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선유천 국기봉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94회 산행)
일시 : 2020. 9. 27.(일) 10 : 30
모이는 곳 : 사당역 4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모래 한 알로 사는 법 / 박규리
황사가 산을 뒤덮는 날
눈에 죽염수를 넣고 울다
사람이 밟아선 한 치도 낮출 수 없는 산
한줄 작열하는 햇살에
갈가리 부셔졌다
만리허공을 날아 살아 있는 것들은
모조리 덮고 있다
어떤 무서운 힘이 이토록 고요할 수 있던가
온몸으로 맞섰던 바람 속에서
그랬다, 나는 한치도 무너지지 못했다
가슴 아픈 세상 한뼘도 덮어주지 못했다
더이상 버릴 것 없는,
다시 돌아설 곳 없는 막막한 산 위에 서서
이제야 한 알 모래로 부서져
오장육부를 뒤덮고, 온몸을 흐르기 시작하는
사막이 된 것은 아니냐
이제 내 불모의 땅에
한줌 풀씨를 떨어뜨리지는 않겠다
모래 한 알에 깃들인 세상이
눈물겹게 일어섰다 사라지는 장관을 바라보며
모래 한 알로,
아주 작게 사는 법을 천천히 생각해보다
시집 ㅡ 이 환장할 봄날에 (2004년 창비)
2.인왕산 산행기 / 조문형
◈ 산행월일/집결 : 2020년 9월 12일(토) / 3호선 독립문역 2번 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9명 (갑무, 종화, 윤환, 경식, 윤상, 정한, 문형, 양기, 황표)
◈ 산행코스 : 독립문역-무악공원-인왕사-선바위-인왕산(정상)-기차바위-현대그린아파트-유진상가-인왕시장-뒤풀이 장소
◈ 동반시 : "별을 캐는 밤"/ 심응문
◈ 뒤풀이 : 생오리구이에 소·맥주, 막걸리, BOTTKA / '田源오리'<인왕시장 2층, (02) 396-1278>
오래간만에 '인왕산(仁王山)'을 산행하는 날이다. 오늘 참석한 회원은 9명으로 적당한 인원이었다. 그동안 인왕산 산행은 우리 시산회에서 일기의 불순으로 비가 올 때 대체용이나 납회 때에 갔었던 산이다. 일기예보를 들어보니 오늘은 전국적으로 흐리고, 지역별로 곳곳애 비가 온단다.
독립문역(2번출구)에서 출발, I’ PARK 아파트 및 무악지구 인욍산공원을 지나며, 관음사, 인왕사 등 사찰(寺刹)을 둘러 선바위 옆 성곽길로 올랐다. 성 안쪽의 길에 들어서 숨을 몰아쉬며 계단길을 올랐다. 사방팔방이 탁 트인 전망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으며, 서울시 동남쪽의 일대와 인왕산의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인왕산은 338m의 낮은 산이나 서울의 역사와 함께 하는 모나지 않고 바위가 아름다우며, 정상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는 경관이 뛰어났었다. 동쪽에는 팔판로, 효자로, 경복궁과 청와대의 전경이 보인다. 북한산에서 볼 때 북악산을 중심으로 좌측에 낙산, 우측에 인왕산이 있어 '좌청룡 우백호'를 이루고 있으며, 특이한 형태의 암석과 암벽이 웅대한 산이다.
산세는 정상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 내렸는데, 사직터널에서 자하문까지 능선을 따라 서울 외곽을 쌓았던 성곽이 현재 남아 있으며, 능선의 곳곳에는 선바위, 범바위, 기차바위, 치마바위, 모자바위, 매바위 등 암석이 볼거리가 많았다. 조선시대에는 호랑이로 매우 유명한 산 이었다고 한다.
선바위는 암석숭배의 일종으로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모두 다 이루어진다고 여겨 일찍부터 신앙의 대상이 되어왔다. 일제강점기에 남산에 있던 국사당을 이곳으로 옮기게 한 뒤로 선바위에 대한 신앙은 무속(샤머니즘)신앙과 더욱 밀착 되었다고 한다.
정상에 라 삿갓바위 근처에 서면 서울을 둘러싼 산들과 한강 물줄기 사이로 빽빽하게 들어찬 빌딩숲이 보인다. 정상의 바위에서 인증사진을 촬영하고, 정상 아래쪽 매바위와 치마바위가 보이는 곳에 돗자리를 깔고 간식 등 먹거리를 먹기 전에 동반시("별을 캐는 밤"/심응문)를 낭송하였다.
"별을 캐는 밤"/ 심응문
오늘 같은 밤에는 호미 하나 들고서
저 하늘의 별 밭으로 가
점점이 성근 별들을 캐어
불 꺼진 그대의 창 밝혀주고 싶어라.
