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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29회 산행)

북한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29회 산행)

집결일시 : 2018. 2. 25.(일) 10 : 30

집결장소 : 불광역 2번 출구

코스 : 비봉 혹은 둘레길

뒤풀이 장소 : 불광역 은하식당 예상(산행 참석 못 하더라도 방문 대환영)

 

1.시가 있는 아침

어디 남태평양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섬은 없을까. 국경도 없고 경계도 없고 그리하여 군대나 경찰은 더욱 없는. 낮에는 바다에 뛰어들어 솟구치는물고기를 잡고 야자수 아래 통통한 아랫배를 드러내고 낮잠을 자며 이웃 섬에서 닭이 울어도 개의치 않고 제국의 상선들이 다가와도 꿈쩍하지 않을거야. 그 대신 밤이면 주먹만 한 별들이 떠서 참치들이 흰 배를 뒤집으며 뛰는 고독한 수평선을 오래 비춰줄 거야. 아, 그런 ‘나라’ 없는 나라가 없을까.

발견되지 않은 섬은 어디에도 없고 ‘문명’이 들어가지 않은 나라도 없다. 태평이 자던 원주민들은 죄다 노예가 됐다. ‘나라’는 합법적인 야만이다. 어떤 나라는 국민이 간절히 부를 때 사라져버리기까지 하였다. 한 이태, 여기 없던 나라가 오는 중이라지만,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시인의 공상이 더 애타 보인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태백산(詩山會 제329회 산행) 산행기 / 김종화
산행일/집결장소 : 2018. 02.10() / 3호선 신사역 6번 출구(0710)

참석자 : 16(갑무, 종화, 진오, 양주, 윤환, 경식, 원무, 재웅, 삼환, 정한, 문형, 광일, 근호, 양기, 천옥, 황표)
산행코스 : 화방재-사길령-유일사쉼터-장군봉-천제단-망경사-반재-당골광장-주차장

동반시 : "여행길에서" / 이해인
뒤풀이 : 아구찜에 소·맥주, 막걸리 / "첨벙 "(신사동 본점, 02-543-8873)

 

태백산 눈꽃 산행을 하는 날이다. 태백산 산행은 12년 전인 2006115(), 14명의 시산회원들이 始山祭를 다녀온 이후 시산회에서는 처음으로 가는 산행이다. 겨울철에 꼭 가고 싶었던 태백산의 산행은 집행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을 하여 산수산악회에 편승하였다.

 

봄이 옴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난 24()이었다. 눈꽃 산행을 즐기는 산우들과 한라산 눈꽃 산행을 위해 입춘날 제주행 비행기 예약을 하여 다녀왔었다. 제주도에는 입춘 전날부터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대설특보가 발효되는 등 늦추위가 닥쳐 가고 싶던 한라산 산행은 산행금지로 뜻을 못 이루고, 오름과 바닷가 올레길(2개 코스) 위주로 걷기 운동을 하였다.

 

산수산악회의 태백산 운행버스는 3호선 신사역 6번 출구 근처에서 0710분 까지 기다린다고 되어있다. 아침 7시에 15명의 산우들과 죽전정류소에 1명 등 16명의 산우들이 차질 없이 집결, 태백산을 향하였다. 38번 국도를 가다 아침 9시경 충북 제천군 송학면 금봉이휴게소에 잠시 들러 아침식사를 하였다. 우동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오전 1040분 들머리인 화방재에 도착하였다. 이정표에는 화방재에서 천제단까지의 거리가 4.8km로 기록되어 있다.

 

