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총동문회 산행(詩山會 제321회 산행)
일시 : 가야산(충남 예산)
집결시간 및 장소 : 7시 10분. 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
동반시 : 가을날/김현성
동반시 추천 및 낭송 : 김종화
1.시가 있는 산행
물 안의 여자
-김근(1973~ )
시아침 10/27
물 안의 여자 물 안의 마을 물 안의 우물에서 물 안의 물 길어 올리네
물 안의 여자가 길어 올린 우물물 물 안의 물 너무 많아 없는 거나 다름 없네
어느 날 물 안으로 들어온 사내와 눈 맞아 물 안의 여자 물 안의 아기를 낳았는데
물 안의 집 떠다니는 방구들에 차마 눕히지 못한 물 안의 아기 물 밖으로 떠난 아비 찾아 저 혼자 떠올랐네
물 안의 여자 물 안의 마을 물 안의 우물에서 끝도 없이 물 안의 물 길어 올리네
물 안에서 물처럼 흘러가지 못하는 물 안의 여자 얼굴은 여태도 잘 길어 올려지지 않네
우리 현대시는 운율의 강박으로부터 멀리 떠나왔다. 리듬으로서의 삶에서 이탈하면서 시는 산문화되고 길어졌다. 이 시는 매우 다르다. 소리 내어 읽어 보자. 읽으면 읽을수록 리듬감이 몸을 감싸면서 어떤 흥이 돋을 것이다. 끝없이 음운이 반복되는 사이, 의미는 서서히 제거되고 말의 기운이 압도적으로 새록새록 살아날 것이다. 그러다가 불운한 가족사의 우물물을 길어 온 당신의 어머니를 떠올린다면 그때 당신의 시 읽기는 성공한 거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20회 ‘조계산’(선암사) 산행기<2017.10,14(토)> / 김종화
▣ 탐방장소: 조계산 선암사 (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산 802.)
▣ 월일/집결지: 2017년 10월14일(토) / 사당역(08:30), 종합운동장역(09시), 죽전(09:20)
▣ 참석자: 40명<시산회원 25명 (갑무, 동주, 정남, 종화, 진오, 기인, 정우, 상수, 재홍, 윤환, 경식, 원무, 재웅, 종진, 삼환, 용복, 전작, 정한, 해황, 문형, 영훈, 근호, 양기, 천옥, 황표) 및
비회원 15명(구연주, 김도길, 김명환, 박시건, 박신수, 안순모, 안웅순, 윤재천, 이동석, 이영철, 이인, 장선식, 전정희, 정일정, 서윤복) >
▣ 산책코스: 주차장-매표소-승선교-강선루-삼인당-선각당-일주문-선암사-<원대복귀>
▣ 동반시: "푸르른 날" / 서정주
▣ 뒤풀이/장소 : 한정식에 소·맥주, 막걸리/ "정(情) 한정식”<순천, (061)727-3737>
지난 10월 14일(토)~15일(일), 재경의 친구들은 우리들의 고향이며, 꿈에 그리던 남도(순천, 광주 등)에 수학여행을 다녀왔었다. 여행을 기획, 준비하여 차질 없게 실행하신 재경 집행부의 회장님, 총장님과 시산회의 집행부에게 먼저 감사를 드리며, 1박2일의 경비(교통비, 숙박비, 식비 등)를 협찬하여 주신 여러 친구들(김동주 등)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2017 광고인 한마당’ 잔치 준비에 수고가 많으신 승혁, 창훈 등 광주 친구들과 ‘장성 황룡강 노란꽃잔치’에 심혈을 기울려 가고 싶은 엘로우시티! 걷고 싶은 황룡강을 만든 유두석 친구에게도 축제 행사에 축원을 드리고 싶었다. 광주고20회 동창 친구들 모두가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해 본다.
첫째 날, 조금 늦게 출발하였지만, 서울 사당역(08:45) 및 잠실운동장역(09:20)과 죽전정류소(09:40), 신갈휴게소(09:50)에서 친구들을 태우고 남도 순천시 조계산 선암사를 향하였다. 아침식사는 버스를 타고 가며 집행부에서 알뜰하게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조 총장님은 고맙게도 달걀과 포도도 생수와 함께 나누어 주신다.
