엿을 만들어 팔며 홍보를 하는 울릉산채영농조합만을 구경하였다. 시간에 맞춰 다시 여객선을 타고 저동항으로 돌아오는 게 하루 일정이다.
친구들과의 만남과 여행은 참 좋은데 어려운 일이다. 만남은 쉽지가 않고, 가고 싶었고 구경하고 싶었던 지역을 함께 가는 것은 서로 취향이 같고 인연이 닿아야만 함께 갈 수가 있을 것이다. 저녁식사는 회를 먹자하며 동주 친구가 황송하게 협찬을 하였고, 종진 친구는 오랜만에 만났으니 노래방에 가 한 곡씩 불러 보잔다. 첫째 날부터 씨껍데기동동주값, 저녁식사 및 노래방 값을 협찬하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9월 5일(월), 울릉도의 둘째 날로 구름이 끼어있으나 비는 오지 않는 날씨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도동항 여객선터미널과 터미널 위의 전망대를 탐방하였다. 오전 중에는 내수전일출전망대와 봉래폭포까지 걷기운동을 하였으며, 오후에는 독도를 가든지, 파도가 많이 일게 되면 독도의 선착장에는 접안이 안 되므로 뱃멀미를 하는 분들과 걷기운동을 좋아하는 객들은 선인봉을 산행하거나 육로A코스 또는 육로B코스의 일부를 선택, 트래킹을 하시라고 한다.
내수전일출전망대로 가는 길은 수많은 동백나무와 마가목 등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완만한 오르막길로 입구에서부터 전망대 까지는 왕복 약 30여 분이 소요되며 이곳에선 죽도, 관음도, 저동항이 내려다보이며, 야경이 참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평소에 산책을 즐겨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며 저동항에서 오르는 길은 짧은 거리이다.
내수전이란 명칭은 울릉도 개척민이었던 김내수라는 사람이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며 ‘일출전망대’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새벽에 일출을 잘 볼 수가 있고 저 멀리까지 넓게 펼쳐진 수평선과 섬들을 구경할 수가 있었다. 전망대선 죽도도 보이는데 죽도를 방문하기보다도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봐도 잘 보이기 때문에 구경을 할 수가 있다. 죽도(대섬)에는 현재 한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봉래폭포는 저동항에서 약 2km정도 위쪽에 있는데, 낙차가 30여 m에 이르는 3단폭포로서 울릉도의 도동과 저동을 비롯한 남부일대의 중요한 상수원이다. 이곳의 물은 북서쪽의 나리분지에 모인 강수가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에서 피압수가 되어 지표로 용출하는 것이란다. 지표로 솟은 많은 물이 지형의 기복을 따라 흘러내림으로써 폭포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1일 평균 수량은 약 3천 톤 이상이라 하며, 폭포로 가는 길 주변은 삼나무숲을 이용한 산림욕장과 나무 테크길,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시원한 자연 바람이 나오는 풍혈이 있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천연냉장고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울릉도는 정말 산과 숲이 울창하고 돌도 많은 섬인데, 심지어 지하수 물도 풍부해서 가뭄이 와도 계곡이 마르지 않는다고 하니 축복받은 땅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산림욕길' 이라고 지칭하는 게 더 적당해 보이는 규모이다. 높게 솟아오른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는 이 산길을 지나가다보면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가득 찬다. 울창한 나무 틈사이로 피톤치드도 많이 나온다고 하니 울릉도에 가면 꼭 한번 지나가 보시길 바란다.
성인봉의 산행은 시산회의 집행부에서 고민을 하며 금년도에는 꼭 실행을 하고 싶었단다. 그동안 집행부에서 수고가 많았었다. 꼭 함께 가고 싶었던 친구들과 울릉도(독도 포함)를 구경하고 싶었던 마나님(3분)이 있었기에 그래도 체면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친구들이 독도를 가보기를 희망했었기에 그 시간에 성인봉의 산행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이다. 성인봉 주변은 안개와 구름이 꽉 끼여 있으며, 이슬비도 간혹 내린다. 오전 중에 '내수전일츨전망대'와 '봉래폭포'를 걸었기에 사전 준비운동은 충분히 한 셈이다. 관광안내소에 가서 성인봉 산행 금지 여부를 다시 물었다. 지난 며칠간 집중호우로 산행길이 많이 막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가능하면 가지 말 것을 당부하며 다른 한 팀이 나리분지로 해서 성인봉에 가겠다고 하였다는데, 오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울릉도 성인봉의 등산은 도동항에서 출발, 성인봉(정상)에 오른 후 나리분지로 하산하거나 나리분지에서 성인봉 정상에 올라 도동항으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이다. 시산회의 역사상 그냥 간단히 뒤풀이만 할 수가 없어서 총장님과 둘이만 산행길이 오르기가 힘이 들면 돌아오기로 합의하고 간단히 간식을 준비한 후 13시 정각에 들머리로 올라갔다. 들머리는 'KBS중계소' 입구의 산행길이다.