화방재(花房領)500여년 전부터 어평재(御坪峙)라고 불려왔다고 한다. 태백시는 일본식 고개이름인 태백산 화방재를 어평재란 고유명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단다. 화방재는 태백산국립공원 내 해발 936m에 자리 잡고 있다. 어평재란 단종이 영월 서강에서 사약을 받은 후에 혼이 백마를 타고 이곳에 와 하는 말이 '여기는 내 땅이다'라고 하여 어평재((御坪峙)라 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단종을 태백산 산신으로 모시고 육백년을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화방재에 도착 후 GS칼텍스 주유소의 옆길을 따라 오르니 백두대간 사길령이란 글이 암석에 표지되어 있고, 조금 더 오르니 산령각(山靈閣)이 있었다. 이곳 태백산 사길령은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관문으로 높고 험하고, 맹수와 산적들이 많이 출몰하여 고갯길 무사안일을 위해 약 200여 년 전부터 보부상들이 태백산 산령각에 제사를 지냈던 기록이 있으며, 지금도 매년 음력 415일에는 태백산 산신령에게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산우들을 파악, 증명사진을 촬영한 후 약 2.0km를 오르니 유일사 쉼터가 있다. 갈림길에서 유일사 까지의 거리는 0.1km, 천제단 까지는 1.7km로 되어 있다. 이곳에서 부터는 오르막길 경사도가 심하고, 나무에는 눈꽃이 제법 피어있다. 산 능선의 바람이 몹시도 사납다. 많은 산객들이 주목나무에 핀 눈꽃과 아름다운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장군봉에 도착, 산우들이 먼저 와서 간식을 먹고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천년을 간다는 주목나무는 변함이 없고, 주목을 살리려고 시멘트까지 동원, 보호막을 쳐놓아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수고가 많아 보인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천제단으로 향하였다. 오랜만에 태백산의 천제단을 잠시 둘러보았다. 제단의 중앙의 돌에 새긴 '한배검'이란 뜻은 '단군(檀君)'을 높여 이르는 말 이란다.

 

천제단은 돌을 쌓아 만든 제단으로 높이 2.4m, 둘레 27.5m, 좌우너비 7.36m, 전후너비 8.26m나 되는 타원형의 거대한 석단이다. 천제단은 중요민속자료 제228호로 천왕단(天王壇) 이라고도 한다. 산 정상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 뒤엔 장군단이 있고, 남쪽 언덕아래 하단이 있다. 천제단에서는 매년 103, 개천절에 제의를 행하는데, 이를 천제 또는 천왕제라고 한단다.

 

태백산은 일찍이 신라의 삼산오악(三山五岳) 중 북악(北岳)으로 이를 진산으로 여겨 나라에서 제사한 기록이 삼국사기제사조에 전하며, “고려사에도 무녀(巫女)가 참여하여 제의를 행한 기록이 전하고 있다. 이처럼 태백산은 이미 신라 초기부터 신산(神山)으로 여겨 제의를 행하여왔다.

 

남쪽으로 나 있는 돌계단을 올라가면 단 상부에 제단이 있어 여기에 제물을 진설하고 제사를 올린다. 돌계단은 원래 아홉 단이어서 9단 탑이라 불리기도 한다. 개천절 때에 제의는 원래 지방 관장(官長)이 맡았으나 지금은 선출된 제관에 의해서 집례 된다고 한다.

 

천제단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먼저 와 있을 산우들을 찾아 헤맸지만, 보이지 않는다. 멀리에 문수봉이 보이고, 뒤쪽은 함백산의 기상이 한층 돋보인다. 여기 백두대간 태백은 아직 겨울이 한창이고 눈이 쌓이고 얼어 눈은 녹을 줄을 모른다. 태백산을 오른 산우들을 찾고, 기다리다 시간을 보니 벌써 1350분이 넘었다. 먼저 하산을 한 것 같아 추운 바람이 제법 불었지만, 의지가 되는 나무의 밑을 찾아 가지고 온 밥을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데, 그때서야 한 회장으로부터 찾는 연락이 왔다.

 

태백산 정상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산우들이 먼저 내려갔다는 망경사 쪽으로 하산을 하였다. 내리막길이 제법 경사도가 있어 눈길이 미끄럽다. 아이젠 준비를 못한 한 회장에게 한쪽을 건내주고, 조심스럽게 내려갔어도 급경사에선 넘어지기도 하였다. 산우들은 망경사의 입구에서 자리를 펴고 이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망경사 입구에는 용정(龍井)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1,470m)에서 솟는 샘물로 천제의 제사용 물로 쓰인다고 한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피곤함을 잠시 달랜 후에 곧장 반재, 단군성전을 거쳐 당골광장으로 내려왔다. 당골광장에서는 25회 태백산 눈 축제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글루 카페, 눈조각상, 오리궁뎅이 썰매, 비료포대로 만든 눈 슬로프, 앉은뱅이 썰매장 등을 뒤로 하고 집결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비닐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부산 오뎅, 속초 오징어 찹쌀순대, 빙어튀김 안주에 소주, 곤드레 생막걸리를 한 잔씩 맛있게 먹었다. 산수산악회 버스는 17시경 서울로 향하여 신사역엔 2050분에 도착하였다. 태백산 눈꽃 산행은 5시간 남짓한 산행으로서 한 해를 시작하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고 다녀온 뜻깊은 산행이었다. 태백산은 옛날부터 삼한의 명산, 8대 명산(1.백두산 2.금강산 3.설악산 4.오대산 5.태백산 6.소백산 7.속리산 8.지리산)이라 하여 '민족의 영산'이라고 한다. 다음에도 전국의 명산을 산행하는 것도 즐겁고, 좋지 않나 싶어서 산행을 적극 권장하고 싶었다.

