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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안산자락길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12회 산행)

안산자락길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12회 산행)

산 : 안산자락길

일시 : 2017. 6. 25.(일) 10시 30분

모이는 곳 :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 밖 길옆 공원 벤취에서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한천옥(010-4324-6698)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산행

시 창작 모임에서 처음 오는 사람을 위해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강의 대신 시로 대신하겠다고 지은 시다. 강의는 지루하고 손이 아파 글씨를 쓸 수 없으니 이렇게 하는 것이 기억하기도 좋겠다는 의도로 썼다. 내 의도와 시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시를 쓰시려거든 – 자유를 향한 여행 / 도봉별곡

 

시를 쓰고 싶은가 내 안의 ‘나’와 대화하는 것이다

시인이 되고 싶은가 인간과 신의 중간이 되고 싶은 거다

무욕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시라

그만큼 시가 깨끗해지므로

 

시간이 드는가

돈이 들지 않고

돈이 되지도 않지만

돈으로 쓸 수 없는 것을 시라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무욕의 시인이다, 그것도 예술에서 유일하게 사람 ‘인’ 자를 붙여주는

진정으로 시를 쓰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시란 상상력의 비실재적 시 · 공간이며 시간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주어지며 지구라는 공간 또한 같다

시인의 정의는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임을 잊지 마시고 딱 그 중간에서만 머무시라 신과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니까

 

문득

이미지 하나쯤 떠올려 제목을 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보시라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내고는체험이든 상상력의 힘으로든 쓰다가 행과 연을 가르면 운문시가 되고 그대로 놔두면 산문시가 되고

시는 귀한 미적 결과물이니 굳이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시는 시간과 산과 술과 삶처럼 어느 방향을 바라보느냐의 차이와 구별은 있어도 비교의 대상은 아니니 결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나 발표할 수 있는 한 번의 용기만은 필요하다

돈이 필요 없어졌다면 남의 눈치를 볼 일이 있는가

직유는 온전히 마음을 드러내서 좋고, 은유는 마음을 감출 수 있어 좋고, 제유와 환유법은 반은 드러내고 반은 감출 수 있어 좋고

 

쓰다가 생략하거나 줄여도 축약이라는 기법이라고 봐줘서 괜찮고

동물이 되고 싶거나 식물이 되고 싶다면 의인화의 기법이 있으니 활용하시고

산이나 바다가 바람이 불이 되고 싶거든 동일화라는 의인화와 비슷한 의미의 기법을 배우시라

해석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주니 좋은 일 하는 거고

 

그러나

직유는 격이 떨어지지 않게 하나의 시에 두 번까지만 사용하시라

적당하고 적절한 은유와 상징은 시를 폼 나게 하나 오용과 남용은 시를 어렵게 하며 사람들을 멀어지게 만드는 단점을 내포하니 잘 극복하시라

최후의 은유적 상징을 찾아내고는 절묘하게 구사하는 것이 시와 시인의 최고의 덕목이니 끝까지 잘 찾아보시라

 

지나친 형용사의 구사는 미사여구의 유혹에 빠지기 쉬우니 ‘형용사의 동사화’라는 고급 기법을 배우시라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올바르게 배우지 않으면 시의 품격이 떨어지니 조심하시라

제목을 정하지 않고 시작했다면 다 쓰고 제목을 붙일 때 시를 쓴 만큼의 열정을 쏟으시라

 

체험은 삶이 힘들었던 만큼

상상력은 당연히 간접 경험이 많을수록

폭이 넓고 깊어지며 간접경험의 대부분은 책에서 얻어진다

유명 시인은 불경과 성경과 삼국유사를 꼽았지만 불경은 너무 어렵고 방대하니 조심하시라 잘 하면 시인이 되기도 전에 먼저 중이 될 수도 있으니

옛날 과거시험에 시와 역사는 필수였나니 해서 정치유전자는 시적 감성과 역사적 통찰이었지만 잘못 쓰면 당쟁싸움이나 하게 되는 소인배를 만드나니

아직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이름조차 모르는 ‘시의 신’이 내리는 엄중한 경고와 동시에 뜨거운 관심일 것이다

 

기도와 명상은 집중이고 시는 연상聯想의 뇌 작용이 필요하므로 두 가지의 동시 작업은 어렵다는 것을 아시라 그러나 명상의 ‘시각적 형상화’를 부작용 없이 온전히 내 것으로 학습할 수 있다면 한 번 해보시라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니