대원사 입구에서 급경사 코스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KBS중계소가 있는 곳으로 돌아서 올라갔다. 우리는 KBS중계탑이 보이는 곳을 들머리로 시작하여 성인봉(정상)을 오르고, 옛날에는 나리분지로 하산하여 그 곳에서 뒤풀이도 하였었는데, 이번에는 산길의 안전함을 예측할 수도 없었고 나리분지서 도동항으로 돌아올 때가 문제가 되었었다.
도로사정이 괜찬을 때에는 택시나 버스편을 이용할 수가 있었는데,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성인봉(정상)에서 나리분지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원점으로 회귀하여 독도로 갔던 친구들과 마나님이 도동항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늦은 시간에 내려 갈 수가 없었다. KBS중계소 입구 옆에는 성인봉 코스의 지도와 상세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약간 시골길을 조금 걸어서 올라가다 보면 울창한 숲속의 등산로가 나온다. 원시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 들머리에서부터 느낌이 남다르다. 잘 알지도 못한 식물들의 군락지들이 산행길마다 있었다. 이 식물들이 이슬비를 머금고 갯바람 배인 푸르름에 신비롭기만 하다. 등산로의 코스에는 표지판이 깔끔하게 잘 세워져 있었고, 마가목 열매가 산행길에 제법 떨어져 있다.
산행길은 구름과 안개가 잔뜩 끼어있고, 바람이 불지 않아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온 몸에 땀이 제법 흘렀다. 가능하면 숨 고르기를 하면서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울창한 나무들은 그늘숲을 만들어 주고 있었으며, 원시림들이 있는 비탈진 골짜기에는 잘 만들어 놓은 나무다리와 흔들거리는 구름다리는 오묘한 느낌으로 힘든 발걸음을 새롭게 하여 주었다.
구름다리를 지나자 산사태로 길이 막혀 있는 곳이 있었다. 울릉군 관광안내소에서 성인봉 산행을 금지하는 것은 이런 산사태가 많이 있거나 구름이 잔뜩 끼어서 수시로 소나기가 와 산행길이 미끄러워 위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산행을 좋아하는 산객들은 성인봉을 꼭 가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걷기 운동을 계속 하고 싶어서 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울릉도까지 들어가는 것만 해도 정말 쉽지 않은 여정이다. 아마 다시 또 들어오기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성인봉에 빠져들었다기보다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었다. 어딘가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었으며, 서울 근교에선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 섬이 주는 신비로움 일까! 울퉁불퉁 나무뿌리 들이 땅위로 드러낸 채 자리를 잡고 있다. 굵직굵직한 팔뚝처럼 강인함이 느껴진다. 이러한 식물들의 군락지도 있었는데, 식물의 명칭은 잘 모르겠다,
성인봉(聖人峰) 정상에서의 기쁨은 유명의 어느 산과도 같다. 인증샷도 서로 찍기도 하고, 성인봉 정상의 약 10여 m의 뒤편에서 알봉과 나리분지 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성불사가 위치한 송곳봉과 미륵산, 형제봉과 천부리 쪽에 천부항의 조망이 아름다웠을 텐데, 오늘은 꽉 끼인 안개와 구름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소나기라도 쏟아질 것만 같아 증명사진만 촬영하고 정상 아래의 나무로 설치된 벤취 쉼터로 내려왔다. 그곳에서 동반한 시 한 수(길상호 시인의 ‘차 한 잔’)를 낭송한 후, 준비해 간 간식과 울릉도 호박막걸리를 한두 잔씩 마셨다. 나리분지로 내려가면 어제 맛을 보았던 울릉도의 특산주 '씨껍데기동동주'를 맛볼 수가 있었을 텐데, 신령수의 매력도 알고 있었으나 입맛만 다시는 별 볼 일이 없는 날이었다.
