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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98회 산행)

관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98회 산행)

산 : 관악산

코스 : 낙성대역 - 정상(하산은 거기서 결정)

소요시간 : 3시간 반

일시 : 2016. 11. 27.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낙성대역 1번 출구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산행

 

두 개의 입술
- 조원(1968~ )

바람이 나무에게 말하고 싶을 때

나무가 바람에게 말하고 싶을 때

서로의 입술을 포갠다

바람은 푸르고 멍든 잎사귀에 혀를 들이밀고

침 발라 새긴 말들을 핥아준다

때로는 울음도 문장이다

바람의 눈물을 받아 적느라

나무는 가지를 뻗어 하늘 맨 첫 장부터

마침표까지 숨죽여 찍는다

말귀를 알아듣는다는 건

상대의 혀를 움직여주는 것

소통은 바람과 나무가

한결 후련해지는 것!

몸은 대상이 ‘의식’되고 지각되는 통로다. “몸은 응결된 또는 일반화된 실존이며, 실존은 끊임없는 육화이기 때문이다.”(모리스 메를로-퐁티) 마음은 몸을 통해 실현되고, 마음의 문장은 몸을 거쳐 완성된다. 바람은 나무의 “멍든 잎사귀”와 “눈물”을 받아 적기 위해 입술을 내민다. 말귀를 알아듣는다는 것, 소통한다는 것은 몸을 움직여 상대에게 가까이 가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후련해지는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마침 소통 부재의 상황에서 벌어진 시국은 우리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지만 그것이 변증법적 접근으로 보면 정 · 반 · 합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역사의 흐름에 다름 아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듯 변하면서 흐른다. 여울물도 만나고 폭포도 만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겠는가. 우리 어른들이라도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역사가 만들어주는 교훈이 된다면 좋은 일이다. 다만 인명이 희생되는 폭력적 사태는 없어야 한다.

<도봉별곡>

 

2.산행기

도봉산 산행기 제297회 산행 / 고갑무

1.일시 : 2016. 11. 13. 10시 30분

2. 장소 : 도봉산

3. 참석자 : 김정남, 염재홍, 위윤환, 임삼환, 정동준, 조문형, 최근호, 한양기, 이승렬,

나창수, 고갑무 (이재웅 뒤풀이에 참석) 12의 시산인

 

어제 일기예보에는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비 예보가 있어 잘못하다간 간산(看山)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행이 하늘은 흐렸지만 비는 갠 상태라 산행에 큰 무리는 없겠구나 생각하며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옛날에는 지하철로 집결지로 가는 도중에도 카톡을 이용하여 현위치를 보고하라부터 주변상황 스케치까지 별의별 사항을 시시콜콜하게 전달하더니 언제부터인가는 그런 움직임이 없어서 그동안 친구들이 팍 늙어버려 세상사에 관심이 덜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언젠가 친구 한 명이 지하철에서 그런 카톡 활동이 주변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얘기를 하고나서 친구들이 그 말에 영향을 받아 갑자기 진중해졌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되는데.

 

집결지 도봉산 2번 출구에 도착해보니 임삼환 친구하고 조문형 친구만 보이고 아무도 보이질 않아 이거 뭐가 잘못되어 다른 장소로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부지런히 친구들 모습을 찾고 있는데 그동안 도봉산역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서 내부 구조가 변경되었다고 1번 출구로 모이라고 총무님이 친절하게 전화를 주셨다. 염재홍 총무는 사람은 되게 착해 전화도 다 해주고, 거기서 친구들을 기다리는데 참석하겠다는 연락이 없었던 이승렬 친구가 도착하고 갑자기 사정이 생긴 친구 2명이 빠져 총 11명의 친구들이 297회 도봉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분명히 늦가을이고 월초에 상당한 추위가 있었던 만큼 산속이라 추울까 생각하여 방한준비를 나름대로 철저히 하고 출발하였는데, 웬걸 날씨가 완전 봄날이라 조금 걷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데 결국 얼마 못가 친구들 전부가 한 꺼풀씩 벗을 수밖에 없었다.