조 총장님은 심심하지 않게끔 참석한 친구들에게 포상금을 주겠다고 2인당 1만원씩의 상금을 지급한 후 가위·바위·보 게임을 옆 팀과 하여 맨 마지막엔 정남 친구와 선식 친구가 결승을 하여 4승3패의 막상막하로 선식 친구가 포상을 받았는데, 선식 친구는 게임으로 탄 상금뿐만 아니라 1백만 원을 오늘 경비에 보태도록 하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시산회에서 수학여행을 몇 번(중국 장백산, 진도탐방 등)을 갔었지만, 경비에 협찬을 한 친구들이 있었기에 항상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시 한 번 협찬을 하여 주신 시산회 산우들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조 총장님은 전작 재경회장님의 인사의 말씀과 함께 오늘 참석하신 모든 친구들에게 앞에서부터 간단히 인사말을 하시라고 한다. 모두 즐거운 수학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의 인사말씀 이었다. 친구들 중 시산회 염재홍 회장님은 산행에 많은 참석을 부탁하였고, 정남 친구의 시 ‘장자의 나비’를 이번 수학여행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은 인사말을 하였던 안웅순 친구는 짧고 멋있게 인사말을 하였었다.
웅순이는 지난 2013년 7월 하순, 중국 장백산(백두산)투어 때에 버스로 여행한 추억이 엊그제 같은데, 4년 만에 친구들과 버스여행을 하여서 반갑다고 한다. 그 시절에 정남 친구의 시 ‘장자의 나비’라는 시를 박형채 산우가 낭송을 하였는데, 오늘은 이 자리에 그 시의 주인공이 참석하였기에 반갑기 그지없다고 한다. 시의 마지막에는 “봄밤의 꿈을 떠돌다 깨어보니 앞 이빨에 털이 나있다”는 시 구절이 있다고 하면서 ‘친구들도 앞 이빨에 털이 날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되시기를 바라는 인사말이었다.
조 총장님은 선암사 입구에 도착할 때 까지 오랜만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 여담, 농담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오후 1시 30분경에 조계산 선암사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을 하였다. 조금 늦게 도착을 하였기에 빨리 내려서 점심식사를 하잔다. 깔판을 가지고 온 이재웅 산우 등은 재빠르게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음식을 분배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이 제아무리 유명한 선암사지만, 점심은 먹고서 배가 든든한 상태에서 구경을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조 총장님이 준비해 온 홍어와 김치, 밥 등을 맛있게 먹었으며, 막걸리도 한 잔씩 맛있는 홍어를 곁들여 즐겁게 마셨다. 조계산은 시간관계상 오르지를 못하였고, 태고총림 선암사(仙巖寺)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구경을 하였다.
선암사는 호남의 명산으로 조계산(884m) 장군봉 아래에 위치한다. 백제의 성왕 7년(529년)에 아도화상이 비로암을 짓고, 신라 경문왕 1년 도선 국사가 지금의 선암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고려 선종 11년(1094)에 대각국사 의천이 이곳 대각암에서 수도하면서 산 이름을 조계산이라고 하고, 사원을 크게 중창함과 아울러 고려불교 여러 사상을 선과 교로 융합하여 겸수토록 하였다고 한다.
선암사의 건물배치는 창건이후 순조 23년까지 7차에 걸친 중창이 있었고, 도선 국사와 대각 국사 때 기틀을 유지하고 1992년부터 지금까지 본격적인 사찰 건물 복원정비에 힘쓰고 있으며, 1985년 태고총림을 설립하여 인재양성과 전통불교 계승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총 6개의 총림(叢林)이 있는데, 조계종(曹溪宗)에 5대 총림(曹溪, 靈鷲, 伽倻, 德崇, 古佛)이 있고, 태고종(太古宗)은 선암사 太古叢林이 유일하기에 고즈넉한 산사의 깊이가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 하였었다.
선암사의 부도(浮屠)를 지나 경내에 이르면 시냇물을 건너야 되는데, 건널목에 놓인 다리가 승선교(昇仙橋, 국가지정 보물 제400호)이다. 시냇물의 너비가 넓은 편이라서 다리의 규모도 큰 편인데, 커다란 무지개 모양으로 아름답게 설치돼 있었다. 아치형의 승선교는 받침대가 자연 암반으로 되어있어 견고하고 중앙부 용머리가 신비로웠다.
조금 더 가니 길가에 자생한 야생차나무가 있었다. 선암사 야생작설차는 선암사후원에 수백 년 동안 자생한 야생차의 잎을 따서 스님들이 전통 제다 방법으로 가마솥 덖음을 8~9회 반복하여 만든 순수한 야생차이기 때문에 찻물 색상이 갈색이며, 고소한 향이 나는 것이 선암사 작설차의 특색이란다. 옛 스님들은 차 잎을 따고 만들고 하는 것을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수행정진 일환의 일상으로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일주문에 이르기 전에 커다란 누각이 있었고,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온다는 뜻으로서 손님들을 높여 부른다는 의미로 ‘강선루’(降仙樓) 라고 되어 있단다. 조계산 선암사의 문루(門樓) 역할을 하는 팔작지붕으로 2층의 누각이다. 아래층은 정면과 측면이 모두 1칸이고, 위층은 가늘고 낮은 기둥을 사용하여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구성하였다. 위층에는 계자난간이 둘러져 있었다.대부분의 사찰은 누문을 일주문 안쪽에 두는 데 반해 선암사의 경우, 누문을 일주문 밖에 두어 계곡과 어울리도록 한 것이 이채로웠다. 선암사의 실질적인 경역이 바로 강선루에서 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는 선암사의 전통이기도 하다.
