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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 둘레길을 갑니다(詩山會 제299회 산행)

"시산회 298회 관악산 산행기<2016.11.27.(일)>" / 나양주

 

▣ 산행일/집결장소 : 2016. 11.27(일) / 2호선 낙성대역 1번출구 (10시30분)

▣ 참석자 : 17명 (갑무, 정남, 종화, 양주, 기인, 재홍, 윤환, 경식, 승렬, 원무, 윤상, 재웅, 삼환, 정한, 해황, 문형, 양기)

▣ 산행코스 : 낙성대역-관악산둘레길(1구간)-마당바위-전망대-헬기장-전망대-마당바위-은천2단지APT-낙성대역

▣ 동반시 : "제대로 된 혁명(A Sane Rovolution)" / D. H. 로렌스

▣ 뒤풀이 : '부대찌개'+'라면' 및 '돼지고기구이'에 막걸리·소주·맥주와 생맥주 / "수제햄" 및 "육고기식당"과 "ACROPOLIS 호프집"(2차)

오늘 제298회 시산회 산행은 관악산을 오른다. 우리 집 뒷산(?)이라서 늘 오르던 산인데 오늘은 내가 살던 곳과는 반대쪽에 위치한 낙성대역에서 출발하여 정상(연주대)까지 올라가는 코스이다. 나는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지하철2호선 낙성대역을 향해 집을 나섰다.

낙성대역에 약속시간보다 5분 정도 늦게 도착하게 되어 서둘러 1번 출구로 나가보니 벌써 와있던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 준다. 오늘은 내가 제일 늦게 도착하였고, 나를 포함하여 모두 17명이나 참석하였으니 드물게 많이 참석한 것 같다.

낙성대역에서 남부순환로 246번길을 따라 주택가 골목길을 이리 저리 한참을 걸어 쭉~들어가니 막다른 길목에 산행입구가 나온다. 약간 가파른 입구계단길을 올라 조금 가다보니 완만하여 걷기에 아주 좋은 낙선대능선길이 이어진다. 이곳 낙선대능선길이 초행인 나에게는 산세가 험하다고 알려진 관악산의 이미지와 달리 상당히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지며 오르기가 아주 편한 길이어서 느낌이 좋았다.

주위를 둘러보니산기슭엔 빛바랜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깡마른 나뭇잎 몇개씩 대롱대롱 매달고 서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초겨울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왠지 쓸쓸하게 다가온다.

낙선대능선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니 서울둘레길 1구간의 관음사 방면과 낙성대 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우리는 관음사 방면으로 발길을 돌린다. 둘레길을 따라 오르는 길에는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고 산길을 내려오는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만 여럿 마주한다. 아침 일찍 올라갔다 내려오시는 길이겠지만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하는걸 보면 이제 백세시대라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한다.

둘레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소나무숲길이 펼쳐진다. 소나무숲길을 걷는건 언제나 기분이 상쾌하다.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걷다보니 조망대에 도착해 쉬어가기로 한다. 누군가 말린 자두를 나눠주어 한입에 넣고 먹어보니 제법 맛있다.

조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초겨울의 하늘은 회색으로 뒤덮여 있고 안개가 자욱하여 온통 뿌였다. 박대통령의 불통, 오만과 독선 그리고 공부 잘하고 착한 모범생일 것만 같은 이미지로 그려지는 우리들 어릴적에 어딘가 있었을법한 그런 이름, 순실이라는 강남아줌마와 공모자들이 저지른 국정농단사태 이른바 ‘순실증’으로 국민들이 집단우울증에 빠져든 요즘 우리나라 정세를 보여주는 것도 같아 마음 한편은 무겁다.

우리는 조망대를 떠나 소나무숲길이 이어지는 낙성대능선길을 올라 상봉약수터를 지나고 사당능선길과 만나는 갈림길에서 연주대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올라가 사당능선길 테크쉼터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한다.

테크쉼터를 나선 우리는 다시 연주대 방향으로 고고!! 하마바위 우회로를 지나 조금 가파른 길을 오르니 마당바위가 나오고 마당바위를 거쳐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 테크쉼터에서 바라보니 연주대 KBS위성안테나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낮12시가 지났는데도 시야가 여전히 뿌해 조망이 좋지 않다.

우리는 이곳 헬기장에서 쉬어가기로 하고 헬기장 가장자리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친구들이 각자 가져온 먹거리들을 배낭에서 내어 놓는다. 뽕나무순장아치, 돼지고기수육, 홍어무침, 생굴, 과일 등 푸짐하다.

오늘 갑자기 총장으로부터 산행기 기자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나에게 동반시를 낭송하라고 한다. 동반시는 '차타레이 부인의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로렌스의 시다. 요즘 뒤숭숭한 정세를 생각해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혁명"(A Sane Rovolution) / D. H. 로렌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들을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시낭송이 끝나고 오늘 친구들이 꺼내놓은 먹거리를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씩을 돌린다. 초겨울 관악산 중턱의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찬음식이 몸속에 들어가니 한기가 들어 우리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낙성대역 부근에서 뒷풀이를 하기로 하고 낙성대역 방향으로 하산길에 나선다.

하산길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면서 우리들 발걸음도 저절로 빨라진다. 우리가 올라왔던 마당바위, 하마바위를 지나고 상봉약수터 갈림길에서 만수천 방향으로 한참을 내려가니 쉼터도서함이 세워져 있는 곳에 서울둘레길(낙성대) 방향과 반석아파트 방향으로 곧장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반석아파트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내려가다 보니 인헌산림쉼터가 나온다. 초겨울 산림쉼터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드러내고 서있는 이름 모를 잡목들과 땅바닥에는 깡마른 낙엽만 수북하여 산림쉼터라고 하기가 민망하다.

이곳 인헌산림쉼터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니 은천2단지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여 뒷풀이 장소를 찾아 나서다 소통부족으로 회장팀은 ‘무한리필 삼겹살집’에서, 총장팀은 ‘수제햄 부대찌개집’에서 각각 따로 뒷풀이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이 우리 시산회에 까지 전염되었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우리는 부득이 산행 뒷풀이를 따로 한 뒤에나마 다함께 만나 인근 맥주집에서 생맥주 한 잔으로 화합하는 시간을 가지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2016년 11월 27일 나양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