 

한치 앞을 못 보는 중생의 어리석음일까 아니면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의 한계일까 알 수가 없다. 오늘의 산행은 도봉산의 산증인인 김정남 친구가 앞장서기로 했는데 난 사실 정남이가 앞장서면 내심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지난 1월 산행에서도 구체적으로 목적지도 이야기하지 않고 포대능선으로 해서 Y계곡까지 강행군을 하는 바람에 신사체면에 불평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그냥 그 어려운 산행을 따라서 했는데 끝나고 나니 그런대로 산행을 잘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산행 당시에는 정말 속으로 곡소리 여러 번 났었다.

 

오늘은 다행히 도봉서원을 출발하여 비구니들의 도량인 금강암을 거쳐 구봉사 작은마당바위로 해서 눈썹바위(치마바위)에서 점심을 먹기로 해 일단 믿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요사이 친구들이 늙어서 그런지 과거보다 변덕도 더 심해진 것 같아 갑자기 변덕을 부려 다리 힘도 없는 가여운 친구들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여 태산준령코스로 안내할지 적이 근심이 되긴 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다. 칼자루는 그가 쥐고, 난 오늘의 기자로 보고 느낀 대로 쓰는 것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으니 말이다.

 

금강암 앞에 도착하니 늦가을에도 아직까지 가을의 정취를 듬뿍 담은 단풍들이 비교적 온전하게 보전되어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삼삼오오 사진들을 찍느라고 난리다. 우리 일행도 맘씨 좋아보이는 등산객 한분에게 부탁하여 인증사진 3컷을 잽싸게 찍고 구봉사를 거쳐 작은 마당바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보니 구봉사 뒤뜰에 좌불한 부처님이 염화시중의 미소를 짓고 앞을 지나가는 중생들을 말없이 응시하고 계시는데 만약 부처님이 환생하신다면 오늘의 모습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남이 친구가 말한 Carpe diem일까, 아니면 내세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라고 할까, 아니면 보시를 열심히 하라고 할까, 어떤 친구말로는 보시 중에서 최고의 보시가 육보시라는데 난 제대로 보시를 했는지 모르겠다.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 나무관세음보살......

 

작은마당바위에선 아침에 집사람이 쪄준 고구마를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는데 이 고구마는 이번에 내가 퇴촌에 있는 밭을 경작하여 재배한 고구마다. 그런데 사실 나도 집에서 몇 번 먹어보았는데 맛은 별로다. 친구들 반응도 그런 것 같고 그런데 어찌하겠나. 초짜 농사꾼이 심은 고구마가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남은 고구마를 집에서 숙성시키고 있는데 만약 숙성 후 고구마 맛이 괜찮다면 다시 한 번 가져오겠네. 그때는 맛있게들 드시길 바라겠네.

 

올라가면서 보니 도봉계곡의 명소인 問師洞마애각자가 보인다. 조선시대 각자가 초서로 새겨져있는데 스승을 찾는 계곡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군자의 도 실현을 가장 중시했던 조선시대 학자들은 군자의 도를 가르쳐주는 학자가 있다면 그 스승이 아무리 깊은 계곡에 숨어있어도 찾아갔다고 한다. 현세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찾아가야할 스승이 있다면 찾아갈까. 인터넷으로 검색도 가능하고 멜로 연락을 할 수 있는데 스승에 대한 도리가 예전만 못한 현실에서 확실한 대답은 자알 모르겠다. 어쨌든 처마바위 밑 아늑한 장소에 도착하여 준비한 먹을거리를 펼치는데 오늘따라 시산회의 별칭인 먹산회의 전통을 준수하려는 듯 주먹밥, 문어찜, 야생느타리버섯전, 야생갓절임(오늘 처음 맛보았음), 회무침, 각종떡, 과일, 유과, 커피, 막걸리까지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일부 음식은 개봉도 못하고 다시 배낭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였으니 시산회가 유구한 시간을 이렇게 존속하고 앞으로도 그 역사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런 먹산회의 훌륭한 전통이 그 밑거름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나 추측해보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들 하시는지? 식사 전 막걸리로 가볍게 목을 축이고 297회 동반시 김동준 시인의 가벼운 농담을 낭독하였다.