조금 더 가자 ‘삼인당’(三印塘)이 있었다. 삼인당은 긴 알 모양의 연못 안에 섬이 있는 독특한 양식으로 선암사 기록에 의하면 신라 경문왕 2년(862)에 도선 국사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삼인이란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 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의 삼법인을 뜻하는 것으로 불교의 중심사상을 나타낸 것이다. 일체개고인(一切皆苦印)을 더 하여 사법인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독특한 이름과 모양을 가진 연못은 선암사에서만 볼 수가 있단다.
삼인당 곁에는 선각당(先覺堂)이 있었다. 사실 절은 관광지가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출가승의 수행도량이다. 그러니 절집에 관광객이 쉴 한 뼘 툇마루조차 없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런 탓에 산사의 찻집은 더욱 요긴하다. 발품 팔아 힘겹게 오른 산사라면 더욱더 그렇지 않는가. 선암사도 예외는 아니다. 경내에 당우가 그리 많아도 엉덩이 붙이고 잠시 쉴 곳은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일까. 주지 지우스님은 절 담장 아래에 자그만 찻집인 선각당을 두었단다. 숲그늘진 연못가에 그림처럼 들어선 아담한 나무 기와집 이었다.‘선각’은 왕이 도선 국사에게 하사한 호(號)라고 했다. 그 호를 찻집의 옥호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 곳은 도선 국사가 수행하던 터이기 때문이다. 찻집 앞 연못 삼인당은 또 국사의 작품이란다. 절 주변의 수백 년생 차나무 역시 국사의 수행길에 동반했을 그 차잎의 주인이다. 해서 예서 차 한 잔은 국사에 대한 인사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선암사 절 입구에는 일주문이 있었다. 속세와 불계의 경계역할을 하는 일주문은 언제 세웠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조선시대의 것으로 보인다. 선암사 일주문은 9개의 돌계단을 앞에 두고 있으며, 지붕 옆면이 사람 인자 모양인 단순한 맞배지붕집이다. 다른 일주문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양식이다. 기둥 위엔 용머리를 조각하여 위엄을 더하였으며, 앞면 중앙에는 ‘조계산 선암사(曺鷄山 仙巖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선암사 일주문은 임진왜란(1592)과 병자호란(1636)의 전화를 입지 않은 유일한 건물로 조선시대 일주문의 양식을 잘 보전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대웅전 앞에는 승려들이 한참 수련 중에 있었다. 대웅전 앞 좌우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제395호)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었는데, 사찰 전통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절중의 하나로 보물 7점 외에도 장엄한 대웅전, 팔상전, 원통전, 금동향료, 일주문 등 지방문화재 12점이 있었고, 선암사 본찰 왼편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높이 7m, 넓이 2m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에 조각된 마애불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선암사 경내에는 수령이 350~650년에 이르는 오래된 매화나무 50여 그루가 서식하고 있었다. 담장을 따라 피어난 23그루 매화나무는 3월 말경엔 만개하여 장관을 이룬다. 이들 매화나무를 가리켜 선암매(仙巖梅)라고 부른다. 선암매는 꽃과 열매가 작지만, 일반 매화에 비해 향이 진하다. 이들 중에 흰매화 한 그루와 분홍매화 한 그루가 2007년 11월 26일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 되었다고 한다.
선암사의 해우소는 처음에는 싼뒤? 깐뒤? 한글을 요상하게 써 놔서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은 ‘뒤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옛날씩 구조로 되어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앉은 키 만큼의 칸막이가 가로막혀 있고, 볼일을 보면 일감은 아래로 추락하게 된다. 훤히 다 들여다보여서 어떻게 볼일을 봐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였었다. 하지만, 선암사 뒤칸은 화장실로는 유일하게 문화재로 등록(전남도지정 문화재자료 제214호)이 되어 있었다.
