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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광주고 총산악회 도봉산 始山祭(詩山會 제330회 산행)

광주고 총산악회 도봉산 始山祭(詩山會 제330회 산행)

일시 : 2018. 3. 10.(토) 9 : 30

장소 : 도봉산 입구 광륜사 뒤 운동장

 

1.시가 있는 산행

담양에서
-손택수(1970~ )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
어여 건너가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한 번쯤은 다 저렇게 아버지 등에 업혀 어느 물이든 건너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 몸은 이 몸에서 나온 것이구나 생각한 적 있을 것이다. 아비의 몸을 받아 세상에 나온 자식은 어느 땐가 그 뜨거웠던 몸을 제 가슴에 모셔야 한다. 그리고는 또 살기 위해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 아들을 위해, 강물이 된 아버지는 어느새 이렇게 기적을 준비해놓았다. 아들은 둑에 엎드려 절하고, 이제 울며 물 위를 걸을 것이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29회 북한산(족두리봉) 산행기<2018.2.25.(일)> / 고갑무

 

◈ 월일/집결 : 2018년 2월 25일(일) / 3,6호선 불광역 2번 출구 (10시30분)

◈ 참석자 : 8명 (갑무, 일화, 종화, 창수, 재홍, 윤환, 경식, 문형)

◈ 산행코스 : 불광역-장미공원-서울둘레길-탕춘대암문-탕춘대공원지킴터-족두리봉-불광공원지킴터-불광중학교-뒤풀이장소

◈ 동반시 : "꿈꾸는 역" / 박지영

◈ 뒤풀이 : 가오리찜·가오리무침에 맥주와 막걸리 / "여수식당"<연서시장, (02) 387-7306>

 

눈을 떠 머리맡에 놓인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 4시도 안되었다. 날이 새려면 아직도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음을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한다. 비몽사몽간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 다시 눈을 뜨니 오전 5시가 조금 넘었다.

 

더 누워있어 봐야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을 것 같아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곧장 가 밤사이 만수위로 팽팽해진 방광을 비우고 양치질을 하고 찬물로 세안을 하고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정말 내가 나이가 들기는 들었나 보다. 마음에 부담 있는 일이 생기면 깊은 잠을 못자는 것은 당연하고 꼭두새벽에 잠이 깨니 그 옛날 어르신들이 혀를 차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자꾸 나에게도 나타나니 더 나이가 들면 또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걱정이 앞선다.

 

오늘이 시산회 산행이 있는 4번째 일요일이고, 원무 총장님이 자신에게 부여된 막강권한으로 나는 생각하지도 않는데, 오늘의 기자로 나를 지명해 놓아 찍소리 한 번 못하고 이번 산행을 무조건 참석해야 하는구나! 하고 조바심을 내니 잠도 설치고, 노화현상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니 오늘 친구들 만나면 친구들은 어떤 노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물어봐야겠다를 다짐하니. 디지게 궁금하다.

 

만나는 장소가 10시30분, 불광역 2번 출구라고 되어있어 지하철로 집에서는 약 30분정도 소요되는 거리이지만 늦으면 친구들에게 한소리 들을 것 같아 약 50분전에 집을 나섰다. 막걸리랑 먹을 것을 조금 사서 배낭 속에 놓고 부리나케 옥수역으로 걸어가니 불광역으로 가는 전철이 바로 도착하여 별로 기다리지 않고 지하철을 탑승할 수가 있었다.

 

아침부터 영미!~를 외치는 스웨덴과의 결승 컬링경기가 중계되고 있어 지하철에 탑승하자마자 핸드폰을 열어 중계방송을 보고 있는데, 이번 결승전에는 모양새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자꾸나더니 점수 차가 5점차나 벌어져 금메달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경선배 김은정도 세계의 높은 벽은 쉽게 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불광역 2번 출구로 걸어 가는데, 윤환 친구가 벌써 지하철 벽에 붙어있은 북한산 안내도 앞에서 한참 뭔가를 쳐다보는 모습이 눈에 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함께 계단을 올라서서 밖으로 나오니 문형과 재홍 친구가 벌써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뒤이어 경식이랑 창수 친구가 도착하여 서로 안부를 묻으며 오늘의 총장권한대행 종화 친구와 가까이 사는 일화를 기다리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어젯밤에 긴박하게 돌아간 오늘 산행의 백스토리로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들이 주둥이에 침을 튀기며 이제는 우리가 하여도 될 일과 하여서는 곤란한 일에 대해 참으로 비생산적이고 쓰잘데기없는 대화를 진행하였다.

 

종화 총장권한대행의 선도로 산행은 시작하였고, 장미공원 쪽으로 해서 서울둘레길을 접어들어 서울시 선정 우수조망명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탕춘대공원지킴터를 지나 비봉쪽으로 한참 갈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족두리봉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좀더 쉬운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나도 개인적으로 쉬운 길로 갔으면 하는데, 일부의 무쇠다리 친구들은 이왕 산행을 왔으니 좀 먼길로 걷자는 의견을 강하게 내보여 나는 산행지리도 어두운데 이렇다 저렇다 말할 처지도 못되고 해서 그냥 따라만 가는데, 한 산우가 족두리봉으로 방향을 확 변경해 버렸다. 속으로 얼마나 고마운지, 자네는 복 많이 받을 걸세! 하며 감사의 말을 하였다.