 

가벼운 농담 / 김동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이면 좋겠어

뻐꾸기 울어대는 봄산골이면 좋겠어

마루가 있는 외딴 집이면 좋겠어

명자바람 부는 마당에도

앵두화 속절없이 벙글고

따스한 햇살 흩청처럼 깔린 마루에는

돌쩌기 맞댄 아랫도리 염불나고

뻐꾸기 소리인지

곰팡이 슨 목울대 소리인지 울리는 소리인지 모를

신음소리에 놀라

장독대 옆 누렁이는 멀뚱멀뚱 쳐다보고

그대로 마루에 벌렁 누워

늘어지게 낮잠 자면 좋겠어

그렇게

가벼운 농담처럼 사흘만

 

늘어만 가는 흰 머리칼과 여기저기 나타나는 굵은 주름은 우리 친구들이 험한 세파를 굳세게 헤치면 살아온 값진 훈장이기도 하지만 또한 육신의 고통과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인 세월의 흔적이기도 하다. 특이나 알게 모르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육체의 노쇠현상과 인지능력의 저하와 기억력의 감퇴는 당연한 자연현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싸한 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웃 일본에서는 졸혼이라는 새로운 풍속이 있다고 하길래,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이혼과는 다른 개념이다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풍속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성(54%)보다도 여성(63%)들이 졸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데 기대와는 달리 현재 졸혼 상태에 있는 중년부부들은 이혼 직전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부는 노년에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이며 적절히 밀고 당기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불편 끼치지 않고 자기 생활을 해나갈 능력을 갖춘다면 졸혼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의 견해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강 소장의 의견에 한 표 콜!

 

뒤풀이에서는 강북구의 굴사냥에서 생굴찜, 생굴회, 굴전 그리고 막걸리와 맥주로 푸짐하게 배를 채웠는데 뒤풀이에 참석한 이재웅 친구가 뒤풀이에 찬조를 해줘 더욱 맛있는 굴 요리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재웅이 친구 고마우이! 덕분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데 쓰이는 아미노산과 아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남성 강장제로 뛰어난 효능이 있다는 굴 요리를 맛있게 먹었네 그려. 오늘 저녁 굴 요리를 맛있게 든 친구들은 밤에 그냥 주무시지 마시고 꼭...

뭐 일부 친구들은 별 볼 일 없기도 하겠지만 또 맘이 싸할려고 그러네.

늦가을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도봉산에서 산행을 하며 친구들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고 자네들과 친구로서 지내는 것이 나에게는 아주 행운이라고 생각하네.

항상 건강들 하시고 언제나처럼 즐겁고 행복한 금년 한해를 잘 마무리들 하시길 바라네.

 

2016. 11. 13. 고갑무 씀

 

3.오르는 산

이번 산행지는 관악산이다. 오르다가 사당당에서오르는 코스 쪽으로 가서 관음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예정한다. 300회 산행을 앞두고 있으니 발기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깊다. 마침 써놓은 시가 모아져 300회 산행의 날 이틀 전에 시집을 발간할 수 있게 되었다. 부족하다 못해 부그러운 마음 금하지 못하지만 3년의 기간을 부지런히 썼다. 100편 중 60편을 올린다. 잘 읽어주기 바란다.

 

4.동반시

시집 시인의 말에 '시를 외우며 산에 오르면 가슴에 담겨지는 아름다움으로 힘듦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된다. 산의 꼭대기에 올라 호수를 보며 바람을 맞으며 시를 읊는 기쁨을 어디에 비하겠는가,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시산회의 일원인 게 매우 자랑스럽다'는 말을 넣었다.

시국은 위태롭지만 기회일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마침 평화로운 시위가 축제의 장처럼 펼쳐지는 것이 다행스럽다. 동반시는 '차타레이 부인의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로렌스의 시다. 혁명이야 목숨을 건 사람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거기에 목숨을 걸 나이는 아니다. 이번 토요일에는 불교 모임에서도 작지만 한 몫을 하자는 의견이 나와 잠시 참가하려고 한다.

 

제대로 된 혁명(A Sane Rovolution) / D. H. 로렌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들을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2016. 11. 25.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