조계산의 반대편 서쪽 산 중턱에는 유명한 승보사찰 송광사가 자리하고 있다. 오늘의 일정상 구경하여야 할 순천만국가공원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순천만습지를 가도록 되어 있었다. 산행을 좋아하는 산우들 입장에선 이곳 선암사에서 부터 굴목재~장군봉~보리밥집~송광사로 가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여 늙어가는 마당에 항상 여행은 여유가 있는 일정을 느끼게끔 한다.
시간관계상 선암사의 이름난 문화재(국가 지정 및 전남도 지정)의 구경은 더 이상은 하지를 못하고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구경하기 위하여 관광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는 이번 2017~2018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것을 포함해 평가가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소로 손꼽히고 있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2013 순천만국제정원 박람회' 이후 정원을 재정비하여 2015년엔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정원산업의 선도와 생태관광의 자원화와 세계화를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 곳의 명소는 사계절 리뉴얼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람객 편의시설 확충으로 작년 한 해 540만 명이 다녀간 바 있었다고 한다.
2006년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순천만 습지는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이자 대한민국 대표 생태관광지로, 특히 2.3k㎡에 달하는 갈대군락과 S자형 수로 및 낙조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었다. 짧은 시간 내에 순천만(국가정원과 습지)의 구경은 상세하게 탐방을 하질 못하고 간단히 구경하였으며, 전작 회장님 덕분으로 안내원(해설사)의 설명이 쉽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수학여행의 하루일정을 마치고 미리 예약하였다는 저녁식사(뒤풀이)와 숙소(에코촌유수호스텔)로 가는 일이다. 저녁식사를 하기로 예약을 한 장소는 순천만국가정원 인근에서 유명한 ‘정’(情) 한식 식당이었으며, 숙소는 한국관광공사의 우수 한옥체험 숙박시설로 선정되어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 숙박객에도 호평을 받고 있는 곳이라서 선정이 된 것 같았다.
저녁식사 장소인 '정(情)' 한식 식당은 순천만국가정원이 가깝고, 情이 듬뿍 담긴 음식이라고 해서 정했나 보다. 순천시청 바로 옆에 순천한정식 양대산맥이 있다. 명궁관과 대원식당이다. 대원식당은 예전 요정처럼 한 상에 모든 음식을 세팅해 낸다. 명궁관의 역사는 1994년 시작 되었지만, 2004년부터 유명해져 명사들이 많이 찾았었다. 몇 년 전에는 초딩친구들과 대원식당에는 한 번 간적이 있어서 순천 한식 음식의 맛을 본 적이 있었다.차가운 음식부터 뜨거운 음식 순으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음식이 쏟아진다. 반토막을 낸 묵은 통무, 순천에서만 빛을 발하는 말린 대겡이와 문저리(일명 '문절구') 무침, 금풍쉥이·조기구이, 고들빼기, 갓김치, 토하젓, 갈치속젓, 어리굴젓 앞에는 톡톡이란 수식어를 붙여야 된다. 자리돔젓갈과 멍게젓, 돌게장, 전복젓갈과 바지락젓갈 까지 참으로 다양한 젓갈이었다. 이게 남도식이다.'남도한정식은 남도 특산물의 총사령탑 및 제철 식재료를 모두 꺼내놓은 정 묻은 밥상'인 것 같았다. 단품메뉴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미식가에겐 남도의 질펀한 밥상이 때론 정체불명밥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가 예약을 하였고 먹었던 '정(情)‘ 한정식의 식당에서 나온 음식은 많은 친구들이 정신없이 먹은 것 같았다. 식사를 하기 전에 오늘의 동반시 '푸르는 날'(서정주 시인)은 낭낭한 목소리로 한 총장님이 낭송을 하였다.
"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에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
내가 죽고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맑은 하늘에 양떼구름이 아름답게 보이는 날씨이었고, 가을철에 낭송을 하고 싶은 감정시였다. 이번 수학여행을 기획한 집행부의 회장님, 총장님과 시산회원 및 참석하신 모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다음에도 가고 싶은 곳에 수학여행(산행 포함)이 또 있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10월 18일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내 기억에 가야산은 시산회에서 두 번 갔다. 이번에는 새로 개방된 코스가 있다고 한다. 절경 중 절경이니 많이 참석하기 바란다. 나는 전직 회장으로서 산은 오르지 못해도 인연이 있고 절을 둘러보고 장격각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 쉬는 동안에 사하촌에서 막걸리를 기울이고 싶었지만 가족의 반대가 너무 심해 부득이 가지 못한다. 자업자득이고 굳이 가족의 반대를 거스리고 싶지 않다. 중학교 때부터 모범생 한 총장, 종화 같은 산우가 있어 한결 마음이 가볍다. 산우들이 있어 지난겨울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 다행스럽다.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가을날 /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2017. 10. 27.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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