남녀의 시 경향의 차이는 그림으로 치면 산수화와 정물화의 구별이므로 높낮이가 끼어 들 공간이 없고

 

등단은 그들만의 리그에 휘말릴 위험이 있으니 조심할 자신이 있다면 뛰어들어도 좋겠지만 아니면 시간 낭비에다 마음 상할 수 있음을 잊지 마시라

다만

시에 목숨을 걸었다면

시를 통한 세상의 혁명이라도 거창하게 꿈꾸었다면 당연히 나서서 싸우시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상의 비평에 맞설 자신이 붙었다면

목적시나 참여시든

사랑시나 연애시든

구도시나 종교시든

잠언시나 경구시든

마음 놓고 써보시라

어차피 남의 얘기란 사흘을 넘기지 않는 법

 

일생에 한 번쯤은 대서사시를 써볼 꿈을 꾸시라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말고 판소리 열두 마당 춘향가 닮은

 

소설을 쓰다가 굶어죽었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지만 시 쓰다가 굶어죽은 사람은 없고

공지영 작가는 단편소설 원고지 80매를 메꾸려고 15일간 작정하고 지리산 행복학교를 찾는다니 소설은 우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주제의 일관성, 절제하고 정제한 묘사, 적절한 품사와 시어의 구사

위와 같이 고상한 말투는 복잡하니 때로는 무시하시라

매일 시 메모와 국어사전 읽기, 시 일기, 시 읽기는 빼지 마시라

써놓고 고칠수록 빛이 난다는 사실도 알아두시라

 

그래도 쓰고 싶다면 그냥 쓰시라

그리고 꼭 발표하시라 시는 일기가 아니고 시는 자유를 향한 여행이므로

그런 마음이라면 문우들에게 따뜻한 축하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절대로 버리지 말고 간직하시라

당신만의 심장으로 당신만을 위하여

자유롭게 겸손한 언어로

검소하게 쓰시라

 

 

2.산행기

시산회 제311회 서리풀 공원길 트레킹 산행기 / 홍황표

일시 및 장소 : 2017. 6. 10. 토. 10시 30분. 고속터미날역 5번 출구

참석 : 작, 진오, 양주, 창수, 경식, 양기, 문형, 해황, 승렬, 한, 천옥, 종화, 갑무, 영훈, 황표(이상 15인의 산사나이들)

코스 : 고속버스터미날-서래공원-성모병원-누에다리-몽마르뜨공원-서리풀다리-서래마을뒷산-청권사

뒤풀이 : 방배역 먹자골목 원당감자탕

 

이번에 시산회에서 서리풀 공원길을 트레킹 코스로 하여 신입회원인 내가 감히 기자를 자청했다. 이런 기록 작성은 처음이지만 이 코스가 내가 사는 집과 붙어있는 뒷동산길 같은 곳이어서 잘 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인데 여러 선배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 마음으로 시작하니 양해를 바란다.

 

집합시간은 10시30분, 아무래도 서울 한 복판의 코스이고 교통편이 좋은 곳이고 코스도 길지 않아서인지 한 총장께서 출발 시간을 느슨하게 잡은 모양이다.

집합장소를 고속버스터미널역 5번 출구라고 해서 10시까지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10시 30분이 다되어 가도 반절도 안보이더니 다른 친구들은 건너편 서래공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서래공원은 서울 성모병원 건너편에 모기업이 조성하여 서울시에 기증한 약 6,500평방미터의 작은 공원으로 2003.4월 개원하였는데 기증한 기업은 옆에 신축빌딩을 허가 받기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들은 이산가족 만난 만큼이나 반갑게 악수한 후 성모병원 앞, 장례식장 옆을 지나 트레킹코스로 진입했다. (서울 성모병원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Seoul St. Mary's Hospital 은 1980년 5월 강남성모병원으로 개원하여 2008년 12월 신축, 서울 성모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병상수는 1,354개로 6위이지만 매출액 기준은 빅5에 포함되고 단일 병동평수는 57,400평으로 한국 최고라고 한다)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가파른 계단이 눈앞에 나온다. 오늘 코스 중 가장 가파른 계단이다. 그래봐야 단련된 선수들은 가쁘게 숨을 쉬지도 않고 바로 올라서니 왼쪽으로 미도 2차 아파트가 보이고 11시 방향엔 미도 1차 아파트, 오른쪽엔 가톨릭 병원 건물들(옛 병동, 성의회관, 연구동, 교수연구실 등)이 보인다.

