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삼성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08회 산행)

삼성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08회 산행)

산 : 삼성산

코스 : 한양기 산우가 인도. 뒤풀이 : 강태공 식당 02-891-2270

소요시간 : 10시 30분 ~ 16시

일시 : 2017. 4. 23. (일) 10시 30분

모이는 곳 : 서울대 정문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한천옥(010-4324-6698)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산행

저녁 한때 - 임길택(1952~97)


뒤뜰 어둠 속에
나뭇짐을 부려 놓고
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
어머니는 무 한 쪽을 예쁘게 깎아 내셨다.

말할 힘조차 없는지
무 쪽을 받아 든 채
아궁이 앞에 털썩 주저앉으시는데
환히 드러난 아버지 이마에
흘러 난 진땀 마르지 않고 있었다.

어두워진 산길에서
후들거리는 발끝걸음으로
어둠길 가늠하셨겠지.

DA 300

 



불 타는 소리
물 끓는 소리
다시 이어지는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
그 모든 소리들 한데 어울려
아버지를 감싸고 있었다.


묵묵히 견디는 아버지의 진땀에, 무 한 쪽을 예쁘게 깎아 내는 어머니의 슬기로움에, 아궁이의 불소리, 물 끓는 소리, 도마질 소리가 이루는 저 애달픈 ‘저녁 한때’에 하늘과 땅의 돌봄이 있기를! 나라의 존망이 바깥사람들 손에서 오고 가는 이상한 판국이지만, 그럴수록 우리 그리움의 본바탕 쪽이 간절해진다. 이 속수무책의 무능을 언제까지 대물림해야 하나. 시 속 어린 목소리의 어른스러운 눈과 마음이 새삼 아프다. 시인은 탄광과 농촌 지역에서 오래 어린이를 가르쳤던 사람. 그의 시들은 슬픔과 선량함의 갈피에 따뜻한 낙관을 불씨처럼 묻어 두고 있다.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2.산행기

제 307회 시산회 산행기(청계산) / 한양기

 

일시: 2017년 4월 8일(토) 10:30~16:00

 

산행코스: 원터골-생태 보존지역 왼쪽길-길마재-돌문바위-매바위-매봉정상-

길마재-생태보존지역 왼쪽길-원터골약수터(체육시설)-어둔골약수터-원터골

 

참가자: 남기인, 염재홍, 위윤환, 정한, 한양기(총 5인)

 

이 좋은 4월 산행에 참석자가 단출하다. 불참 사유들이 호사라니 다행이고 부럽기도 하다. 등산로 입구에 자리한 지 오래된 느티나무 잎새가 포실한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연둣빛 새싹이 사랑스럽다. 원터 마실 쪽 나무들은 새싹을 피우고 있는데 산등성이를 바라보니 아직은 까칠한 느낌이다.

 

오늘 목적지인 매봉 가는 길은 모두가 익숙하여 이탈 염려는 안 해도 된다. 들머리가 둘로 나뉘는데 상춘객 모두가 오른쪽 길로만 몰려간다. 진달래 능선으로 접어들 수도 있고 매봉을 오르더라도 완만하기 때문이다.

 

우리 다섯 친구들은 호젓한 왼쪽 길을 택해서 오르기로 한다. 경사면 길이 곧바로 이어지는데 우리들의 전용선이다. 등산로 왼쪽 편으로 만발한 진달래가 듬성듬성 이어진다. 굳이 진달래 능선을 오르지 않아도 충분한 완상감이다.

 

우리 다섯 친구 오붓이 산수에 동화된다. 길마재까지는 높낮이 없이 가파르게 이어져 종아리가 뻐근해진다. 돌문바위의 그 스님은 오늘도 염불하며 목탁을 두드린다.

 

합장하고 세 번을 돌아야 소원 성취한다고 일러준다. 뒤에 오던 기인과 한이는 사주도 했다니 소원대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100여 미터 전방의 매봉 정상까지 오늘은 완주하기로 한다. 내가 참가했던 2번의 산행에서는 돌문바위에서 그치고 옆길로 하산하였기에 매봉 답사는 3년만인 셈이다.

 

하산길은 길마재에서 갈라지는 왼쪽 길을 택한다. 오늘 산행은 원터골 뒷산 생태경관보전지역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도는 셈이다.

 

남기인 산우의 주차 편의를 제공한 “산들애” 뒤풀이 집에서 오늘 산행의 동반시로 선정했다는 가톨릭 성자의 기도문을 낭독한다.

12세기말에서 13세기 초까지 44년을 살다간 가톨릭 성자 프란치스코가 제자들에게 가르쳐서 전해져온 기도문이라고 하니 인생살이의 교훈이 되는 내용이다. 기도생활을 못 한 나로서는 “고해성사” 제도를 생각하게 되고 그 신앙생활이 부러워진다.

 

평화의 기도

 

성 프란치스코(1182-1226)

 

주여 나를 당신의 도구로 쓰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그릇됨이 있는 곳에 참됨을

의심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나를 잊음으로써 나를 찾으며

용서함으로써 용서받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받기 때문입니다.

 

시산회에서 동반시 낭송은 2번째 정도 되는 보람된 성과라고 생각한다.

좋은 친구들과 교류하고 문화의 숨결을 느껴보자고 모임도 시산회라 정하지 않았던가!!!

 

창작시를 낭송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작품 중에서 고르는 것인데 어떤 문제점이 있겠는가?

요즈음은 산행기자가 선정하고 낭송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가고 있으니 바람직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산행기자로 선정된 산우의 기호, 개성, 감성 등에 따라 선정시도 다양해져서 신선한 감동을 전달해 줄 것이니 더욱 기쁘지 않겠는가.

 

산행기자는 최소한 전날까지는 지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산행 날의 여건 등이 감안된 시를 선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기자가 미리 지정되지 않으면 집행부에서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간단하지 않겠는가! 당일 아침에 만나서 정하는 방법은 지양해야 될 일이다. 시산회에서 만난 시에 심취해 보는 것은 최소한 두 번째 정도로 재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2017. 4. 19. 한양기 올림

 

3.오르는 산

봄비가 촉촉히 내린 산하는 봄빛이 완연하다. 중랑천에는 잉어가 산란을 위해 올라왔다. 삼성산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자주 간 산이고 마침 한양기 산우가 자청해서 인도를 한다니 부연해서 할 말이 없다. 내 몫까지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한 총장이 동반시를 미리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정연복 시인이 우연히 보고 한 총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니 시산회가 많이 알려진 것임에 틀림 없다. 한 총장이 매번 동반시를 선정하는 수고를 해주니 참으로 고맙다. 사실 손가락 끝은 신경이 많이 몰려있어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통증이 와서 쉽지 않다. 전체 메일 작업은 할 테니 동반시 선정은 내가 회복이 될 때까지 계속 그 일을 해주기 바란다.

 

벚꽃 / 정연복

 

목련은 피어서는

참 우아하고 아름다운데

 

커다란 잎이

뚝뚝 떨어져 질 때는

 

검게 퇴색하는 모습이

별로 예쁘지 않다.

 

나는 벚꽃같이

이 땅에서 예쁘게 살다가

 

꽃비 내리는 것처럼

예쁘게 죽어서

 

맑고 깨끗한 영혼으로

천국에 가고 싶다.

2017. 4. 20.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