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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소요산으로 모입시다(詩山會 제317호 산행)

소요산으로 모입시다(詩山會 제317호 산행)

산 : 소요산

코스 : 일정 끝나고 뒤풀이 추천 요망

일시 : 2017. 9. 9.(토) 10시

모이는 곳 : 1, 7호선 도봉산역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한천옥(010-4324-6698)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산행

따뜻한 비
-이현승(1973~)


삼촌은 도축업자
사실 피 묻은 칼보다 무서운 건
삼촌이 막 잡은 짐승의 살점을 입에 넣어줄 때

입속에 혀를 하나 더 넣어준 느낌
입속에선 토막 난 혀들이 뒤섞인다
혀가 가득한 입으론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다

고기에서 죽은 짐승의 체온이 전해질 때
나는 더운 비를 맞고 있는 것 같다
바지 입고 오줌을 싼 것 같다

차 속에 빠진 각설탕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녹아내린다
네 귀와 모서리를 잃는다

삼촌이 한 점을 더 넣어준다면
심해 화산의 용암처럼 흘러내려
나의 눈물은 금세 돌멩이가 될 것 같다


삼촌은 아무렇지 않게 소년의 입에 익히지 않은 고기 한 점을 넣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이 느끼는 처참한 공포는 순식간에 소년을 지배한다. 죽은 짐승의 따스한 살을 살아 있는 짐승으로 받아 물었다는 괴로움이 그것이다. 소년은 고기를 씹으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죽음을 구체적으로 체험한다. 우리는 유년시절에 맞닥뜨린 최초의 공포, 최초의 모욕, 최초의 수치로부터 잘 빠져나오지 못한다. 야리야리한 영혼을 딱딱하게 만드는 폭력의 운전사를 우리는 어른이라 부른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16회 불암산 산행기"<2017. 8.27(일)>/ 염재홍

▣ 월일/집결장소 : 2017. 8.27(일) / 상계역 1번 출구(10:30)

▣ 참석자 : 5명 ( 염재홍, 이경식, 임삼환, 정동준, 한양기)

▣ 산행코스 : 상계역-아파트단지 사잇길 -불암산공원 - 능선길- 불암정 - 쥐바위 - 정상 - 거북바위 - 깔딱고개위 정자 -계곡길 -정암사길 - 불암산공원

▣ 동반시 :불암산이여 / 최불암

▣ 뒷풀이 : 산낙지 연포탕. 낙지 탕탕이.소주 맥주 / "독도 해물 낙지"(상계역 1번 출구 앞 골목)

 

오늘 날씨는 예보와는 달리 먹구름이 잔뜩 끼인 흐린 하늘이다.곧 비가 올 것 같지만 그래도 일기예보를 믿어보자 신뢰는 가지 않지만.. 일기예보가 틀린 것이 한두번이었던가? 나의 몸 상태도 날씨와 별 다를 바 없다.때 아닌 감기에 걸려 눈 코 네 구멍에서 물이 나오고 기침도 하고 정신은 몽롱하다.오늘 하루 잘 견뎌낼른지 의심스럽다.그래도 오늘 산행은 한총장도 없고 인원도 몇 명 되지 않으니 빠질 수가 없다

간단하게 준비하고 막걸리 세병을 사서 짊어지고 상계역 1번 출구에 여유있게 도착하니 벌써 동준이 삼환이가 와 있다.셋이서 손자 손녀 보는 대가에 대해 농담반 진담 반 열심히 토론 아닌 토론을 하였다. 사실 시간이 되는 부모가 바쁜 자녀들의 자식을 돌보아 주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생각되지만 그것이 너무 힘들다는데 문제가 있다.부모도 인생이 있고 자기 시간도 갖고 싶고 건강도 돌보고 싶지만 육아에 빠지다 보면 그것을 다 잃을 수가 있다.이런 것은 금전적인 보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결론 없는 토론 중에 경식 양기가 차례로 도착하여 예상 시간보다 빠르게 들머리로 출발.큰길을 건너 건영아파트 입구를 지나 불암산 공원에서 볼 일을 보고 코스를 왼쪽 능선을 타는 것으로 정했다.요즘 몇 번 산행에서 정상 가 본지가 오래된 것 같아 오늘 인원은 적지만 정상을 정복하고 싶어, 오를 때는 능선으로 올라 계곡으로 내려오는 등산로를 선택하였다.