어디나 그러듯이 간단한 운동기구가 있는 언덕을 무시하고 계속 산 계단을 올라 등나무 밑에 벤치를 보니 바로 휴식모드로 바뀐다. 벤치에 걸터앉아 먹을 것을 배낭에서 무겁다며 각자 꺼내어 배분하자 바로 입으로 직행한다.

하기야 11시 가까이 되니 간식이 있으면 산을 오르는 친구에겐 맛있을 수밖에 없다. 칡술, 바나나 말린 것 등등 얻어먹긴 먹었는데 잘 생각이 안 난다.

 

아무리 짧은 코스라 할지라도 한 곳에 지체하면 안 된다 싶어 다시 오르기를 계속한다. 한 5분 오르니 미도산(?) 정상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검찰청등의 법원 단지가 보인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을 수 분간 걸으면 누에다리가 나온다. 처음 설계할 때부터 누에모양으로 만들어 반포대로로 짤린 법원 뒷산과 몽마르트 공원을 이어서 반포대로를 오버 패스하여 연결한 것이다. 공사비가 29억원 들었다고 기억한다.

 

누에 다리에서 보면 발아래로는 8차선의 대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어지럽게 달리고 있고 왼쪽을 보면 저 만치 우면산 정상과 그 아래 삿갓 모양의 예술의 전당, 그리고 서초역 사거리엔 서울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향나무가 서 있다(수령 870살 키 15.5m). 서초동 법원 단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꽃동네로 여기저기 꽃을 파는 비닐하우스가 많았고 나도 신혼시절엔 이곳에 와서 꽃을 사가기도 했던 곳이다. 그 사거리엔 사랑의 교회, TV 뉴스에 잘 나오는 대법원, 대검찰청, 서초경찰서가 있고 다시 누에다리 오른쪽으로 보면 저 멀리에 남산, 그리고 분수가 나오는 반포대교 그 반포대교 옆엔 세빛섬 그리고 우리가 출발 전 만났던 서래공원 성모병원, 조달청 드리고 지식의 보고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 도서관이 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엔 모든 책을 열람할 수 있으나 대여는 안 된다. 나는 가끔 중앙도서관의 북카페를 이용하는데 그냥 커피숍이다 분위기가 조용하여 애용한다.

 

누에다리를 건너면 하얀 누에 석조 조형물이 보이고 그 아래 이렇게 써놓은 글이 있다

 

[서초의 꿈 / 잠몽 蠶夢 ]

누에가 부귀와 다산의 화신으로 둘이 된 사연을 아는가

누에가 사랑과 밀회를 약속하는 견우직녀 다리로 떠 있는 내력을 아는가

세월이 헤집은 언덕에 천 개의 꿈을 초롱으로 매단 서리풀 사람들.

한 세상 지나 마뉘꿀 고개 넘거던 별 따다 하늘에 걸고

하늘기운 땅 정기 탄 천충(天蟲)기려 자손번성 성채 세운 뜻이나 알고 가소

작가 : 김영걸 김시찬

 

또 누에에 대한 이런 설명도 있다

 

누에는 예로부터 신성시되어 천충 즉 하늘이 내린 곤충으로 불렸다. 너무나 청결해 오염된 땅에서는 살지 않고 지저분한 뽕잎은 먹지 않는다. 약 45일 정도의 일생동안 5번에 걸쳐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면 1000~1500m의 실로 고치를 짓는다.

이후에는 나방이 되어 3일간의 사랑으로 5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중략>

누에의 신성한 기운을 받아 서초구민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상서로운 기운이 서린 이곳에 누에다리를 놓았다. 그리고 두 마리의 누에가 사랑을 나누는 잠몽을 설치해 여기에 오가는 모든 사람이 소원을 빌고.............

<이하 생략>

 

이렇듯 어떤 사람은 여기에 키스도 하고 소원을 빌기도 한다.

도대체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인가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는다.

이제 이곳을 지나면 몽마르뜨공원이 눈앞에 나타난다.

