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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서울한양도성 순성길(詩山會 제322회 산행)

서울한양도성 순성길(詩山會 제322회 산행)

일시 : 11월 11일(토) 10시 30분 ~ 17시

집결지 : 10시 30분.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서 버스정류장(1020, 7022, 7212번 버스를 타고 윤동주문학관 앞 하차)

산행코스 : 창의문 - 백악산 - 숙정문 - 말바위 - 동대문

동반시 : 낙엽/구르몽

가이드 : 위윤환
*주민등록증을 꼭 지참할 것

 

1.시가 있는 산행

 

그렇게
-김명수(1945~ )

시아침 11/6

꽃은 여러 송이이면서도 한 송이
한 송이이면서도 여러 송이
나무도 여러 그루이면서도 한 그루
한 그루이면서도 여러 그루
내가 너에게 다가가는 모습
한결같이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
한결같이
향기와 푸름과
영원함은 그렇게
꽃은 여러 송이이면서도 한 송이
한 송이이면서도 여러 송이
나무도 여러 그루이면서도 한 그루
한 그루이면서도 여러 그루

마치 불교의 게송(揭頌) 같은 느낌을 주는 시다. 개인과 집단, 혹은 나와 너의 관계는 이렇듯 떨어져 있으면서도 붙어 있고, 붙어 있으면서도 떨어져 결국은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래야만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원만구족(圓滿具足)의 세상을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소리 내어 읽으면 시의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도 여러 사람이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이면서도 여러 사람.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2.산행기

 

321회 가야산 산행기

 

 

-. 산행일 : 2017년 10월 28일(토)

-. 산행코스 :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남연군 묘 --> 옥양봉(621m) -->석문봉(653m) --> 쉼터 --> 밤나무숲속식당(뒤풀이)

-. 참석자(6명) : 종화, 윤환, 윤상, 한, 양기, 천옥

-. 동반시 : 가을날 / 김현성

 

시산회 321회 산행은 재경광주고총산악회 가을 행사와 함께 하기로 하였다.

우리 20회는 2009. 12. 9(일) 124회 산행 때 12명이 다녀온 때문인지 6명만이 참가하였다.

총산악회 참가인원은 120여명인데 2회 2명, 8회 6명, 10회 20명 등 38회까지 17개 기수에서 참가하였다.

16회는 30여명이 참가했는데 15명이 광주에서 합류했다고 하였다.

지난주에 졸업 50주년 행사를 했던 감격이 계속된 탓인지 그 때 단체복을 그대로 입고 참가했다.

잠실종합운동장역에서 7시 30분에 출발한 버스가 예정된 시간에 맞추어 10시경 가야산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30여분에 걸쳐 행사를 마치고, 10시 반부터 산행이 시작되었다.

상큼한 바람이 서울과 멀어졌음을 저절로 느끼게 해준다.

금번 등산길은 두 번째이고 그 기간이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예전과 같은 코스를 가는데도 과거 행적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함께 했던 종화친구는 총명하게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오직 기억나는 것은 남연군묘뿐이다.

역사책에서 보았던 도굴미수사건 때문에 기억하는가 보다.

고종 5년(1868년) 5월, 독일 유대계 상인 오페르트와 조선인 2명을 포함한 140명의 도굴단이 도굴을 시도했으나 묘광이 견고하여 실패했다고 기억한다.

실세였던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이 강화되는 결과만 초래하여 망국의 길로 이어졌으니 새삼 과거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등산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이다.

옥양봉까지는 꽤 가파른 길이어서 선배님들은 힘들어 하면서도 우리보다 앞서 오른다.

옥양봉에 올라 바라보니 사면이 넓은 평야지대이다.

영암 월출산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과 비슷하다.

옥양봉에서 석문봉까지의 능선길은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탄길로 이어져 있다.

석문봉 부근의 평탄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간식타임을 가졌다.

그리고 동반시 ‘가을날/김현성’을 낭송하였다.

 

 

 

가을날 /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 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하산하여 도착한 식당은 비닐하우스였으나 120여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하였다.

동태찌게와 햇쌀밥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시원한 동동주가 일품이다.

먼 곳까지 가서 즐산하고도 우리 시산회 등산시보다 빨리 귀가할 수 있도록 수고해준 집행부에 감사드린다.

2017. 11. 9. 한양기

 

3.오르는 산

도봉은 쉬운 길이겠지만 아직 가지 못함을 아쉬워하네. 수학여행 때 걸어보니 선암사까지는 겨우 갔지만 순천만길과 다음날 장성길은 아직 힘이 모자라 가지 못하네. 당연히 민폐의 대상이 되니 갈 수는 없고 겨우 납회 장소에 참석하는 것으로 만족하겠네. 잘들 다녀오시게.

 

4.동반시

 

 

낙엽 - 레미 구르몽 (Remy de Gourmont)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벼운 낙엽이리니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2017. 11. 10.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