차 한 잔 / 길상호
묵언默言의 방
수종사 차방에 앉아서
소리 없이 남한강 북한강의 결합을 바라보는 일,
차통茶桶에서 마른 찻잎 덜어낼 때
귓밥처럼 쌓여 있던 잡음도 지워가는 일,
너무 뜨겁지도 않게 너무 차갑지도 않게
숙우熟盂에 마음 식혀내는 일,
빗소리와 그 사이 떠돌던 풍경 소리도
다관茶罐 안에서 은은하게 우려내는 일,
차를 따르며 졸졸 물소리
마음의 먼지도 씻어내는 일,
깨끗하게 씻길 때까지 몇 번이고
찻물 어두운 내장 속에 흘려보내는 일,
퇴수기退水器에 찻잔을 헹구듯
입술의 헛된 말도 남은 찻물에 소독하고
다시 한 번 먼 강 바라보는 일,
나는 오늘 수종사에 앉아침묵을 배운다
※ 침묵이 그리운 것은 언어가 존재를 압도할 때, 즉 수다가 소음이 됐을 때다. 존재의 집인 언어(하이데거)를 텅 비움으로써 현존재(Dasein)에 더 가까이 가는 것. 차 한 잔의 길 < 오민석, 시인, 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
친구들이 뒤풀이를 기다릴 것 같아 하산을 서둘렀다. 하산 코스는 성인봉을 올랐던 그 길로 가다 날머리는 조금이라도 가까운 길이라서 대원사 방향으로 갔었는데, 내리막길이 너무나 급경사로 포장이 되어 염 총장님은 발가락과 무릎이 아픈지, 잘 못 걸으며 힘들게 내려간다.
울릉도에서 만나는 박정희 1962(옛 군수관사) 부근에 왔을 때부터 비가 온다. 이미 땀에 옷이 젖어 있었기에 둘이는 우산과 비옷이 있었지만, 아예 꺼내지 않고 바로 숙소로 들어가 샤워부터 하였다. 도동항 식당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에겐 조금 늦으니 조금만 기다려 줄 것을 당부했었다.
숙소에서 간단히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서 관광안내소 옆의 뒤풀이 식당으로 갔었다. 일행 친구들(3분 사모님 포함)은 모두들 배가 고픈지 성인봉에 갔다 온 우리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뒤풀이의 메뉴는 울릉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따개비칼국수’와 김치에다 울릉도호박막걸리와 참소주 이다. 맛있게 먹고서 동반시 한 수(최재영 시인의 ‘꽃이 말하다’)는 동석 친구의 사모님이 낭송하여 주셨다. 낭낭한 목소리와 분위기가 시낭송을 하시는 분들과 다름이 없었다.
꽃이 말하다 / 최재영
꽃피는 한 시절을 허구라고 하다
봄 그늘에 앉아
무심한 바람이 둥글 퍼지고
향기로운 햇살 몇 줌 도르르 구르는 것을 지켜보다
그 아득한 멀미 속을 헤매다가
끓어오르는 절정들을 그만, 복사하다
꽃의 이마는 늘 신열에 휩싸였으므로
뜨거움 속에서 종종 길을 잃다
매번 허탕만 치고 돌아오는 길은
무수한 통점이었느니
돌아보니 폭풍처럼 지나왔노라고
지나온 길은 단숨에 지워졌노라
꽃이 닫히는 시점 또한 눈멀고 말아
모든 찰나는 숨 가쁜 적요에 들다
하여 천 년을 피어 있어도 순간이라 기록하다
한나절 봄볕이 붉게붉게 소멸해 가다
그리고 진실에 눈뜬 자들은 이윽고 말하다
봄은, 오늘 또 몇 번의 허구를 재촉하였는가
꽃들이 기울어가는 봄날을 탁본하여 후일을 도모하다
다시 처음인 듯,
울릉도 여행의 셋째 날이다. 오늘은 아침식사 후 12시까지 본인들 취향에 따라 구경을 하는 일정이다. 최종 결정은 선박을 이용한 울릉도 해상관광 6분, 독도박물관 및 케이블을 이용한 전망대 구경 3명, 죽도관광 2분, 성인봉 산행 1분으로 모두 시간을 잘 지켜 다녀왔었다.