 

몽마르뜨공원(면적20,054m²)은 원래 아까시나무가 우거진 야산이었으나 지난 2000년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반포 지역의 원활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배수지를 만들고 서초구에서는 서울특별시와의 협의를 통해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 '몽마르뜨공원'을 조성하게 되었다. 특히 인근 서래마을에는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마을 진입로를 몽마르뜨길로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공원의 이름을 '몽마르뜨공원'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엔 집에서 기르던 애완용 토끼를 너무 자라거나 늙으면 이곳에 슬그머니 갖다 두어 여기저기 토기들이 뛰어 다니고 하는데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다. 늙음이 슬픔이다. 또 2008년부터 매년 10월 초쯤 한불음악 축제가 이곳에서 열려 서래마을 사는 이다도시등이 출연하기도 하는데 재작년에는 정동하가 불렀던 비상, 작년엔 손승연의 마포종점이 기억에 남는다.

 

여기를 지나면 서초동 정보사에서 서래마을을 이어주는 왕복 2차선이 산행을 막곤 했는데 누에다리를 만들 때쯤 나무로 서리풀다리를 놓아 공원길과 서래마을 뒷산과 연결이 되어

끊김이 없이 걸을 수 있게 했다.

 

이곳 서래마을은 프랑스인 거주지가 들어선 1985년 주한프랑스학교(Ecole Francaise de Seoul)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부터다. 2008년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1,000여 명 중 절반 정도가 이곳에 살고 있다. 서래마을이 프랑스인들의 거주지역으로 자리 잡게 되고 자연스럽게 글로벌 빌리지가 세워짐에 따라 다른 여러 나라 외국인들도 서래마을을 자신들의 거주지로 선택하고 있다. 또한 연예인들도 많이 산다.

 

서래로 거리로 들어가면, 서울 프랑스 학교를 찾아볼 수 있다. 불어로 'Attention ecole(학교 앞 주의)'이라고 쓰인 도로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파리크라상 서래점은 조금 특별하다. 아침이면 갓 구운 바게트를 사기 위해 자전거 탄 사람들이 빵집 앞에 긴 줄을 서 있으며, 이곳은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재료로 정통 프랑스식 바게트 맛을 재현, 프랑스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서래마을의 상점들은 소박하며 아기자기하다. 유럽의 작은 식당을 옮겨 놓은 듯한 상점과 식당들이 많은 거리이다.

 

최근 몇 년간 서래마을의 모습은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골목마다 프랑스풍 '와인바와 고급 커피숍, 햇볕을 즐기며 식사나 차를 즐길 수 잇게 발코니를 튼 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아지면서 서울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멋스러운 장소로 인기 급부상 중이다.

 

이제 다시 오르막 산길이 시작된다. 내려 왔으니 올라가야 한다. 오르막 마지막쯤이면 대여섯 번의 가픈 숨소리가 들리지만 이내 꼭대기에 다다른다.

그래도 양기의 말소리는 확성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쩡쩡하다 이름이 좋은 것 같다.(조양기는 조용하다는데....)

 

언덕 위 같은 곳을 올라서면 세 갈래 길인데 왼쪽으론 할아버지쉼터, 오른쪽으로는 할머니 쉼터다. 왼쪽으로 가면 할아버지만 있을 것 같아 오른쪽 길을 택한다. 이 길로 가야만 코스가 더 길어 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여자 할머니들과 조우하지 않을까 했지만 두 사람의 할머니 부부 한 쌍이 쉼터에 있었다가 고장 난 라디오처럼 들리는 양기 말소리에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감히 15명의 단체에 도전하랴!

옛날엔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고 했지만, 불륜방지를 위해서 이산은 남녀 65세 이상 부동석의 뜻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쉼터를 따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허허허.

 

12시를 넘기니 염 회장님께서 좋은 곳에 자리를 잡자고 한다. 역시 회장님의 책임은 남다르다. 다른 길보다 인적이 뜸한 숲속 언덕에 자리를 펴고 모두들 가져온 먹을 것을 내놓는다. 며느리가 무쳐준 가자미회, 참치김밥, 마누라가 만들어준 초밥, 과일 등등.

그런데 오늘은 막걸리가 빠졌다. 도심 속 코스라서 아무도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의 하이라이트 시 낭독은 엄숙히 개시되었다.

제목이 녹슨 철모이기 때문이다.

 

녹슨 철모/성지월

 

누구의 손길도

와 닿지 않는 곳에서

파괴된 채 홀로 남은

녹슨 철모하나

 

전쟁의 처절한 삶속에

피 비린내 나는

과거를 대변하는

구리 고드름

 

포탄에 맞아

찢어진 철모사이로

나의 원혼은

이름 모를 야생화로

다시태어나

모진 생명력을 이어가고

 

그곳에 너의 영혼이

살아 생동하고

네 향기가 이 세상에 퍼져

세월 속에 존재하는 한

조국은 영원히 건재할 것이다

 

주인은 간데없고

외로운 너만 홀로

어제의 전장을 사수하고

퇴색한 사공에

햇빛만 찰란하다.