 

참고로 불암산을 소개하면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중계동과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높이 508m의 나지막한 바위산이다. 1977년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다. 산의 모습이 송낙(승려가 평상시에 납의-승려가 입는 법의-와 함께 착용하는 모자)을 쓴 부처의 모습과 같다 해서 불암산이라는 이름이 지어졌고 일명 천보산, 필암산이라고도 한다. 능선이 길게 뻗어 있어 시원한 경치를 맛볼 수 있고 산길도 험하지 않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야간에 정상에 올라보면 멋진 서울시의 야경을 감상하게 된다.

불암산 제2봉인 해발 420m의 봉우리에는 불암산성지가 있다. 이 산성지는 대동여지도에도 산성지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규모는 약 3백보 정도이다. 곳곳에 있는 바위 절벽들은 암벽타기 연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등산로와 약수터가 10여개나 된다. 불암폭포는 겨울철이면 빙벽타기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편 설명)

 

 

능선을 따라 오르니 등산객도 적당하고 내려다 보는 경치는 좋으나, 습도가 높고 바위가 많아 난간을 잡고 오르는 난코스가 있어 땀이 너무 많이 난다.얼마 가지 못해 자리를 잡고 도너츠 안주에 막걸리 한병을 비웠다.중간 휴식처인 불암정에 도착하여 전망을 감상하고 첫 번째 인증 사진을 남기고 바로 정상을 향하였다.정상 바로 밑 쥐바위에서 개인적 촬영을 하고 정상을 돌아 별내쪽 평원을 내려다 보면서 과일 안주에 막걸리 한병을 또 없앴다.그리고 오늘의 동반시를 낭독하였다.

 

불암산이여 / 최불암

 

이름이 너무 커서 어머니도 한번 불러보지 못한 채

내가 광대의 길을 들어서서 염치없이 사용한

죄스러움의 세월, 영욕의 세월

그 웅장함과 은둔을 감히 모른 채

그 그늘에 몸을 붙여 살아왔습니다.

 

수천만대를 거쳐 노원(蘆原)을 안고 지켜온

큰 웅지의 품을 넘보아가며

터무니없이 불암산(佛岩山)을 빌려 살았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불암산 푯말을 앞에 두고 깃대를 배경으로 마지막 인증 사진 촬영을 하고 내려 오다 나무 계단 밑 알맞은 장소를 잡아 부침개 안주에 막걸리와 매취순을 나누고 하산.

하산길은 가파르기는 하나 짧은 거리라 힘들이지 않고 내려 올 수 있었다.깔딱고개 정자를 지나 불암산 공원으로 원대 복귀하여 상계역 앞에서 골라 골라 낙지집으로 들어가 인원도 적은 김에 연포탕에 소맥을 포식하였다. 5명이 먹고 싶은대로 먹다보니 예상 금액은 훌쩍 넘겼지만 이런 날도 있는 것이 우리의 산행 뒷풀이 아니었던가?

 

비록 인원은 적었지만 같이 마주보고 이야기 할 수 있어 그간 못했던 속엣말도 많이 했고 오순도순 의견 통합하여 코스도 잘 잡았고 뒷풀이도 잘 했으니 작지만 실속있는 산행이었다.아침 우려와는 달리 날씨도 도와 주었고 5명 모두 지친 기색없이 즐겁게 완주하였다.

 

꼭 인원이 많은 것이 좋은 것만 아닌 것 같다.지난번에 인원이 많을 때는 소통이 안되어 뒷풀이를 두군데서 한 적도 있었다.사람이 많으니 의견도 분분하여 결정이 쉽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2주 만에 한번씩 만나니 좀더 많은 인원이 함께 했음 좋겠다.인원이 많으면 말도 더 많아 시끄러울지라도 웃을 일도 더 많고 소식도 많이 듣는다.적고 많음을 따지면 많음에 한표.늙어가는 마당에 주윗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면 산에서 자주 만나세 친구들..

 

2017.8.29 염재홍

 

3.오르는 산

소요산은 다니던 연구소 시험장 근처라 오며가며 자주 들렀던 곳이라 감회가 깊지만 지금은 갈 수 없는 몸이라 안타깝다. 시험장에서 지겹게 들었던 소리들이 지금 그리워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때 시험장장이 목포 사람이라 참으로 잘해줬는데 직므은 가고 안 계시겠지. 좋은 날이니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소요산 연가 /손순자

 

인생길

설렘의 정거장에 서서

동반자를 기다리던 스물 셋

그때,

그대를 만났습니다

 

사랑의 날개 펴고

소요산 아래 둥지 틀어

그대 품에 안겼을 때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에 젖었음을 고백합니다

 

사랑은

단둘이 해야만 하는 것

언제나 그 자리 머물러주세요

그대만이

살아가는 이유가 됩니다

 

2017. 9. 4.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시산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