초저녁 나의 별을 가운데 놓고
은하수 많은 별로 안개꽃다발을 만들어 만들어
내 그대의 창에 기대어 놓으리라
창이 훤해지거든
그대,
내가 온줄 아시라
심응문 씨는 ㈜멜텍 회장이자 시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 초대 이사장까지 역임을 한 바 있다. '사랑을 드십시오', '봄봄', '밥상 위에 뜨는 달' 등 시조집과 시집, 그리고 임긍수, 정애련 작곡가 등과 함께 작업한 앨범 '홍도', '안개꽃 당신', '별을 캐는 밤' 등 30여 곡의 가곡까지 악보로 협찬을 한 바 있다.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며 틈틈이 시를 쓴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 경영에 있어서 부지런하고 열심히 노력한다는 바를 시사하기도 하다. 인천시의 유망 중소기업이며, 인천시 지정 비전기업으로 ㈜멜텍은 지난 2015년도 매출액 174억여 원이며, 순이익은 14억여 원의 탄탄한 경영실적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가오리무침, 순대, 떡 등의 안주에 막걸리, 머루주를 한 잔씩 마시고 산우들은 '코로나' 시국의 확산 방지에 대한 이야기 들이다. 모두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면서 건강을 위해 산행 등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절충형 방역 방식을 주장하였다.
코로나 감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한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사회 활동이 감소되고, 사회적 기능과 경제 활동이 둔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것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일상을 영위하는 가운데 감염의 경로를 최소화하고,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13시가 넘자 하산코스를 협의 하였다. 오늘은 홍제동쪽으로 내려가자고 주장들을 한다. 다음에 올 기회가 있으면 한양도성길을 따라 윤동주 문학관, 창의문 등 부암동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좋다고도 한다. 이 코스는 청와대 앞길로 이어져 있어서 효자로, 경복궁까지 산책을 할 수가 있어서 가 볼만한 코스이다.
기차바위에서 보는 서울의 풍경 또한 일품이었다. 산의 아름다움은 산에 나무와 바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살고, 바위는 나무보다 더 오래 산다. 기차바위의 세월은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지구 나이가 46억년 이라고 하니 그보다는 덜 먹었을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났음에도 기차바위는 볼 때마다 새롭고 깨끗하였다. 산객들의 미끄럼 방지를 위해 지지대와 손잡이밧줄을 설치해 놓았다. 바위에 구멍을 뚫어 안전울타리로 해 놓은 게 아쉽다. 기차바위에서 내려오면 소나무 숲이 산객들을 반긴다. 기차를 연상하면 바위의 모습이 멀리서 보면 아름다웠다.
기차바위를 내려오다가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환희사 및 현대그린아파트 방향으로 하산을 하였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하여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왕산의 운동공간도 폐쇄돼 있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화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서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도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져 많은 사람들은 공원이나 야산에 산책을 하는 것 같았다.
뒤풀이는 유진상가 앞 인왕시장 2층에 있는 '田源오리' 집을 추천하였다.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어 왔었다. 홍제동의 '전원오리' 집은 그동안 홍제동 현대아파트 정문 앞에서 오랫동안 운영하다가 이곳으로 이전을 하여 더욱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몸에 좋은 재료를 넣고 끓여낸 오리백숙도 또한 인기다. 맛있는 안주에 소·맥주, 막걸리 및 이인 친구가 주신 BOTTKA를 맛있게 마셨다.
온 나라가 보이지도 않은 작은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여 있는데, 우리 모두 조심하고, 극복하는 지혜로운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라네. 힝상 산우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2020년 9월 13일 조문형 씀.
3.오르는 산
연주대까지는 조금 벅차다. 국기봉까지 갔다가 간식 먹고 내려오는 것이 좋겠다는 홍 총장님의 생각인 것 같다. 힘 들더라도 마스크 잘 하고 재미있게 다녀오시라. 나는 나으려는지 요즘 부쩍 통증이 심해진다. 통증을 피하려고 약을 먹으면 약이 독해선지 나도 모르게 어느 새 책상 앞에서 또는 TV 앞에서 졸고 있다. 지난주에는 명상센터에 가서 목적과 달리 실컷 자고 왔다.
4.동반시
“아름답지 않으면 가을산이 아니다.”고 이경식 산우가 얘기한 것을 기억해내고는 올해는 단풍 붉은 설악을 올라야 한다고 다짐한다. 마음을 먹은 김에 대청에 오르고 내려올 때 휴식년제로 입산금지구역인 화채능선을 거쳐 권금산성으로 내려 올까나. 어김없이 동반시를 추천해준 박형채 산우에게 감사드린다.
가을산 / 이수인
가을산은 말이 없었다
그저 바람이 가는 길에
억새풀 일렁이고 앞산에 그림자
제 몸을 덮어도 말이 없었다
비탈길에 들국화
노랗게 사위어가고
저녁노을 빨갛게 애를 태워도
가을산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2020. 9. 26.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