 

유월의 동반시는 호국 정신이 묻어나는 녹슨 철모다.

이 시를 낭독하고 나니 지난해 유월에 보았던 가까운 현충원에 묻혀있는 채명신 장군이 생각난다.

1926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채 장군은 1950년 6.25전쟁에 참전하고, 1961년 박정희의 군사쿠테타에 가담, 1965-69년 월남전 사령관을 지내고 1972년 유신헌법 개헌을 반대한 이유로 4성 장군이 되지 못한 채, 제대한 채명신 장군 묘를 본적이 있다. 장성급은 8평의 묘에 묻히지만, 살아생전 죽어서도 월남 참전 용사와 같이 하겠다는 유언으로 월남전 전우들의 묘비 앞 대열에 똑 같은 크기의 비, 면적(1평)으로 영면한 채명신 장군. 지금도 월남전 병사들을 제일 앞에서 지휘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진정한 장군이며 영웅이다.

 

다시 남은 2/3 코스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목적지 청권사 뒷동산에 도착했다. 계속 키 큰 나무숲 아래를 걸어서 땀은 나지 않았다. 아직 에너지가 남이 남은 듯 윗몸 일으키기 운동을 하는 친구도 있다.

 

청권사(淸權祠)는 조선 태종의 둘째 아들이자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孝寧大君) 보(補)의 사당과 묘소로 정식 명칭은 청권사부묘소(淸權祠附墓所)이다. 묘역 18,736평에 사당 건평 12평을 비롯한 2동의 건물과 묘 1기를 포함해 1972년 8월 30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어 사단법인 청권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문을 닫아서 실제로 들어갈 수 없었다. 역사적인 문화적인 곳이라면 주말, 휴일에도 오픈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제는 모든 트레킹이 끝나, 마지막의 향연을 위해 방배역의 먹자골목에 들어서니 초입에

원당 감자탕집이 보인다. 감자탕이 목적이 아니고 막국수가 눈에 들어왔는데 제육볶음이 맛있다하여 제육볶음과 막걸리 맥주 소주로 배를 더욱 불렸다. 살찌겄어. 다시 같은 코스로 가자는 친구도 있지만 한번 눌러 앉아서 배 채우고 한잔하면 눕고 싶어져 버려. 지금까지 읽어준 친구들에게 감사. 부족한 부분은 그대의 기억으로 보충하시라.

 

207. 6. 14. 홍황표 올림

 

3.오르는 산

서대문 안산자락길은 주로 납회 산행 때 갔는데 더워서 한 총장이 미리 오르려고 장한 것 같다. 요즘 산우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면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치매증상이 아니고 본지가 6개월이 지나서다. 안 보면 잊혀진다는 옛말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회복은 더디고 뒤풀이에 참석하고 싶으나 술이라도 한잔 걸치면 그 후유증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아예 술 근처에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부디 잘 다녀오시라.

 

4.동반시

 

푸른 숲에서 / 박두진

 

찬란한 아침 이슬을 차며

나는 풀숲 길을 간다.

영롱한 이슬들이 내 가벼운

발치에 부서지고,

불어오는 아침 바람 - 산뜻한

풀 냄새에 가슴이 트린다.

 

들장미 해당海棠꽃

시새워 피고,

꾀꼬리랑 모두 호사스런 산새들이

자꾸 나를 따라오며 울어준다.

머언 산엔 아물아물

뻐꾹새가 울고-,

- 금으로 만든 날갯죽지 ...... 나는 이런 풀숲에 떨어졌을

금 날갯죽지를 생각하며, 옛날 어릴 적 동화가 그립다.

- 쫓겨난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 -

 

떨기 고운 들장미를 꺾어

나는 훈장처럼 가슴에 달아본다.

 

흐르는 물소리와

산드러운 바람결

 

가도 가도 싫지 않은

푸른 숲속 길.

 

아무도 나를 알아 찾아주지 않아도,

내사 이제 새삼 외로울 리 없어......

 

오월의 하늘은

가을보다도 맑고,

 

보이는 곳은 다아 나의 청산

보이는 곳은 다아 나의 하늘이로세.

 

2017. 6. 24.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