점심식사는 12시~13시까지 그런대로 어제 저녁식사로 맛있게 먹었던 '따개비칼국수'로 결정하였다. 나는 염 총장님과 함께 독도박물관 구경과 독도전망대케이블카를 타 보았다. 또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울릉도서 만나는 1962 박정희(옛 군수관사)'도 볼 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개인별로 다녀온 친구들이 시간이 남아 함께 도동해안산책로(일부)를 걸었었다. 오늘도 구름이 많이 끼어서 연안의 아름다운 전망이나 도동항구와 사동항구를 뚜렷하게 볼 수가 없는 게 이번 울릉도 여행 일정의 흠이었다. 날씨의 좋고 나쁨은 여행의 복을 좌우한다고 볼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잘 알려져 있는 울릉군의 특징과 관광하게 될 때 알아야 될 자료 등을 정리해 보았다. 행남봉에 우뚝 서있는 2천 5백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고령의 울릉도 향나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랑을 하지만, 지난 태풍 때 일부가 부러졌다고 하였다. 성인봉의 등산에 나서며 성인봉은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들기는 하였어도 특수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울릉도는 동해 유일의 도서로 동경 130°54′, 북위 37°29′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7번째의 큰 섬이며, 섬 둘레는 56.5Km이라고 한다. 울릉도는 경상북도에 속한 섬으로 포항기점 217Km 지점에 있고, 강원도 묵호의 기점으로는 161Km의 지점에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울릉읍과 서면 및 북면이 있고, 25리 56개의 마을에 약 9천여 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울릉도는 화산암으로 형성된 오각형의 섬이며, 중앙에는 성인봉(해발 984m)이 솟아 있고, 험준한 산악과 나리분지 외에는 대부분 경사지로 형성되어 있는 섬이다. 일 년 중 맑은 날이 55일 정도이고, 눈과 비가 많이 오며, 기상의 특보로는 태풍이 3~5회, 폭풍이 60~70회가 온다고 하니 때를 잘 맞춰 가지 않으면 울릉도에 들어가기가 쉽지가 않았었다.
기후는 해양성 기후로써 시원한 여름에 따뜻한 겨울을 보내며, 평균 기온이 12°C라고 한다.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흑비둘기 외에 54종의 조류와 345종의 곤충류가 있다고 하며, 특히 자연자원이 풍부하여 천연기념물인 원시림과 기암괴석 및 용출수가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울릉도에는 '3無 5多'라는 말이 있는데, 3無는 도둑, 공해, 뱀이 없다고 하며, 5多는 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이 많다고 한다. 특산물로는 오징어, 호박엿, 돌미역 등 청정한 해산물과 명이(산마늘), 삼나물, 더덕, 고비, 부지갱이 등 산나물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무릉, 우릉 또는 우산국으로 불리던 울릉도! 울릉도는 화산섬으로 형성된 오각형의 섬으로 성인봉을 중심으로 분수령으로 형성되어 산악이 험준하고 나리분지 외는 대부분 경사지로 되어있다. 주요산업은 어업과 산채재배, 관광산업이며, 2013년 지질공원으로 승인이 되었다.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해양성 기후를 나타내고 있다. 눈이 많이 내리지만, 겨울에는 영상의 온도로 따뜻하고, 여름에는 서늘한 ‘동온하량’형의 기후라서 연 기온차가 작은 편이다. 한편, 천연자원의 보고이자 천해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독도는 수려한 자연자원을 그대로 보존·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독도에는 일반주민을 비롯한 독도 경비대원, 독도 등대원 등 3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울릉군에서도 다른 시 · 군과 같이 스탬프북을 운영하고 있었다. 스탬프북은 총 18개소를 설정하고 있었는데, 관음도, 죽도, 성인봉, 독도, 도동항 · 저동항, 도동(행남)등대, 봉래폭포, 독도박물관&독도전망대케이블카, 울릉도에서 만나는 박정희 1962(옛 군수관사), 예림원, 내수전일출전망대, 울릉자생식물원, 남서일몰전망대, 태하항목모노레일, 나리분지(너와집), 울릉천국, 천부해중전망대, 안용복기념관 등이었다.