 

자 쉬운 길을 택하니 발걸음도 가볍고, 배속도 출출해 이젠 가장 급하게 할 일은 우리 일행이 마음 편히 점심을 즐길 수 있는 쓸만한 장소를 찾는 것이었는데, 벌써 동작이 빠른 인간들이 편한 자리는 다 차지한 상태이고, 벌써 시산제를 지내고 있는 한 산악회도 있었다.

 

차차선으로 고른 장소가 바닥 수평도는 불량하지만, 그런대로 8명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 이었는데, 거기도 이미 한 분이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 우리가 사정을 이야기하니 순순히 자리를 양보하여 준다. 하여튼 주위를 잘 살펴보면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은 세상은 분명인 것 같다.

 

시산회의 음식이 이제는 고만고만하여 대략 무슨 음식이 나올 것인지 짐작은 가는데, 오늘은 참석인원에 비해 펼쳐놓은 음식이 푸짐하기도 하고, 허기도 져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오늘의 동반시 박지영 시인의 “꿈꾸는 역”을 산행기자인 내가 낭송한 뒤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꿈꾸는 역 / 박지영

 

오르지 말아야 할 열차에

오르고 말았을 때

열차는 멈추어 있기를

멈추지 않았으나

 

나는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은 채

네가 달려주기를 바라는 쪽으로

내 마음은 달렸다

 

떠나는 너를

하염없이 따라가다

흔들리는 네 몸에

내 마음도 흔들려

그저 너를 그리워하던

그때를 그리워했다

 

돌아갈 길 찾으려

지나온 길 돌아보다

늦었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려

놓으려 해도

놓을 수 없게 되고 말았지만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그곳에 서서 너를 꿈꾸던 날들을

다시

꿈꾸는 역

 

본래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극락이 따로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겨울이라 등 따실 일은 없지만, 배는 함포고복이라 행복한 느낌이 절로 든다. 이젠 우리는 뱃심으로 사는 60대 청춘 아닌가? 밥 먹었으니 이제 내려가면서 서서히 소화를 시키고, 어디 뒷맛이 개운한 식당에서 뒤풀이를 할 생각을 하니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

 

족두리봉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불광공원지킴터 쪽으로 갈려고 협의 중인데, 총장권한대행인 종화 친구는 걷기가 부족함인지 족두리봉을 올라갔다 온다고 하며 불광중학교 옆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뒤풀이는 간혹 갔었던 불광역 근처의 은하식당이나 연신내역 근처 연서시장내의 식당들 중에서 산우들의 입맛을 총합, 뒤풀이 식당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식당 선정문제로 한참 설왕설래하다가 결정된 식당이 바로 연서시장 옆에 있는 여수식당이다. 그곳에서 가오리찜, 가오리무침과 돼지머리수육까지 거하게 시켰었는데, 맛도 그런대로 괜찮아서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풀이까지 끝냈으니 이제 집에 갈 일만 남았다. 당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당구장으로 가고, 지하철 방향이 같은 경식이 친구와 난 아직까지 당구와 연을 맺지 못해 당구는 담으로 미루고 가까운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하고서 헤어졌다.

 

친구들 오늘 하루도 자네들 덕분에 즐거웠네. 3월 산행 때에도 같이 모여 즐겁게 보내세. 쓰잘데기없는 이야기는 조금씩 자제하고, 다음에 또 보세나. 모다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라면서...

2018년 2월 26일 고갑무 씀.

 

3.오르는 산

3월이면 나무에 물이 오르는 달이다. 하여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물을 마실 수 있다. 1년의 안전 산행을 기원하기 위하여 많이 참석하면 좋겠다. 토요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나 원장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내가 총산악회장을 할 때는 모든 행사를 일요일로 정하기도 하고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체육행사와 통합했지만 지금은 흘러간 권력이라 어쩔 수 없다. 모임 신청이 늦어 다른 모임과 중복되어 혼잡할 수 있지만 이해바란다. 내년부터는 1월 1일에 신청하기로 했다.


4.동반시

꽃잎에 곱게 물든 사랑 / 김득수

꽃잎이 지고 나면
우리 사랑은 다 한 줄 알았는데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휘날리는 꽃잎에
우리 사랑은 새롭게 열매 맺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곱게 물들어 가던 사랑
다가갈수록 가시밭길을 걷듯 우리에게 수많은 아픔이 찾아 왔어도
변함없는 사랑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놓고 두 손을
꼭 잡게 했습니다.

수천 번 꽃이 피고 져도
우리 사랑은 지지 않고 서로 바라보며 거센 비바람을 이겨내듯
함께할 수 있었기에
사랑은 성숙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

 

2018. 3. 9.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