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으로 모입시다(詩山會 제316호 산행)
산 : 불암산
코스 : 일정 끝나고 뒤풀이 추천 요망
일시 : 2017. 8. 27.(일) 10시 30분
모이는 곳 :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 앞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한천옥(010-4324-6698)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산행
가난의 힘
-신현림(1961~)
나를 바꿀 기회, 복권을 사 본 적도 없다
사내 냄새는 맡고 살아야지 하고는 일하다 잊었다
해를 담은 밥 한 그릇이 얼마나 눈물겨운지
쌀 한 줌은 눈송이처럼 얼마나 금세 사라지는지
살아가는 일은 매일 힘내는 일이었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생각이 깊어지지 않지만
내일은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일한다
온 힘을 다해 일하는 모습은 주변 풍경을 바꾼다
온 힘을 다해 노을이 지고 밤이 내리듯
온 힘을 다해 살아도 가난은 반복된다
가난의 힘은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다
시인은 이렇게 터무니없는 기회를 인생에 준다. ‘나를 바꿀 기회, 복권’을 거절했다니. 신현림의 도발성은 바로 이런 지점에 있다. 낡은 반지하 빌라에서 토슈즈를 신고 마룻바닥을 탕탕 차며 연습에 전념하는 중년의 연습생. 현실에
능통한 사람이나 초현실에 능통한 사람은 잘 알 수 없을 그 지난하고도 지순(至純)한 울퉁불퉁한 박차의 힘. 울혈은 없다. 가난의 힘이 현실의 발로써 맑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2.산행기
제315회 관악산 산행기 / 한천옥
일시 : 8월 12일(토) 10시반 ~ 15시
코스 : 관악산 사당역 ~ 낙성대역 구간 서울 둘레길
참가(14명) : 갑무, 종화, 진오, 양주, 재홍, 경식, 승렬, 동준, 해황, 문형, 광일, 양기, 천옥, 황표
동반시 : 관악산의 별 / 이계향
눈을 뜨자마자 창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 우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창문을 열어보고 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연속으로 2번이나 비 때문에 계획된 산행을 못했기 때문에...
10시 반 사당역 6번 출구 앞 소공원에 시산회원 14명이 집결하였다.
꽤나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도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출발했다.
무리를 해서 정상 쪽보다는 관음사 아래쪽 서울둘레길을 따라 낙성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주변에 먹거리도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요즈음 많이 찾는 곳 중에 하나이다.
관음사 입구까지 가는 길은 주택가를 통과해야 하는 코스였기 때문에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입추는 지난지가 며칠 되었고, 어제가 말복이었는데...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삼복기간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로 몹시 더운 날씨를 가리켜 ‘삼복더위’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연유한다.
복날에는 보신(補身)을 위하여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는다.
개를 잡아서 개장국을 만들어 먹거나, 중병아리를 잡아서 영계백숙을 만들어 먹는다.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하여 팥죽을 먹기도 한다.
한편, 아이들이나 여인(아낙)들은 참외나 수박을 먹으며, 어른들은 산간계곡에 들어가 탁족(濯足: 발을 씻음)을 하면서 더위를 피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한다.
복날에는 벼가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한다.
벼는 줄기마다 마디가 셋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기며, 이것이 벼의 나이를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벼는 이렇게 마디가 셋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패게 된다고 한다.
느낌으로는 무더위가 한풀 꺾인 듯해 보였으나 아직도 아침부터 후덥지근했다.
한 시간 정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었을까?
시 지정 유형문화제 105호인 효민공 묘역의 쉼터가 보이자 누구랄 것도 없이 벤치에 걸쳐 앉았다.
아침에 삶아서 가져왔다는 따끈따끈한 황표표 찰옥수수를 맛있게 먹으면서 잠시 숨을 돌렸다.
직사광선을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직사광선을 피할 수가 있었으나 장마철의 높은 습도 때문에 숨이 막혔다.
한 시간 반쯤 가다가 간식타임을 갖기에 안성맞춤인 정자, ‘송구정’이 눈에 들어 왔다.
다행히도 비어있어 자리를 잡았다.
향도 역할을 한 광일이가 동반시 ‘관악산의 별/이계향’을 중후한 목소리로 멋지게 낭송하였다.
관악산의 별 / 이계향
서울의 별이 가장 아름다울
관악산에 오르면
마음속에 뜨는 그대별
봄빛이 채 푸르기도 전
함께 만나자던
632미터 정상의 설레임
주인을 기다리는 연주암
아직도 주인은 오지 않았는지
날마다 올라도 그리움만
삼막사 능선을 오르자니
그 옛날 원효별 목탁소리 울리고
염주로 낭랑한 의상대사별
진달래 분홍빛 완연하면
꽃망울마다 속삭이는 그대 미소
속 깊은 관악산의 별
송구정 앞에서 단체 인증샷까지 찍고, 낙성대역 쪽으로 하산하였다.
송구정에서 간식타임을 갖고 시간이 많이 지나질 않았기 때문에, 낙성대역 근처에 있는 함흥냉면집에서 시원한 맥주와 냉면으로 간단하게 더위를 식히고, 불암산에서의 재회를 기약하였다.
아직 남아있는 더위를 잘 극복하고 불암산에서 또 보세나!!!
2017년 8월 한천옥 씀
3.오르는 산
불암산은 삼각산, 도봉산, 수락산과 함께 우리집에서 모두 보인다. 그러고 보면 우리집은 네 산의 중심에 서 있고 바로 옆으로 중랑천이 흐르니 아내가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두 딸은 출가해서 회사가 가깝다고 2호선 바로 옆에 위치한 봉천동 두산아파트 같은 동 위아래층에 산다. 사위들도 합세해서 아빠도 아프니 그쪽으로 와서 함께 살자고 해도 전혀 움직일 기색이 없다. 애도 안 낳는다니 애 봐줄 일도 없고. 모두 잘 다녀오시라.
4.동반시
‘이름이 너무 커서 어머니도 한번 불러보지 못한 채
내가 광대의 길을 들어서서 염치없이 사용한 / 죄스러움의 세월, 영욕의 세월 /
그 웅장함과 은둔을 감히 모른 채 / 그 그늘에 몸을 붙여 살아왔습니다. /
수천만대를 거쳐 노원(蘆原)을 안고 지켜온 / 큰 웅지의 품을 넘보아가며/
터무니없이 불암산(佛岩山)을 빌려 살았습니다. / 용서하십시오.’
- 崔佛岩 - (월간 산 誌에서)
2017. 8. 24.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시산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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