 

신사동에 도착, 정한 산우가 평소 한 번씩 애용한 첨벙라는 아구찜 식당에서 뒤풀이를 하였다. 맛난 아구찜이 나오자 소생에게 동반시(‘여행길에서’/이해인)를 낭송하라 하여 조용히 시를 음미하며 낭송하였다.

 

"여행길에서" / 이해인

 

우리의 삶은

늘 찾으면서 떠나고

찾으면서 끝나지

 

진부해서 지루했던

사랑의 표현도

새로이 해보고

달밤에 배꽃 지듯

 

흩날리며 사라졌던

나의 시간들도

새로이 사랑하며

걸어가는 여행길

어디엘 가면

행복을 만날까

 

이 세상 어디에도

집은 없는데......

집을 찾는 동안의 행복을

우리는 늘 놓치면서 사는 게 아닐까

 

이해인 시인은 1945, 양구읍 동수리에서 태어났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발표한 이후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등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을 냈다. 그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시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맑은 영혼을 불어넣었다. 최근에 발표한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암 투병을 하는 동안 써내려간 산문집이다.

이해인 수녀는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수녀 시인"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이해인의 시는 꿈을 꾸게 만드는 하나의 놀이요, 노래였다. 한국전쟁 동안 그는 가난하고 우울한 시절을 언니 오빠가 읽어주는 시로 달랬다.


이해인 수녀는 "내 시가 민들레 솜털처럼 미지의 독자들에게 날아가 위로와 희망이 되어줌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보람 있고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해인 수녀의 시가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매월 지역별 여행하기 좋은 걷기여행길을 선정한다. 2월의 추천길은 긴 겨울동안 얼어붙은 내천이 녹아 흐르는 물소리를 들려주는 경기 양평 물소리길과 수변길 등 물과 함께하는 길이다. 2월 추천길로 선정된 길은 두루누비(durunubi.kr/)’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가 있으니 걷기 운동에 참고 하시기 바란다.

 

산행은 산우들 모두가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어야 한다. 겨울철에는 방한모자, 장갑,방한복, 아이젠, 스패츠 등 따뜻하고 안전 복장을 갖춰야 하며, 초콜렛, 양갱, 육포, 미숫가루, 소금사탕, 따뜻한 물 등도 준비하여 다니길 바라며, 다음 산행 때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보세나. 시산회 화이팅!

 

2018212일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처음에는 도봉산으로 정했다가 총산악회 시산제와 다음 산행에 겹치므로 부득이 북한산으로 변경했다. 비봉이 됐든 둘레길이 됐든 잘들 다녀오시라. 나는 아직 오르지 못하더라도 쌓여가는 숫자만 봐도 즐거워지는 사람이다.

 

4.동반시

꿈꾸는 역 / 박지영

 

오르지 말아야 할 열차에

오르고 말았을 때

열차는 멈추어 있기를

멈추지 않았으나

나는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은 채

네가 달려주기를 바라는 쪽으로

내 마음은 달렸다

떠나는 너를

하염없이 따라가다

흔들리는 네 몸에

내 마음도 흔들려

그저 너를 그리워하던

그때를 그리워했다

돌아갈 길 찾으려

지나온 길 돌아보다

늦었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려

놓으려 해도

놓을 수 없게 되고 말았지만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그곳에 서서 너를 꿈꾸던 날들을

다시

꿈꾸는 역

 

2018. 2. 24.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