위와 같이 스탬프북에 총 18개소가 설정되어 있는데, 이 중에 10개소 이상의 스탬프를 찍어 관광안내소에 제출하면 울릉도의 기념선물을 제공한다고 하였다. 아마 울릉군의 유명식품인 오징어, 호박엿과 더덕 및 명이나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되는데, 이번에는 도로교통의 제한여건상 2박3일의 일정으로는 스탬프를 10개소 이상 받을 수가 없었다.
첫째 날부터 둘째 날까지 사진으로서 인증한 개소를 세어보니 5개소이다. 가능하다면 오늘 오전 중에 5개소 스탬프를 찍어야만 선물을 받을 수 있었는데, 시간적으로는 2~3개소 밖에 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 스탬프 찍는 것은 포기를 하였다. 점심식사는 어제 뒤풀이로 맛있게 먹었던 따개비칼국수를 다시 한 번 또 먹고 울릉도(사동항)에서 묵호로 15시에 출발하였다.
이번 울릉도 여행 및 산행은 참석한 친구들 모두가 복을 받아서 그런대로 날씨가 괜찮았고 독도에 직접 발을 디딜 수가 있어서 모두들 기쁨에 찬 행복을 누렸다. 어려운 과정에서도 계획을 잘 세워 울릉도의 성인봉과 독도를 다녀오게 되어 하느님과 집행부에 감사를 드리며 모든 산우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 이번 울릉도 여행에서 가 보지 못한 곳
울릉자생식물원, 남서일몰전망대, 태하항목모노레일, 학포마을, 예림원, 울릉천국, 태하 황토굴, 국민여가캠핑장, 도동(행남)등대, 거북바위, 섬목·관음도보행연도교, 현포항·현포고분, 송곳봉, 일몰전망대, 안용복기념관, 천부해중·일몰전망대, 석포일출·일몰전망대, 코끼리바위, 도동등대, 저동항과 촛대
2016년 9월 13일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매년 춘천과 용문 방향으로 한 번씩 산행을 가는데, 말이 먼거리 산행이지 전철로 이동하는 시간도 1시간도 걸리지 않으니 동네 산행과 다를 바가 없다. 검봉산에서 내려와 먹은 파전이 일품이어서 가지 않을 수 없는 산행이다. 가을의 길목에서 산우들을 보는 즐거움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높지 않아 힘들지 않으니 많이 참석하기 바란다.
4.동반시
무감한 사물에 인간의 감정을 투여하는 센티멘털리즘을 존 러스킨(J Ruskin)은 “감상적 오류(pathetic fallacy)”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모든 지각(知覺)은 사물에 대한 ‘해석’이고, 해석은 불가피하게도 지적·정서적 ‘투여’를 거칠 수밖에 없다. 이 시에는 무방비 상태의 어린 갈겨니가 행여 “배고픈 날짐승”에게 당할까 봐 “우수수 이파리들”을 떨어뜨려 가려주는 “늙은 상수리나무”의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고스란히 시인의 마음이기도 하니, 이 가을에 이처럼 모두 따스하시기를.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성인이 되는 조건이 '항상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물며 땅에 박혀 평생을 살아야 하는 참나무조차 이렇게 사는데 우리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서 산다. 그 경계를 넘어설 때 참다운 인간이 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성인들의 자비, 사랑, 어짐, 무위 등을 잊지 말고 살아보자.
<도봉별곡>
화엄사 중소(中沼) - 박진규(1963~ )
갈겨니는 계속 물빛이어서
계곡이 아무리 유리알처럼 투명하여도
자신은 감쪽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하루 종일 내려다보고 있는
늙은 상수리나무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물속을 헤집고 다니는 갈겨니
그 여리디여린 몸이 가을빛을 받아
바닥에 지 몸보다 더 큰 그림자를 끌고 다닌다는 것을
상수리나무는 행여 배고픈 날짐승이 눈치챌까봐
아침부터 우수수 이파리들을 떨어뜨려
어린 갈겨니를 덮어주었던 것이다
2016. 9. 23.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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